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태훈의 연락을 받은 괴담수사대는 밥도 못 먹고 사건 현장으로 출발해야 했다. 그나마 공복에 일할 수는 없으니 당이라도 보충하자 해서, 오는 길에 지하철 역에 있는 편의점에 들러 빵과 우유를 먹은 게 아침식사의 전부였던 네 사람이 도착한 곳은 K구의 어느 주택가였다. 주택가가 있는 곳에 들어서면서부터 미약하게 피 냄새가 난다 싶었는데, 사건 현장에 근접할수록 피비린내가 가까워졌다.
“으악… 이게 뭐야? ”
사건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수사대원의 눈에 보인 것은 집 대문에 둘러진 출입금지 테이프와 무슨 일이 난 건가 싶어 구경온 몇몇 사람들, 그리고 사건 현장에 있는 경찰들이었다. 사건 현장에서 다른 형사와 이야기를 나누던 태훈을 미기야가 부르자, 태훈은 자기 후배를 소개하면서 이 곳에서 일가족 살인 사건이 있었다고 했다.
“일가족 살인 사건이라… ”
“현장을 보니 뭔가… 간밤에 귀신이라도 왔다 간 모양이네요. ”
사건 현장에는 세 사람의 시신이 놓여있었고, 시신과 함께 증거가 발견된 흔적이 있었다. 일가족 살인사건이라면 엄마와 아이들이겠거니, 하면서 현장을 둘러보던 사람들은 범인으로 추정되는 남자와 그 남자를 잡고 있는 몇몇 형사들을 발견했다. 범인으로 추정되는 남자는 뭔가 포기한 듯 하면서도 억울하다는 눈이었지만, 자기가 저지른 일에 대해서는 납득한 듯 발버둥치거나 빠져나가려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저 사람이 범인인가요? ”
“네. 그리고… 한 집안의 가장이죠. 정확히는 이 집안의… ”
“이 집안의…? 설마, 아버지가 다른 가족들을 다 죽인겁니까? ”
“네. 근데 후배놈이 조사한 걸 종합해보니,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단 말이죠… 조지, 니가 한번 얘기해봐라. ”
“앗, 네. ”
태훈의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후배가 잠깐 흠칫하더니, 코 끝으로 흘러내린 안경을 고쳐쓰고 입을 열었다.
“일가족 살인사건이 있었다고 하면 보통은 치정 싸움이 있거나, 아버지가 가정 폭력이 있거나… 아무튼 뭔가 원인이 있을 법 한데,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까 그런게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의부증이나 의처증 징후도 없었고, 부부간에 치정 문제도 없었어요. ”
“시댁이나 처가랑도 갈등같은 건 전혀 없었나요? ”
“네. 장서갈등도 고부갈등도 없고, 부부 금슬도 좋아서 이웃들도 다들 일가족 살인사건이 일어났다고 했을 때 못 믿겠다고 했어요. 가족들끼리 사이도 좋아서 피해자한테 비결을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휘말린 것도 아니고, 남편도 회사에서 순항중이었어요. 뭐에 씌인 게 아닌 이상 이런 집안에서 남편이 아내와 아이들을 갑자기 죽인다는 게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더니, 태훈 형님이 여러분들을 불러주셨던 겁니다. ”
“확실히 뭔가 이상하긴 하네… 갈등이라곤 파고들 여지도 없는 집에서 일가족 살인사건이라니. ”
후배는 주변 사람들을 탐문수사했지만, 딱히 이렇다 할 원인은 없었다. 부부끼리 갈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이 안 풀려서 화를 참다가 우발적으로 그런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장서갈등이나 고부갈등이 터진 것도 아니었고, 이웃들 말로는 집안이 화목해서 몇몇이 비결을 물어본 적도 있었다고 했다.
“라우드씨, 영상 확인해주세요. ”
“네. ”
“비닐봉지 하나 갖고와야 하는 거 아냐? 쟤 토하겠는데? ”
“혹시 몰라서 봉투 가져왔어요. ”
라우드가 영상을 확인하자, 아내와 아이들을 칼로 찔러죽이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영상 속 아버지는 현장에서 봤던 다른 가해자들과는 달리 아내를 찌르면서도 필사적으로 아이들에게 도망치라고 외치고 있었다. 패닉에 빠진 아이들에게 연신 도망치라고 외치는 아버지를 보니, 울면서 아내를 칼로 찌르면서도 어떻게든 저항하려고 했다.
