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그 아이를 찾아다오. ”
저승 삼신이 이른 아침부터 괴담수사대를 찾아온 이유는, 환생할때까지 삼신당에서 지내기로 했던 아이 하나가 돌연히 사라졌으니 찾아달라면서 의뢰를 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삶에 미련이 남아서 이승으로 간 건 아닌가 했지만, 저승 삼신은 그 아이는 명계로 넘어왔을때부터 이미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 아이는 부모님과 여행을 가다가 교통사고로 죽었어. ”
“교통사고요? ”
“그래. 그래서 어린 나이에 명계에 왔지… 하지만 그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달랐어. 재판정에서도 부모님은 괜찮은지를 물었고, 부모님이 괜찮다는 말을 듣고 무사해서 다행이라는 말을 남겼지. 그리고 부모님이 엄청 슬퍼할거라면서, 삼신상에서 지내다가 부모님이 괜찮아지만 엄마 아빠한테 다시 가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곤 했어. ”
“보통내기는 아니네요. 그 아이 이름이 뭔가요? 사망 시각은요? ”
“아이 이름은 윤가람이고, 사망 시각은 10달 전 오전 11시경이야. ”
“윤가람, 10달 전 오전 11시… ”
“부디 그 아이를 찾아다오. 꼭 찾아야 한다. ”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힘써보겠습니다. ”
저승 삼신이 부디 아이를 찾아달라면서 간곡히 부탁을 하고 돌아가자, 파이로는 세베루스에게 연락했다. 하지만 세베루스가 하필 그 때 휴가를 가서 부모님에 대한 정보는 얻을 수 없었고, 다른 담당자로부터 아이가 사망한 시각에 사고가 났던 지점이 어디였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 정보를 토대로 라우드가 신문 기사를 검색한 결과, 그 장소가 C시와 이어진 어느 국도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황상 가족끼리 바닷가로 여행을 갔다가 올라오는 길에 참변을 당한 것 같았다.
“부모님 두 분은 살았는데, 아이는 엄마가 안고 탄 탓에 죽었다… ”
사고 현장에서 부모는 무사했지만, 아이는 엄마가 안고 탔던 탓에 중상을 입고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아마도 아이의 응석을 받아주느라 안고 탔던 것이겠지만, 그게 화근이 되어서 오히려 아이의 목숨을 앗아갔던 것이다.
파이로가 아이가 봉안된 납골당에 갔을 때 봤던 것은 그 나이대의 여자아이들이 갖고 놀 법한 장난감들이었다. 실제로 갖고 놀던 것들이었는지 꽤 손때가 묻은 것도 있었고, 포장 하나 뜯지 않은 장난감들도 있었다. 그것 외에 별다른 특징이랄 건 없었지만, 아이의 납골당에 봉안된 인형은 돼지 인형이라는 것 외에 별다른 특징은 없었다. 아마도 아이가 생전에 돼지를 좋아했던 모양이지.
‘최근에 산 모양이네. ’
저승에서 입으라고 꼬까옷을 함께 봉안해 둔 모양인지, 포장 하나 뜯지 않은 옷이 든 쇼핑백이 놓여있었다. 그 안에 든 영수증에서 가게 주소를 알아낸 파이로는 뭐라도 알아낼 요량으로 옷가게로 갔다.
“한 반년쯤 전에 여기서 아이 옷을 산 사람에 대해 물어볼 게 좀 있는데… ”
“아이 옷을 산 사람이요? ”
“네. 여자아이용 꼬까옷을 샀었는데, 납골당에 놓여있었어요. ”
아무리 동네 옷가게라고는 해도, 그 동네에서는 꽤나 오랫동안 장사했던 집인지라 하루에 그 가게를 거쳐가는 손님이 한두명이 아니었다. 거기다가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찾아와서 다짜고짜 납골당에 봉안할 옷을 산 손님에 대해 물어보자 가게 주인은 경계했지만, 파이로가 괴담수사대에서 왔다고 하자 뭔가 떠오른 듯 아, 그 사람이구나, 했다.
