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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th_작가2026. 6. 9. 14:55

“여행을 다녀온 뒤로 기현상이 생겼다는 말씀이시죠? ”

시계가 오후 두 시를 가리킬 무렵, 괴담수사대에 의뢰인이 찾아왔다. 의뢰인은 현재 대학교 2학년이었고, 1학년 2학기를 마치고 겨울즈음 친구들과 여행을 갔다 온 후로 기현상을 겪고 있다고 했다. 

“가만히 있을때도 가끔 숨이 차고, 물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
“가위에 눌린 적은 없으시고요? ”
“네. 하지만 바닥이나 침대에 눕거나 하면 가위에 눌린것처럼 온 몸이 짓눌리는 느낌을 받아요. ”
“매일 그런 현상을 겪으시나요? ”
“네. ”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거나 수업을 듣는 등의 일상적인 활동을 하다가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누군가 목을 조르는 느낌이 아니라 깊은 바다에 갇혀있는, 폐에 물이 차서 숨을 못 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자려고, 혹은 잠시 네튜브를 보려고 누울 때마다 마치 심해 속에 빠진것처럼 온 몸을 짓누르는 감각도 느껴졌고, 그것때문에 자다가 중간에 꺤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가끔 다리의 감각이 일시적으로 사라질때도 있어요. 걷다가 그렇게 돼서 넘어지거나 발목을 접질린 적도 있었고, 어디 앉아있다가 일어날 때 그렇게 돼서 주저앉은 적도 있었어요. ”

평소처럼 수업을 듣기 위해 이동하던 의뢰인은 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지고 감각이 없어진 탓에 도로 한복판에서 넘어졌다. 다행히도 사람이 많은 곳에서 넘어졌고, 도로가 한산해서 교통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그 일때문에 핸드폰 액정필름이 깨져서 새로 교체해야 했다. 걷다가 도로 경계석 부근에서 다리의 힘이 풀려서 발목을 접질리면서 넘어진 적도 있었고, 계단에서 내려오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서 굴러떨어진 적도 있었다. 

“병원에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
“정형외과도 가보고 정신과도 가봤는데, 둘 다 이상 없다고 했어요. ”

잘 본다는 동네 병원은 물론이고 대학 병원에도 가봤지만 하나같이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했다.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공황발작인 것 같아 정신과에 갔을때도 공황장애 소견은 없다는 말을 들었다. 

“여행에 갔다가 가서는 안 될 곳에 가셨나요? 아니면 죽을뻔하셨다거나… ”
“그 여행지에서 사고로 친구가 죽었어요. ”
“친구분은 어쩌다가 죽었나요? ”
“물에 빠져서요. 여행 첫날에 그런 일이 생겨서 다들 여행은 즐기지도 못 하고 부랴부랴 서울로 올라왔죠. ”
“어쩌면 그 사고가 기현상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 때 같이 갔던 친구들 연락처를 알 수 있을까요? ”

의뢰인이 미기야에게 그 날 여행을 같이 갔던 친구들의 연락처를 알려주고 돌아가자, 현은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을 확인하고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저 의뢰인에게 물귀신이 붙어있었어요. ”
“물귀신? ”
“의뢰인은 물귀신의 존재도, 언제부터 붙었는지도 모르는 눈치던데… 어쩌면 그 기현상의 원인이 물귀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

현은 미기야가 의뢰인과 이야기를 나눌 동안 영안을 썼고, 의뢰인의 등 뒤에 찰싹 붙어있는 창백한 여자를 봤다. 허망해보이는 두 눈으로 의뢰인을 내려다보고 있는, 축축한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였다. 바닷가에 간 이후로 그런 일이 생겼다면, 그리고 그 날 친구가 사고로 죽은 일까지 있었다면 죽은 친구가 물귀신이 돼서 붙어있는걸지도 모른다. 거기에서 뭔가 이상함을 느낀 파이로는 함께 여행을 갔던 네 사람의 친구들도 만나서 사고에 대해, 그리고 기현상을 겪은 적이 있는지 물어보기로 했다. 