“확실히 뭔가 이상하네요. 남편분이 아내를 찌른 건 맞는데, 다른 가해자들이랑은 뭔가 달랐어요. 뭔가가 억지로 남편을 조종해서 아내와 아이들을 찌르게 만든 것 같아요. ”
“그게 뭔지는 안 보였나요? ”
“네.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해요. 범인이 자기 가족을 찌른 건 자기 의지가 아니었어요. 칼을 가지러 갈 때도, 아내를 찌를때도, 아이들까지 찌르면서도 가해자는 계속해서 도망치라고 외치고 있었고, 어떻게든 그걸 멈추려고 하고, 저항하려고 했어요. ”
“조지 말대로, 뭔가 이상하구만. ”
“취조하기 전에 잠깐 범인을 만나서 얘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뭔가 석연찮은 부분이 있어서요. ”
“길게는 힘들지만, 2~30분정도는 드릴 수 있습니다. ”
파이로와 라우드는 사무실로 돌아가고, 미기야와 현은 경찰서로 가 가해자와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미기야가 자신을 괴담수사대에서 왔다고 하자 그는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면서 그건 절대 자기 의지가 아니었다고 했다. 라우드가 영상 속에서 봤던 대로, 남자를 누군가가 강한 힘으로 조종해서 자기 가족들을 찌르게 했던 것이다.
“그 일이 있기 전에 별다른 징후같은 건 없었나요? ”
“딱히 없었습니다. ”
“음… ”
“꿈자리가 사나웠던 것도 아니고, 그냥 일요일 아침이었어요. 곧 큰애 생일이기도 하고, 보너스를 받은 기념으로 같이 저녁으로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기로 한… ”
미기야가 가해자와 이야기를 나눌 동안, 현은 영안을 썼다. 그리고 영안을 쓴 현의 눈에 보인 것은 가해자의 머리 위에 앉아있는 거대한 새였다. 얼핏 봐서는 봉황같이 생긴 붉은 새였지만, 그 새가 주는 느낌은 봉황의 신성함보다는 괴조와도 같은 느낌이었다. 머리에 앉아 황금색으로 빛나는 눈으로 이 쪽을 보던 새는 가해자에게 붙어있었다는 걸 들킨건지, 아니면 볼 장을 다 본건지 그대로 날아가버렸다.
‘응? ’
새가 날아간 후에 떨어트린 모양인지, 가해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자리에 일어선 미기야의 눈에 붉은 깃털이 보였다. 크기는 길거리에서 보이는 비둘기 깃털의 1.5배 정도는 됐고, 선명하고 불길한 핏빛을 띠고 있었다. 깃털에는 공작새의 꼬리깃에서 본 둥근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이 깃털, 아무리 봐도 뭔가 이상해요. ”
“웬 깃털이야? ”
“용의자랑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오는 길에 경찰서 바닥에서 주웠어요. ”
“음… 뭔가 피비린내 날 것 같은 깃털이네. 일반적인 비둘기 깃털보다는 좀 더 부들부들한 느낌이고… 아르고스의 눈이라도 갖다 박은건지 눈알 무늬가 있어. …이런 새가 세상에 있나? ”
“빨간 새라면 있을지도 모르지만, 저런 깃털을 가진 새가 있을지는 모르겠네... 현이 봤다던 모습으로 검색해보려고 해도 그런 새는 없는 것 같고. ”
라우드는 붉은 깃털과 현이 본 모습을 종합해 찾아봤지만,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새와도 일치하지 않았다. 거기다가 영안을 쓰기 전까지는 보이지 않던 새가 영안을 쓰니까 모습을 드러냈다. 파이로는 어쩌면 그 새가 가해자를 조종했던 저주인 것 아니냐면서 가해자가 보너스를 받게 된 계기가 어떤 소원때문이라면 그 대가로 가족의 목숨을 받아간걸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게 저주인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비슷한 존재에게 피해를 입었다면 아마 다른 사람이 자기 몸을 조종해서 무슨 짓이든 했을거야. 비슷한 사건이 있는지 찾아볼게. ”
“저도 형사님께 한번 여쭤볼게요. ”
새의 관계에 대해서는 오리무중이었던 괴담수사대는 조사 방향을 바꿔서 비슷한 사건이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라우드는 인터넷을 통해 비슷한 사건을 수소문했고, 미기야는 태훈에게 연락해 비슷한 사건이 있었는지 물었다. 태훈이 관할하는 구역에 그런 사건은 K구 주택가 사건이 처음이었지만, 라우드는 인터넷에서 비슷한 피해자를 몇명 찾을 수 있었고, 그 중에서도 몇 명과 약속을 잡고 만나기로 했다.