“아이 이름이 윤가람이죠? ”
“네. ”
“가람이네 부모님이 금이야 옥이야 예뻐하면서 여기 들러서 항상 아동복을 사 가곤 했어요. 가람이가 사고로 죽은 뒤로도 아이에게 줄 꼬까옷은 항상 여기서 사 가고… ”
가람이의 부모님은 가람이와 항상 그 옷가게에서 옷을 샀고, 가게에 들를때마다 꼬박꼬박 인사하는 가람이가 귀여워서 종종 사장님이 과자나 사탕같은 걸 챙겨주기도 했다. 고사리 손으로 과자나 사탕을 받아들고 고맙뜹니다, 하면서 인사하는 것만 봐도 귀여웠다. 생전에 가람이는 그대로만 자란다면 아이돌도 가능할 정도로 예쁜 아이였고, 동네에서도 곱상하고 예의바른 아이로 유명했다.
“가람이가 좋아할만한 장난감도 종종 같이 사 가곤 했죠. 애아빠는 그런 가람이 엄마를 보면서 한숨만 푹, 쉬고 있고… ”
“…… ”
“가람이 아빠 심정도 이해는 돼요. 가람이 그렇게 보내고 나서 엄마는 납골당에 갈 때만 집 밖으로 나왔으니까… 그래도 예전에는 종종 가람이 보러 가고 그랬는데, 한 두달인가… 세달쯤 전부터는 한번도 본 적 없었어요. ”
“두세달쯤 전부터요? ”
“네. 가람이 아빠 말로는 하루종일 집에 틀어박혀서 파김치마냥 축, 쳐져있다가 미친 사람처럼 울다가 웃다가 한대요. ”
아이를 잃은 충격이 컸던 모양인지, 가람의 엄마는 그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 했다. 그래도 아이를 보러 종종 밖으로도 나왔던 이전과 달리 요즘은 밖에도 잘 안 나가는 모양이었고, 종종 출퇴근을 하느라 왔다갔다 하는 가람의 아빠만 보이곤 했다. 옷가게 주인은 가람의 아빠도 아이를 잃은 충격때문이었는지 오며가며 볼 때마다 죽상이었다고 했다.
“둘 다 그러고 있는 걸 보면 하늘에서 가람이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을텐데, 걱정이네요. ”
동네 마트 사장 역시 가람이를 알고 있었다. 가람이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마트에서 떼를 부리지도 않고, 엄마가 장보는데 옆에서 쫄래쫄래 따라다니곤 했다. 그 모습이 기특해서 청과 코너를 담당하던 직원이 가끔 하나 먹어보라면서 과일을 한 조각 깎아서 주기도 했고, 아직 미혼인 생선가게 직원은 가람이를 볼 때마다 자기도 결혼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아이가 죽은 후로도 가끔 가람이가 좋아할만한 간식을 사 가곤 했어요. 아이가 꿈틀이 젤리를 좋아한다면서 종종 납골당에 갈 때마다 사 가곤 했죠. ”
“한 두세달 전쯤부터 못 보지 않으셨나요? 옷가게 사장님은 두세달쯤 전부터 한번도 못 봤다고 하시던데… ”
“맞아요. 한 두세달쯤 전부터는 가람이네 할머니만 가끔 장을 보러 오고, 가람이네 엄마는 안 보이더라고요. 가람이네 아빠만 조 앞 편의점에서 밥 먹는 거 가끔 보이고… ”
마트 사장님이나 옷가게 사장님이나 두세달 전부터는 가람이의 엄마를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마트 사장님은 충격때문에 그런 모양이라고 하면서 자식이 죽으면 부모는 가슴에 묻는다는데, 그 예쁜 아이를 잃었으니 오죽하겠냐고 했다.
“가람이 아빠요? 요즘은 매일같이 저 편의점에서 저녁 사 먹고 들어갑디다. ”
편의점 앞에서 오랫동안 철물점을 해 온 사장님은 매일같이 편의점에 들러 저녁을 먹는 가람이의 아빠를 보곤 했다. 어쩌다 한두번이면 야근때문에 그런가보다 하겠는데, 가람이의 아빠는 사고로 가람이가 죽은 후 매일같이 편의점에서 저녁을 먹곤 했다. 가람이 엄마가 아이가 죽은 것 때문에 기운이 없다더니, 살림도 건사 못 하는 모양이라면서 철물점 사장님도 걱정하는 눈치였다.
