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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th_작가2026. 7. 10. 00:00

“엄마 집에 거미 요괴가 하나 있는데, 그 녀석을 쫓아주셨으면 합니다. ”
 
의뢰인은 다짜고짜 자기 엄마가 살고 있는 곳에 거미 요괴가 있다면서, 요괴를 쫓아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집에 웬 젊은 여자가 있는건가 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이마에 둥근 공같은 눈이 두 쌍 더 달려있었던데다가, 손이 사람의 손이랑 묘하게 다른 걸 보고 거미 요괴인 걸 알아챘다면서도 의뢰인은 진짜 자식은 자기들인데 엄마가 요괴에 홀려서 그 요괴를 친딸처럼 대하고 자기들은 등한시한다고 했다.
 
얼마가 들더라도 좋으니 제발 요괴만 어떻게 해 달라는 의뢰인은, 미기야가 먼저 요괴가 어느정도인지 확인해보겠다고 하자 집 주소를 가르쳐주고 가 버렸다. 
 
“저놈, 그때 그 할머니 자식 아냐? ”
“맞는 것 같죠? ”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라 기억해. 저놈 말뽄새도 아주 글러먹었거든. ”
 
파이로와 현은 그런 의뢰인을 어디선가 만난 적 있었다. 심지어 괴담수사대는 그 집의 위치까지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바로 가지 않고 최대한 시간을 끌 작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거미 요괴가 눌러앉은 건 사실이었지만 거미 요괴는 할머니에게 해를 끼치긴 커녕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었기 떄문이었다. 애초에 그 집에 그 거미 요괴가 살지 않았다면 할머니는 옛저녁에 죽었을 지도 모를 노룻이고 말이다. 
 
“할머니 친자식들을 찾고싶어. ”
 
몇주 전 괴담수사대를 찾았던 게 그 집에 눌러앉은 거미 요괴였다. 칙칙한 갈색 갑각에, 공처럼 둥근 까만 눈이 이마에 두 쌍 있는 그 요괴는 할머니의 자식들을 찾고 싶다면서 괴담수사대를 찾아왔다. 자신을 왕거미 요괴라고 소개한 그녀는 할머니와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이야기를 시작했다. 
 
“무라사키한테서 낡은 집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가봤는데, 거기 할머니가 살고 있었어. 집이 너무 낡아서 무라사키도 거기에 누군가 살 거라곤 생각 못 했는데, 나중에 부동산에 물어봤더니 할머니 자식들로 보이는 사람이 낡은거고 뭐고 상관 없으니까 동네에서 제일 싼 집으로 달라고 했대. ”
 
왕거미 요괴는 처마가 있는 집을 찾고 있었고, 무라사키에게서 마침 그런 집이 남아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무라사키가 집을 보러 갔을 때는 없었던 거주자가 그 집에 살고 있었고, 나중에 듣기로는 할머니의 자식들이 동네에서 제일 싼 집을 사겠다면서 그 집을 계약했다고 한다. 
 
“집 상태도 그래서 며칠 임시로 머무는 건 줄 알았는데, 가전제품도 슬금슬금 들어오더라. 근데 그 가전제품들도 다 상태가 완전 메롱한 거 있지? ”
“중고로 산 건가? ”
“그런가봐. 옛저녁에 단종된 모델도 많았어. ”
 
자식들이 가전제품을 놔 주긴 했지만, 가전제품들은 당장 고장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성능이 폐급이었다. 몇몇 가전제품들은 박물관에나 있을법한 기종도 보였고, 어떤 것들은 수리가 가능할지 의구심이 들었다. 할머니를 이사시키면서 중고로 구매한 모양이었다. 
 