“피해자의 친구분이시죠? ”
“네. 걔는 입원한 병원이 되게 삼엄한 곳이라 가족들 말고는 면회가 안 돼요. 애초에 면회가 된다고 해도 만나서 뭘 할 수 있는 상태도 아니겠지만… ”
“실례되는 질문이지만, 입원은 뭣때문에 하신건가요? ”
“그 일을 겪고 멘탈이 완전히 나가버려서 부모님이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고 들었어요. ”
첫 번째 사례자 본인은 병원에 입원해서 나오는 것은 고사하고 면회조차 불가능했고, 라우드가 만난 사람은 사례자의 절친이었다. 사례자가 입원한 병원은 정신병원이었고, 일련의 사건을 겪은 후 부모님이 입원시켰다고 했다.
“걔가 고양이를 네 마리 기르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한 마리가 건강이 좋지 않았어요. 몇 살이더라… 10살 넘어갔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무튼 늙어서 건강이 안 좋았거든요. 그래서 그 친구한테는 그 냥이가 특별히 아픈 손가락이었어요. 항상 입버릇처럼 하던 얘기가 그 고양이가 건강하게 죽었으면 좋겠다는거였고요. ”
사례자는 고양이를 네 마리 키우고 있었고, 그 중 한 마리가 노묘였다. 사람도 그렇지만 모든 생명체들은 노화를 맞게 되고, 노화를 맞게 되면서 하나둘씩 온 몸이 삐걱대기 시작했다. 사례자의 고양이도 나이가 들면서 노묘가 됐고, 온 몸이 삐걱대기 시작하면서 식사도 제떄 못 하고, 용변도 제때 보지 못 하게 되자 동물병원을 찾는 일이 잦아졌다. 사례자의 친구는 그 고양이가 사례자에게 있어서 특별히 아픈 손가락이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 고양이가 건강해졌다고 하더라고요? 기적이라도 일어난건지 하루아침에 건강해져서 사료도 잘 먹고, 물도 잘 마시더라고… 그러고 나서 일주일 뒤에 자기 몸이 이상하다고 연락을 했었어요. ”
“몸이 이상하다고요? ”
“네. 자기 몸이 멋대로 움직여서 고양이들을 죽이려고 한다고, 좀 도와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결국… ”
“입원하게 된 계기가 그 사건이었던거죠? ”
“그쵸… 진짜 말도 안 되게 처참하게 죽였다니까요, 고양이들을… 그것도 자기가 아끼던 고양이들을 자기 손으로… 그것때문에 정신이 나가서 입원한거예요. ”
그 일이 있고 일주일도 안 돼서, 사례자는 자기 손으로 자기들이 키우던 고양이를 처참하게 죽여버렸다. 몸이 멋대로 움직여서 고양이들을 죽일 동안, 사례자는 자기 몸을 멋대로 움직이는 힘에 저항하면서 친구에게 연락해 몸이 멋대로 움직인다면서 도움을 청했다. 연락을 받은 친구가 택시를 잡아타고 부랴부랴 사례자의 집에 달려갔을 때 고양이는 이미 처참하게 죽어있었고, 친구는 고양이였던 고깃덩어리들 사이에서 넋이 나가있었고, 현장에 낭자했던 피가 어딘가로 흘러가듯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 친구분 주변에서 유혈사태가 일어난 적은 없죠? ”
“그런건 없어요. 안그래도 사는 게 사는 게 아닌데 그런 일까지 터졌다간 진짜 생지옥이 될 걸요? ”
또 다른 사례자는 주변에서 유혈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지만, 일을 하느라 눈코뜰 새 없이 바빠 인터뷰고 뭐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상형인 남자 만나서 좋다고 노래를 부르더니, 남편때문에 죽겠다 죽겠다 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
사례자는 이상형인 남자가 아니면 연애 자체를 시작하지 않았다. 남들 다 커플일떄도 혼자 솔로로 지내던 사례자는 드디어 이상형인 남자를 만났고, 드디어 연애를 시작했다. 그 남자는 외모도 이상형에 부합했지만, 성격도 다정다감하고 사례자밖에 모르는 100점짜리 남편이었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걔네 남편이 다 좋은데 프라모델 수집을 한다고 돈을 엄청 쓴다는거예요. 한정판 프라모델도 사고, 진열장이나 도색 장비같은 것도 산다고 몇천은 깨졌을거라건데… ”
“혹시 빚이 그것때문에 생긴건가요? ”
“네. 걔네 남친은 그 취미를 감당할만큼의 능력이 안 됐거든요. ”
사례자의 남자친구는 취미를 제외한 모든 면에서 완벽했다. 물론 프라모델을 수집하고 조립하는 취미 그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남자친구가 그 취미를 감당할만큼의 능력이 안 돼서 빚을 졌다는 게 문제였다. 일본까지 가서 한정판 프라모델을 아무렇지도 않게 살 정도로 취미에 극성이었던 남편이었지만, 본인의 벌이로는 그걸 감당할 수 없었고 결국 사례자도 함께 빚을 떠안게 됐다.
