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가 아침 여덟시를 가리키기 5분 전, 파이로는 전화벨 소리때문에 잠에서 깼다. 비몽사몽한 상태로 전화를 받은 파이로에게 상대는 ‘죽은 것이 용케도 이승에 머물러 있구만’이라고 하면서, 대뜸 ‘아홉시, 열자마자 둘 가니까 받을 준비 해. 사장한테는 얘기해뒀어.’라고 한 다음 파이로가 뭐라고 할 새도 없이 끊었다. 아침부터 뭔 이상한 전화냐, 궁시렁거리면서 몸을 일으킨 파이로는 야나기를 깨운 다음 사무실 청소를 했고, 청소를 마친 파이로가 올린 찻물이 끓을때쯤 미기야가 출근했다.
“일찍 일어나셨네요. ”
“말도 마라, 아침부터 다짜고짜 손님 두 명 갈 거니까 받을 준비 하라고 전화 왔다. ”
“저도 전화받고 일찍 나왔어요. ”
“도대체 뭐 하는 놈이길래 다짜고짜 죽은 것 타령이나 하는지, 원… ”
“아, 그게… 그 분, C도 무당이예요. 전에 여자 운 이상하게 안 좋았던 사람 데려갔었던… 그분 스타일이 원래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질질 끄는 거 별로 안 좋아하고 칼같이 결론 내리시는… 그런데도 용해서 그런지 찾아가는 사람이 꽤 많다고 하더라고요. ”
“그 무당이 왜 여기로 전화를 해? 의뢰인이 그 무당한테 갔었나? ”
“그렇다고 들었어요. 자세한건 의뢰인에게 들으라고만 해서 왜 여기로 오게 된 건지는 저도 모르지만… ”
새로 산 허브차를 덜어 따뜻한 물에 우려낸 파이로는, 아침부터 걸려온 뜬금없는 전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주전자 속 차망을 들어냈다. 차망에서 색과 향을 뽑아내던 뜨거운 물이 식어서 살짝 따뜻할 정도가 되고 적당히 우려낸 꽃차가 적당히 식었을 무렵.
“저… ”
“온 것 같은데? ”
시계는 아홉 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딸랑, 종소리가 들리면서 젊은 남녀 한 쌍이 들어섰다. 밖으로 나간 미기야가 두 사람을 테이블에 앉게 하자, 파이로는 찻잔 네 개에 사이좋게 꽃차를 따른 다음 쟁반 위에 찻잔을 올려 내 갔다.
“C도 무당에게 갔다가 여기로 온 거지? 무당이 여기로 오라고 한 거야? ”
“그건 그렇지만…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
“오늘 너희들이 온다는 연락을 받았으니까. 보아하니 뭔가 저주를 받은 것 같긴 한데… 여기까지 오게 된 경위가 뭐야? ”
“그게… ”
두 사람은 신혼부부였고, C도 무당을 거쳐서 괴담수사대까지 오게 된 것은 신혼여행지에서 받은 저주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신혼여행지에서 어떤 금기를 범해서 저주를 받은 후, 허니문 베이비였던 첫째에 이어서 둘째까지 하늘로 보냈다. 심지어 둘째때는 첫째를 보냈던 선례도 있어서 더욱더 조심했음에도 그랬다.
“그 무렵에 장모님이 무당을 찾아갔는데, 그 때 무당이 저희를 C도 무당한테 데려가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아이가 생기는 족족 유산하게 될 거라고 했대요. ”
“평소같았으면 무슨 그런 걸 믿냐고 했을 것 같은데, 그날따라 아이가 두 번이나 죽은 것도 그렇고, 아이를 임신했을 때 꿨던 꿈도 걸려서 C도 무당을 찾아갔다가 초면에 엄청 혼났죠. 가자마자 표지판은 무슨 장식인 줄 아냐고 호통부터 치셨거든요. ”
“표지판? ”
두 사람은 신혼여행을 동남아로 갔다. 동남아시아에 도착하자마자 평소에는 영상으로만 봐 왔던 풍경이 두 사람을 반겼고, 현지 숙소에서 본 풍경은 당장 사진으로 찍어서 배경화면으로 써도 될 정도로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한가득 담은 두 사람은 점심으로 뭘 먹을까, 얘기를 나누다가 켜다란 나무 하나를 발견했고, 특이하게 생긴 나무가 궁금했던 두 사람은 나무를 자세히 보기 위해 나무가 심어진 현지 사원으로 들어갔다.
