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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수사대가 나와있는 곳은 G구에 있는 지식산업단지의 기숙사동이었다. 

“여기를 또 오게 되다니... ”

질투때문에 땅콩 알러지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땅콩이 든 음식을 먹여 사람을 죽이려고 했던 사건때문에, 네 사람은 이전에 이 곳에 온 적 있었다. 그리고 그 때도 기숙사에 들렀었는데, 이번에도 의뢰 때문에 기숙사에 방문하게 됐다. 네 사람이 지하철역에 막 도착했을 때, 여느때처럼 사람들은 삼삼오오 저마다의 사무실로 가고 있었다. 지하철 출구는 출근하는 사람들로 붐벼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가 힘들 정도로 미어 터지고 있었다. 

“기숙사... 기숙사라... 아, 여기군. 건물이 뭔가 눈에 익다 했더니, 전에 왔던 건물이구만. ”
“전에는 10층으로 갔었죠? ”
“그랬지. 이번에는 4층이네... ”

엘리베이터를 타고 기숙사 4층으로 올라가자, 의뢰인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네 사람을 반겼다. 

“전에 말씀하셨던 방이 어디인지 볼 수 있을까요? ”
“따라오세요. ”

의뢰인을 따라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니, 똑같이 생긴 진회색 문들이 나열돼 있었다. 문에는 방 호수가 쓰여있었고, 문 오른쪽에는 초인종이 놓여있었다. 몇몇 방은 문 왼쪽에 보냉백이 놓여있었고, 몇몇 방은 아직 택배 수령도 못 한 건지 문 왼쪽에 택배 상자가 놓여있었다. 의뢰인을 따라 복도를 둘러보면서 걸으니, 어느덧 414라고 쓰여있는 문 앞에 도착했다. 414호 문 앞에는 흰 바탕에 검정색으로 가위표를 그려 둔 종이가 붙어있었다. 

“여기입니다. ”

요전에도 기숙사 414호에서 자살을 하거나, 자살시도를 했다가 구조된 사람이 꽤 있었다. 혹은 몸이 안 좋아져서 회사를 그만두고 기숙사 방을 빼는 경우도 있었다. 한두번도 아니고 매번 이런 일이 생기는 것에 대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의뢰인은, 최근에 지내던 사람이 급격하게 건강이 나빠져 회사를 퇴사하고 414호를 나간 후, 공실이 된 방에 뭔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면서 괴담수사대를 찾아오게 된 것이다. 

“그럼 지금은 여기에 아무도 안 사는건가요? ”
“네. 이 방에서 지내는 사람만 그런 일이 생기는 게 이상해서, 지금은 아예 배정을 안 하고 있습니다. ”
“그렇군요. ”

방 문을 열었을 뿐인데, 현관을 경계로 안쪽에서 묵직한 공기가 느껴졌다. 단순히 폐가나 폐병원, 귀신이 많은 곳을 갔을 때의 무게감과는 차원이 달랐다. 차원이 다른 무게감 너머로는 어느 방에나 다 있는 흔한 가구들이 보였다. 싱글 사이즈의 침대와 책상, 옷장, 그리고 쓰레기통과 욕실로 향하는 문이. 

“뭔가 안 좋은 기운이 농축된 것 같아요. ”
“현, 영안을 써 줘. ”
“네. ”

현이 영안을 쓰자, 검은 안개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안개가 자욱한 방 한 가운데, 까만 그림자가 보였다. 까만 그림자의 발 밑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그저 천장에 목을 맨 채 밧줄에 매달려 있었다. 끼익끼익 소리가 들리면서 천천히 흔들리던 그림자가 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리자, 세상의 모든 허무를 가득 담은듯한 두 눈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힉- ”
“현, 괜찮아? ”
“뭔가… 뭔가 있어요. 목을 매단 사람의 그림자가… ”
“목을 매단?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 ”
“안개랑 눈밖에 안 보여요. ”
“물러나, 일단 태워보자. ”

