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우리 길드 되게 누추한데… 왜 귀하신 분이 여기에… ”
“코린님 소개 받고 가입하셨대요. ”
“코린님 소개로요? ”
“네. 레이드하다가 만났다고 했어요. ”
처음으로 길드 오프라인 정모에 그녀가 모습을 드러낸 날, 길드원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왜 이런 분이 우리 길드에?’였다. 겉보기에는 전혀 게임이라곤 모를 것 같이 생긴, 한마디로 하자면 굉장한 미녀가 우리 길드원이라니, 거기다가 같이 파티를 뛰었던 다른 길드원의 말에 따르면 ‘이 분이 파티장 하면 트롤러를 데리고도 레이드를 깬다’고 할 정도로 실력자였다.
“이야~ 코린, 어디서 이런 미녀를 다 물어왔어? 오빠 만나라고 물어온거야? ”
“이 사람, 또 시작이네. ”
“게임하다가 막히면 다 얘기해, 이 오빠가 아이템이고 골드고 팍팍 쏜다! 이 오빠 이래뵈도 서버에서 이름 날리는 랭커야, 랭커! 대신에, 오빠랑 한번 밥이나 먹어주면 돼. 술도 괜찮고. 일단… 우리 애기 번호부터 줄까? 1000골드 줄게. ”
“솔라리스씨, 작작좀 하시죠? ”
“죄송합니다, 이런 누추한 분은 오지 말라고 했어야 했는데… ”
“누가 누추한 분이야, 인마! ”
“솔라리스씨, 또 제 버릇 개 못 주네. ”
그녀를 보자마자 신나서 들이대는 남자가 이번에 그녀의 타겟이 된, 서버 랭커들 중 한 명이자 길드원인 솔라리스였다. 그녀를 보자마자 신이 나서 템 줄게 밥 먹자, 골드 줄게 술 먹자 하면서 들이대는 그를 본 다른 길드원들은 그녀만 들릴 정도로 작은 소리로 ‘원래 저런 사람이다’, ‘다른 길드원들한테도 다 저래서 여자들은 정모에 잘 안 나온다’고 했다. 길드장이 눈치를 주자 그제서야 깨갱하면서 좀 얌전해진 그를 보면서, 다른 길드원들은 ‘이제 저 사람이 어그로를 끌겠구나…’하는 눈치였다.
그녀를 길드에 소개한 코린과는 몇주 전에 레이드에서 만났다. 파티원중에 소리는 듣는데 말은 보이스챗이 아닌 채팅으로만 하는 사람이 있었고, 그 파티원도 레이드를 몇 번 해본 전적은 있었는지 레이드는 어찌어찌 깨긴 했지만, 다른 사람의 보이스챗을 듣는 걸 보면 뭔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왜 말을 안 하는건지 궁금해서 그 파티원에게 귓말을 했었다.
“저, 길드원때문에 보이스챗을 못 했어요. ”
“길드원때문에요? ”
가끔 보이스챗을 듣고 상대가 여성 유저라는 걸 알아채면 과도하게 들이대거나 성희롱을 하기도 하고, 게임을 못 하면 욕을 하기도 하는 남성 유저들이 종종 있었다. 그녀도 그런 유저들과 경찰서 정모를 몇 번 하기도 했고, 어떨때는 상대가 미성년자여서 부모님이 대신 사과하곤 했다. 그래서 길드원중에 그런 사람이 있는거냐고 물었지만, 상대는 그렇다기보단 여성 길드원이 들어와있으면 발정나서 들이대는 사람이 있었다면서 아까 파티에 그 사람이 있어서 보이스챗을 켤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럼 그 사람은 여성 길드원이 들어오면 그 사람한테 껄떡대는거예요? ”
“목소리가 여자면 다 껄떡대요. 아마 남자가 여자인 척 목소리 바꿔도 껄떡댈걸요? ㅋㅋ 그러다가 넷카마한테 개털릴지도 모르죠. ”
“ㅋㅋㅋㅋㅋㅋㅋㅋ ”
“저희 길드 사람들은 그 사람이랑 파티일때는 보이스챗 안 해요. 보이스챗 하면 그 순간부터 들이대거든요. 가끔 여성 길드원들한테 템이나 골드같은 거 주는것도 다 수작질하는거라서 받으면 안 돼요. ”
“수작질이요? ”
들어보니 그 길드원은 여자인 길드원이 들어와있으면 미친듯이 들이댔다고 한다. 여성인 길드원에게 아이템이나 골드를 나눠주긴 했지만, 전부 대가성이라 우편은 안 받고 그대로 거절하고, 거래 제의를 하면 안 받는다. 어떤 사람들은 아예 그것때문에 질려서 거래를 차단하기도 했다. 본인은 그걸 플러팅이라고 생각하는건지, 쓸데없이 아이템이나 골드를 보내면서 ‘이거 받으면 나랑 밥먹는거다?’, ‘이거 받으면 나랑 만나는거다?’, ‘이거 받으면 나랑 술마시는거다?’이런 되도 않는 내용을 같이 보낸다고 한다.
