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괴담수사대를 찾은 것은 두 사람의 사이 좋아보이는, 갓 사회 초년생인 티가 나는 여성이었다. 어릴적부터 친구였는지 꽤 친밀해보이는 두 사람은 나란히 테이블에 앉았고, 미기야가 무슨 일로 왔는지 묻자 한쪽이 다른 한쪽을 가리키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얘가 연애운이 좀 이상해요. ”
“연애운이요? 어떻게 이상한데요? ”
“소개팅이나 만남의 기회는 다 불발되고, 썸은 타기만 하면 99%까지 가고 깨지고, 어쩌다가 남자를 만나더라도 연애관계로 이어지지 않아요. ”
“언제부터 그랬습니까? ”
“얘 전 남자친구가 죽고 나서부터 계속 그랬어요. ”
의뢰인과 같이 온 친구에게는 사귀었던 사람이 있었지만, 지금은 죽어서 다른 곳에 가 있었다. 남자친구가 죽은 후로는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려고 해도 만남의 장은 불발되고, 썸은 연애 직전까지 갔다가 엎어지고, 어쩌다가 자연스러운 만남을 가지게 되더라도 연애관계로 이어지지 않았다. 의뢰인은 설마 죽은 남자친구가 친구에게 집착해서 연애를 방해하는 건 아닌지 묻고자 괴담수사대를 찾아온 것이었다.
“남자친구분은 언제쯤 죽었고, 얼마나 사귀었나요? ”
“고등학생떄부터 사귀었고 군대 갔을 때 죽었으니까… 3년 조금 더 됐어요. ”
“군대에서요? ”
“괴롭힘 뭐 그런건 아니고, 휴가 나왔다가 사고를 당했어요. ”
“아하… 두 분이 사귈때 사이는 어땠나요? ”
“어휴… 닭살도 그런 닭살이 없었다니까요… 진짜… 고딩떄 연애 시작한거라 주변에서 뭐라고 할까봐 비밀로 하자고는 했었는데, 둘이 사귀는거 옛저녁에 다 티나서 다들 아는데도 모르는 척 해 줄 정도였어요. 완전 바퀴벌레 한 쌍이었다니까요… 사귀는 내내 싸우거나 한 적도 없었고, 고딩떄 반에 임자 있는 애들만 건드려보기로 유명한 애가 하나 있었는데 걔조차 얘네 커플은 안 건드릴 정도였어요. ”
친구와 남자친구는 고등학생떄부터 사귀었고, 딴에는 비밀연애를 한다고 했지만 다들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해주는 것에 가까울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 원앙이나 잉꼬도 이정도로 사이가 좋진 않겠다 싶을 정도로 사이가 좋았던 두 사람이었다면, 그리고 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사귄 두 사람이라면, 죽은 남자친구가 아직도 여자친구를 사랑해서 집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썸이 갑자기 깨졌던 사람들은 다 어떤 식으로 깨졌어요? 꿈에 누가 나와서 만나지 말라고 했다던가, 그런게 있나요? ”
“아뇨, 그냥 깨지는거예요. 그냥 어느 순간 연락이 뚝 끊기고, 전화를 해도 안 받고… ”
“음… 그 중에 몇 명, 기억나는 사람 있어요? ”
“대학 선배랑… 취업 스터디 하면서 만났던 사람이랑… 며칠 전에 소개팅에서 만났던 남자랑… ”
“그 분들이랑은 어떻게 연락이 끊겼어요? ”
“대학 선배는 잘 만나다가 지방발령때문에 연락이 끊겼고… 스터디에서 만났던 사람도 취업하고 나서 연락 끊겼고… 소개팅남은 저 말고 다른 여자랑 연결됐어요. ”
남자친구가 죽은 후, 친구가 처음으로 썸을 탔던 남자는 같은 과 선배였다. 졸업을 앞두고 있었던 그 선배는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을때도 아쉬워했고, 남자친구가 사고로 죽은 후 혼자가 된 그녀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해서 썸까지 가게 됐다. 선배가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한 후로도 한동안은 연락이 잘 됐고, 분위기도 좋았는데 갑자기 지방발령을 가게 돼서 연락을 못 받는다면서 일방적으로 연락이 두절됐고, 썸도 그렇게 끝나고 말았다.