“그 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
“사고때문에? 뭣때문에 사고가 난 건데? ”
“그때 바닷가에 도착하자마자 죽은 친구를 진이랑 저랑 팔다리 한쪽씩 잡고 물에 던졌거든요. 친구들끼리 바닷가 가면 물에 빠뜨리는 장난 하고 그러잖아요. ”
“…… ”
“보통은 물에 빠지면 허우적거리던가 할텐데, 움직임이 없이 축 늘어진 게 이상해서 119를 불렀어요. 그리고 저랑 걔가 던졌을 때 바위에 목뼈를 부딪히는 바람에 죽었다는 얘기를 들었고요. ”
“그 장난은 누가 먼저 하자고 한 건데? ”
“진이가요. ”

첫 번째로 만난 친구는 그 때 그런 장난을 친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었다. 주변에서 어른들이 그런 장난 치면 위험하다고 할 때도 별 일 있겠어? 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친구를 물에 던졌던 그 곳은 바위도 많고 파도도 험한 곳이라 제 발로 물에 들어가도 죽을 수 있는 곳이었다. 나중에서야 그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그럴 줄 알았다면 의뢰인을 말릴 걸 그랬다면서 후회했다고 한다. 

“혹시 그 날 이후로 기현상같은 거 겪은 거 있어? 갑자기 숨이 막힌다거나, 다리에 힘이 풀린다거나 하는. ”
“가끔 왜 그때 진이를 못 말렸나 후회할 때는 있지만, 그런 현상은 겪은 적 없어요. ”

첫 번째 친구는 이따끔 의뢰인을 말리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하고 괴로워할 때는 있지만, 의뢰인이 겪었던 것과 같은 기현상을 겪은 적은 없었다. 오히려 의뢰인이 기현상때문에 괴담수사대에 찾아왔다고 하자 왜 걔만 그런 일을 겪는건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하… 제가 좀 더 강력하게 말렸으면, 그럴 일도 없었을거예요… ”

두 번째 친구 역시 첫 번째 친구와 같은 말을 했다. 1학년 2학기를 마치고 여행을 갔던 곳은 두 번째 친구가 나고 자란 곳이었고, 당연하게도 죽은 친구가 빠진 곳이 어떤 곳인지 알고 있었기때문에 그녀는 의뢰인과 첫 번째 친구를 말렸다. 그럼에도 의뢰인이 괜찮을거라면서 친구를 던졌다가 결국 경추골절로 인해 사망하게 된 것이다. 

“얼마 전에 49재였어요. 그래서 생전에 좋아했던 거 들고 한번 가긴 했죠. ”

두 번째 친구는 얼마 전에 친구의 49재를 맞아 친구가 죽은 바닷가에 생전에 좋아했던 음식들을 들고 한번 더 갔었다. 미안해, 그때 내가 좀 더 강력하게 말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바닷가에서 죽은 친구의 명복을 빌면서도 두 번째 친구는 여전히 그 때 의뢰인을 말리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혹시 여행갔다 온 후로 이상한 일 없었어? ”
“이상한 일이요? ”
“숨이 턱 막힌다거나,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린다거나 하는 거. ”
“그런 건 없었어요. ”

두 번째 친구 역시 첫 번째 친구처럼 이따금 죄책감에 괴로워하긴 했지만 특별히 기현상을 겪고 있지는 않았다. 의뢰인이 기현상을 겪고 있다는 말에는 첫 번째 친구와 달리 ‘마을 어르신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다’고 했다. 친구의 49재를 위해 명복을 빌러 갔을 때, 마을 어르신이 그녀에게 친구 빠뜨린 애는 별 일 없는지 물었고, 가끔 답답하다고 했다고 하자 그 친구는 얼마 못 살지도 모른다고 했다. 

“진이랑은 그 일 이후로 손절했어요. 안전이 걸린 일이기도 하고, 미혜한테서 그 바닷가가 어떤곳인지도 듣고 나서 저는 하지 말라고 했는데 걔가 기어이 했거든요. 거기다가 죽은 친구는 수영도 못 해서 맥주병이었고… 아마 경추골절이 아니었더라도 익사했을거예요. 그거랑 별개로 원래 그런 애였어서 손절 각 재고 있기도 했고요. ”
“의뢰인이 원래 그런 기질이 좀 있었어? ”
“걔 장난치는 거 보면 다들 기겁할걸요? 장난으로 약속장소나 시간같은거 다르게 알려줄 때도 있고, 강의같은거 휴강했다고 할 때도 있고… 그거 말고도 선 넘는 장난을 많이 쳤어요. 걔 성격으로는 귀왕사 갔다가 못 돌아올걸요, 아마? ”