파이로가 혼불을 붙이자, 방 안을 가득 채우던 까만 안개가 바람에 흩어지듯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현의 영안에 방 한가운데에서 목을 맨 여자가 보였다. 세상의 모든 허무를 가득 담은듯한 두 눈, 푸석푸석하고 생기 없이 긴 머리에 목에는 굵은 밧줄을 걸고 있는 여자였다. 끼익끼익 소리를 내며, 여자는 방 한 가운데 목을 매단 채 진자처럼 흔들리면서 이 쪽을 가만히 볼 뿐, 달리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달리 뭔가를 할 것처럼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은 보여? ”
“네. 여자가 하나 있어요. 방 한가운데 천장에 목을 매달고… ”
“목을 매달고 있다고? ”
“네. 천장에 목을 매단 채 흔들리면서 이 쪽을 보고 있어요. ”

방 한 가운데, 여자가 천장에 목을 매달고 이 쪽을 보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파이로는 잠시 뭔가를 생각했다. 

“일단 나가자. 여기 오래 있으면 우리도 위험해. ”
“네? ”
“혹시 모르니까 부적 하나 붙여두고, 나와. 일단 나와서 얘기하자. ”

갑자기 나오라는 말에 다들 영문을 몰랐지만, 일단 나오라는 말에 미기야가 문 안쪽에 임시로 부적 하나를 붙였다. 414호 안으로 들어갔던 현과 파이로, 부적을 붙였던 미기야까지 전부 나오자 의뢰인은 414호를 다시 잠갔다. 

“여기는 아무도 들이지 않는 편이 좋아. 물귀신… 아니, 그것보다 더한 놈이 있거든. ”
“물귀신보다 더한 놈…? ”
“액귀가 있어. ”
“액귀요? ”
“자살한 귀신이야. 정확히는, 자살하고 나서도 성불 못 하고 이승에 짱박혀서 계속 목매달아야 하는. 자살도 자신을 죽인것이기 때문에 좋은 취급 못 받고, 죽어서도 벌을 받아야 하거든. 그래서 저승에는 가지도 못 하고 자살한 것에 대한 벌로 자기가 죽은 곳에서 끊임없이 죽는 걸 반복해. 그 과정에서 마치 빚에 이자 쌓이듯 액귀의 원한도 쌓여가는거지. ”
“그럼 지금까지 414호를 썼던 사람들이 자살하거나, 자살 직전에 발견됐거나, 건강이 안 좋아진 게 전부 여기에 있는 액귀가 원인이라는건가요? ”
“그렇지. 액귀는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공간의 기를 악한 방향으로 바꿔버리고, 멀쩡한 사람도 괴롭혀서 자살하게 만들어. 거기다가 음기가 강해도 너무 강해서 그 공간에 있는것만으로도 사람들은 금방 지치고 축 늘어지게 되지... 존재 자체만으로도 물귀신같은 놈이야. 아니, 그것보다 더 해. 어떻게든 가스라이팅해서 자존감을 깎아먹고 자살하게끔 만들거든. ”
“허... ”
“저걸 어쩌죠...? ”
“저건 우리 선에서 해결 못 해. 아베노 세이메이정도는 돼야 할 거다. 아니면 사명대사가 오거나... 일단 임시로 부적도 붙였으니까, 사무실로 돌아가서 어떻게 할 지 얘기해보자. ”

괴담수사대는 414호 기숙사에 있는 게 액귀라는 것만 알아내고, 액귀의 힘이 너무 강해 아무것도 하지 못 했다. 액귀를 어떻게 할 지 얘기하기 위해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 파이로는 세베루스에게 전화해 의뢰때문에 기숙사에 갔던 이야기를 하면서 액귀에 대해 물었다. 

“G구에 있는 지식산업단지에 액귀가 있다고요? ”
“네. 기숙사 414호에요. 이미 그 액귀때문에 피해자도 꽤 나온 상황이예요. 그것때문에 의뢰를 받고 현장에 가봤는데, 음기가 너무 세서 임시로 부적을 붙이는 것 외에는 뭘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요. ”
“피해자가 꽤 나왔다라... 몇 명 정도인가요? ”
“의뢰인 통해서 들은 것만 네다섯명은 됩니다. ”
“네다섯명이라... ”

액귀때문에 피해자가 나왔다는 사실을 들은 세베루스는 잠시 무언가를 찾는 듯 했다. 