그 다음으로 만났던 남자는 같이 취업 스터디를 하던 다른 과 선배였다. 말도 잘 통하고 사려깊은 성격에, 성실하기까지 해서 모임을 할 때마다 가장 먼저 나와있었던 선배와도 썸을 탔던 친구는, 어느 날 갑자기 선배가 연락이 안 된다면서 스터디원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하지만 스터디원들도 왜 갑자기 그가 연락이 두절됐는지는 모르고 있었고, 나중에 건너건너 듣기로는 취업한 지 3개월째 되는 날 그만 뒀다고 한다.
소개팅에서 만났던 남자는 잘생겼고 키도 큰 훈남이어서 친구 외에도 다른 여자들이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그는 친구가 아닌 다른 남자와 연애를 시작했고, 그 날 이후로는 소식조차 들을 수 없었다. 소개팅남은 물론이고 같이 소개팅에 나갔던 사람들과도 지인이 아니었기때문에 그녀는 그 뒤로 어떤 소식도 들을 수 없었다.
“직장 동호회나 동아리같은 데 들어가도 이런 식으로 연애가 흐지부지 끝나버리는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요. ”
“음… ”
“죽은 남자친구랑 오래 사귀었고, 둘이 잉꼬부부 저리가라 할 정도였으면 확실히 남자친구가 집착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 근데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지금까지 너랑 썸을 타다가 연락이 두절된 남자들에게서 너도 모르는 공통점이 있다던가? ”
“공통점이요? ”
“아직까지는 가설에 불과하지만, 남자친구가 그런 남자들로부터 너를 지켜주려는거라는 생각도 들어. 그 공통점이 뭔지는 차차 조사해봐야겠지만. ”
의뢰인과 친구가 돌아간 후, 파이로는 세 명의 남자들에 대해 고키부리 사무실을 통해 조사를 의뢰했고 지인들과 만날 수 있었다. 파이로가 첫 번째로 만난 사람은 대학 선배와 같은 과 동기였던 사람이었고, 동기는 대학 선배가 지방발령을 갔다고 들었다는 말에 발령이 ‘맞긴 하다’고 했다.
“말이 지방발령이지, 사실 좌천이나 다를 바 없어요. ”
“좌천이면 뭘 잘못해서 보냈다는 거 아냐? ”
“그쵸, 임원의 딸을 건드렸다가 지방으로 좌천당했거든요. 걔, 과에서도 별명이 카사노바였어요. 그거랑 별개로 고백 직전까지 갔어도 아마 우림이랑은 안 사귀었을 확률이 99.9%겠지만… ”
대학 선배는 사실상 지방으로 좌천당한 것에 가까웠고, 그 이유는 여성 편력 때문이었다. 과에서도 카사노바로 불릴 정도로 여성 편력이 엄청났던 선배는 직장에 입사해서도 이여자 저여자와 썸을 타고 있었고, 그러던 와중에 줄을 잘 서겠다면서 임원의 딸에게까지 마수를 뻗쳤었다.
“임원 딸은 걔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기도 했고, 몇 명한테 작업치는 걸 보기도 했고, 이미 남자친구가 있어서 거절했어요. 근데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자기한테 오라고 추근덕거리다가 임원한테 찍혀서 좌천된거죠. ”
“우림이한테 남자친구가 있었을 때도 비슷한 얘기가 나왔겠네? ”
“딴에는 그래도 걔 앞에선 조심한다고 했는데, 뒤에서 그런 얘기 많이 했죠.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자기한테 오면 안되냐, 확 덮쳐버릴까, 누구인지 알아내서 만난다음 헤어지라고 압박할까… 뭐 이런 얘기요. ”
“…… ”
“우림이가 걔랑 썸 타는것도 솔직히 마음에 안 들었는데, 차라리 썸이 끊겨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애초에 우림이가 걔한테는 백만배 아깝다니까요… 우림이 남자친구 죽었다고 했을 때도 애도는 커녕 이제 경쟁자 죽었다고 좋아하던 놈이니까요. 싸패도 그렇겐 안 할걸요? ”
원래부터 여성 편력이 심했던 선배는 과에서도 유명인이었다. 친구 뿐 아니라 마음에 드는 다른 여자들에게는 덮어놓고 들이대고, 한꺼번에 여러 명의 여쟈와 썸을 타서 공론화 직전까지 간 적도 있었고, 그것때문에 경찰서까지 간 적도 있었다. 물리적으로 해를 끼친 건 없어서 처벌되지는 않았지만, 경찰서까지 갔다는 게 소문나면서 경계대상이 되자 한동안 몸을 사렸었다가 회사에 가서 활개친 꼴이었다.