“네 ㅋㅋ 이거 받으면 술마시는거다? 이거 받으면 밥먹는거다? 이런 식으로 맨날 들이대는데 진짜 역겹다니까요. 그 인간 완전 삼촌뻘인데 뭐하자는건지… ”
“생각만 해도 구역질 나네요… ”
“그죠? 우리 길드원들은 그래서 정모도 안 나가요 ㅋㅋ 그 인간, 정모에서도 치마만 둘렀다 하면 무조건 껄떡대거든요. 정모에서 유일하게 일찍 가는 날은 여자가 안 나온 날이거나 껄떡대는 여자가 일찍 가는 날이래요. ㅋㅋ”
“세상에, 그 정도로 여자한테 미쳤어요? ”
“완전 여미새예요, 여미새. 그래도 꼴에 랭커라고 귓속말로만 들이대는데, 알 사람들은 솔라리스가 여미새인거 다 알아요. ”
그녀가 길드에 가입했을 때, 다른 길드원들도 ‘솔라리스랑 같은 파티에 있을 때 보이스챗 하면 안 된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솔라리스가 보내는 우편은 받지 말고, 거래 제안도 무조건 다 거절하라는 말 역시 그녀가 파티원이었던 코린에게 들었던 얘기들이었다. 그 정도로 여미새라면 구워삶는 재미는 있겠다, 그녀는 신이 나서 껄떡대는 남자를 보면서 조용히 판을 짜기 시작했다.
-솔라리스? 그 사람 ㄹㅇ 여미새임.
-파티원이 여자면 아주 지 갑옷도 팔아서 다 퍼줄 기세로 들이대던데요? 저 아는 분도 그것때문에 접었고…
-솔직히 원년멤버+랭커만 아니었어도 길드장이 옛저녁에 내쫓았을텐데… 길드장 피셜임.
-그 인간이 템이고 돈이고 다 퍼줄 수 있는게 랭커라서 그런거임. 골드 까짓거 걍 벌면 될 거 아님. 랭커가 파티 껴달라는데 안 껴줄 사람이 어딨겠어?
-진짜 왜 그러고 사는지 1도 모르겠음. 현실에서는 찐따에 모쏠아다 아님?
-ㅋㅋㅋㅋ 모쏠아다니까 뭣도 모르는 어린애들한테 ㅈㄴ 들이대는거 아냐?
게임 커뮤니티에서도 그 남자는 ‘여미새 솔라리스’로 유명했다. 여미새 솔라리스때문에 길드를 탈퇴하고 게임을 접은 사람도 있었고, 그런 사람들 중에는 솔라리스만 없다면 게임 다시 하고 싶다, 그 사람때문에 이벤트 쿠폰 들어올때 출튀만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 정도로 길드에 민폐를 끼치고 있는데도 길드장이 탈퇴를 못 시키고 눈치만 줄 뿐인건 솔라리스가 랭커였기 때문이었다. 길드장도 ‘랭커만 아니었으면 당장 탈퇴시켰을 정도’라고 했으니, 말 다 했다.
