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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음악실의 악령

@myth_작가2026. 2. 1. 00:00

“살다살다 학교로 조사를 오게 될 줄은 몰랐네. ”
“학교로는 몇 번 간 적 있었잖아요. ”
“그건 그렇지만, 이렇게 멀리까지 온 적은 없었지. ”

괴담수사대는 D도의 어느 고등학교에 와 있었다. 이 곳은 남녀공학이었고 학생들은 전부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었다. 도착해서 둘러본 학교는 크게 남학생과 여학생 반이 갈리는 구조였고 각각 쓰는 건물도 달라서 이성끼리 만나기 어려운 구조였다. 그런다고 연애를 안 하는 줄 아나, 파이로는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학교 안을 둘러보고 있었고 다른 식구들은 임시로 머물게 될 교직원 기숙사를 찾고 있었다. 

“교직원 기숙사는 저 쪽이었죠? ”
“네. 일단 짐부터 풀고 선생님을 만나뵙는걸로 하죠, 어차피 점심시간은 돼야 시간이 난다고 하시니… ”
“그럼 저희끼리 사건 현장이라도 둘러보죠. 사고가 일어난 곳이 동백관이었다고 했죠? ”
“네. 동백관 3층 계단이요. 앞에 여자화장실이 있습니다. ”

괴담수사대가 멀리까지 오게 된 것은 당연하게도 의뢰때문이었다. 일과가 진행되는 도중에, 그것도 쉬는시간에 학생들이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벽에 머리를 부딪혀 죽고 말았다. 그것도 두 사람이나. 처음에는 단순 사고사인 줄 알았으나, 죽은 학생들과 급우였던 학생들의 증언과 학생들의 일기장을 토대로 단순히 사고사한 게 아니라 뭔가 더 있을거라고 짐작한 담임 선생이 괴담수사대에 의뢰를 넣었고, 괴담수사대는 담임 선생이 보내준 학생들의 증언으로 미루어볼 때 단순 사고가 아니라고 생각해 멀리 D도까지 오게 된 것이다. 

“여기군요. ”
“계단이 그렇게 높아보이진 않는데… 꼭대기에서 굴렀나? ”
“꼭대기에서 굴렀다고 하더라도 단번에 죽을만한 높이인지는 좀 애매한데… ”
“모든 사람들이 파이로씨처럼 피지컬이 우수하진 않아요. 라우드씨, 영상 볼 수 있겠어요? ”
“6일 전이면 아슬아슬하게 확인은 되겠다. ”

라우드가 현장 영상을 확인했을 때, 두 명의 여학생이 계단참 위에서 떠밀려서 굴러떨어지는 게 보였다. 계단을 돌아서 내려오다가 발을 헛디딘 것도 아니고, 잠깐 뭔가를 하려고 멈췄다가 갑자기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의해 등을 떠밀려서 계단 아래, 화장실 입구까지 굴러떨어졌고 계단 위에서 바로 보이는 벽에 머리를 부딪혀 사망한 것이다. 

“저쪽에서 누가 밀어서 굴러떨어졌고, 이쪽 벽에 머리를 부딪혀서 죽은 모양인데… ”
“누가 밀었다고? ”
“분명 누가 밀어서 굴러떨어진 것 같은데, 누가 밀었는지는 안 보여. ”
“이상하네… 그럼 보이지 않는 손이 밀었다는거야? ”
“두 학생의 반응은 누군가에게 밀려서 떨어진 반응이 확실한가요? ”
“네. 잠깐 멈췄을 때 누군가 밀어서 어떻게 해보지도 못 하고 그대로 굴러떨어졌으니… 아마 핸드폰을 들고 있다가 굴러떨어진거라 핸드폰도 박살났을겁니다. ”

현장을 둘러본 괴담수사대는 점심시간이 되자 교직원 식당에서 밥을 먹은 후 의뢰인을 만났다. 의뢰인은 사망한 두 학생의 담임 선생님으로, 국어 선생님이기도 했다. 의뢰인은 처음에는 단순히 사고사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학생들이 ‘귓 속에서 무슨 피아노 소리같은 게 들린다고 했다’는 것과 일기장에 적힌 내용을 토대로 뭔가 있다고 생각해 괴담수사대에 의뢰하게 됐다면서, 제자들의 사인을 부디 밝혀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학생들의 유품인 일기장을 미기야에게 넘겼다. 