“아, 윤 주임이요? 아이가 사고로 죽었다고는 들었는데… 그 뒤로 좀 이상해졌어요. ”
“어떻게 이상해졌는데요? ”
“딸내미 얼굴 봐야된다면서 칼퇴 하던 사람이 딸내미 죽은 후로는 야근도 자처하고, 옷도 뭔가 묘하게 꾀죄죄해 진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게 이상해서 물어봤더니, 아내가 아이가 죽은 이후로 살림도 안 하고 집에서 축 쳐져있대요. ”
가람이 아빠의 회사 동료들은 하나같이 점심시간마다 딸 자랑을 하면서 사진을 보여주곤 했다, 딸이 사고로 죽기 전에는 딸 얼굴 봐야된다고 매일 칼퇴를 했다고 했다. 어지간히 딸바보였던 모양인지 딸이 갖고싶다는 건 하늘에 달린 별이라도 따 줄 정도로 지극정성이었는데, 그런 딸이 사고로 가 버린 후로는 뭔가 의욕도 없어진 느낌이고, 야근도 자처해서 하는데다가, 옷차림이며 머리며 묘하게 꾀죄죄해진 느낌이었다고.
“걔, 아마 지금도 자책하고 있을거예요. 그 날 가람이가 어리광이 심해서 걔가 안고 탔다가 가람이가 죽은거니까… ”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는 날, 평소에는 얌전히 뒷좌석에 앉아있던 가람이가 그날따라 유난히 어리광이 심했던 탓에 가람이 엄마가 결국 가람이를 안고 조수석에 탔다. 그리고 사고를 당했을 때, 가람이 엄마는 무사했지만 가람이는 중상을 입고 사망했다. 가람이의 장례식에서도, 그 뒤로도, 가람이의 엄마는 그 날 가람이를 끝까지 달래지 않고 결국 안고 탔던 것을 후회하면서 자책하고 있었다. 내가 그 때 가람이를 달래줬어야 했는데, 왜 안고 타서.
“우리 아들이 아이를 갖기 어려운 체질이예요. 몇 년을 시도한 끝에 겨우 태어난 게 가람이였고요. 가람이는 아들내외한테도 귀한 딸이었지만, 딸이 귀한 우리 집안에서도 보물같은 손녀였어요. ”
가람이의 아빠는 아이를 갖기 어려운 체질이었고, 가람이의 엄마와 함께 몇년동안 난임시술을 받은 끝에 겨우 가람이를 가졌다. 가람이의 할머니는 아들이 귀한 집안이라 가람이는 부모님에게 뿐 아니라 집안에서도 보물같은 아이였고, 가람이의 할아버지는 손녀가 사 달라고 하면 물어물어 사다 줄 정도로 지극정성이었다고 했다.
“며느리가 참 싹싹하고 밝았는데, 가람이 그렇게 되고 나서는 하루종일 집 안에만 틀어박혀서 파김치마냥 축 쳐져있어요. 아들은 직장일때문에 바빠서 살림할 여유도 없고, 며늘애는 애 그렇게 되고 나서 살림은 하나도 하질 않으니 살림은 나나 사돈이 주말마다 가서 도와주고 있죠. ”
“…… ”
“저도 가람이가 사고로 가게 된 건 마음 아프지만,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죠. 엄마아빠가 이러고 있는 걸 알면 가람이가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어요? ”
괴담수사대는 가람이가 죽은 후로 부모님이 어떻게 살았는지, 그리고 최근 두세달동안은 가람이의 엄마가 동네에서도 보이지 않았다는 걸 알아냈다. 하지만 가람이의 행방과 가람이의 엄마가 최근에 보이지 않게 된 게 가람이의 실종 사건이랑 연관이 있을지 어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그래서 저승 삼신이 괴담수사대에 찾아왔을때도 파이로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 이외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아이는 어찌됐니? ”
“저희도 찾아보고는 있는데, 영 진전이 없네요… 아이의 부모님이 아이를 잃고 어떻게 사는지는 알아냈는데, 여전히 아이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예요. ”
“큰일이구나… 아이의 부모는 만나봤니? ”
“하필 세베루스씨가 휴가라서, 주변 사람 찾는것부터 일이었어요. ”
“…… ”
-달그락
“방금 뭔가 달그락거렸죠? ”
“나도 들었어. 안그래도 골치아픈 일 투성이인데 봉인이라도 풀린건가…? ”
“지금 빨리 H구 B 아파트 뒤 공터로 가. ”
“H구 B 아파트 뒤 공터? ”
“빨리 가지 않으면 아이가 소멸될거야. ”
“…뭐? ”
“소멸만은… 소멸만은 안 돼! ”
“어서 가요! ”
사무실 안쪽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들려온 말소리는 지금 당장 H구 B 아파트 뒤 공터로 가지 않으면 아이가 소멸될거라고 했다. 파이로와 미기야는 저승 삼신과 함께 아이가 무사하길 빌면서 H구 B 아파트 뒤로 최대한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찾았다.