“나무가 한 그루였는데, 마치 나무 한 그루만큼의 숲인 것 같았어요. 뭔가 창살 같기도 하고… 특이하게 생긴 나무였는데, 그 주변에 예쁜 꽃도 심어져 있었어요. ”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하세요? ”
“이렇게 생긴… 핏빛으로 붉은 꽃이었어요. 꽃송이도 탐스럽고 예쁘게 생겼더라고요. ”
그 자체로 창살같기도 하고 작은 숲 같기도 한 나무의 주변에는 커다란 꽃이 심어져 있었다. 꽃송이도 크고 탐스럽게 생긴, 어딘가 불길한 핏빛으로 붉은 꽃이었다. 나무에 붙어있는 꽃이 마치 호랑가시나무같은 대비를 보여주면서도 너무나도 탐스럽고 예뻐보여서, 아내는 나무에 핀 꽃 한 송이를 꺾어서 머리에 꽂고 사진을 찍었다.
물론 나무 옆에는 표지판이 있었지만, 탐스럽고 아름다운 꽃과 특이한 나무에 매료된 두 사람은 표지판이 있는 줄도 몰랐다. 거기다가 표지판은 영어와 현지 언어로만 작성되어있어서 설령 읽었다 하더라도 무슨 말인지 바로 와닿지 않았을 것이다. 두 사람이 표지판이 있다는 것을 눈치챈 것은 머리에 꽃을 꽂고 사진을 찍는 두 사람에게 뭐라뭐라 말하는 현지인을 봤을때였다.
“뭐라고 말하긴 했는데 못 알아들었고, 그냥 여기 들어가지 말라는건가 하고 쏘리 하고 나왔죠. ”
“그래서 혼났군. ”
신혼여행에서 뜨거운 밤을 보낸 후, 월경을 할 때가 됐음에도 시작하지 않아 병원을 갔던 아내는 허니문 베이비를 임신한 것을 확인했다. 아내는 보건소에서 산모수첩과 배지를 받고 나오면서도 첫 아이를 밴 기쁨에 취해 있었다. 남편 역시 첫 아이가 생겼다는 얘기를 듣고 기뻐했으며, 아내가 먹고싶다는 음식은 세상 끝에 있다고 해도 꼭 구해줄 정도로 지극정성이었다. 임신한 후로 꿨던 기이한 꿈이 반복되다가 5개월, 아이의 심장이 멈출때까지 말이다.
“아이를 임신하셨을 때 이상한 꿈을 꾸셨다고 했었죠? 어떤 꿈이었는지 기억나시나요? ”
“네. ”
아내가 아이를 보내기 전에 꾼 꿈은 아이가 고이 자라고 있는 배에 붉은 꽃이 피어있는 기이한 꿈이었다. 붉은 꽃은 신혼여행지에서 봤던 꽃과 동일했고, 탐스럽고 커다란 꽃들이 이파리 하나 없이 피어서는 아이가 자라고 있는 배에 뿌리를 박고 양분을 빨아가고 있었다. 뱃속 아이가 위험해질 것 같아서 꽃을 제거하려고 했지만, 뽑으려고 하면 배에서 엄청난 통증이 느껴져 결국 꽃을 뽑지 못 했다. 붉은 꽃이 배에 피어있는 꿈을 꾼 다음날, 어쩐지 이상한 느낌에 병원에 갔을 때 두 사람은 아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꿈인데도 통증이 너무 생생했어요. 뽑으려고 할 때마다 머리카락을 한꺼번에 세게 잡아당기는 듯한 통증이 느껴져서… ”
꽃이 배에 자라는 것 외에도 기이한 꿈이 하나 더 있었다. 꿈 속에서 누군가가 임산부는 잘 먹어야 한다면서 아내에게 고기 요리를 제공했고, 그 요리는 너무나도 살이 부드럽고 맛있는 고기였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면, 요리를 싹 비우고 나서 알게 된 고기의 정체가 갓난아이였다는 것이다. 돼지의 태중에서 꺼낸 돼지를 요리한다던가, 부화하다가 만 계란을 먹는 요리야 있었지만, 그녀가 먹었던 것은 그런 요리가 아니라 사람의 갓난아이였다. 요리를 제공하는 사람은 남편부터 시어머니, 친정까지 다양했다. 어떨 때는 연락도 못 하고 살았던 친구가 임신 소식을 들었다면서 선물로 먹을 것을 사 왔는데, 그게 갓난아이 요리일 때도 있었다.
