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수사대의 문을 두드린 의뢰인은, 사정상 서울로 올라갈 수 없으니 직접 내려와줬으면 한다면서 교통비와 숙박비를 내 줄테니 직접 찾아와줄 수 있는지 물었다. 의뢰인의 집은 E도에 있었고, 신축 아파트라 그런지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는 대단히 애매한 위치에 있었던 탓에 수사대는 중형차 한 대를 빌려 타고 E도까지 의뢰인을 만나러 가야 했다. 유이한 면허 보유자인 미기야와 라우드가 모는 차를 타고, 중간에 휴게실을 한 번 들렀다가 E도에 도착한 괴담수사대는 의뢰인의 집에서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았다. 하지만 의뢰인이 최대한 빨리 만나러 와 줬으면 하고 있었기 때문에 짐가방은 그냥 내려놓기만 하고 바로 또 의뢰인의 집으로 가야 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나 아내나 집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어서 부득이하게 여러분을 부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
“집 밖으로 나가질 못 하셨다고요? ”
“저도 아내도, 집 밖에 한발짝도 나가지 못 하고 갇혀 지낸 지 한달정도 됐습니다. ”
“뭔가가 못 나가게 붙잡는건가요? ”
“아뇨, 그런 건 아닙니다. 다만… ”
의뢰인과 아내는 이 곳으로 이사온 지 석 달쯤 됐다. 처음에 아파트로 이사올때도 별 일 없었고, 그 집이 사고물건인 것도 아니었는데 갑자기 한달 전부터 기현상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 기현상때문에 집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뭔가가 나가지 못하게 붙잡는 건 아니었지만, 나가려고 문을 열려고만 하면 그 기현상이 발생했다.
“나가려고 현관문을 열면 아파트 복도가 아닌 다른 곳이 보여요. 그리고 누군가 속삭이는 소리도 들리고요. ”
“그 장소가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하시나요? ”
“황야같았는데, 하늘이 아무것도 떠 있지 않은 붉은 색이었어요. 그리고 땅도 온통 붉은색이었고… 그 땅 한가운데 빛나는 구덩이가 있었어요. ”
의뢰인이나 아내가 현관문을 열면, 그 너머로 온통 붉은 하늘과 붉은 황야가 보였다. 붉은 하늘에는 아무것도 떠 있지 않았고, 바람 한 점 불지 않아서 마치 화성 표면을 실제로 보는 것 같았다. 끝없이 쭉 펼쳐진 붉은 땅 가운데, 누가 파 놓은 것인지 밝게 빛나는 구덩이가 덩그러니 있었다. 기현상은 문 너머로 이상한 풍경을 마주한 것에서 그치지 않았고, 문을 여는 순간 누군가가 뒤에서 저 쪽으로 가자면서 속삭이기 시작했다. 아내는 그 속삭임에 홀려서 문 너머로 갈 뻔 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두 사람이 문을 열면 이런 현상이 생긴다라… ”
“그래서 지금 아무것도 못 하고 있습니다. 택배도 못 받고, 장도 못 보고, 다른 볼일도 못 보고, 사무실로 출근하는 것도 불가능해서 보험금 남은거랑 아내가 재택근무 하는 걸로 벌어먹고 있어요. ”
“택배도 못 받는다고요? ”
“택배도 보통 문 밖에 두고 나가니까. ”
“택배 뿐 아니라 배달시키는 것들도 전부 다른 사람이 안으로 넣어주고 가야 합니다. ”
두 사람이 문을 열면 이상한 공간이 나오기때문에, 밖으로 나가는 건 둘째치고 택배나 배달을 받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장보기는 배달 대행을 시킨 다음 문 안으로 넣어달라고 하면 되지만, 택배는 그럴 수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기현상이 생긴 후로는 손님을 맞이하는 것도 불가능해서 집에 누구를 부르지도 못 했다고 한다. 외부인이 밖에서 문을 열면 집 안이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두 사람이 문을 열면 붉은 땅만 보이고 밖에 찾아온 손님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라우드, 현관문을 열어봐. ”
“네. ”
“뭐가 보여? ”
“아파트 복도가 보여. ”
라우드가 현관문을 열었을 때 보인 것은 아파트 복도였다. 문간에 택배가 놓여있는 것을 발견한 현은 의뢰인에게 택배를 안으로 들여와도 될 지 물었고, 의뢰인은 안으로 들여와달라고 했다. 이런 것까지 다른 사람의 힘을 빌어서 해야 하다니, 대체 어떤 괴현상이길래 이런 일까지 초래한걸까. 의뢰인의 집에서 나와 숙소로 돌아간 괴담수사대는 둘로 나눠서 조사하기로 했다.