“파이로씨, 일단 저희쪽에서 사람을 한 명 보낼게요. ”
“사람을요? ”
“네. 오래 전에 사망한 사람들 중 명계에서 서류 처리가 안 된 사람들을 전담해서 찾고 계신 사자가 계신데, 그 분께 파이로씨 연락처를 알려드릴게요. 아마 그 분이 액귀를 처리해 주실겁니다. ”
“알겠습니다. ”

세베루스의 전화를 끊고 잠시 후, 파이로의 전화가 울렸다. 파이로가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로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
“괴담수사대의 파이로씨 전화 맞나요? ”
“네. ”
“아니스입니다. 세베루스 씨에게 연락처를 전달받았습니다. 액귀를 찾으셨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된 건가요? ”
“액귀가 기숙사 방 한 칸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 영향으로 사람들이 자살하거나 자살 직전에 발견되기도 하고, 음기때문에 크게 아파서 퇴사하고 기숙사를 나가게 되는 바람에 이 쪽으로 의뢰가 들어왔어요. ”
“피해자가 꽤 있나요? ”
“제가 들은것만 네다섯명은 될 겁니다. ”
“최소 네다섯이라... ”

수화기 너머로 아무 말도 없었던 아니스는, 내일 사무실로 찾아가겠다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누구예요? ”
“저승사자. ”
“저승사자요? ”
“어. 세베루스씨가 우리 의뢰 받은 얘기를 듣고 내 연락처를 그쪽에 넘겼나보더라고. 그쪽에서 액귀를 처리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했고... 아까 연락 받았는데, 내일중으로 사무실로 온댔어. ”
“몇시에 온다는 말씀은 없으셨나요? ”
“어, 그냥 내일 온다고만 했어. 혹시 모르니까 다들 일찍 나와. ”

다음날, 일찍 도착한 미기야와 현은 사무실에서 커피를 내리면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기야가 책상에 앉아 갓 나온 따끈한 커피를 마실 무렵, 괴담수사대 사무실로 정장을 입은 젊은 남성이 찾아왔다. 

“실례합니다. ”
“어서오세요, 괴담수사대입니다. ”
“어제 파이로씨와 통화한 아니스라고 합니다. 파이로씨 계신가요? ”
“파이로씨는 잠깐 나가셨는데... 이 쪽으로 앉으세요. ”

아니스를 안쪽 테이블에 앉게 한 현은 시원한 녹차를 내 왔다. 그리고 잠시 후, 밖에 나갔던 파이로가 도착하자 현은 손님이 왔다면서 아니스가 앉아있는 테이블을 가리켰다. 아니스는 파이로를 알아본 듯 인사를 건넸다. 

“니들도 다 와서 얘기 들어야돼. ”
“저희도요? ”
“어. 이번 의뢰때문에 오신거거든. ”
“이번 의뢰때문에요? ”
“네. 저는 액귀를 명계로 데려가기 위해 왔습니다. ”
“그 액귀를 명계로 데려간다고요? ”
“네. 제가 액귀를 명계로 데려가고 나면, 방에 남아있는 음기만 정화하면 될 겁니다. ”

아니스는 녹차를 한 모금 마신 다음, 이야기를 시작했다. 