“그 정도인데도 어떻게 결혼까지 한 거예요? ”
“속도위반 해서요. ”
남자친구가 그런 사람인 걸 알게 된 사례자는 남자친구와 헤어지려고 했지만, 200일 기념으로 여행을 갔을 때 덜컥 애가 생겨버리는 바람에 결혼까지 하게 됐다. 졸지에 코가 꿰인것도 문제였지만, 남자친구는 결혼 후에도 그놈의 취미에 돈을 쓴답시고 빚을 졌고 아이까지 돌봐야 했기 때문에 친구만 죽어나가게 됐던 것이다. 시댁도 친정도 도와주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고, 친구들도 다들 돈 좀 빌려달라는 연락에 질려서 전화를 안 받는다고 했다.
한편, 파이로는 사건 현장이 있는 K구로 다시 갔다. 소원때문에 저주를 받은거라면 분명 그 어딘가에 주물이 있을거라고 생각해 주물을 찾을 요량으로 갔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오래된 주택 중간중간 이질적인 오피스텔이 보이는 와중에, 그녀의 눈에 어떤 건물 한 채가 들어왔다. 오래된 주택들보다도 훨씬 더 후줄근해보이고, 유리문은 손만 대도 깨질 것 같은 와중에 누군가 건물 안에 들어갔던 흔적까지 보였다.
후줄근하다못해 잘못하면 부서질 것 같은 외형으로 나 범상치 않소, 하는 건물에 대해 물어보러 근처 부동산으로 가자, 부동산 주인은 그 건물은 자기가 부동산을 열기 전부터 주인이 없었다면서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부동산을 찾아가면 내역을 알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 건물? 거기… 최소 5~60년정도는 주인이 없었어요. ”
“소유권이 아예 없는 건물인가요? ”
“그렇죠. 건물주가 소유권을 포기해버렸으니… 건물주 가족들도 건물의 소유권을 포기해서, 지금은 그냥 주인 없는 건물이예요. ”
건물이 막 지어졌을 무렵에는 엄연히 주인이 있는 건물이었지만, 어느 순간 건물주가 헐값에라도 팔아버리고 싶은 심정이라면서 소유권을 포기해버렸다. 건물이 있는 곳이 입지가 좋지 않았던 것도 아니고, 땅이고 건물이고 다 건물주 소유라 땅 소유권으로 분쟁 할 일도 없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도망치듯 건물의 소유권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건물주의 가족들도 그 건물에 대해서는 소유권을 행사할 생각이 없다고 했고, 그 뒤로 아무도 건물을 사려는 사람이 없어서 결국 이날 이떄까지 방치된 것이다.
“K구에 있는 그 건물때문에 불렀다고 했죠? 후… ”
“그 건물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겁니까? ”
파이로는 부동산 주인의 도움으로 건물주 아들과 연락이 닿았지만, 건물주 아들도 건물에 대해 얘기하기를 꺼리는 눈치였다. 그랬던 건물주 아들이 파이로와 만나서 건물에 대해 얘기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파이로가 괴담수사대 소속이었기 때문이었다. 일가족 살인사건의 용의자도 K구의 주택가 사람이었고, 라우드가 만난 사례자들도 K구 주택가에 살았었고, 그 건물이 있는 위치가 K구 주택가로 가려면 반드시 거쳐가야 했던 곳이었다. 거기다가 건물주가 도망치듯 소유권을 포기했다는 얘기를 듣고, 뭔가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실제로도 그 건물에 들어섰던 가게들은 하나같이 다들 잘 됐어요. 아까 말씀하셨던것처럼 건물 위치나 상권은 좋았고, 그때는 지하철역은 없었지만 곧 들어온다는 얘기가 있었으니까요. 그 일만 아니었어도 지금쯤 형제들끼리 누가 건물을 가지느냐로 싸우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
“그 일…? ”
건물주가 그 건물을 가지고 있었을때는 근처에 지하철역이 들어온다는 얘기만 있었지만, 그럼에도 위치나 상권이 좋아서 건물에 들어가게 해 달라고 가게 사장들이 줄을 섰었다. 몇몇은 빈 자리가 나오면 제일 먼저 연락을 달라고 할 정도였고, 건물을 4~5층만이라도 확장해달라는 사람도 있었을 정도였다.