“저는 이상현상에 대해 조사해볼테니, 파이로씨는 전 부인분에 대해 조사해주세요. ”
“오냐. ”
보험금과 아내가 벌어오는 돈으로 먹고 산다는 얘기에 파이로가 보험금의 출처에 대해 물었을 때, 의뢰인은 지금의 부인과는 재혼한 사이이고, 전 부인은 사고로 죽었다고 했다. 의뢰인은 전 부인에 대해 떠올리기만 해도 사고에 대한 기억에 몸서리가 쳐지는 모양인지, 보험금에 대해 얘기하면서도 고개를 연신 저었다. 하지만, 세베루스에게 연락했을 때 들었던 진실은 의뢰인이 말했던 것과 완전히 딴판이었다.
“전 부인이 사고사했다고 말했다고요? ”
“네. ”
“뭐, 거짓말은 하지 않았네요. 사고사로 죽은 건 맞으니까요. ”
“그럼 그 기현상을 사고로 죽은 전 부인이 일으키고 있는걸까요? ”
“아마 그럴지도 모르죠. 그 전 부인을 죽인 게 의뢰인과 지금의 아내니까요. ”
“네? ”
전 부인을 죽인 게 의뢰인과 지금의 아내였다. 그것도 사고사로 위장해서 말이다. 의뢰인은 전 부인과 꽤 젊은 나이에 결혼했고, 지금의 아내는 불륜녀였다. 그리고 아내를 죽인 이유는 불륜을 들켰기 때문이었다. 불륜을 저질렀다는 걸 알아버렸으니 이혼소송이라도 하게 되면 의뢰인이나 불륜녀나 꼼짝없이 위자료를 물어야 했고, 세간의 손가락질을 받게 될 게 뻔했다. 적당히 핑계를 대고 아내의 귀책으로 돌려서 이혼하려고 했던 계획이 어그러지자 의뢰인은 아내를 사고사로 위장해서 죽이기로 한 것이다.
“전 부인은 부모님도 어려서 돌아가셨고, 형제자매 하나 없는 천애고아예요. 그러니까 언제 죽더라도 아무도 찾을 사람이 없고, 울어줄 사람도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사고사로 위장해서 죽이기로 한 겁니다. ”
“핵폐기물보다도 더 쓸모없는 인간들이네요. ”
아내는 천애고아나 다름없었고, 당장 죽거나 사라진다 한 들 누가 찾을 것 같지도 않았다. 의뢰인은 이 사실을 이용, 보험설계사였던 불륜녀와 함께 아내 앞으로 사망보험을 가입했다. 그리고 적당히 보험금이 나올 무렵, 아내를 사고사로 위장해 죽이고 막대한 보험금을 챙겼다. 하지만 전 부인을 아무도 찾지는 않았는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직장 동료가 경찰에 신고를 한 덕에 의뢰인은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정황상 보험사기일 것으로 추정은 됐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의뢰인과 불륜녀는 풀려났다. 하지만 불륜녀는 일하던 보험회사에서 잘렸다. 특정인의 명의로 사망보험을 이상하리만치 많이 들었던 점을 회사측에서 이상하게 여겼기 때문이었다. 수상해보이지 않으려고 날짜까지 나눠가면서 가입했지만 그 때문에 더 수상했던데다가, 확증만 없었다뿐이지 정황상 보험사기에 가담했을 것으로 보인 점은 있었다. 하지만 이 부분은 경찰 조사에서도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가 됐기 때문에, 예의주시라면 몰라도 이를 꼬투리 삼아서 자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자기 회사 직원이 불륜중이라는 것이 퍼져서, 회사에서는 그것을 꼬투리잡아 불륜녀를 잘랐다.