“할머니는 네 존재를 언제 알게 된 건데? ”
“배가 고파서 할머니가 먹다 남긴 밥을 몰래 먹다가 들켰지 뭐야… 재빨리 거미로 변해서 천장으로 도망가긴 했는데, 오히려 날 보고 ‘그래도 작은 벌레 걱정은 없겠구나’라고 하셨어. ”
 
거미줄을 친다고 벌레가 매일같이 잡히는 것도 아니고, 배는 배대로 고팠던 그녀는 할머니가 남긴 밥을 몰래 먹다가 걸렸다. 재빨리 거미로 변신해 도망가는 그녀를 보면서도 할머니는 약을 뿌리거나 쫓아내기는 커녕 작은 벌레 걱정은 없겠다고 했고, 그 날 이후로는 그녀가 먹을 식사도 함께 차리곤 했다.
 
할머니도 그녀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건 알고 있었지만, 적적할 때 말동무도 되어 주고 살림도 도와주는 그녀를 손녀처럼 대했다. 가끔 그녀에게 용돈을 주기도 했지만, 그녀는 그 용돈을 허투루 쓰는 대신 할머니랑 같이 맛있는 것을 먹거나 생필품을 사는 데 썼다. 
 
“가끔 살림도 도와주고, 장도 봐주고 하다 보니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게 돼서 알게 된 건데, 할머니 자식들이 할머니를 그 집에 버리다시피 하고 간 모양이야. ”
“그래서 자식들을 찾아달라고 여기에 온 거고? ”
“응. ”
“사람을 찾으려면 여기가 아니라 고키부리 사무실로 가야 해. 우리는 사람 찾는 일은 안 해. ”
“그건 알지만, 거기 갈 만큼 돈이 없어… ”
 
왕거미 요괴가 돌아가고 며칠 후, 파이로와 현은 도와달라는 요괴의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병원으로 갔다. 파이로와 현이 도착했을 때 할머니는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했고, 요괴는 그 옆에서 할머니를 지켜보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
“집에서 쓰러져서 119를 불렀어. 입원 수속을 밟으려면 보호자가 필요한데, 나는 사람이 아니라서 보호자 역할을 할 수가 없어… ”
“저희가 보호자 역을 해드릴게요. ”
“부탁해, 나는 아까 널던 빨래 마저 널러 가볼게. ”
 
요괴가 돌아가고 얼마 후, 병원측의 연락을 받고 자식들이 병원으로 달려왔다.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듯 한달음에 달려온 자식들은 현과 파이로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고, 두 사람이 119를 불러서 병원에 실려왔다는 말에 사례금이라도 드리겠다고 했지만 두 사람이 이를 거절하고 사무실로 돌아갔다. 
 
“현, 너는 먼저 가 있어. 나는 저 사람들이 뭐라고 하나 보고 갈게. ”
“네. ”
 
두 사람이 병실을 나서자마자 쯧, 하고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뭔가 쎄한 느낌이 왔는지 파이로는 현을 먼저 보내고 벽 속으로 들어가 자식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거기서 죽게 뒀어야 했는데, 아쉽게 됐네. ”
“오빠는,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말하면 안되지. ”
“맞아. 그나저나 어머니 유산 지분은 어떻게 하지? 1:1:1로 해야 하나? ”
“어차피 그 노인네가 남긴 건 돈밖에 없잖아. 그냥 1:1:1로 나눠. 딱 안 떨어지면 천원단위 정도는 큰오빠 줘도 되고. ”
“형이 그래도 장남인데, 그 정도는 해줘야지. 그나저나 이 노인네, 언제까지 집세 빨아먹으면서 살 생각인거야? ”
“내 말이. 집세가 한두푼도 아니고, 참… 그나마 유산으로 땜질할거라 내주는거지, 안그랬으면 진작에 폐가에 갖다 버렸을거야. ”
‘이게 부모한테 자식이 할 소리인가? ’
 
병실에서 자식들이 나누는 대화를 녹음한 파이로는 그 길로 고키부리 사무실로 갔고, 자식들에 대해 뒷조사를 맡겼다. 도희가 조사원들을 통해 뒷조사를 한 결과, 병실에서 유산에 대해서면 얘기하던 모습이 자식들의 본모습이었다. 자식들은 유산때문에, 그리고 자식된 도리로 최소한의 부양을 하는 것에 가까워서 집도 동네에서 가장 낡은 집으로 해 주고, 가전제품도 싸구려 중고로 맞춰준 것이었다. 집에 모신다는 선택지는 아내와 자식들을 핑계로 기각했고, 요양원은 요양원대로 비용이 나가기때문에 선택지에서 빠졌다. 
 
