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이 꽃다발 좀 어떻게 해주세요… 이 꽃다발때문에 도저히 살 수가 없어요… ”
꽃다발때문에 살 수가 없다면서 아침 댓바람부토 괴담수사대의 사무실 문을 열고 의뢰인이 들어오자, 어디선가 고약한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고기나 계란같은 걸 먹고 독한 방귀를 뀌었다 수준도 아니고, 코앞에서 정화조를 청소한다고 해도 지금 사무실 안에 퍼지는 냄새보다는 덜 독할것이다. 아무리 방향제를 뿌리고 뿌려도 가시지 않는, 무언가 썩은 냄새때문에 미기야는 물론이고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 전원이 코를 막아야 했다.
“으악… 여기 방독면 없냐? ”
“아쉽게도 그런건 없습니다. 빨래집게라도 쓰실래요? ”
“그거라도 있어야 할 것 같다… 어휴, 냄새떄문에 숨을 쉴 수가 없네… ”
빨래집게로 코를 막은 파이로가 의뢰인이 들고 온 꽃다발을 자세히 보니, 붉은 장미꽃만 한가득 들어있었다. 꽃다발은 기념일로 받았거나 누군가에게 주려고 샀던 모양인지 꽃을 감싼 포장지도 고급스러웠고, 꽃다발을 묶은 리본 역시 금색 리본이었다. 사랑을 맹세하는 붉은 장미였지만, 어째서인지 의뢰인이 들고 온 꽃다발에서는 붉은 색이 피처럼 섬뜩하게 느껴졌다.
“이건 웬 꽃다발인가요? ”
“여자친구에게 100일 기념일로 주려고 샀던겁니다. 결국 주지는 못 했지만… ”
“주지 못 했다는 건, 여자친구와 연인상태가 아니게 되었다는 말씀이신가요? ”
“네. 그 날 성격차이로 헤어졌거든요. ”
의뢰인은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로 기현상을 겪고 있었다. 꽃다발이 저주라도 받은 것인지 버리는 족족 집으로 돌아왔고, 누군가에게 주려고 해도 아무도 꽃다발을 받지 않았다. 거기다가 꽃다발은 여자친구와 헤어진 지 여러 달이 지났음에도 꽃이 생생했다. 의뢰인이 여자친구와 성격차이로 헤어졌다고 하자, 묘하게 꽃들이 더 생생해진 느낌이 드는 건 기분탓일까?
“지금 이 냄새도 꽃다발이랑 관련 있는거야? ”
“네… 저는 몰랐는데, 여자친구랑 헤어진 후로 다른 사람들이 다 이상한 냄새가 난다면서 뭐라고 했어요. ”
괴담수사대 사무실로 들어설때 났던 냄새는, 의뢰인이 여자친구와 헤어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의뢰인 본인은 몸에서 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어째서인지 의뢰인을 보면 코를 싸쥐거나 숨을 참고 있었고, 더러는 마스크를 쓰기도 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면 사람들이 슬슬 피하거나 냄새가 난다고 욕을 하기도 했다.
“이 냄새때문에 집에 파리랑 바퀴벌레도 꼬이고 있어요. 방충망을 치고 약까지 놓는데도 계속해서 나와요. ”
의뢰인의 몸에서 나는 냄새는 파리와 바퀴벌레들을 끌어들였고, 방충망을 치고 약을 뿌려도 해충들은 끊임없이 나왔다. 해충들은 집뿐 아니라 회사에서도 종종 나왔고, 그 탓인지 사람들은 의뢰인과 가까이 하지 않으려고 했다.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해도 거절하고, 몇몇 사람들은 의뢰인이 자리에 왔다가고 나면 대놓고 방향제를 뿌리기도 하고, 몇몇 사람들은 씻고 다니는 거 맞냐는 얘기도 했다.