불륜했다는 사실이 퍼져서 동종업계 이직도 불가능하고, 설령 이직했다 하더라도 기현상때문에 재택근무가 불가능하다면 꼼짝없이 사표를 써야만 했다. 아마 의뢰인과 불륜녀가 이 곳으로 이사온 이유는 아무도 자기를 모르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불륜녀는 물론이고 의뢰인의 부모님까지 전부 두 사람에게서 등을 돌렸기 때문이었다. 그건 의뢰인이나 불륜녀의 친인척, 지인들도 마찬가지였지만.
‘이 쓰레기같은 것들의 의뢰는 기각해야겠군. ’
한편, 미기야와 라우드는 기현상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다. 분명 비슷한 풍경을 예전에 의뢰 하면서 한번 본 적이 있었다. 어느 여교수의 의뢰였고, 거기서 무수한 손이 만들었던 문 너머로 보였던 것 역시 붉은 하늘과 붉은 대지, 그리고 빛나는 구덩이였다. 아마 지금 두 사람에게 보인다는 기현상에서 보이는 것이 같은 곳이라면, 그 기현상을 유발한 무언가는 두 사람에게 아주 깊은 원한을 가지고 있을 게 뻔했다.
“실례하지. 그쪽이 괴담수사대인가? ”
“그… 그런데요? ”
“오데트다. 기현상에 대해 조사하러 왔지. ”
미기야가 한참 기현상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무렵, 짧은 머리의 여성이 다가왔다. 한 손에는 스마트 워치를 차고, 머리에는 마치 백조의 날개나 월계관을 연상시키는 금관을 쓴 여성은 스트라이프 정장을 입고 절도있는 걸음걸이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미기야를 알아본 듯 인사를 건네면서 자신을 오데트라고 했고, 기현상을 조사하기 위해서 왔다고 했다.
“기현상에 대해서요? ”
“지금 두 사람이 기현상 속에서 보고 있는 것은 무간지옥이야. 아직 살아있는 인간을, 원한이 아무리 깊다고 해도 바로 무간지옥으로 데려가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에 우리쪽에서도 이번 현상에 대해서 조사하러 나온거지. ”
“……! ”
두 사람에게 문 너머로 보인 것은 무간지옥이 맞았다. 오데트의 말에 의하면, 가끔 이치에 맞지 않는 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원한이 너무 깊은 나머지 자기를 죽게 만들었던 사람을, 아직 살아있는 상태에서 무간지옥으로 끌고 가려는 원혼들이 종종 있다. 그리고 그 기현상은 누군가 멈춰주거나, 바라던 대로 대상을 무간지옥으로 끌고갈때까지 계속 될 것이다. 미기야가 이전에도 비슷한 의뢰를 받았고, 그 때는 어떤 도사님들이 도와줘서 겨우 닫았다고 하자 오데트는 이번에도 기현상을 멈추려면 그래야 할 거라면서, 아마 명계에서 사람을 보내야 할 지도 모른다고 했다.
“분명 그 두 사람, 손에 남의 피를 묻혔을거야. 그것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거겠지… ”
“…… ”
“사연이 어찌됐든, 이 일은 이치에 맞지 않으니 강제로 문을 닫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막아야 해. ”
미기야는 오데트와 함께 기현상을 끝내기 위해 의뢰인의 집을 찾아갔다. 그리고 의뢰인의 집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문을 열었을 때 미기야의 눈에 보인 것은, 붉은 대지와 붉은 하늘이었다. 오데트의 눈에도 같은 풍경이 보이는 모양인지, 이렇게 되면 굳이 기차를 타지 않고 바로 돌아가도 될 것 같다고 했다. 문에 부적을 붙인 다음 닫고 다시 열어봤지만, 황량한 대지가 그대로 보인 것을 보면 기현상을 일으킨 누군가가 자신을 방해하지 말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원한이 너무나도 깊어서 한낱 부적 따위로는 막을 수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건 파이로씨나 야나기씨, 애시 정도겠군요. ”
“뭐야, 이쪽은 누구냐? ”
“파이로씨! ”
“무간지옥 제 5계층 관리자, 오데트라고 한다. ”
“무간지옥 관리자? 뭐, 아무래도 좋아. 이번 의뢰, 기각하자. ”
“예? ”
“이 기현상을 일으킨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냈거든. 의뢰인의 전 부인… 그러니까 양주혜씨가 이 기현상을 일으킨 범인이야. 그리고 이 기현상을 일으킨 원인은, 저 둘이 짜고 죽여서. ”
“그게 무슨… ”
“세베루스씨에게 직접 들은 얘기야. ”
파이로는 미기야와 오데트에게 세베루스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얘기했다. 전 부인이 사고사로 죽은 건 맞지만 죽인 사람이 의뢰인이었고, 죽인 이유는 지금의 부인과 불륜중인 걸 들켰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보험금도 아내를 죽이기 전에 가입했던 사망보험에서 나온 보험금이라는 것과, 이런 방식을 택한 것은 아내가 천애고아였기 때문이라는 것까지. 그리고 파이로는 이건 괴담수사대의 원칙에도 위배되는 사안이니, 의뢰를 받지 않는 게 좋을 거라고 얘기했다.