세 번째 친구는 의뢰인이 원래 장난을 좋아하는 성격이었고, 그 기질을 죽어도 고칠 생각이 없는 것 같아서 손절하려고 생각중이었다. 그리고 그 사고는 손절의 트리거가 되어 준 셈이었다. 평소에도 의뢰인이 종종 선 넘는 장난을 쳤고, 거기에 상대가 화를 내면 장난인데 그것도 못 받아주냐면서 상대를 이상한 사람 만들어서 싸움으로 번지기 직전까지 간 적도 있었다. 그 사고가 있던 날도 세 번째 친구는 그런 장난은 치면 안 된다고 했지만 괜찮을거라면서 의뢰인이 기어이 장난을 쳐서 그 사달을 낸 거였다. 

“혹시 여행을 갔다온 뒤로 가슴이 답답하다거나, 다리에 감각이 사라진 적 있었어? ”
“그런 적은 없었어요. 가끔 그때 왜 말리지 못했나 하는 후회는 하지만… ”

파이로가 의뢰인이 기현상때문에 괴담수사대에 왔었다는 얘기를 하자, 세 번째 친구는 다 자업자득이라면서도 자기는 언젠가 의뢰인과 손절할 예정이었고, 지금은 손절하고 나서 홀가분해졌다고 했다. 

“소원이는 좀 괜찮아? ”
“오늘도 악몽을 꿨다고 했습니다. ”

파이로가 네 번째 친구에게 연락했을 때 전화를 받은 사람은 네 번째 친구의 오빠였다. 그는 네 번째 친구가 그 사고 이후로 너무 힘들어해서 정신과에 다니고 있다면서, 가끔 친구가 죽던 그 날이 꿈에서 그대로 나온다고 했다. 그것때문에 잠에서 깨서 소리를 지를 때도 있고, 미안하다고 울 때도 있어서 가족들은 물론 다른 친구들 역시 걱정이 말이 아니라고 했다. 그 일때문에 네 번째 친구는 다른 친구와 학교도 같이 못 다니고 혼자 휴학을 해야 했다. 

“사고에 대해서는 어디까지 알고 있어? ”
“친구끼리 장난쳤다가 목뼈가 골절돼서 죽었다고만 들었어요. ”
“딱 경위만 들었군… ”
“장례식때도 소원이가 제일 많이 오열했고, 친구가 죽었을때도 제일 많이 미안해했어요. 오죽하면 친구 어머님이 소원이를 안아주면서 그만 울어도 된다고 할 정도였죠… 얼마 전에 49재때도 같이 가려고 했었는데, 친구가 위험해서 안 된다고 못 가게 했대요. ”
“…… ”
“그 친구분이 어떻게 됐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 동생만큼은 용서해줬으면 좋겠습니다. ”

파이로는 네 번째 친구가 기현상을 겪고 있는지 물었고, 오빠는 정신과에 다니는 것 외에 신체적인 이상은 없다고 했다. 이야기를 마친 파이로는 지갑에서 명함을 하나 꺼낸 다음 메피스토 상담소의 명함을 건네면서, 유능한 심리 상담가니까 동생이 괜찮아지면 한번 데리고 가 보라고 했다. 

“여기가 그 장소구나… ”
“여기는 무슨 볼일인가? ”
“괴담수사대에서 왔어요. 의뢰인의 친구분이 여기서 사고로 죽은 후로 기현상을 겪고 있다고 해서요. ”
“아, 그때 그 사고인갑네… 그때 내가 분명히 거기 위험하니까 장난치지 말라고 했는데 기어이 장난을 쳤더라고. 거기 경고 표지판 보이죠? ”

마을 주민이 가리킨 곳에는 대문짝만한 경고 표지판이 놓여있었다. 표지판에는 파도도 심하고 밑에 바위도 많으니 절대 들어가거나 다이빙을 해서는 안 된다고 쓰여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일 없을거라면서 뛰어드는 사람들때문에 성수기에는 한달에 2~3번정도는 사고가 터진다면서 마을 주민은 한숨을 쉬었다. 