그렇다고 할머니가 자식들에게 막 대한 것도 없었다. 오히려 할머니는 젊었을 적에 남편을 여의고 이 날 이때까지 힘들게 일하면서 자식 셋을 홀로 키워왔고, 자식들이 성장하고 손주를 낳는것이 삶의 보람이자 자랑이라고 했다. 자식들이 사업한다고 돈 좀 달라고 할 때도 논밭을 팔아서 대줬고, 그런 사업이 망했을때도 그저 괜찮다고 해 주던 사람이었다.
 
그런 할머니를 요양원에 갖다 버릴 걸 그랬다, 돈 먹는 하마, 빨리 가는게 도움 되는 거라고 말하는 자식들을 다른 친척들 역시 고깝게 보고 있었다. 다른 친척들도 할머니가 이 날 이떄까지 어떻게 자식들을 키웠는지 알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니들은 엄마한테 그러면 안 된다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했다. 
 
“하다못해 개, 돼지도 키워주고 밥 준 사람들을 알아보는데 사람이라는 것들이 이 날 이떄까지 키워줬더니 뭐? 언제 죽어? 돈덩어리? 이게 사람새끼들이냐? ”
 
파이로는 자식들이 그 집에 할머니를 버리다시피하고 갔다는 것과 본심을 왕거미 요괴에게 얘기했다. 분개한 요괴에게 그녀는 ‘유혈사태만 아니면 우리들이 굳이 그 집에 출동할 일도 없고, 모르는 일이라고 둘러대면 그만’이라면서 적당히 눈 감아줄테니 알아서 괴롭히든가 하라고 했다.
 
그 일이 있고 얼마 후에 퇴원한 할머니를 집에 바래다주다가 거미 요괴를 발견한 의뢰인이 찾아와서 거미 요괴를 쫓아달라고 한 거였고, 전후사정을 알고 있었던 괴담수사대는 적당히 시간을 끌다가 거절할 지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놈들, 내가 강제로 효자 만들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
“니가 무슨 수로? ”
 
금색 눈으로 의뢰인을 계속 지켜보면서 핏빛 깃털을 손질하던 거대한 새는 그런 괴담수사대를 보면서 강제로 효자를 만들 방법이 있다고 했다. 설마 유혈사태라도 보려는거냐는 파이로의 말에 그 항아리에는 더이상 뭘 채울 수도 없고, 그런 놈들은 굳이 거기까지 안 해도 된다면서 의뢰인이 오면 자신을 유능한 무당이라고 소개만 하라고 했다. 그렇게만 하면 자식들은 그렇게 노리던 유산은 못 얻게 되고, 강제로 할머니를 떠받들고 살게 될 거라면서. 
 
며칠 후, 미기야의 연락을 받고 괴담수사대에 도착한 의뢰인의 눈 앞에 멀끔하고 흰 피부를 가진, 붉은 옷을 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 사극에서나 볼 법한 보석 장식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여자를 파이로가 유능한 무당이라고 소개하자, 의뢰인은 붉은 옷을 입은 여자에게 부디 그 요괴를 쫓아달라고 빌고 있었다. 여자는 그런 의뢰인을 데리고 할머니의 집으로 갔다. 
 