다음으로 만난 건 스터디 선배의 오랜 친구였다. 그는 스터디에서 친구와 썸을 탔었다가 취업 후에 연락이 갑자기 두절됐다는 얘기에 회사가 바빠서 그녀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과 연락이 안되다시피 했다고 했다.
“회사가 많이 바빴나봐? ”
“바쁘기도 하고… 걔가 입사 전에는 중견기업 갔다고 좋아했는데, 그 회사가 알고보니 완전 블랙기업이었거든요. 걔 9시에 출근해서 자정에 퇴근하고 그랬어요. 할머니 돌아가신 날도 연차 쓰고 장례식 가라고 했다던데요? ”
“그런 미친 회사가 있다고? ”
“저도 듣고 그 얘기 했어요. 진짜 그런 미친 회사가 있어? ”
스터디에서 만났던 선배는 근면성실한 성격이었고, 배려심도 많아서 스터디는 물론 과에서도 평판이 좋았다. 여성 편력이 있다거나 뒤에서 노름을 한다거나 하지도 않았고, 성실하게 수업 듣고 다니던 사람이었는데 하필이면 입사했던 회사가 블랙기업이었던 탓에 정신이 망가져버렸다고 한다.
“회사도 제 발로 그만둔 게 아니라 난동부려서 잘린거에 가까워요. 맨날 SNS에 상사 죽여버린다, 너 죽고 나 죽자 이런 얘기만 하다가 결국 맛이 가버려서… ”
“원래 그런 기질이 좀 있었어? ”
“고딩떄 우울증때문에 약 먹은 적은 있었는데, 그 뒤로는 괜찮아져서 안심했었어요. 그러다가 이런 일이 생긴거죠. ”
스터디남은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면이 있었고, 그 불안정한 정신에 회사가 파문을 일으켰다. 할머니 장례식에도 연차 쓰고 가라고 할 정도로 미쳐버린 회사를 다니는 석 달 동안 그가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은 너 죽고 나 죽자, 언젠간 죽여버린다, 갈땐 가더라도 저놈은 데려간다였다. SNS에도 그런 글이 종종 보일 때가 있었고, 몇 명의 친구들이 요즘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면 회사때문에 힘들다고 불평했다고 한다.
“걔가 썸탔다고 해서 다들 축하해줬는데, 회사때문에 바빠서 썸을 끝냈다는 얘기 듣고 다들 안타까워했어요. 진짜 그 회사만 아니었어도 둘이 연애 잘 하고 잘 지낼 수 있었을텐데… ”
“그 회사는 어떻게 됐대? ”
“걔네 형이 지금까지 걔가 당했던 증거들 다 모아서 노동청에 찔렀다고는 들었어요. 솔직히 지금까지 걔한테만 그런것도 아닐텐데, 진짜 철퇴 씨게 맞았으면 좋겠어요. ”
“사람을 소모품으로 보는 그런 회사는 망해도 싸지. ”
다음으로 파이로는 소개팅남과 잘 됐던 여자를 만나 소개팅남에 대해 묻기로 했다. 그녀는 소개팅남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마자 소개팅을 할 때 본성을 알았다면 이렇게 되지도 않았을거라면서, 그놈이랑은 파혼했고 그 뒤로도 한동안 고생했다면서 녃두리를 늘어놓았다.
“그놈은 사람 자체는 좋았어요. 생긴것도 멀끔하고 성격도 좋고 멀쩡한데 걔네 집안이 문제예요. ”
“집안? ”
소개팅남의 집에서는 1년에 설날과 차례를 빼더라도 제사가 12번은 있었고, 그 제사를 일일이 다 지내야 하며, 제사음식은 집안 여자들만 준비해야 했다. 자기들은 뼈대 있는 가문이라 이렇게 한다고 했을 때 그녀가 ‘저희 집도 종가집인데 남자들이 주도합니다.’라고 하자, 상대측 부모님은 어른 말하는데 말대꾸 하지 말라면서 넘어갔다.