“그날도 저쪽집 할매랑 내가 제일 먼저 달려왔는데, 이미 늦어버렸어. ”
“…… ”
“여기는 바위때문에 다이빙 하다가도 죽는 사람이 나오는 곳인데, 그런 곳에 장난친답시고 사람을 던졌으니… 쯧쯧… ”

마을 주민이 돌아간 후로도 현은 그 주변을 더 둘러봤다. 파도가 진정되려면 아예 지구의 대기 순환이 멈추거나 조석운동이 없어져야 할 정도로 사나운 물살이 넘실대는 와중에, 울퉁불퉁하고 까만 바위들이 곳곳에 박혀있는 게 보였다. 바위가 멀찍이 있거나 얼핏 봤을때는 잘 안 보였기 때문에 괜찮을거라고 생각하고 다이빙을 했다가 죽는거겠지. 

“……! ”

높은 바위 위에 걸터앉아서 주변을 둘러보는 현을 내려다보던 낯선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현이 마을 어른과 얘기를 나누는 것을 지켜보다가, 마을 어른이 어딘가로 가 버린 것을 확인하고 바위 위에서 폴짝 뛰어내려 현에게 다가왔다. 그녀가 바위 위에서 아래로 뛰어내리자, 축축하게 젖은 머리카락이 한 덩어리가 되어서 흩날렸다. 어딘가 아픈것처럼 창백한 얼굴에 소금기를 머금은 물 냄새, 그리고 세상 허망하면서도 심해를 담은 눈이 어째서인지 낯이 익었다. 

“당신… 의뢰인에게 붙어있었던…? 맞죠? ”
“…… ”
“당신이 죽은 건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당신이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그런 건 아닐거예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닐거고… 그리고 지금쯤 다들 미안해하고 있을거예요. 그러니까 이만 용서해주세요. ”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진이는 용서 못 해. ”

창백한 여자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다른 사람들이 말리는데도 장난을 강행해서 자신을 죽여놓고, 그 뒤로도 그냥 장난이었는데 운 나쁘게 죽은걸로 일축하면서 사과 한 번 하지 않은 의뢰인만큼은 용서 못 한다고 했다. 

“생전에 의뢰인이랑 사이가 안 좋았어요? ”
“그런건 아냐. 그냥 걔가 상습적으로 선 넘는 장난을 많이 칠 뿐인거지… 항상 그랬어. 장난인데 뭐가 문제냐, 장난인데 왜 화내냐. ”
“…… ”
“그리고 그 날 내가 죽었을때도 그저 장난이었는데 운이 없었던걸로 치부했지. ”
“음… 같이 사무실에 가서 좀 더 얘기를 나눠봤으면 하는데, 괜찮을까요? 불가능하면 사무실 식구들을 불러도 되고요. ”
“내 발로 갈 수 있어. ”

물귀신의 이야기를 들은 현은 사무실로 물귀신을 데려왔다. 그리고 같이 여행을 갔던 다른 친구들을 만났던 파이로의 얘기와 물귀신의 얘기를 종합해보니, 의뢰인이 왜 그런 기현상을 겪는지에 대한 결론이 나왔다. 다른 친구들은 물귀신이 죽은 이후로 어떤 방식으로든 죽음을 애도하고, 후회하고, 사과했지만 의뢰인은 그저 장난이었는데 운이 나빠서 죽은 것쯤으로 치부해버렸기 때문이었다. 

“헉- 너, 너는 그때 죽었잖아…! ”

미기야의 연락을 받고 사무실에 도착한 의뢰인은, 물귀신을 보자마자 헉, 하면서 놀랐다. 분명 사고로 죽은 친구가 자기 눈앞에 떡하니 있으니 말이다. 그것도 자신을 노려보면서. 