“안 돼…! ”
세 사람이 본 것은 공터 한복판에 있는 두 남녀와 무언가를 태운 흔적, 그리고 허공으로 날아가는 매캐한 연기였다. 남자쪽은 어딘가 후련해보이는 반면, 여자는 안된다면서 연신 울고 있을 뿐인 광경 속에서, 매캐한 연기를 보자마자 저승 삼신은 안된다고 외치면서 공터 한복판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저승 삼신이 달려간 자리에는 이미 무언가가 타고 재만 남은 뒤였다.
“가람아, 가람아… 어쩌다 이렇게 된 게냐? 어쩌다가… 대체 어쩌다가… ”
“이게 대체… ”
“이 빌어먹을 인형때문에 아내가 미쳤으니까요. ”
“……네? ”
어딘가 후련해보이는 남자는 가람이의 아빠였고, 안된다고 울부짖는 여자는 가람이의 엄마였다. 이게 무슨 일이지? 저 인형은 뭐고? 어리둥절한 파이로와 미기야에게 가람이의 아빠는 가람이가 죽고 난 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얘기했다.
“이 여자는 딸이 사고로 죽은 후로 파김치처럼 축 쳐져있기만 하고, 우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는 식사도, 빨래도… 어떤것도… 가람이가 죽은 이후로는 아무것도… 일상적으로 하던 것들이 다 날아갔다고요… ”
“…… ”
“저도… 저도 가람이를 그렇게 보내서 슬프다고요… 저도 미칠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데… 아내까지 저러고 있으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하는겁니까? 예? 저는 어떻게… 저는 어떻게 해야 하는거예요? ”
야나기와 파이로가 주변 사람들을 통해 들었던 대로, 가람이의 엄마는 가람이가 죽은 후로는 거의 폐인처럼 지냈다. 폐인처럼 지내면서 하루종일 파김치처럼 축 쳐저서 울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통에, 가람이의 아빠는 식사고 빨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물론 가람이의 아빠도 어느정도는 살림을 할 줄 알았지만, 회사일에 치여서 집에 들어오면 저녁 아홉시였고, 출근때문에 들어오자마자 씻고 거의 잠들어야 해서 살림을 할 시간이 아예 없었다. 야근을 자처했던 것도 어차피 일찍 와봐야 아내는 축 쳐져있고, 집안 꼴은 엉망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면서 열변을 토하는 가람이의 아빠의 표정을 다시 보니, 후련해진 게 아니라 그 동안 참고 있었던 딸을 잃은 슬픔이 분노가 된 것 같았다.
“그 빌어먹을 인형을 어디서 구해온 후로는 이상해지기까지 했어요. 딸 방에서 한 발짝도 안 나가고, 그놈의 인형을 앉혀놓고 히히덕거리기만 해요. 어머니나 장모님이 주말에 오셔서 도와주지 않으면 집안꼴은 개판인데, 애엄마는… 애엄마는 어디서 줏어온 인형을 죽은 딸이라고 하면서 히히덕거리기만 하고 아무것도 안 했다고요… ”
“…… ”
아, 그래서 아이가 죽었다면서 울부짖은거군. 파이로와 미기야는 그제서야 아내가 왜 저러고 있는지를 이해했다.