-여미새 솔라리스요? 그 사람 아직도 해요?
-남은 여자 길드원들은 진짜 무슨 죄냐… 그 인간 ㅈㄴ 껄떡댈텐데…
-코린이 제일 어리지 않나? 그놈 또 코린한테 들이대는거 아냐?
-여미새 솔라리스가 정모 나가서 일찍 들어가는 날은 정모에 여자가 없거나 자기가 찍어둔 여자가 일찍 들어갈떄 뿐이예요.
-아, 그러고보니 그날 코린이 일찍 집 간다니까 데려다주겠다고 따라갔다가 코린이 경찰 불렀다고 하지 않았어? 가족 불렀다, 혼자서 갈 수 있다고 했는데도 ㅈㄴ 과하게 들이대면서 자꾸 따라오려고 했다고 했어. 그래서 길드장이 코린은 그 뒤로 솔라리스 있을 때 정모 나오지 말라고 했잖아.
-미친놈, 기어이 집까지 따라가려고 한 거였어?
솔라리스때문에 길드를 탈퇴한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그 남자는 길드 정모에 여자가 있으면 번호를 달라고 조르고, 돈이고 아이템이고 같잖은 플러팅 하면서 쓸데없이 우편을 보내곤 했다. 우편은 혹시 몰라서 받는 족족 도로 보냈지만, 우편 차단 기능 좀 넣어줬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성가셨다면서 그놈은 자기때문에 게임을 접는다는데도 역겹게 껄떡댔다고 회상했다. 거기다가 점찍어둔 길드원이 일찍 가는 날은 집까지 따라가려고 해서 경찰을 부른 적도 있었다.
‘이놈, 개쪽당하게 만들어줘야겠다. ’
그 뒤로도 그녀는 남자가 껄떡댈때마다 귓속말이나 채팅을 다 캡쳐해두면서 슬슬 간을 보고 있었다. 실수인 척 보이스챗만 켜도 얼씨구나 하면서 들이대는 통에 증거는 금세 차고 넘쳤고, 그녀는 그 증거들을 조용히 모으면서 판을 짜고 있었다. 어떨 때는 일부러 강화했다가 망했다, 이번에는 골드가 모자라서 강화를 못 했다면서 일부러 우편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거 받고 강화하면, 이 오빠도 강화해줄거지? ’
‘허리에 크래커 몇 개까지 올라가? 오빠는 크래커 세 개 이상 올라가는 여자 안 만나는데~ ’
‘강화 성공하면 오빠한테 술 사는거다? 가슴도 만지게 해 주면 더 좋고. ’
그녀의 계략에 넘어가서 남자가 성적 농담이 섞인 우편을 보낼때마다 그녀는 조용히 그 우편을 캡처하곤, 골드를 달라고 한 건 아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녀가 그런 반응을 보일때마다 길드원들은 ‘저 여미새 또 저러네…’라는 반응이었다. 그 무렵에 커뮤니티에서는 현금 거래 사이트에서 솔라리스의 아이디를 봤다는 얘기도 있었고,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서 본 것 같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녀도 레이드에 있어서는 나름 고인물이었고, 장비 강화가 빵빵했던 탓에 강화하는 데 골드가 엄청 들어가기때문에 같잖은 플러팅과 함께 골드를 바치는 건 제아무리 랭커라고 해도 힘든 일이었으니 말이다.
“아, 뭐야. 랭커 왔대서 깰 줄 알았더니… ”
“랭커가 아니라 완전 개트롤인데? ”
“아이씨, 내일 출근떄문에 일찍 자야되는데 망했네. ”
남자는 그녀가 온라인일 때 귓말이나 우편으로 껄떡댔던 것 외에도, 그녀가 온라인 상태일 때 접속한 지역까지 와서 강제로 쩔해주겠다면서 민폐를 끼친 적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사냥을 해야 하는데 쩔해준답시고 랭커가 와서 민폐를 끼치고 있는 걸 본 그녀는 게임을 나가면서 길드장에게 이를 얘기했고, 길드장이 남자에게 한소리 하자 사태가 좀 진정되는가 했다. 어떨때는 레이드 파티에 쓸데없이 꼽사리껴서 그녀에게 잘 보이려다가 무리수를 둬서 트롤짓을 할 때도 있었다.