“타나토스, 급행열차 운행 부탁해. 여기 문이 무간지옥이랑 통해있으니까 문 통해서 넘어와. ”
처음에는 아무리 그래도 죽은 자가 산 자를 강제로 끌고 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했던 오데트는 기현상을 일으킨 사람이 전 부인일거라는 것과 전 부인이 죽은 경위, 그리고 의뢰인과 지금 부인의 관계에 대해 들은 후로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 급행열차 운행을 부탁했다. 그리고 문을 열자, 문 너머로 와인색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가 나왔다.
“급행열차요? ”
“응, 지금 바로 해야 해. ”
“아무리 그래도 바로는 힘들어요. 관리자들 승인 떨어지려면 몇 시간은 기다려야 할 걸요? ”
“다른 관리자들 몫까지 내가 승인하지. ”
오데트가 뒤는 자기에게 맡기고 일단 집행을 하라고 하자, 와인색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는 그대로 현관문을 열었다. 기현상을 일으켰던 누군가가 드디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현관문을 열었을 때 집 안이 제대로 보였다. 그리고 집 안에는 여잔히 밖으로 나가지 못 해 집 안에 갇혀있는 의뢰인 부부가 보였다.
“너네, 우리한테 숨긴 게 있더라? ”
“네? ”
“다짜고짜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니 전 부인, 사고로 죽은 건 맞는데… 니가 죽인거잖아. 이 년이랑 붙어먹은거 들키니까 위자료 내기 싫어서. 전 부인이 천애고아라는 점을 이용해서 사망보험을 대량으로 들어놓고 사고사로 위장해서 받아처먹고 지금은 그 돈 탕진하고 있는 거잖아. 맞지? ”
“……! ”
“니 전 부인이 불륜 저지르고 자기 죽인 남편이랑 남의 남편이랑 붙어먹고 같이 피 묻힌 년 찾는다. ”
제발 전 부인을 달래달라고 의뢰인과 아내가 연신 빌었지만, 파이로는 너희들은 의뢰와 관련된 진실을 의도적으로 숨겼으니 원칙에 위배된다면서 단칼에 거절했다. 옆에서 의뢰인의 아내가 돈은 얼마든지 드릴테니 제발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빌어봤지만, 파이로는 그런 의뢰인에게 ‘얼마든지 준다고? 그럼 너 100억 있냐?’면서 거절했다.
-가자…
“여, 여, 여보! ”
“어, 어, 언니- 자, 잘못했어, 제발- 이 인간이 하자고 한 거야, 이 인간이 먼저 한 거야, 나는… 나는 그냥 시키는 대로 한 것 뿐이야- ”
“보험사기로 죽이자고 한 건 얘 아이디어였어, 나는 모르는 일이야- ”
“한심한 것들, 죽음을 목전에 두고 발악이랍시고 한다는 게 남탓이라니… ”
두 샤람의 귓가에 연신 속삭임이 들려오면서, 지금까지 기현상을 일으켰던 범인이 나타났다. 의뢰인이 혹시나 살아나면 안된다, 확인사살을 하겠다면서 연신 차로 치고 깔고 지나간 탓에 기괴하게 뒤틀린 몸, 기괴하게 꺾여있는 얼굴, 얼굴이 피칠갑이 된 와중에도 증오로 타오르는 두 눈, 그리고 피투성이인 옷까지. 전 부인이 나타나 두 사람을 데려가려고 하자, 의뢰인과 아내는 서로를 탓하면서 제발 용서해달라고 빌었지만 전 부인의 입장에서 둘 다 죽일 놈이라는 건 변하지 않았다.