“둘째를 보냈을때도 그런 꿈을 꾸셨나요? ”
“네. 첫째때도 그렇고, 둘째때도 그렇고… 아기의 심장이 멈춘 건 붉은 꽃이 배에 피었을 때였어요. 그 꽃이 아이를 빨아먹고… ”
“음… ”
“이거, 아무래도 현지에 한 번 가봐야겠네. 여기서 알아낼 수 있는 건 별로 없을 것 같고… ”
국내에서 조사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파이로는 라우드와 함께 직접 현지로 가기로 했다.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이국적인 풍경에 취할 새도 없이 두 사람은 부부가 방문했던 사원을 찾았고, 예의 그 사원을 찾았다. 사원 한가운데에는 마치 감옥같기도 하고, 작은 숲같기도 한 나무가 서 있었고 주변을 새빨갛게 붉은 꽃이 핀 작은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이거 반얀트리네. ”
“반얀트리? ”
“원래 이렇게 자라는 나무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실물은 나도 처음 보는거야. 근데… 이렇게 보니까 확실히 독특하게 생기긴 했네. 그 자체로 숲 같기도 하고, 창살같이 생긴 게… ”
반얀트리 옆에는 표지판도 세워져 있었고, 표지판에는 ‘신에게 바쳐진 나무입니다. 인간이 손대서는 안됩니다,’라는 말이 쓰여있었다. 신성시하는 나무에 피어있는 꽃을 꺾었고, 그것때문에 저주를 받은 건가?라고 생각한 파이로는 마침 꽃을 주우러 온 현지인에게 나무에 핀 꽃에 대해 물었다.
“여기 핀 꽃을 꺾으면 안돼요, 벌받아요. 바닥에 떨어진 꽃은 주워도 돼요, 하지만 꽃은 밖으로 나갈 수 없어요. ”
“바닥에 떨어진 꽃을 줍는 건 괜찮지만, 사원 밖으로는 가지고 나가면 안 되는 모양이네… 그럼 꽃을 꺾어서 저주를 받은 게 맞나봐. ”
“이 꽃이랑 나무 전부 다 신에게 바쳐진 나무인가요? ”
“네, 둘 다 신에게 바쳐진 나무입니다. 신은 자신의 나무를 인간이 손대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손을 대면 안 됩니다. ”
현지인은 신에게 바쳐진 나무라고 했지만, 나무와 주변에 핀 꽃들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신에게 바쳐진 것과 거리가 있어보였다. 신에게 바쳐진 것 치고는 나무 주변의 공기가 무언가를 짓누를 것처럼 무거웠고, 엄숙하다못해 핏빛으로 붉은 꽃이 섬뜩해보일 정도였다.
파이로와 라우드가 마을에서 좀 오래 살았던 어르신을 찾아가 나무에 대해 물었을때도 신에게 바쳐진 나무라고만 했지만, 뭔가 숨겨진 이야기가 있는 눈치였다. 라우드가 어르신에게 ‘신혼여행차 왔던 신혼부부가 붉은 꽃을 꺾었다가 아이 둘을 유산하게 됐다’고 하자, 어르신은 분명 그 여자의 저주일거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두 사람만 알고 있으라는 말로 운을 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 반얀트리에 깃든 건 신이 아니라 악귀예요. 단지 악귀가 들린 나무라고 곧이곧대로 말했다간 무모한 짓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신이 깃든 나무라고 하는 것 뿐이고요. ”
“악귀가 깃들었다고요? ”
“참, 다시 생각해도 딱한 여인이었지… 남편을 잘못 만나서 생을 일찍 마감하게 됐으니까. 남편한테도 잘 하고, 시댁이랑 아이한테도 잘 했고, 살림도 잘 꾸렸는데 남편이 조강지처 버리고 바람이 났거든. ”
“그럼 저 꽃들이 붉은색인 건… 여인의 원한때문인가요? ”
“그건 아니예요. ”
오래 전, 마을에 어떤 여인이 살았다. 여인은 그렇게 미녀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나름 수수한 매력이 있었고, 내조는 물론 아이 돌보기도 만점에 살림도 잘 꾸렸고, 마을 사람들도 저 집은 복덩이가 굴러들어왔다고 할 정도로 시댁에도 잘 했다. 하지만 남편의 눈에는 그런 여인이 성에 차지 않았는지 남편은 그런 여인을 두고 ‘아이 둘 낳더니 못생겨졌다’, ‘요즘은 나에 대한 사랑이 식었는지 밥이 맛없어졌다’는 핑계를 대고 외간 여자와 바람을 피웠다.