“그 건물 3층에는 중국집이, 2층에는 당구장이 있어서 사람들이 위층 중국집 짜장면값을 두고 내기 당구를 종종 했어요. 그러다가 칼부림이 나게 돼서 경찰이 한 번 왔었죠. ”
“칼부림은 어쩌다가 난 거예요? ”
“둘이 당구 점수때문에 말다툼을 하다가 그렇게 됐다는데, 건너건너 들어보니 가해자가 경찰에 체포됐다가 정신병원에 수감됐다고 하더라고요. ”
당구장에서 내기 당구를 하다보면 종종 싸움이 일어나곤 했지만, 보통은 당사자들끼리 잘 해결하고 허허 웃으면서 끝내거나 그 일을 계기로 손절하게 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칼부림까지 일어나는 경우는 잘 없었는데, 그 날은 내기 당구를 하다가 점수때문에 다툼이 일어났고, 당구장 주인의 중재로 화해까지 했다가 갑자기 한쪽이 다른 한쪽을 칼로 찔렀다. 현장에 경찰이 출동해서 가해자를 체포해갔고, 그 뒤로 어째서인지 가해자는 교도소가 아니라 정신병원으로 가게 됐다.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계속 자기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내 손이 멋대로 움직여서 칼을 집어들고 상대를 찔렀다고 주장하는 가해자를 미친 놈이라고 생각한 경찰이 교도소 대신 정신병원으로 보낸 것이었다.
“그 뒤로도 그런 일이 종종 있었어요. 누군가가 억지로 자기 손을 움직여서 다른 사람을 다치게 했다는… 중국집에서는 갑자기 일하던 직원이 달궈진 기름에 손을 넣어서 실려가는 일도 있었어요. ”
건물에 입주한 가게에서 하나둘씩 이상한 일이 생겨나자 그 건물은 ‘피를 부르는 건물’이라는 얘기가 돌았고, 입주했던 가게들이 하나둘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입주하게 해달라고 줄을 섰던 가게들은 어느새 돌아섰고, 그 뒤로 입주하는 가게들은 가뭄에 콩 나듯 있었지만 길어야 두 달이었다.
“최근에는 인근 고등학생들이 어른들 몰래 술을 마시러 들어갔다가 유혈사태가 일어났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그것도 그 건물때문일지 몰라요. ”
다시 건물로 돌아온 파이로는 다른 수사대원들에게 연락한 뒤 조심스럽게 유리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날도 더운데, 시원한 모주 한 잔 먹고싶다. ”
파이로가 혼잣말로 소원을 빌자 폐건물 바닥에 시원한 모주 한 대접이 나타났다. 아까까지 냉장고에 있었는지 머릿속까지 꽁꽁 얼어버릴 정도로 시원한 모주를 한 모금 마시자, 계피향이 목을 통해 넘어가는 게 느껴졌다.
‘어디서 피비린내가 나는거지? ’
파이로가 모주를 받아들자 어디선가 피비린내가 나기 시작했고, 모주를 비울때마다 피비린내가 점점 진해졌다. 모주를 싹 비우고 흰 사발이 바닥을 보이자, 어디선가 핏빛 깃털을 가진 거대한 새가 나타나 금색 눈으로 파이로를 쏘아보기 시작하자, 파이로는 모주를 다 마신 사발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끼야아아악-!
“지금이야! ”
괴조가 파이로의 머리에 앉으려는 틈을 타서, 파이로는 괴조의 몸에 혼불을 붙였다. 혼불이 순식간에 번져가면서 괴조의 몸을 태우기 시작했고, 괴조는 뜨거운지 바닥에 떨어져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밖에서 괴조의 몸에 불이 붙는 걸 보고 안으로 들어온 괴담수사대는 괴조를 지나쳐 건물 안쪽을 샅샅이 찾기 시작했고, 10분쯤 후에 미기야가 푸른 불꽃이 타오르는 항아리를 찾았다.
“깃털을 여기에 넣고, 한지로… 됐다. ”
미기야가 항아리에 전에 주웠던 깃털을 넣고 복숭아나무로 만든 염주를 두른 다음 부적을 붙인 한지로 입구를 막자, 괴조의 몸에 붙었던 혼불이 사그라들었다. 아까까지 몸을 태우던 열기가 사라진 탓인지, 항아리가 막힌 탓인지 얌전해진 괴조는 몸을 한 번 털고는, 항아리를 들고 이동하는 괴담수사대를 따라 사무실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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