“예전에 명계에서는, 자살자들은 서류 처리를 하지 않고 이승을 떠돌면서 벌을 받게 하거나 명계에서 벌을 받게 했습니다. 스스로를 죽였으니까요. ”
“그럼 왜 이제 와서 그 분들을 다시 찾는건가요? ”
“시대가 바뀌어서 명계의 방침도 바뀌었으니까요. 지금은 자살자들에 대해서도 무조건 벌을 주기보다는 사정을 먼저 들어보고 어떻게 할 지를 결정하고 있어요. 그것과는 별개로, 여러가지 이유로 이전에 사망했음에도 명계에서 서류 처리가 안 된 사람들도 찾고 있고요. 원래 자살자는 전담하는 사자가 따로 있지만, 기숙사에 있는 액귀는 죽은 지 오래돼서 서류 처리가 안 된 케이스이기 때문에 제가 오게 됐습니다. ”
“정책때문에 개고생하는 케이스구만... ”
“그렇다는 건, 액귀가 더 있을수도 있다는 얘기잖아요. ”
“아마 더 있을겁니다. 여러분에게 의뢰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 공간에 액귀가 있는 것이고, 오늘처럼 여러분에게 의뢰가 들어온다면 그 공간에 있는 액귀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얘기가 될 겁니다. 이후 액귀 관련해서 의뢰가 들어오면, 저에게 연락 주시면 액귀는 제가 데려가겠습니다. ”
“알겠습니다. ”

이야기를 마친 아니스는 녹차 한 잔을 다 비웠다. 

“그 액귀는 지금 바로 데려갈 수 있나요? ”
“데려갈 수는 있는데,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 액귀가 사람을 최소한 네다섯명은 다치게 했다면, 그만큼 원한도 깊이 쌓여있을테니... 액귀를 데려가고 나서도 그 공간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쌓여있는 음기를 약화시켜야 해요. ”
“파이로씨, 키츠네씨에게 연락해주세요. 저는 방에 쌓여있는 음기를 정화할 부적을 쓰겠습니다. ”
“안그래도 방금 연락했는데, 사무실 들렀다가 가면 오래 걸리니까 지금 출발할거면 현장으로 곧장 간다고 했어. ”

미기야가 부적을 쓸 동안, 파이로의 연락을 받은 키츠네는 지식산업단지로 출발했다. 그 동안 필요한 만큼 부적을 쓴 미기야는 혹시 몰라 여분의 종이와 펜을 챙긴 다음 아니스, 현과 파이로를 데리고 G구로 갔다. 지하철을 타고 지식산업단지에 도착한 네 사람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키츠네와 합류했다. 

“오래 기다렸어? ”
“우리도 방금 도착했어. ”
“우리? ”
“안녕하세요~ ”
“누나도 같이 왔어. 근데 이 분은 누구셔? 신입이야? ”
“아니, 저승사자. ”

파이로가 의뢰인에게 연락했을 때 의뢰인은 자리를 비운 상태였고, 같이 일하던 사람에게 얘기해서 스페어 키를 받아가라고 했다. 관리인실을 찾아가 상황을 대충 설명하고 스페어 키를 받은 파이로는 4층으로 가자마자 414호의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현관을 경계로 묵직한 공기가 느껴지면서 문에 임시로 붙여뒀던 부적이 툭, 하고 떨어졌다. 분명 깨끗한 종이에 썼던 부적이 까맣게 변색되고 너덜너덜해져 있었던 걸 본 미기야는, 안에 쌓여있는 음기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감지하고 그 자리에서 부적을 몇개 더 썼다. 

“맙소사... ”
“부적이 하루아침에 너덜너덜해지다니... ”
“아무래도 인간인 너희들보다는 언데드인 내가 들어가는 게 더 낫겠어. 이 정도 음기면 부적이 30분도 못 버텨. 아니면 임시로 혼불이라도 붙여서 음기를 태우던가 해야 해. ”
“일단 태워주세요. ”

파이로가 혼불을 붙이자, 공기의 무게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무거운 공기가 감돌고 있었지만, 당장 들어간다고 해서 무슨 일이 생길 정도는 아니었다. 방 안을 태우던 혼불이 사그라들자, 기숙사로 들어간 아니스는 방 한가운데로 갔다. 