그녀는 미기야가 의뢰인을 부르기 전, 미리 할머니와 거미 요괴에게 6박 7일 호텔 숙박권을 보냈다. 이게 웬 거냐는 요괴의 질문에 그녀는 자식들을 강제로 효자 만들어줄거라면서 이 계획이 성공하려면 두 사람이 그 날 집에 없어야 한다고 했다. 그녀는 요괴에게 집 비우는 김에 할머니랑 같이 기분전환 할 겸 여행도 다니고, 호캉스도 하고 오라면서 의뢰인을 데려갈 날에는 반드시 집에 없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할머니가 집에 계시면 요괴가 집착하느라 안 떨어질 것 같아서, 할머니는 잠시 다른 곳으로 가게 했어요. ”
“그렇군요. ”
“저기인가요? ”
“네, 저기 저 집이요. ”
 
집은 외관만 보더라도 사람이 살 집이라기보단 폐가에 가까웠다. 자기 어머니를 돈덩어리로 치부하면서 동네에서 제일 싼 집을 산 탓에 집 위치도 동네에서 가장 외진 곳이었고, 방열이고 뭐고 여름에는 쪄죽고 겨울에는 더워죽을 것 같아보였다. 가전제품이나 가구들은 전부 중고로 산 거라 돌아가는 게 신기할 지경이었고, 이런 상황에서 할머니가 쓰러진다 한 들 아무도 발견 못 할 것이 분명했다. 유산만 바라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아마 집이 외진 곳이라는 말에 쌍수를 들고 계약했을지도 모를 노릇이다. 
 
“모레 바로 첫 굿을 하죠. 그 때는 가족 전원이 다 오셔야 합니다. ”
“어떻게, 한번에 되겠습니까? ”
“그건 굿을 해 봐야 알죠. ”
 
붉은 옷을 입은 여자는 굿판을 벌이고, 요괴를 쫓겠다면서 굿을 했다. 굿판을 벌리면서 가족들을 홀려놓은 덕에 가족들은 한두푼으로 안될 것 같다, 요괴가 너무 강력해서 굿을 여러번 해야 할 것 같다고 했을때도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부탁한다면서 연신 절을 올렸다. 부정 탈 수도 있으니 자기가 말한 날짜 외에는 절대 이 집에 와서는 안 된다고 했을때도 그저 연신 절을 올릴 뿐이었다. 
 
“오메, 저게 뭐당가? ”
“아따, 저것이 그 테레비에 나왔다는 로보트가 알아서 세탁해준다는 그거잖여! 저 세탁기가 허벌나게 좋다고 다들 신접살림은 저걸로 산디야. ”
“그려? ”
“아, 얼마전에 옆집 점순이네 손녀딸도 세탁기 저걸로 했다고 자랑했잖여. 저 냉장고도 그 뭐더라…? 에이아이? 그게 식재료 관리도 다 해주는거랴. ”
 
며칠 후, 세탁기와 냉장고를 실은 트럭이 도로를 타고 할머니와 요괴가 사는 집으로 갔다. 그리고 트럭에서 내린 기사들이 일제히 세탁기와 냉장고를 바꿀 동안, 거미 요괴는 할머니와 함께 밖에 나와 있었다. 
 
“웬 세탁기야? ”
“자식들이 굿값 낸 돈으로 바꾼거야. 저거 요즘 신혼집에 많이 들여놓는 비스포크라는건데, 빨래만 넣으면 AI가 건조까지 다 알아서 해 준대. ”
“비스포크? 그걸 냉장고까지 같이 산다고? 대체 굿값으로 얼마를 줬길래? ”
“좀 많이 받아냈지. 한두푼도 아니고, 몇번 해야 한다는데도 너만 내보낼 수 있다면 뭐든 하겠다 스탠스더라? ”
 
붉은 옷을 입은 여자는 그 뒤로도 자식들에게 받은 굿값으로 할머니 집의 가전제품을 바꾸고, 쾌적하게 지낼 수 있도록 리모델링 공사도 했다. 뒤쪽에 안 쓰던 방 역시 공사를 마친 여자는 요괴에게 앞으로 그 방에서 지내면서 자식들이 또 막 대할 것 같으면 적당히 위협하라고 했다. 
 