“여인은 ‘곱게는 못 죽는다, 내가 악귀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남편이 가장 아끼는 것들을 앗아가고 죽겠다’면서, 두 아이와 불륜녀를 죽여서 요리했어요. ”
“…… ”
“남편이 불륜을 저지른다고 아내는 등한시했지만, 자기 아이들만큼은 정말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이었거든요. ”
“그래서 두 아이와 불륜녀를… ”
여인은 남편이 가장 아끼는 것, 두 아이와 불륜녀를 남편에게서 뺏기로 했다. 설령 자신이 악귀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남편이 보물처럼 여기는 것들은 전부 앗아가겠다, 그런 일념으로 남편이 가장 예뻐하던 아이 둘과 남편이 가장 사랑해 마지않는 불륜녀를 죽였다. 그리고 각종 향신료와 야채를 넣고 푹 끓여 요리를 했고, 그 요리를 남편에게 대접했다. 남편은 생전 처음 보는 고기 요리를 제 아이들과 불륜녀인 줄도 모르고 고기가 부드럽고 맛있다면서 싹싹 비웠다.
“남편이 자기 아이와 불륜녀를 먹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식사를 다 마친 후였어요. ”
식사를 마친 남편의 눈 앞에 보인 것은 두 아이와 불륜녀의 머리, 그리고 여인이 남긴 ‘너는 네가 가장 사랑하던 이들을 너의 손으로 완벽히 비웠고, 남은 것은 네 위장 속에 파묻힌 작은 무덤뿐이다.’는 편지였다. 남편이 만찬을 비울 동안 여인은 가정을 위해 헌신한 자신을 저버린 남편을 증오하고, 저주하겠다면서 남편이 아꼈던 모든 것들을 제 스스로 먹어치웠다는 편지를 남기고 구해뒀던 독초를 먹어 스스로 생을 마감한 후였다.
자기가 부드럽고 맛있는 고기라고 칭찬까지 해가면서 먹었던 게 아이와 불륜녀였다는 것을 알게 된 남편은 속을 게워내려고 했다. 하지만 남편이 토해낸 것은 자기가 씹어삼켰던 아이와 불륜녀가 아닌 피처럼 붉은 꽃과 피였다.
“남편은 그대로 미쳐서 사흘 밤낮을 꽃과 피를 토하다가, 온 몸에 붉은 꽃이 핀 채로 죽었어요. ”
사흘동안 내리 꽃과 피만을 토하던 남편은 온 몸에 붉은 꽃을 피운 채로 죽었다. 죽은 여인의 사정을 다 알고 있었던 마을 사람들은 자기 자식을 제 손으로 먹었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다 죽은 남편을 동정하는 대신 ‘조강지처 놔두고 바람 피우더니 꼴 좋다’면서 손가락질 할 뿐이었다. 어떤 사람은 죽은 남편을 두고 ‘쾌락에 미쳐 살더니, 결국 제 자식의 무덤이 됐다’고 했다. 불륜을 저질렀던 당사자인 남편뿐만 아니라, 그런 상황에서도 돈때문에 억지로 참고 살라고 강요했던 여인의 가족들까지 ‘돈에 눈이 멀어서 딸을 죽음으로 내몬 사람들’이라면서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다.
“반얀트리 주변에 피어있는 꽃이 붉은 색인 이유가 남편이 토했던 꽃이 그대로 뿌리를 내렸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고, 여인이 죽인 아이와 불륜녀의 피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
“참, 불쌍하네요… ”
“그 남편놈은 분명 지옥에서도 꽃을 토하면서 고통받고 있겠지… 아니, 그래야만 해. ”
“사원에 가 봤다면, 꽃을 회수하는 사람도 보셨겠군요? ”
“네. 바닥에 떨어진 꽃을 주워가고 있었어요. 바닥에 떨어진 꽃은 주워도 되지만, 사원 밖으로 가지고 갈 수는 없다고 하던데, 그것도 그 여인 때문인가요? ”
“반은 맞고 반은 틀려요. ”
어떤 여자가 불륜을 저지른 남편과 불륜녀를 사원 바닥에 떨어져있던 붉은 꽃으로 저주했다. 그 여인은 죽은 후로도 불륜의 피해자들을 불쌍히 여겼던 탓에, 똑같이 피해자였던 여자를 불쌍히 여겨 불륜 상대와 남편을 처참하게 죽였다고 한다. 남편과 불륜 상대를 저주했던 여자는 자발적으로 붉은 꽃을 이용해 죽은 사람들을 저주했다는 사실을 고백한 뒤 마을을 떠났고, 이후 마을 사람들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끔 바닥에 떨어지는 꽃들도 회수해서 처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마친 어르신은 저주를 받은 신혼부부가 꽃을 꺾은 목적이 단지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면, 그리고 두 사람이 부정한 관계가 아니라면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최대한 빨리 이 곳으로 두 사람을 데리고 오라고 했다. 단지 꽃이 예뻐서 그랬던 거라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면 여인도 그 정도는 너그럽게 넘어갈 거라면서 말이다.