“현, 파이로씨는 탐문 수사를 부탁합니다. 저희는 일기장을 읽어볼게요. ”
“네. ”

현은 죽은 두 학생과 친하게 지냈던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기 위해 교실로 갔다. 하지만 두 학생들과 그렇게 친하게 지내는 학생들은 없었고, 두 학생들은 반에서 그냥 학생 1, 2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두 학생들과 같은 반인 학생들의 공통적인 증언으로 미루어보면 오컬트에 관심이 많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을 기점으로 누가 말을 해도 잘 들리지 않는다면서 필담으로 대화를 하곤 했다. 귓 속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린다던가. 

자기들끼리 정령이니 의식이니 하는데 도저히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다는 말과, 알 수 없는 알파벳(생긴 것을 보니 룬 문자였다)을 영단어보다도 열심히 외웠다는 말, 그리고 몇주 전에 둘이 분신사바 어쩌고 했다는 얘기까지. 그리고 같은 시각, 도서실에 갔던 파이로는 도서실 사서 선생님에게서 죽은 두 학생들이 평소에도 괴기 소설이나 공포 소설집을 주로 빌려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공포 소설 매니아였나? ’

탐문수사를 마친 괴담수사대는 일단 기숙사로 갔다. 

“어떻게 됐어요? ”
“생전에 공포 소설같은 걸 즐겨 읽었나봐. 도서실에서 빌린 책들도 한 9할은 공포 소설, 괴기 소설이던데… ”
“반 학생들 얘기를 들어보면, 반에서는 좀 겉도는 포지션이었던 것 같아요. 둘 다 룬 문자를 영단어보다 더 열심히 외울 정도로 오컬트에 심취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거 말고는… 몇주 전에 분신사바 어쩌고 하는 걸 들었대요. ”
“분신사바라… 죽기 몇주 전에 분신사바를 했다고 적혀있긴 했어. 그 뒤로 악령이 괴롭힌다고도 했고… ”

일기장에는 두 학생들이 분신사바를 했던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야자를 마치고 학교 음악실에서 분신사바를 했다는 것, 그리고 분신사바를 한 뒤로 뭐가 잘못된건지 귓 속에서 피아노 소리가 계속 들린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에게 토로해봤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는 것까지. 피아노 소리는 단순히 누군가 뚱땅뚱땅 하는 소리가 아니라 어떤 음악이었는데, 두 학생은 그 음악 제목이 뭔지는 모르지만 되게 시끄럽고 쉼표라곤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리고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쓴 것으로 추정되는 일기에는 사람들이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것에 대한 답답함, 그리고 괴담수사대에 가서 의뢰하고 싶지만 갈 수 없는 상황때문에 답답함을 꾹꾹 눌러담았다. 

“학교가 기숙학교면 여기까지 나오기도 힘들겠죠… 거기다가 우리는 서울에 있으니. ”
“뭐, 그래도 사정 설명하면 어른들이 도와줄 수는 있겠지만 어른들을 납득시키는 것부터 무리수였다고 하니… ”
“애초에 이것들은 왜 하지 말라는 건 꾸역꾸역 해서 명줄을 당겨, 당기길. ”
“…… ”
“음악실에서 분신사바를 했다고 했죠? 제가 이따가 한번 가서 뭐가 있는지 확인해볼게요. ”
“부탁해. ”

저녁, 현은 음악실로 갔다. 낮에는 몇 명의 학생들이 피아노를 쳐보기도 하고, 볼일이 있어서 오는 학생들도 몇몇 있었지만 밤에는 음악실 뿐 아니라 건물이 있는 복도에 사람 그림자라곤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학교 수위의 말로는, 오늘은 괴담수사대에서 의뢰가 왔다고 해서 소등을 안 했지만 원래 음악실이 있는 층은 저녁 여섯시가 되면 소등한다고 한다. 