게임 속 세계에서는 잘 나가는 랭커였지만, 현실 속의 그는 추레하고 늙은 날백수 1에 불과했다. 집에서 취준생으로 지내면서 용돈으로 게임이나 하는, 소위 말하는 등골 브레이커였던 그는 부모님 입장에서 내다 버리고 싶은 자식이었다.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해 각종 아이템이나 골드를 사다 바치려고 현거래 사이트를 드나들고는 있었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던데다가 천성적으로 일하기 싫어했던 그에게 한계란 놈은 금방 다가왔다.
‘하… 돈이 또 떨어졌네. ’
처음에는 용돈이 떨어지면 부모님께 거짓말을 해서 용돈을 받아냈다. 학원에 등록할거다, 자격증 시험을 칠 건데 접수비가 부족하다고 해서 용돈을 받아낸 다음 그걸 다시 아이템 거래나 골드 거래에 쓰곤 했지만, 금방 거짓말을 들켜서 용돈을 끊겼다. 그럼에도 천성적으로 일하기 싫어했던 그는 쉽게 돈 벌 방법이 없나 궁리했지만, 돈 나올 구석이라곤 부모님 지갑을 터는 것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했다간 컴퓨터고 뭐고 집 밖에 쫓겨날거라 생각한 그는,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했다.
-하씨… 나 오늘 사기당했다.
-너도 솔라리스한테 사기당함?
-처음에는 랭커가 왜 사기를? 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나도 당할뻔했음.
-여기 솔라리스한테 사기당한 사람 꽤 있을걸?
-솔라리스한테 사기당한 사람들 단톡방도 있다던데 함 들어가보실? 사람들 모아서 단체로 고소할 것 같던데.
그는 쉽게 골드를 벌기 위해 갖고 있는 아이템으로 사기를 쳤다. 부계를 이용해서 판다고 올려놓고 돈만 받고 잠수를 타거나, 비싼 아이템을 0 하나 빼고 사는 등의 구매 사기로 싸게 산 다음 제 값에 팔아넘겨가면서 골드를 번 그는 끊임없이 그녀에게 구애했다. 처음에는 자잘하게 사기를 쳤지만, 점점 한이 커지고 대담해지면서는 현금 거래 사기를 치기도 했다.
하지만 게임 내에서도 남미새 솔라리스, 그리고 랭커 솔라리스로 유명했던 그의 꼬리는 금방 밟히고 말았고, 그는 사기혐의로 공론화됨은 물론 피해자들의 신고로 인해 경찰 조사까지 받게 됐다. 처음에는 소액이라고 생각해서 신고를 받아주지 않으려고 했던 경찰이 피해액이 여섯자리는 족히 되는데다가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라는 걸 알고 나서서 움직일 정도였으니, 허술하게 사기를 치던 그가 잡히는 건 시간문제였다.
-여미새 솔라리스 일 냈다는데?
-?? 사기떄문에 조사받는 거 아니었음? 또 뭐가 있어?
-정모에서 여자한테 껄떡대면서 따라가서 결국 일 저질렀다며?
-뭐야, 그렇게 여자여자 하더니 일 저지른거임?
-와씨 글 보니까 ㅈㄴ 역겹네. 다른 여자 길드원들한테도 저러고 들이댔다는 거 아냐. 가슴 만져보게 해달라는 건 지 여친한테도 안 할 말 아님?
-우리게임 그런 게임 아닙니다! 놈이 비정상인거예요!
그녀에 의해서 다른 쪽으로 남자가 한번 더 공론화됐다. 남자는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없다는 말에 아주 신나서 정모에 올때마다 번호를 달라고 조르고, 술이 들어가면 농담이랍시고 성희롱을 해대면서 껄떡댔다. 그러다가 그녀가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서 일찍 들어간 날, 기어이 일을 저지르고 만 것이다.