“병원에는 가보셨나요? ”
“별 이상 없다고만 했습니다. ”
“이상 없다라… 그럼 몸에서 냄새가 난다는 건 언제 알게 되신건가요? ”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같이 탔던 아이가 저를 가리키면서 썩은 냄새가 난다고 했어요. 그 날 집에 와서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봤는데, 그 때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했습니다. ”
의뢰인의 체취가 진해지고, 해충이 꼬여들고, 주변 사람들이 냄새떄문에 고통받을때마다 아이러니하게도 꽃다발의 향기는 더 진해졌다. 그리고 꽃다발의 향기가 진해지면 진해질수록 의뢰인의 몸에서 나는 체취는 더더욱 진해졌다. 최근에는 집에서 파리와 바퀴벌레 외에도 이상한 벌레가 나타나기 시작해서 골칫거리였고, 체취때문에 출근도 못 할 정도였다.
“거울을 저 녀석에게 비춰봐. ”
의뢰인과 미기야가 얘기를 나눌 무렵, 사무실 안쪽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라우드가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 보자, 삿된 것이 봉인된 거울이 움직이면서 자기를 의뢰인에게 비춰보라고 했다. 그리고 라우드가 거울을 비추자, 거울 안에서 바깥을 들여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너희들 눈에는 사람으로 보이겠지만, 사실 이 녀석은 걸어다니는 시체나 다를 게 없어.”
삿된 것의 말을 듣고 현이 영안을 쓰자, 의뢰인의 반신이 죽은 사람이 부패할때처럼 썩어가고 있었다. 파리나 바퀴벌레가 꼬였던 이유도, 체취가 났던 이유도 아마 이것때문일 것이고 이상한 벌레 역시 시체 썩은내를 맡고 온 것이 분명했다.
“옥춘당 하나만 주면 도와주지. ”
“옥춘당이 뭐예요? ”
“제사상에 올라가는 동그란 거 있어. 아마 마트 가면 팔 거야. ”
“그럼 제가 사 올게요. ”
현이 옥춘당을 사러 마트에 갈 동안, 라우드는 의뢰인에게 꽃다발을 여기에 두고 돌아가라고 했다.
“꽃다발에 뭔가 있구만. ”
“꽃다발에? ”
“그런데 왜 저희 몸에서는 이상한 냄새가 안 나는거죠? ”
“서로 못 맡는 거 아닐까요? ”
“그런거였으면 의뢰인이 돌아갔어도 냄새가 남아있었겠지. 지금 아무 냄새도 안 나는 걸 보면 우리한테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거야. 꽃다발에서 나는 향기도 평범한 장미향이고… ”
“다녀왔어요. 이게 옥춘당이예요? ”
“제대로 사 왔군. 어디서 팔던? ”
“마트 건어물 코너에서요. ”
마트에 갔던 현은 색동저고리를 둥글게 말아놓은 것처럼 알록달록하고 둥근 과자가 잔뜩 든 플라스틱 통 하나를 들고 돌아왔다. 과자가 든 통을 내려놓자 거울 안에서 까만 손이 나와 플라스틱 통을 열고, 안에 있는 과자 하나를 집어먹었다.
“역시, 이 맛에 옥춘당을 먹는다니까. 그나저나 꽃다발에 있는 무언가가 상당히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것 같은데, 이렇게 되면 우리쪽에서 직접 주변 사람들을 수소문해서 그 놈이 왜 저주를 받았는지 알아내는수밖에 없어. ”
“고키부리 사무실이라도 가야 하나? ”
“제가 가서 의뢰 넣고 올게요. ”
고키부리 사무실을 통해 의뢰인의 주변 사람들을 수소문한 파이로는 의뢰인의 전 여자친구를 포함한 지인들에게 연락했고, 전 여자친구가 괴담수사대라는 말에는 통화를 했으나, 전 남자친구와 관련된 일이라고 하자 그 이름은 더 이상 듣기 싫다면서 단칼에 인터뷰를 거절했기 때문에 몇몇 지인들과만 약속을 잡아야 했다.