‘피아노랑 좌석, 책상… 이게 다네. ’

음악실에는 피아노 학원에서 몇 번 본 것 같은 까만 피아노가 한 대 있었고, 그 옆에는 칠판과 교탁이 있었다. 그리고 교탁 앞에는 학생들이 앉아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책상과 의자가 놓여있었다. 현이 음악실에 들어서서 기물들을 확인할 무렵, 불 꺼진 음악실 피아노에 검은 형체가 보였다. 검은 형체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뚜껑이 닫힌 피아노 앞에 앉아있을 뿐이었다. 

‘저게 악령인가? ’

다음날, 현은 음악 선생님을 찾아가 음악시간에 별 일은 없었는지 물었다. 피아노에 악령이 있다면 분명 수업을 들을 때도 연주를 방해한다거나, 수업을 방해한 적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음악 선생은 수업시간에 악령이 수업을 방해한 적은 없었고, 오히려 가끔 아무도 없는 피아노에서 노래 반주가 흘러나온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 외에는 몇몇 학생들이 야자를 마치고 음악실이 있는 복도를 지나가다가 음악 소리를 들은 게 다였다. 

“음악 선생님이나 다른 학생들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
“네. ”
“분신사바를 했던 두 학생들만 죽은건가? 그럼 두 학생들이 분신사바를 하면서 뭔가 금기를 저질렀을 수도 있겠네. 일단 직접 한 번 보고 와야지. ”
“직접요? ”
“오늘은 혹시 몰라서 시계 챙겨왔으니까, 여차하면 직접 볼 수 있어. 일단 갔다올게. ”

일기장을 펼쳐본 파이로는 회중시계의 다이얼을 분신사바를 하기로 한 날짜와 시각으로 맞추고, 음악실에 가 회중시계를 사용했다. 회중시계를 사용하고 잠시 후, 야자를 마친 두 학생이 음악실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거 했다가 통금시간 넘기면 어쩌지? ”
“배아파서 화장실 갔다고 적당히 둘러대면 되겠지. ”
“공책이랑 펜 준비했어? ”
“여기. ”

두 학생이 공책과 펜을 준비하고 잠시 기다리자, 시계가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공책과 펜을 든 두 사람이 분신사바를 시작하자 어디선가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고, 파이로는 이게 그 곡인가 하면서 들려오는 곡을 녹음하기 시작했다. 

“어어, 움직인다! ”
“이거 진짜 되네? ”

음악 소리와 함께 나타난 검은 형체가 두 학생이 든 펜을 쥐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오셨나요? 라고 묻자 원을 계속해서 그리던 형체는, 학생들의 질문에 이것저것 답해줬다. 이번 체육대회 우승은 어느 반인지, 중간고사 성적이 잘 나올지, 짝사랑하는 학생이 자기를 좋아하고 있을지 등, 그리고 검은 형체는 학생들이 무엇을 묻던, 종이에 답을 써내려갔다. 

“우리 언제 죽는지 물어볼까? ”
“야, 분신사바 할 때 그거 묻는 거 금기잖아. ”
“아, 그랬지… ”
“뭐, 그래도 우리는 친구니까, 이왕이면 한날 한 시에 죽었으면 좋겠다. ”
“오, 그거 뭔가 낭만 있네. ”

-뚝

한 명이 무심코 ‘한날 한 시에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순간, 검은 형체가 쥐고 있던 펜이 부러졌다. 그리고 펜이 부러지는 소리에 놀란 학생들은 펜을 손에서 놓고, 노트랑 부러진 펜을 챙겨 도망치듯 음악실을 나갔다. 그리고 학생들이 빠져나간 것을 확인한 파이로는 기숙사 앞으로 갔고, 거기서 다시 현실로 복귀했다. 