“니가 죽였어! 니가! 딸내미 하나 못 놓아주고 미련 붙들고 남의 혼을 납치해서, 니가 죽였어… 니가! ”
저승 삼신은 타버린 인형을 보면서 울다 지친 아내를 탓했다. 그 인형이 뭔지는 몰라도, 가람의 엄마는 죽은 딸을 못 보내고 명계에 있던 아이의 혼을 강제로 인형에 묶어뒀고, 그 인형을 불태움으로써 아이의 혼이 명계로 다시 가지 못 하고 인형과 함께 불타서 소멸해버렸다.
“당신이 아이 잃은 엄마의 마음을 알아요? 아냐고요! 우리 애가… 우리 애가 죽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말해요? 당신이 뭔데! ”
“너보다 긴 생을 살면서 수많은 아이들을 보내고, 가슴에 묻은 내가 그 심정을 너보다 모를까? 너보다도 아득히 먼 생을 살면서 다시 수많은 아이들을 보내고 가슴에 묻어야 하는 내가 그 심정을 모를까?”
“으흐흑… 가람아… 가람아- ”
“너때문에 이제 가람이는 영원히 타버려서 이생, 삼생에도 못 봐… 네가, 네가 아이의 다음 생을 앗아갔어! 네가 불태웠다고, 네가! ”
“가람이를 영원히 못 본다고요…? …당신, 이게 다 당신때문이야! 가람이를… 가람이를 그렇게 태워버려서… 당신때문에 가람이가 죽은거야! ”
“아니, 가람이는 네가 죽였어. 세상에 자식 잃고 사는 사람들이 너 하나뿐인 줄 알아? 다른 사람들이 자식 잃고도 다 너처럼 사는 줄 알아? 아니, 다들 너만큼…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슬픈데도 자식을 가슴에 묻고 내일로 나아가는거야. 죽은 자식이 보고싶고, 자식만 생각하면 슬프지만 그럼에도 다들 내일로 나아가는거라고. 가람이를 죽인 건, 과거에… 미련에 매여있던 너야. ”
가람이가 소멸해서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저승 삼신의 말에 남편을 원망하던 아내에게, 파이로는 네가 죽인거라면서 아내를 지적했다. 자식이 죽은 고통은 단장의 고통에 비유한다지만, 그럼에도 부모는 죽은 자식을 가슴에 묻고 앞으로 나아간다. 인연이 닿는다면, 명계의 법도와 순리 안에 있다면 언젠가 어떤 인연으로든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영원히 자식을 잃은 슬픔에 머무르면서, 명계의 법도와 순리를 어기고 죽은 자식을 소멸시키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역시, 와 보길 잘 했군요. ”
파이로의 뒤에, 마치 한량같은 여자가 있었다. 줄무늬가 있는 모자를 쓴 여자는, 휘적휘적 한량처럼 걸어오는가 싶더니 인형이 타 버린 흔적을 보곤 혀를 쯧, 차면서 어쩐지 안 좋은 예감이 들어서 찾아왔다고 했다. 어딘가 낯이 익다 했더니, 그 여자는 달동네에서 없는 게 없는 만물상을 운영하는 주인이었다. 얼마 전에 향초 관련해서 의뢰를 갔던 기억이 있어서 파이로는 금방 만물상 주인을 알아보았지만, 미기야는 아예 초면이었다.
“이 사람한테 인형 팔았어? ”
“그렇긴 하죠. 아이의 납골당에 봉안할거라고 했으니까요… 그때도 뭔가 석연찮아서 거절하려고 했는데, 한사코 아이의 납골당에 봉안하려고 한다고 해서 팔았던겁니다. ”
“그 인형에 혼을 묶는 힘이라도 있어? ”
“네. 그래서 이 분에게는 그 인형을 팔지 않으려고 했던 겁니다. ”
휘적휘적 달려오자마자 혀를 쯧, 찬 여자는 인형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인형에 대해 들은 파이로에게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해듣고, 아이가 소멸되어서 망연자실한 여자에게 한 마디를 건네곤 어딘가로 휘적휘적 가 버렸다.
“제가 그래서 말씀드렸잖아요, 손님은 그 인형을 사면 안 된다고. 말렸을 때 들으셨어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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