“그리고 그 놈이랑 결혼하려면 일도 그만둬야 해요. 취집할 사람이라면 몰라도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그 집에 시집가는 건 미친 짓이죠. 그리고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댄데 아들을 낳으라고 강요해요? 미친 것들… ”
“그건 미친 게 맞다. ”
그녀는 자기 직업을 사랑하고 있었기때문에 결혼 후에도 커리어를 포기할 생각이 없었지만, 소개팅남의 집에서는 전업주부가 될 것을 강요했다. 그렇다고 한쪽이 압도적으로 잘 버는 것도 아닌데 한쪽이 그만두면 뭘 먹고 사냐고 하자, 소개팅남의 엄마는 우리는 못 도와주니 그건 알아서 하라고 했다. 몸이 약해서 출산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아들은 힘들다고 하자 저쪽에서는 표정 하나 안 바꾸고 그럼 대리모라도 알아볼까? 라고 물었다.
“예단 예물은 무조건 이걸로 해라, 안그러면 우리 아들이랑 결혼 못 한다. 우리는 집 못 해주니까 시집살이 해야 한다, 근데 집에 치매 걸린 시할머니가 계시고 우리집은 돈 없어서 요양원 못 보낸다. 진짜 얼탱이 없어서 그럼 파혼하겠다고 하고 나왔는데, 며칠 후에 그놈이 부모님이랑 연 끊었다면서 다시 만나달라고 한 거예요. ”
“그정도면 애먼 사람 피해주지 말고 걍 노예 구인공고를 올리지. 그놈은 그럴떄마다 어떻게 했는데? ”
“입도 뻥끗 못 했죠. 뒤에서는 내가 잘 얘기해보겠다고 해놓고 막상 그 자리에서는 아무 말도 못 하는 걸 몇 번이나 봤어요. 니네 집안도 진저리나고 너도 더는 못 믿겠다니까 그제서야 부모님이랑 연 끊겠다고 하는데, 솔직히 말로만 그럴 거 뻔해서 그냥 파혼했는데도 며칠동안 집에 찾아와서 울고 빌고 했다니까요. 그것때문이 자취방 이사가니까 회사까지 찾아와서, 결국 경찰 불렀어요. ”
파혼한 후로도 소개팅남은 그녀를 찾아와 부모님과 연 끊었으니 다시 만나자, 너밖에 없다면서 울고불고 빌었다. 하지만 이미 신뢰가 깨져버린 그녀는 번번히 거절했고, 급기야는 회사까지 찾아온 소개팅남을 경찰에 신고했다. 그 뒤로 지인에게 듣기로는, 그녀가 파혼을 선언한 날 정말로 부모님과 다투고 절연선언을 한 다음 집을 나왔다고 한다. 그야말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지, 파이로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세 명의 남자와 관련된 사람을 만난 파이로는 명계로 갔고, Lune Crochet라고 쓰인 간판이 걸린 카페로 갔다. 남자친구가 친구를 기다리느라 아직 환생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남자친구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볼 요량이었던 그녀에게 남자친구는 저무는 달에서 만나자고 했고, 세베루스에게 저무는 달이 어디인지 물어봤을 때 Lune Crochet이라고 쓰인 간판을 찾아가라는 얘기를 들었다.
“어서오세요, 저무는 달입니다. ”
카페에 들어서니 딸랑, 종소리가 들리면서 진한 커피 냄새가 확 풍겨왔다. 테이블에는 몇 명의 손님들이 있었고, 파이로의 바로 앞에 보이는 메뉴판에는 커피 외에도 다쿠아즈나 마카롱같은 디저트 그림이 걸려있었다.
“손님께서는 이곳의 음식을 드셔도 지장이 없겠군요. 여기,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
주문하지도 않았는데 두 잔의 음료를 가져온 사장은 파이로에게 아이스 믹스커피 한 잔을 건넸다.
“그러고보니 여기서 만나기로 한 사람이 있는데… ”
“아직 오시지 않았습니다만, 우림씨의 남자친구 건으로 오신건가요? ”
“그걸 어떻게 아세요? ”
“남자친구분이 여자친구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
여자친구의 천성이 착하기도 했고, 순수한 면도 있었던지라 종종 종교 권유나 이상한 사람들에게 붙잡히는 모습을 몇 번 봐왔던 그는 죽어서도 여자친구가 그런 사람들때문에 힘들어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사회로 발돋움을 한 지금은 이상한 사람이 접근하거나, 사기꾼이 접근할 수도 있어서 걱정이 더 심해진 것 같았다.
