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준비 안 끝났나봐? "마스터가 영업을 위해 엘 푸르가토를 청소하고 있을 때, 낯선 여자가 나타났다. 양 손 가득 비닐봉지를 들고 한쪽 팔에 키보드를 끼운 채 바로 들어온 여자는, 키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살짝 흘러내린 안경을 치켜올리면서 마스터를 불렀다. "자, 키보드. "마스터가 상자를 열어보니, 꽤 비싸보이는 키보드가 들어있었다. 글쇠를 누를때마다 타각타각 소리가 나는 것이, 아마도 기계식 키보드인 모양이다. 컴퓨터에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 평범한 키보드처럼 보였지만, 컴퓨터에 연결되면 불도 들어오는 키보드였는지 상자에는 무지개색 불이 번쩍번쩍한 사진이 있었다. "이거면 돼? ""네. 이제 이 키보드를 제가 누군가에게 넘기면, 당신과 계약하게 되는겁니다. ""그런가... 예전에는..
꿈 속의 아이이곳은 C 대학교 근처의 어느 주택가. 개강을 앞둔 몇몇 학생들이 자취방을 알아보기 위해 이방저방 둘러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한 집만큼은 찾아오는 사람이 뜸했다. 그 집은 아이 유령이 배회하는 집이었다. 딱히 아이 유령이 가끔 놀래키거나 간식을 뺏어먹긴 해도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귀신이 있는 집이다보니 사람들이 잘 찾지 않았다. 그래도 집값을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찾아오는 사람이 이따금 있었지만, 보통은 귀신이 나오는 집이라는 것 때문에 아무도 그 집을 찾지 않았다. 그 집은 오히려 집값이 저렴해서 찾으러 왔다가도 귀신이 있다는 걸 알고 취소하는 집이었다. “이 집이군요. ” 귀신이 나온다는 이유로 누구도 찾지 않는 집을, 수수께끼의 여자가 찾아왔다. 움직임이 마치..
괴담수사대는 오전부터 G구에 있는 사건 현장에 나와있었다. 사건 현장은 지식산업단지였고, 그 안에 있는 기숙사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지하철 역에서 내려 현장으로 나와보니, 출근 시간이라 그런가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가방을 멘, 오피스룩을 입은 사람들이 꽤 보였다. 사람들이 우르르 향하는 곳으로 걸어간 미기야는 입구에 서 있던 주차 관리원에게 기숙사가 어디인지 물었고, 주차 관리원은 기숙사로 가는 길을 알려줬다. 하지만 단지 내 길이 복잡해서 그 뒤로도 두어번은 더 물어본 후에야 괴담수사대는 겨우 기숙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이달로스가 산업 단지 설계했나, 더럽게 복잡하네. ” “그러게요. 1005호실이 사건 현장이었죠? ” “응. ”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으로 올라간 괴담수사대가 1005호를 찾..
새벽부터 괴담수사대는 지하철을 타고, F시로 향하는 KTX를 타기 위해 용산으로 향했다. 지하철이 달리는 와중에 시계를 보니, 곧 7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직장인들도 잘 시간이구만. ” “거리에 따라서는 슬슬 일어날 시간이기도 해요. ” “뭐, 그건 그렇지... 그런데 뭔가 이상하네. 보통은 의뢰인이 찾아오지 않나? 이번에는 왜 우리가 가야 해? ” “의뢰인이 도저히 올라갈 시간을 못 내는데, 급한 사안이라고 하니 어쩔 수 없죠. 대신 5성급 호텔 잡아준댔어요. ” 용산에 도착한 괴담수사대는 잠깐 화장실에 들렀다가, 기차를 타기 위해 승강장으로 내려갔다. “보자... 3번 승강장... 이거 맞네. ” “중간에 내려야 하네요... 눈 좀 붙이려고 했더니. ” “도착하면 깨워줄테니 눈 좀 붙여. ” 기..