“앗! 어제 봤던...! ”
“저 사람이야? 아니, 사람이 아닌가...? ”
“세상 허무란 허무는 다 담겨있는 눈이네. ”
“저 분이 찾으시는 액귀가 맞나요? ”
“네. ”

현이 어제 영안으로 봤던, 천장에 매달려 진자처럼 흔들리는 여자가 보였다. 줄에 목을 매달고 끼익끼익 흔들리던 여자는, 세상 허무란 허무는 다 담겨있는 까만 눈으로 아니스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그리고 파이로와 현은 여차하면 공격할 기세로 매달린 여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이제 그만 매달리셔도 됩니다. ”
“......! ”
“데리러 왔습니다. 같이 가시죠. ”
“...... ”

공중에 매달려 있던 여자가 아니스쪽으로 팔을 뻗자, 파이로는 가윗날을 꺼내 줄을 끊었다. 그리고 매달려 있던 여자는 그대로 아니스의 품에 폭 안겼다. 

“액귀는 이제 명계로 갈 예정이니, 이제 남은 음기만 정화하면 되겠네요. ”
“부적을 바닥에 도배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요? ”
“되긴 되겠지... 근데 그렇게 했다간 부적 쓰다가 미기야 팔이 부러진다. ”
“지금 부적이 몇 장 있어? ”
“여덟 개요. ”
“그러면 네 장은 벽에 붙이고, 네 장은 바닥 코너에 둬. 그럼 대롱여우를 꺼낼게. ”

미기야는 부적을 하나씩 벽에 붙였다. 그리고 남은 부적을 바닥에 내려놓자, 케츠네가 대롱여우를 꺼냈다. 그리고 대롱여우가 부적을 따라 방을 한 바퀴 돌자, 방 안을 감돌던 공기가 한 점으로 모이면서 바닥과 벽에 붙었던 부적들이 순식간에 더러워지기 시작했다. 대롱여우가 방을 정화할 동안 부적을 쓰고 있었던 미기야는, 부적이 더러워지자 새 부적으로 바로 바꿨다. 

“부적을 세번이나 바꿨는데도 여전하네요. ”
“어느정도 정화되면 혼불로 소각해서 처리하자. 부적이 남아나질 않겠네, 이거... ”
“네. ”

부적이 넝마가 될 때마가 바꾸기를 세 차례 반복하자, 무거웠던 공기가 어느정도 가벼워졌다. 그 상태에서 미기야가 너덜너덜해진 부적을 회수하자, 파이로는 키츠네에게 대롱여우를 회수하도록 하고 방 전체에 혼불을 붙였다. 그리고 미기야가 혼불 속에 넝마가 된 부적을 던져넣자, 부적은 그대로 불타서 사라졌다. 혼불은 부적과 함께 방에 남아있던 음기도 싸그리 태워버렸다. 

“끝. ”
“겨우 끝났네요... ”
“돌아가는 길에 열쇠 반납하면서 보고하자. 아니스씨는 이제 명계로 가시는건가요? ”
“네. ”

아니스는 덕분에 액귀를 찾을 수 있었다면서 감사 인사를 건네고 먼저 돌아갔고, 괴담수사대는 기숙사를 나섰다. 사무실로 돌아가기 전, 파이로는 관리인실로 스페어 키를 반납하러 갔다. 

“다 끝난건가요? ”
“네. 방에 있는 무언가도 완전히 성불해서 이제 없어졌으니, 414호 다시 쓰셔도 됩니다. ”
“무사히 성불했다니 다행이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

스페어 키를 반납하고 보고를 마친 파이로가 입구에 도착했을 때, 다른 사람들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뭐라세요? ”
“액귀가 성불해서 다행이고, 고맙대. ”
“이번 일은 여기서 끝나서 다행이긴 해요. 솔직히 음기가 엄청나서 싸우기라도 했다면 정말 고전했을거예요. ”
“여기 있는 액귀는 성불해서 다행이지만... 아니스씨 얘기대로 명계에서 자살했다는 이유로 서류 처리를 안 해줘서 이승을 떠도는 사람들이 있다면, 다른 곳에 액귀가 또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럼 일일이 그 액귀들을 다 우리가 처리해야 하는거야? ”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경우라면요. ”
“그런가... 뭐,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해보자.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 의뢰가 들어오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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