-딸랑
잠시 후, 저무는 달의 문을 열고 한 남자가 들어섰다. 군대에서 휴가를 나왔을 때 사고를 당했다더니, 그는 군복 바지에 흰 면티를 입고 머리를 짧게 깎은 채였다.
“일병! 유! 성! 한! ”
“마침 오셨군요, 손님께 드리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입니다. ”
“감사합니다. ”
“니가 우림이 남자친구냐? ”
“그렇습니다. ”
“지금까지 우림이의 썸을 망친 게 니 짓이지? ”
“…… ”
남자친구는 썸을 망쳤다는 말 떄문인건지 아무 말이 없었지만, 사장님에게 들었다면서 여자친구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냐고 묻자 그렇다고 대답했다.
“우림이랑 처음 만났을때도 하교하다가 전도하는 사람한테 붙잡혀서 되게 곤란해하고 있었어요. 그걸 제가 도와준 게 처음 만난거였고요. ”
“그 뒤로도 그런 일이 종종 있었겠네? ”
“그죠… 전도하는 사람도 있었고, 이상한 사람도 있었고… 뭔 꿀통이라도 들고 다니는건지, 우림이가 착해서 그런건지, 다들 우림이한테 몰려들어서 곤란하게 하더라고요. ”
“음… 그럼 지금까지 네가 썸을 망쳐버린 사람들도 다 좋은 사람은 아니었겠네? ”
“하나같이 뭔가 부족했어요. 어떤 사람은 여성 편력이 좀 심한데다가 우림이한테 접근한 목적도 불순했고, 어떤 사람은 사귀면서 종교 권유 할 목적이었고, 또 어떤 사람은 결혼해서도 우림이를 행복하게 못 해줄 것 같았고… ”
“그럼 니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은 뭔데? ”
어느새 믹스커피를 반이나 마신 파이로는 남자친구에게 ‘좋은 사람’의 정의에 대해 물었다.
“우림이한테 잘 해주고, 저 대신 우림이를 평생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요. ”
“그 사람들이 니가 생각하기엔 못 미더워서 그럴 수는 있지. 나도 니 행동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냐. 살면서 그런 일을 종종 겪기도 했으니… 근데 네 행동때문에 네 여자친구는 사람을 보는 눈을 기르지 못 하고 있어. ”
“…… ”
“사회생활이라는 건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고, 부딪혀가면서 어떤 사람을 사귀어야 하고 거절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워야 하는거야. 너는 우림이가 이상한 사람때문에 다치고 상처입을 걸 걱정하고 있지만, 상처입고 다치는 과정에서도 배울 점이 있는데 네가 그걸 막고 있잖아. ”
“그건… ”
“계속 남의 앞길에 훼방만 놓지 말고, 어떻게 극복하나 지켜보다가 가끔 힘들어하면 꿈에 나와서 위로나 좀 해 줘. 네 여자친구도 그렇고, 여자친구 절친도 다 네가 미련을 못 버리고 집착하는 걸로 오해하고 있어. ”
커피를 전부 비우고 괴담수사대로 돌아온 파이로는 의뢰인에게 연락해 친구에게 이상한 사람이 접근한 적이 있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의뢰인은 그런 일이 꽤 있었고, 친구 성격상 그런걸 거절할 줄 몰라서 계속 붙잡혀있을 때도 많다고 했다.
“일단 니 친구랑 갑자기 연락이 끊어졌던 세 사람 중 두 사람은 완전히 쓰레기였어. 니 친구가 백만배는 더 아까울 정도인… 그리고 다른 한 명은… 회사가 사람을 망쳤지. 그런 사람이라는 걸 알고 남자친구가 아예 관계 맺을 여지도 못 주게 방해한거야. 지금까지 관계에 진전 없었던 사람들도 전부 비슷한 이유였고. ”
“걔는 참… 살아서도 그렇게 여자친구 걱정 하더니 죽어서도 그러네요. ”
“친구 데리고 인사라도 한번 가. ”
“네. 그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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