“뭔 공사를 크게 한댜? ”
“저 윗집 할머니네 리모델링인가 뭐시긴가 하잖여. ”
“아따, 리모델링? 집을 아예 갈아엎는겨? 그럼 할머니는 어디서 지낸당가? ”
“이번에 리모델링 한다고 하와이로 해외여행 보냈다던데요? ”
“이이? 하와이로 턱턱 보내줬다고? ”
“아따, 그 집 자식들이 아주 효자구마잉. ”
 
굿값으로 가전제품을 바꾸고 집을 공사할 동안, 자식들은 알게 모르게 효자가 되어 있었다. 어쩌다가 할머니 댁을 찾아갈때면 사람들이 ‘효자도 저런 효자가 없지’, ‘할머니는 좋겠어~’라고 하는 걸 종종 들었던 자식들은 마지막 날이라고 붉은 옷을 입은 여자가 불렀을 때가 되어서야 집이 환골탈태 한 것을 발견했다. 
 
“이게 다 뭐야? 세상에… ”
“오빠, 저거 민혁이 신혼살림으로 사줬다는 냉장고 아니야? ”
“저 세탁기도 민혁이네 집에 있는 그거 아냐? ”
“한 분도 빠짐없이 모여주셨군요. 오늘 여러분들이 어떻게 하냐애 따라서 요괴가 집에 계속 눌러앉을지, 아니면 할머니를 버려두고 물러갈지가 결정됩니다. 신중하게 선택해주세요. ”
“어,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
“할머니의 유산을 전부, 포기해주셔야 합니다. ”
“뭐, 뭐라고요? ”
“오빠, 이거 사짜 아냐? ”
 
할머니의 유산에 목 매다시피 하면서 낡은 집에 버리다시피 했던 자식들은 할머니의 유산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에 반박했다. 할머니가 쓰러져 있을 때도 그 때 죽었어야 했다면서 혀를 찬 그들의 화제는 오직 유산을 어떻게 나눠갖냐였으니 말이다. 
 
“지금까지 당신들은 유산때문에 할머니에게 최소한의 도리를 다했죠? 그런 할머니를 당신들 대신 돌본 게 이 집에 있는 요괴입니다. 이 가전제품도 전부 요괴의 힘으로 산 것이고, 이 집을 깨끗하게 바꾼 것도 그 요괴예요. 그 요괴가 지금까지 물러가지 않고 집에 계속 있었던 것도, 당신들 대신 할머니를 돌봐줬으니 사례금을 달라는 거였어요. ”
“뭣…? ”
“제가 그 동안 굿을 하면서 빌고 빌어서 간신히 협의를 본 결과, 여러분들이 빠짐없이 유산상속을 포기한다면 사례금을 받은 셈 치고 돌아가겠다더군요? ”
“…… 알겠습니다, 포기하겠습니다. 너희들도 어서 상속 포기해. ”
“오빠! ”
“형! ”
 
다른 두 가족들은 큰아들이 유산 상속을 포기하기로 했다면서 너희들도 포기하라는 말에 반박했지만, 붉은 옷을 입은 여자는 그런 두 사람에게 여기서 포기하지 않으면 갓 신접살림을 차린 자식들에게 액운이 껴서 살을 맞을 수도 있고, 이제 갓 수험생인 아들의 앞날에 마가 껴서 평생 재수만 하다 가게 될 지도 모른다고 하자 마지못해 상속을 포기했다. 
 
“여러분의 얘기를 들은 요괴가 일단은 물러가겠다고 했습니다. ”
“휴… ”
“하지만 이건 여러분의 태도를 보고 일시적으로 물러난거예요. 지금부터 할머니를 잘 모시지 않으면, 그 때는 요괴가 다시 나타나서 여러분들은 물론 여러분들의 자식들, 손주들 앞날까지 망칠겁니다. 제 말, 명심하세요. ”
 
붉은 옷의 여자는 세 사람에게 경고하고 집을 나섰다. 
 
할머니와 거미 요괴는 그 후로도 새 집에서 호의호식하면서 잘 먹고 살 수 있었다. 할머니를 다시 등한시하면 요괴가 또 나타날 지 모르고, 이번에는 자기네들 뿐 아니라 자식들, 앞으로 태어날 손주들까지 망할 수도 있다는 말에 겁에 질려서 그들은 강제로 효자, 효녀 노릇을 해야 했음은 물론 유산의 유자도 꺼내지 못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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