전 부인은 뒤틀려버린 손으로 아내의 머리채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남편의 목덜미를 잡았다. 그 상태에서도 어떻게든 끌려가지 않으려고 두 사람은 저항했지만, 원한으로 벼려진 손아귀 힘을 감당하지 못 하고 결국 현관 너머로 끌려가버렸다. 두 사람이 현관문을 통과하자 문 너머로 보였던 붉은 땅은 사라졌고, 아파트 복도만이 보였다.
“끝난건가…? ”
“끝났네요. ”
일을 마무리하고 무간지옥으로 복귀한 오데트는, 사무실에 다른 관리자들이 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다들 한가한가? 이런 곳에 모여있게… ”
“우리도 모르는 급행열차 승인이 났다길래 온 것 뿐이야. 네가 전권을 일임받아서 승인했다며? ”
“그랬지. ”
“그게 최근에 생긴 지상으로 통하는 구멍과 관련 있는거야? ”
“응. ”
오데트는 기현상이 일어난 이유에 대해 다른 관리자들에게 얘기했다. 지상으로 통하는 구멍이 생긴 이유, 그리고 의뢰인과 의뢰인의 아내가 했던 짓들에 대해 얘기하자 다른 관리자들은 전부 자기네 계층에 두 사람이 오면 어떻게 벌 줄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인어공주도 여차하면 그 죄인들은 자기가 맡아주겠다고 할 정도였다.
“그 두 사람, 급행열차로 온 거면 최심부로 끌려가는 거 아냐? ”
“그래? 그럼 내가 최심부의 주인과 직접 얘기해봐야겠네. 그 둘이 영원히 함께 하게 해 달라고 말이야. ”
“영원히 함께 하게 해 준다고? ”
“그 둘이 불륜관계였고, 그것때문에 본처를 죽인거면 둘이 서로 죽고 못 사는 거 아냐? 둘이 서로 죽고 못 사는데, 그냥 영원히 하나로 살게 해주면 어떨까 싶어서. ”
“신박하네. ”
급행열차로 무간지옥에 떨어진 두 사람을 인어공주가 직접 최심부로 인도하자, 곧 지고의 악신이 새로운 장난감을 가져가러 나타났다. 인어공주가 두 사람의 만행을 얘기하면서 이왕 이렇게 된 거, 둘이 죽고 못 사는 모양이니 이 사람들을 영원히 하나로 살게 해 줬으면 한다고 얘기하자 지고의 악신은 그 제안을 듣고 아주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면서 의뢰인과 아내를 데려갔다.
“본처를 죽여가면서까지 하나가 되고 싶었던거지? 그럼 내가 진짜 너희들을 하나로 만들어줄게! ”
“아아악- 제, 제발 그만 해- ”
“으아악- 아, 아파! ”
지고의 악신에게 있어 두 사람의 비명소리는 그저 재미있는 음악 정도에 불과했다. 그녀는 아내까지 죽이고 하나가 되고 싶어했을 정도로 죽고 못 사는 사이면 이참에 영원히 하나로 살게 해달라는 인어공주의 얘기를 듣고, 두 사람을 말 그대로 하나로 만들어버렸다. 그러니까, 목만 따로 두 개 붙어있는, 물리적으로 하나인 덩어리로 말이다.
지고의 악신이 온 몸을 짓이길 때 부서진 뼛가루때문에 통증이 느껴졌지만,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는 것 밖에 없었다. 말 그대로 목만 남기고 다 짓이겨버리는 바람에 신체기관은 제 기능을 하지도 못 했고, 움직이는 것은 물론 모든 대사활동이 아예 불가능해져버렸다. 그 정도 고통이면 옛저녁에 정신을 놓아버렸어도 이상할 게 없었지만, 그런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지고의 악신은 두 사람이 아주 오랫동안 맨정신을 유지하면서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도록 조치를 취해놓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자기 몸이 부서지고, 고깃덩이가 될 때의 고통을 맨정신으로 온전히 감당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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