“걔가 전 여친이랑 헤어진 날 같이 술을 엄청 마셨던 기억은 있어요. ”
“헤어진 이유는 말 안 하던? ”
“네. 저도 실례되는 것 같아서 굳이 물어보진 않았고… 그냥 100일 기념으로 꽃다발 준비했는데 못 주고 헤어졌다는 얘기만 들었어요. ”
“그 꽃다발이 이거야? ”
의뢰인의 오랜 친구는 파이로가 보여준 꽃다발 사진을 단번에 알아봤다. 의뢰인은 여자친구와의 100일 기념일을 꽤 기대하고 있었고, 꽃다발도 제일 비싼 곳에서 장미꽃 100송이를 주문해서 특별히 제작했다. 여자친구에게 주기 전에도 친구한테 꽃다발 사진을 보여준 적 있었고, 카드에 뭐라고 쓰면 좋을지도 물어봤었다.
“친구 몸에서 이상한 냄새같은거 나지 않았어? ”
“엄청 났죠. 뭐가 썩는 냄새같은데 엄청 고약했어요. ”
“언제부터 그랬는지 기억 나? ”
“아마 여친이랑 헤어지도 나서 계속 그랬을거예요. 그 전에는 만나서 같이 밥도 먹고 그랬는데, 걔가 여친이랑 헤어진 이후로는 냄새떄문에 같이 밥도 못 먹었거든요. ”
의뢰인의 몸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떄문에, 친구는 본의아니게 밥약속을 포기해야 했다. 어쩌다 식당이라도 갈라치면 의뢰인의 몸에서 나는 냄새때문에 식당에서 못 들어오게 하거나, 들어가더라도 손님과 직원들이 한마음으로 두 사람을 노려봐서 마음 편히 식사를 할 수 없었다. 의뢰인의 집에서 시켜먹고 싶어도 체취에 해충까지 꼬여서 배달을 시켜먹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혁씨요? 여자친구랑 헤어진 건 어느 순간부터 여자친구 얘기가 쏙 들어간 걸 보고 헤어졌구나, 직감만 했죠. ”
“구체적으로 왜 헤어졌는지같은 건 모르고? ”
“저는 직장에서 사적인 얘기는 지양하는 성격이라, 그런건 안 물어봤어요. 가끔 지혁씨가 여자친구랑 데이트하러 가면 좋을만한 곳을 몇 번 물어본 적은 있지만… ”
“그 사람 몸에서 냄새같은거 나지 않아? ”
“맞아요, 뭐 썩는 냄새가 나요. 언제부터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지혁씨 자리 반경 3미터 이내에 접근만 해도 썩은내가 나더라고요. 사무실에 파리도 보이고… 약을 뿌리고 전기모기채로 잡아봐도 끊임없이 나오더라고요. 어디 알이라도 깐 것처럼… ”
직장 동료는 원래도 업무 외적인 건 잘 물어보지 않는 주의라 의뢰인이 여자친구와 헤어진 것도 의뢰인이 어느 순간 여자친구 얘기를 잘 안 하게 되었을 때 감으로 알게 됐다. 헤어진 이유나 진짜 헤어졌는지는 따로 물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진짜로 헤어졌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고, 알 바도 아니었다. 의뢰인의 몸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기 시작한 시점도 정확히는 모르고 있었다.
“걔가 거절했다고요? 그럴 만 하죠. 걔한테 민혁이는 진짜 떠올리기도 싫은… 흑역사거든요, 그놈이랑 연애했다는 그 자체로. ”
“안좋게 헤어졌어? ”
“단순이 안 좋게 헤어지고 말고의 차원이 아니었어요. 민혁이가 그런 사람인 줄 알았으면 애초에 소개해주지도 않았을거고… ”
전 여자친구와 의뢰인을 둘 다 아는 지인은 전 여자친구가 인터뷰를 거절했다는 말에 그럴 만 하다고 했다. 단순히 안 좋게 헤어진 수준을 떠나서, 애초에 그런 사람인 줄 알았으면 소개해주지도 않았을거라면서 전 여자친구에게 있어서 의뢰인은 기억조차 삭제하고 싶을 정도의 흑역사라고 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건데? ”
“걔가 영지를 소개해달라고 했던 이유가, 영지가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단지 자기 첫사랑이랑 닮아서였거든요. 영지 사진 보자마자 미친듯이 소개해달라고 조르던게 그런 이유일 줄 알았으면 옛저녁에 손절했을거예요. ”
“…… ”
“진짜 마지못해 소개해주고 며칠 있다가 둘이 사귀게 된 것도, 지혁이가 엄청 적극적으로 대시해서 그런거였어요. 영지는 걔랑 사귈 생각도 없었고, 마지못해 사귀게 됐을 때도 깊은 관계까지는 갈 생각이 없었거든요. ”
“그리고 100일동안 사귀다가 헤어졌고? ”
“네. 근데 그때라도 헤어진 게 다행이었던거죠, 실상을 알고 보니… ”
지인은 여자친구와 소꿉친구였고, 의뢰인과는 대학에서 만난 사이였다. 의뢰인은 지인의 휴대폰에서 우연히 여자친구를 발견한 뒤로 소개해달라고 졸랐고, 마지못해 지인이 여자친구를 소개해 준 날도 수상하게 적극적이었다.