“의뢰인, 그때 왜 그런 장난을 치신건가요? ”
“바닷가 가면 다들 치는 장난이잖아요. ”
“거기가 사고다발지역이라는 표지판도 붙어있었고, 주변에서도 여러 명이나 말렸는데도 강행하신 이유가 뭘까요? ”
“그… 그건… ”
“너, 내가 죽은 것도 그냥 장난친건데 재수가 없어서 내가 죽은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 ”
“…… ”

현의 질문에 변명거리를 찾으려고 머리를 열심히 굴리던 의뢰인은 물귀신의 질문을 듣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친구가 죽은 후로도 그렇게 여겼지만, 그렇다고 했다간 무슨 일을 당할 지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그 날 이후로 연락 안 되는 친구 있지? ”
“네. ”
“왜 그럴 것 같냐? ”
“…… ”
“이런적이 한두번이 아니라면서? 그냥 장난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면서 선 넘은 거. 그 친구랑 연락이 끊긴 건 너의 그 안일하면서도 뻑하면 선 넘는 성격 때문이야. 원래 그런 놈이었으니, 지 친구가 장난때문에 죽었을때도 그냥 장난인데 운이 나빠서 그렇게 된 거라고 생각했겠지. 안 그래? ”
“그, 그건… ”
“딱히 이 녀석 편을 들고 싶은 건 아니지만, 네 의뢰는 기각이다. ”
“네? 왜요? ”
“우리가 널 도와준다고 니가 그 심보를 고칠 것 같진 않거든. 혹시 모르지, 나중에 니 새끼한테도 장난질해서 죽이거나 다치게 만들 지.”

의뢰를 기각한다는 말에 의뢰인은 제발 어떻게 좀 해달라면서 귀왕사 한달살이라도 하겠다고 울면서 빌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이라면 몰라도 너만큼은 절대 용서 못 해. 네가 지금 이렇게 울면서 비는 건 나한테 미안해서가 아니라 괴담수사대에서 의뢰를 기각해서잖아. ”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그때 다른 애들 말 들었어야 했는데… 진짜 미안해, 앞으로는 장난 안 칠게- ”
“넌 다들 화내면서 세게 나가니까 그제서야 빌곤 했어. 그리고 얼마 못 가서 또 선 넘는 장난을 치고, 그냥 장난이었을 뿐이라면서 화내는 사람을 이상한 사람 취급 했지… 내가 그런 너를 왜 용서해야 해? ”
“이번에는 진짜야, 제발- ”
“넌 이제, 물이 닿기만 해도 죽을거야. ”
“뭐… 뭐라고? 그럼 나보고 씻지도 말고 탈수 걸려서 죽으라는거야? ”
“내 알 바는 아닌 것 같은데? ”

물만 닿아도 죽을거라는 저주를 퍼붓는 물귀신에게 의뢰인은 씻지도 말고 탈수 걸려서 죽으라는거냐고 항변했지만, 물귀신은 그런 의뢰인을 내 알 바 아니라는 말 한마디로 일축해버렸다. 

“전에 연락드렸던 소원이 오빠예요. ”
“파이로씨한테 얘기는 들었어요. 여동생분은 좀 괜찮아지셨나요? ”
“그 날 이후로는 수면제를 먹어도 잠을 잘 못 잤었는데, 어제는 푹 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웬일이냐고 물어봤더니, 꿈 속에서 죽은 친구가 나와서 이제 그만 울어도 된다고 했대요. ”

의뢰인이 돌아간 후, 파이로는 물귀신에게 네 번째 친구 얘기를 하면서 한번 만나고 가라고 했다. 탐문수사를 하러 갔을때도 죄책감과 미안함때문에 상태가 온전치 않아서 오빠가 대신 나왔고, 49재때도 친구가 위험하다면서 못 가게 했던 그 친구. 친구의 얘기를 들은 물귀신은 ‘그 친구는 길가에 죽어있는 비둘기만 봐도 불쌍해서 눈물을 흘릴 정도였다’면서 한번 가보겠다고 했고, 그 날 네 번째 친구의 꿈에 나와서 이제는 괜찮으니 그만 울어도 된다고 했다. 

“네, 형사님. 네? 사고요? 네, 네… 알겠습니다. 금방 가겠습니다. 네, 네… ”

동시에 정훈의 전화를 받은 미기야는 한참동안 뭐라뭐라 통화를 하더니, 전화를 끊고 나서 올 것이 왔다는 혼잣말을 하면서 부랴부랴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
“한 형사님 전화예요. ”
“뭔 일 터졌어? ”
“방에서 죽었는데도 폐 속에 바닷물이 가득 차 있었고, 주변에는 깨진 물컵이 있었다는걸로 봐서는 아무래도 의뢰인이 저주때문에 사망한 것 같아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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