“어떻게 됐어요? ”
“분신사바를 하면서 한쪽이 무심코 ‘한날 한 시에 죽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펜이 부러졌어. 근데 이것도 금기였나? ”
“음… 글쎄요… ”
“그러고보니 분신사바를 할 때 어떤 노래가 들렸는데, 이게 무슨 곡이지? 학교 종소리인가? ”
“처음 듣는 곡입니다. ”
“저도 클래식에는 문외한이라… ”

파이로는 다음날, 학생들에게 분신사바 현장에서 녹음한 곡을 들려주면서 혹시 이 곡이 종소리로 쓰인 적이 있는지, 그리고 음악실에서 밤에 들리는 노래인지 물었다. 그 곡이 학교 종소리로 쓰인 적은 없었지만 밤에 음악실에서 종종 흘러나오는 곡이었고, 음악 선생님은 그 곡이 쇼팽의 환상 즉흥곡이라면서 어떤 학생이 열심히 연습하던 곡이라고 했다. 음악실에 있는 악령이 매일같이 연습했고, 매일같이 치는 곡이라면 아마 두 학생들의 귓가에 들렸던 곡도 마찬가지였겠지. 

“쇼팽의 환상 즉흥곡이라… 음악실에 있는 악령이 연주하는 곡인가보네요. ”
“아마 학생들도 죽기 전까지 계속 이 곡을 들었겠지. ”
“그렇겠죠. ”
“그런데… 악령은 왜 바로 죽이지 않고 두 학생의 귓가에 그 곡을 계속 연주하다가 죽인걸까요? ”
“음? ”
“단순히 어떤 금기를 저지른거라면 그 자리에서 죽이거나, 며칠 후에 죽일 수도 있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악령은 몇 주씩이나 질질 끌어가면서 괴롭히다가 죽였단 말이죠. 지금까지 악령이 얽혔던 사건 중에서도 이런 경우는 없었어요. ”
“그것도 그렇군. 여러가지로 이상하단말이지… ”

미기야는 아무리 악령이라고 해도 몇주씩이나 질질 끌다가 죽였다는 게, 그것도 단순히 계단참에서 밀쳐서 죽였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괴담수사대에서 일하면서 악령에 휘말렸다가 죽은 사람들을 몇 번 봤지만, 그 사람들은 눈 뜨고 보기도 힘들 정도로 처참하게 죽었기 때문이었다. 사지가 분리된 건 기본이고 이게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형체가 짓이겨진 경우도 있었다. 거기다가 악령이 남의 고통을 즐기는 성격이 아닌 이상에야 보통은 며칠, 아니면 그 자리에서 즉사하기도 했다. 그런데 음악실의 악령은 두 학생을 몇주씩이나 괴롭히다가 사고사로 죽였다. 

다시 음악실에 간 현은 검은 형체가 나타나자 영안을 사용했다. 영안을 사용한 현의 눈에 보인 것은, 다른 학생들과 같은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었다. 한번도 탐문수사할 때 못 봤던 걸 보면, 그 학생은 죽어서 모종의 이유로 음악실의 악령이 된 것 같았다. 

“네가 음악실의 악령이니? ”
“…… ”
“나는 괴담수사대에서 왔어. 이 곳에서 분신사바를 한 뒤 사고사한 학생들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거든… 그리고 그 곳에 네가 있었다는 것도. ”
“…… ”
“네 이야기를 들려줬으면 해. ”
“…… ”

욱신거리는 통증이 느껴지자, 현은 검은 형체에게 ‘네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했고, 검은 형체는 낡은 노트 하나를 건넨 다음 사라졌다. 기숙사로 돌아온 현은 검은 형체가 건네준 노트를 읽었고, 노트안에는 검은 형체의 과거가 적혀있었다. 

“이거… 오너의 성격상, 두 학생이 찾아왔어도 두 학생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는 의뢰를 들어주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아마 파이로씨라면 100% 거절하셨을거고요. ”
“응? ”
“음악실에 있는 악령이 악령이 된 원인이, 죽은 두 학생이예요. ”
“죽은 두 학생이 원인라고? 뭐, 학폭이라도 저지른거야? ”
“비슷…하긴 해요. 읽어보세요, 이거 그 악령이 준 거예요. ”

파이로는 현에게서 건네받은 노트를 읽었다. 