“걔가 영지를 소개해달라고 했던 이유가 자기 첫사랑이랑 닮아서라고 했잖아요? ”
“그랬지. ”
“100일째 되는 날, 걔가 꽃다발을 주면서 영지랑 뜨밤을 보내려고 했는데, 그 이유가 뭔지 아세요? ”
“연인끼리 뭐… 서로 불타서 그럴 수야 있다만… ”
“영지를 임신시킨 다음 결혼해서 평생 노리개로 써먹으려고 그런거예요. ”
“뭐? ”
“100일째 되는 날 안되면, 임신 될때까지 계속해서 영지랑 잘 생각이었대요. 영지가 싫다고 하면 힘으로 누르고 억지로라도 해서… 그 전에도 몇 번 그것때문에 영지가 고민 상담을 한 적도 있었어요. ”
“그럼 너랑 여자친구는 그걸 어떻게 알게 된 건데? ”
“저는 걔 친구가 보내줘서 알게 됐고, 제가 영지한테 보내줘서 걔가 알게 됐고, 그래서 100일째 되는 날 헤어진거예요. ”
의뢰인이 여자친구를 만났던 이유가 단지 첫사랑이랑 닮아서였고, 첫사랑과 이별을 하게 된 만큼 이번에는 여자친구를 보낼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의뢰인은 여자친구와 아이를 가진 다음 그걸 빌미로 결혼을 하고, 평생 여자친구를 노리개로 쓸 생각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의뢰인의 친구가 지인에게 이를 보냈고, 지인은 여자친구에게 이를 보내서 100일째 되는 날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됐다. 그 날 지인이나 여자친구나 이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면 의뢰인은 여자친구가 임신할때까지, 여자친구의 생각은 안중에도 없이 억지로 잠자리를 가졌을 것이다.
심지어 의뢰인은 그 전부터 어떻게든 여자친구와 잠자리를 가지려고 노력했다. 여자쪽에서는 남자쪽에서 적극적으로 대시해서 만나주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마음은 없었던 모양인지, 연애는 하고 있었지만 잠자리까지는 거부했고 그런 여자친구를 어떻게든 임신시키기 위해 최음제나 미약, 마약같은 불법적인 방법에까지 손을 대려고 했었다. 여자친구가 이것때문에 지인에게 고민 상담을 한 적도 있었고, 이것때문에 질려서 헤어지자고 한 적도 있었지만 그럴떄마다 의뢰인은 어렵게 얻은 첫사랑의 대체품을 놓치기 싫어서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빌었다. 물론 그것도 작심이틀이었지만.
“영지가 꽃다발로 후려패면서 헤어지자고 하는데도 자기는 영지가 첫사랑이랑 닮아서 진심이었다, 너랑 닮은 아이 낳아서 키우고 싶다, 아이만 낳아주고 가라면서 개소리 오지게 싸제꼈다는 얘기 듣고 민혁이 바로 차단했어요. ”
“잘 차단했어. 차단 안 했으면 분명 다시 만나게 해 달라고 연락 올 거 뻔해. 여자친구가 인터뷰를 거절한 것도, 그 놈이 저주받은것도 알 만 하지… 다 자업자득이야. ”
“개인적으로는 괴담수사대에서 해결 안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사람을 노리개로 쓰려고 했던 놈이니까요… 제가 영지 친구인 걸 떠나서, 이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
“어차피 나도 해결해 줄 생각 없어. 임신과 출산이 얼마나 숭고한 행위인데 그걸 도구화한다고? 그놈은 꽃다발과 함께 100L짜리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내다 버려야지. ”
며칠 후, 연락을 받고 괴담수사대 사무실로 의뢰인이 도착하자마자 맞이한 것은 파이로의 구수한 욕 한 사발과 함께 날아오는 바가지였다.