“실례합니다. ”늦은 오후, 한 남자가 괴담수사대 사무실로 들어섰다. 제법 젊어보이는 티가 났지만,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이 보이는 중년의 남성이었다. 작업복을 입고 안전화를 신은 남자는, 들어오자마자 안전모를 벗어들고 미기야가 안내하는 테이블에 앉았다. “어서오세요, 제가 괴담수사대의 오너입니다. 꿈때문에 상담할 일이 있다고 하셨죠? ”“네. 실은... 며칠 전부터 아들이 자꾸 꿈에 나옵니다. ”남자는 아내와 이혼하고 혼자 살다가 며칠 전에 재혼을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가 재혼을 하자마자 아내가 데려갔던 아들이 그의 꿈에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내가 데려갔을 때의 모습 그대로였지만, 아들이 꿈에 나타날때마다 몸이 점점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며칠동안은 아빠, 아빠 부르던 아이가 몸이 ..
평소처럼 지하철을 타고, 역에서 나와 커피를 사 들고 사무실로 출근한 그를 기다리는 것은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과 부장의 호출이었다. 평소에도 호랑이 부장으로 유명했던지라 다들 불려가게 되면 두려워하기 일쑤였던 그 부장은, 그가 출근하자마자 그를 사무실로 불렀다. 그리고 출근하자마자 무슨 일일지 조마조마하며 사무실에 들어온 것을 확인한 부장은 입을 열었다. “자네, 학교폭력 전과가 있다며?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흠칫했지만, 그는 부장의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에이, 부장님. 그런 근거없는 모함을… ”“모함? 근거없는 모함? 자네는 인터넷도 안 보나? 자네가 학교폭력을 저질렀고, 그것때문에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이 밤새 인터넷에 쫙 퍼져서 인사팀은 물론 대표님 귀에까지 들어갔어. 자네가 학폭..
“실례합니다. ”늦은 토요일 오후, 젊어보이는 남자가 괴담수사대를 찾았다. “어섭쇼. ”하필 쉬는 날 찾아오냐, 파이로는 툴툴거리면서도 남자를 테이블에 앉게 한 다음 음료수를 내 왔다. 그리고 맞은 편에 앉으려던 파이로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울음소리를 들었다. 서럽게 우는 여자의 울음소리 중간중간 아이의 웃음소리도 섞여서 들려오고 있었다. “음…? ”“왜 그래? ”“어디서 우는 소리 안 들리냐? 애가 웃는 소리도 들렸어. ”“분명히 들었어. ”울음소리가 들렸다는 말에, 남자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여기까지 따라오다니… ”“뭔지는 모르겠지만 독한 게 붙었군. 어떻게 된 거야? 얼마나 이런걸 달고 살아온거야? ”울음소리의 정체는 남자의 전 여자친구였다. 첫사랑이었지만, 헤어진지는 꽤 오래됐고 그의 주변에서..
괴담수사대는 살인사건 현장에 와 있었다. 보통 살인사건이 일어나 현장으로 출동해보면, 현장에는 범인이 아무리 깨끗하게 정리하려고 해도 피가 튀어 있었고, 과학 수사를 진행한 흔적과 함께 피해자가 쓰러진 곳에 하얀 선이 그려져 있는 게 보통이었지만 이번 사건 현장은 달랐다. 사건 현장에 있는 피해자의 몸에 피가 한 방울도 남아있지 않았다. 추파카브라나 흡혈귀라도 왔다 간 건지 온 몸에 피란 피는 한 방울도 남김없이 사라져 있었고 그 외에 겉으로는 피해자를 죽일 때 저항한 흔적과 목 옆부분에 칼로 찌른 흔적 말고 별도로 시신이 손상된 흔적은 없었다. 몇 번 똑같은 현장에 출동한 태훈의 얘기에 따르면, 요즘들어 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이 다 이렇다고 한다. “흡혈귀에 물리기라도 한 건가… ”“요즘 세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