“그 환상 즉흥곡이라는 곡은 음대 입시때문에 연습한 모양이네. ”

음악실의 악령이 된 학생은 음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음대 입시를 하면서 계속 연습했던 곡이 쇼팽의 환상 즉흥곡이었고, 죽어서 악령이 된 후에도 계속해서 환상 즉흥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학교 음악실은 낮에는 수업때문에 사용중이라 낮에는 별 일 없었고, 밤에는 다들 야자를 하느라 음악실에 올 일이 없었기 때문에 밤에 이따금 연주 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걔, 그 둘이랑 친하긴 했는데요… 두명이 하나를 뒤에서 엄청 까고 다녔어요. 걔들이 다른 하나랑 ‘어울려 주는’거라고 여기던데요? ”
“’어울려 주는’거라고 여겼다고? ”
“네. 솔직히 그럴거면 왜 어울려 다니는지 모르겠어요. ”

세 학생과 두루 알고 지냈던 학생의 얘기로는, 죽은 학생은 음대 입시를 준비중이었고 나머지 두 학생은 그런 학생을 뒤에서 비웃고 있었다. 평소에도 자기들이 ‘어울려 주는’거라고 여기면서 은근히 홀로 두거나 교묘하게 따돌리기도 하고, 뒤에서 한 사람을 두 사람이 키득거리면서 비웃는 걸 매일같이 봐 왔다. 두루 알고 지냈던 학생은, 그 광경을 매번 볼 때마다 저럴거면 왜 어울리는건지 의문스러웠다고 했다. 자기들이 ‘어울려 주는’거라고 생각할 정도면, 뭐 우월감이라도 느낄 심산이었나? 

“걔가 음대 입시를 준비한다는 얘기를 듣고, 계단에서 죽은 둘이 걔 악보를 찢어버렸어요. ”
“그 악보가 혹시 이 곡이었어? ”
“맞아요, 이 곡… 쇼팽의 환상 즉흥곡이었어요. 걔가 입시 준비한다고 매일같이 연습해서 알아요. ”

사고로 죽은 두 학생들은 악보가 찢어져서 상심한 학생을 겉으로는 위로했지만, 뒤에서 낄낄거리고 웃었다. 그리고 죽은 학생은, 두 사람이 낄낄거리면서 자기에 대해 얘기하는 것과 음대 입시를 방해하려고 일부러 악보를 찢었다는 얘기, 그리고 그 동안 두 사람이 학생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듣고 크게 상심했다. 

“결국 그것때문에 자살한 모양이네. ”
“네. 크게 상심했거든요. ”
“…… ”
“더 웃긴건 뭔지 아세요? 그 죽은 애들은 자기때문에 사람이 죽었다는데도 사과 한 마디 하지 않고, 오히려 잘 됐다는 식으로 얘기했어요. 진짜 마음같아서는 대화내역 다 까발려서 공론화라도 하고 싶었다니까요. 애초에 둘이 걔를 괴롭히려고 일부러 어울린 거 아닌가 싶어요. ”
‘우리쪽에 의뢰했더라도 거절했겠군. ’

파이로는 악령이 그 두 학생을 몇주동안 괴롭혔던 게 이해가 갔다. 겉으로는 친구인 척 하면서 뒤에서는 괴롭히고, 뒷담화 하고, 급기야는 입시를 방해하겠답시고 아끼는 물건까지 훼손시켰다. 그리고 죽은 후에도 사과 한 마디 없이 오히려 잘 됐다는 식으로 일관했다. 이 정도면 부처님도 원한이 쌓이겠지. 그리고 그 두 사람이 살아서 왔더라도, 어떻게 대답했느냐에 따라서는 이쪽에서 거절했을지도 모른다. 

“널 그렇게 만든 애들을 다 죽여서, 이제 속 시원하냐? ”

음악실에 들어선 파이로의 질문에, 홀가분하다는 듯 악령은 환상 즉흥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브라보, 브라보. 환상적인 연주였습니다. ”
“……! ”
“이제 남아있는 한이 없다면, 같이 가셔서 다음 변주곡을 준비하시죠. ”

악령이 연주를 막 마쳤을 때, 타임이 열린 문으로 박수를 치면서 들어왔다. 그리고 이제 남아있는 한이 없다면 같이 명계로 가자는 말에, 악령은 순순히 타임을 따라 나섰다. 명계로 가서 다시 태어나고, 다시 새로운 인생을 살면서, 자신만의 새로운 연주를 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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