“미기야, 의뢰인한테 당장 비행기 표 끊으라고 해. ”
“네? ”
조사를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하자마자, 파이로는 미기야에게 전화해서 당장 출국 준비부터 하라고 했다. 뜬금없이 무슨 말이냐는 미기야에게 파이로는 현지 사원에서 의식을 통해 저주를 풀 수 있을 거라면서 최대한 빨리 가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 나무에 깃든 것은 신이 아니라 악귀이고, 두 사람이 꺾은 꽃 역시 악귀의 소유라면서 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했다.
“현지에서는 악귀가 깃든 나무라고 하면 무모한 짓을 하는 사람이 나올까봐 일부러 신이 깃든 나무라고 하는 거래. ”
“그럼 악귀가 깃든 나무라는 걸 일부러 숨긴 거예요? ”
“그런 셈이지. 의뢰인한테도 악귀 얘기는 하지 말고, 그냥 저주를 풀 방법이 있다고만 하면 될 거야. ”
“네. ”
미기야가 의뢰인에게 연락해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하자, 의뢰인은 현지로 가야 하는거냐면서 마침 다음주에 여름 휴가니까 그 때 가기로 했다. 괴담수사대 전원 역시 의뢰인과 동행하기 위해 동남아행 티켓을 끊었다.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사원으로 가 보니, 아침부터 사람들이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현장을 진두지휘하던 사람이 부부가 봤던 사람이었고, 그 사람은 두 사람이 도착한 것을 확인하자마자 두 사람이 부정한 관계인지와 꽃을 꺾은 이유를 물었다. 라우드의 통역 끝에 두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와 꽃을 꺾은 이유를 전해들은 현지인은 부부에게 전통 복장을 건네고 갈아입을 것을 지시했다. 옷을 다 갈아입고 나온 두 사람은 머리에 붉은 꽃으로 만든 화관을 쓰고, 진수성찬이 차려진 밥상 앞에 꿇어앉았다.
“지금부터 나무에 깃든 신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할겁니다. 제가 이제 됐다고 할 때까지 계속해서 용서를 구하셔야 합니다. ”
두 사람은 밥상 앞에 놓인, 붉은 꽃이 떠 있는 차를 마시고 신의 꽃에 손을 댄 것에 대해 사과했다. 현지인이 이제 됐다고 한 다음에야 두 사람은 머리에 쓴 화관이 하얀색이 된 것을 확인했고, 하얀 화관을 다시 나뭇가지에 걸어 감사를 표하자 화관은 다시 붉게 물들었다.
“됐습니다, 신께서 두 분을 용서하셨습니다. ”
“정말요? ”
“두 사람이 부정한 관계가 아니라서 신이 너그럽게 봐 준 겁니다. 이 나무에 깃든 신은 부정한 관계를 맺는 자들을 대단히 싫어하시거든요. ”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무사히 의식을 마치고 귀국한지 1년 반쯤 지났을 무렵, 미기야는 의뢰인으로부터 한 통의 연락을 받았다. 그것은 의뢰인이 쌍둥이를 출산했다는 소식이었다. 갓 태어난 아이들은 세상이 익숙하지 않은지 울고 있었지만, 그것은 어떻게 보면 세상을 향한 출사표였다.
“귀국하고 몇달쯤 뒤에 아내가 꿈을 꿨는데, 어떤 여인이 꽃으로 만든 목걸이를 걸어주는 꿈을 꾸었대요. ”
“꽃으로 만든 목걸이요? ”
“네. 의식때 썼던 화환을 좀 더 길게 만든 목걸이였어요. 여인이 아내의 목에 하얀색하고 분홍색 목걸이 두 개를 걸어주면서 아이를 잘 부탁한다고 했는데, 그 꿈을 꾸고 병원에 가서 확인해봤더니 쌍둥이였습니다. 그것도 이란성 쌍둥이요. ”
“축하드립니다. ”
저주를 풀지 않았더라면 또 하늘로 갈 뻔 했을지도 모를 아이들이 무사히 태어났다는 소식에, 미기야는 의뢰인에게 축하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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