“이 썩을놈의 새끼가, 여자한테 임신이 어떤 의미인지는 알고 그딴 짓거리를 씨부렸냐? 임신과 출산이 얼마나 숭고한건데 니새끼가 감히 그걸 도구화해? 금수도 그런 짓은 안 하겠다, 새꺄. ”
“그게 무슨 말이예요? ”
“너, 전 여자친구가 첫사랑이라는 이유로 만나게 해달라고 아주 졸랐다며? 헤어진 이유도 성격차이떄문이 아니라 억지로 잠자리 가지려고 하고, 임신시켜서 결혼한다음 노리개로 써먹으려고 한 걸 전 여자친구가 알아서라며? ”
“……! ”
파이로가 속사포처럼 지인에게 들은 전말을 내뱉자, 의뢰인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옆에서 현과 야나기는 그런 의뢰인을 벌레 보듯 보면서 ‘사람은 일반쓰레기인가요?’라는 살벌한 말을 하고 있었고, 거울 너머로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삿된 것은 임신과 출산이라는 숭고한 것을 수단으로만 여겼으니 저주받은거라면서 일침을 놓았다.
“다시는 안 그럴게요, 전 여자친구한테 연락도 안 하고 집착도 안 할테니 제발 이 꽃다발만 어떻게 좀 해주세요! ”
“되겠냐? 되겠어? 지금 우리가 저거 해결해주면 다음에 또 첫사랑 닮은 여자 만나서는 아예 마약까지 먹여가면서 하게? ”
“저, 절대 안 그럴테니까- ”
“안지혁씨. ”
“……? ”
“저희쪽에 의뢰할 때, 본인의 과실에 대해서는 아무리 큰 죄여도 거짓 없이 고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혁씨는 저희 사무실에 오셔서 여자친구와 헤어진 이유를 그저 성격차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런 추악한 이면이 있다는 걸 저희쪽에서 뒷조사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겁니다. ”
“그, 그건… ”
“괴담수사대에서는 의뢰와 관련된 중대한 일을 의도적으로 숨기거나 거짓말을 할 경우, 해당 의뢰를 들어드리지 않습니다. 그것과는 별개로, 파이로씨 말마따나 지혁씨의 의뢰를 들어줬다간 앞으로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
의뢰를 단칼에 거절하는 미기야에게 의뢰인이 제발 한 번만 도와달라고 빌 무렵, 꽃다발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동시에 나타난 주령은 꽃다발로 의뢰인을 비 오는 날 먼지나도록 패기 시작했고, 꽃다발이 의뢰인을 팰 때마다 꽃잎이 한뭉텅이씩 떨어지고 있었다. 주령은 꽃다발의 꽃잎이 다 떨어질때까지 의뢰인을 때리고 나서야 속 시원한 지 꽃다발을 던지고 괴담수사대를 나가버렸고, 의뢰인은 야나기가 파리때문에 뿌린 살충제 세례를 맞고 쫓겨났다.
“여기 계셨군요. ”
“……? 누구세요? ”
괴담수사대 사무실에서 쫓겨난 의뢰인에게 어딘가 불길한 미소를 띤, 검은 코트를 입은 남자가 접근했다. 생전 처음 보는 남자가 친근하게 다가오자 경계하는 의뢰인에게 그는 오래 전에 헤어졌던 첫사랑을 찾고 있지 않느냐면서 어디에 있는지 알아냈다고 했다.
“정말요? 정말 첫사랑을 찾은거예요? ”
“네. 그쪽이 애타게 그리워한다고 얘기했더니, 오랜만에 한 번 만나고 싶다고 했습니다. 괜찮으시면 같이 가시죠. ”
어딘지 모를 불길한 미소를 띠면서, 검은 코트를 입은 남자는 의뢰인을 데리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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