그녀가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서 일찍 가봐야겠다고 한 날, 남자는 그녀에게 바래다주겠다고 말하면서 따라갔다. 그녀가 가족들이 마중나올거라고, 괜찮다고 했음에도 계속 그녀를 따라간 남자는 그녀가 사는 뒷골목 근처까지는 따라왔지만, 가로등 하나 없는 골목 속에서 그녀가 사라지자 결국 그녀가 어디 사는지는 알아내지도 못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물론, 이것 역시 그녀가 일부러 유도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랭커라서 손도 못 댔던 게 이렇게 독이 될 줄은 몰랐네요. 오늘부로 솔라리스님 강퇴시키겠습니다. 더는 못 봐주겠네요. ”
“솔직히 진작 강퇴시켰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그 사람 코린 집까지 따라가려다가 경찰서 가지 않았나요? ”
“길드장님, 랭커라고 너무 봐주셨네… ”
“솔라리스가 데려온 사람들도 많았어서 손대기가 더 껄끄러웠겠죠. 원년멤버기도 했고… ”
그녀가 일찍 집에 들어간 날 결국 집까지 따라왔다는 말을 들은 길드장은 안되겠다면서 그를 강퇴시켰다. 길드장과 그가 속했던 길드는 길드원들끼리는 친했지만 규모가 작은 길드였고, 그는 사람도 얼마 없었던 길드에 회원이 많아지는 데 기여한 랭커였고 초창기 멤버이기도 했기 떄문에 섣불리 강퇴를 못 시켰던 게 독이 되고 말았다. 그 탓에 길드장도 이 지경이 되도록 탈퇴 안 시키고 뭐 했냐면서 욕을 먹긴 했지만, 다른 길드원들이나 그때문에 게임을 접었던 사람들이 오히려 길드장을 옹호해준 덕에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저 븅딱 저거 언제간 터질 줄 알았지.
-아니, 사과한다고 여미새짓 한 게 없어짐? ㅋㅋ
-랭커가 사기에 여미새 조합이라니… 진짜 얼탱이가 없을 무.
-길드장도 알고 있었는데 길드 사정상 계속 안고 갔던거라며?
-탈퇴한 회원들 말로는 솔라리스 걔가 초창기 멤버기도 하고, 대부분의 길드원들을 데려온 사람이라 딱 떨어지게 대처하기도 애매한 사안이었다고 함. 그래도 최대한 커버쳐주고 한 것 때문에 솔라리스때문에 게임 접은 사람들도 대부분 길드장한테는 악감정 없고, 솔라리스만 없었으면 계속 게임 했을거라고 했어.
-하긴, 그 상황에서 솔라리스 강퇴시켰다가 자기가 데려온 사람들 다 데리고 나가거나 여론조작같은 거 하면 수습하기 빡세지긴 하겠네.
그는 나쁜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그럼 집까지 따라가려고 한 건 맞네?’라는 댓글에는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결국 다른 유저들의 조롱 아닌 조롱을 들으면서 사기꾼+예비 성범죄자로 전락한 그는 경찰 조사도 받아야 하고, 합의도 해야 하고, 사기행위로 제재까지 먹어서 한동안 게임에 접속할 수 없었다. 오랜만에 접속한 그의 우편함에 쌓여있던 건 그 동안 역겨운 성희롱과 함꼐 찔러넣었던 아이템들과 사기 피해자들의 쌍욕이었다.
그녀의 집까지 따라갔던건 근처에 CCTV가 없었기때문에 공론화만 하고 신고는 할 수 없었지만, 사기혐의에 대해서는 얘기가 달랐다. 증거도 뻔히 있었고, 피해자도 한두명이 아니었던데다가 피해 금액도 한두푼이 아니었고, 출석요구서가 날아온 시점에서 그가 사기를 쳤다는 걸 알게 된 그의 부모님은 허리가 부러지도록 연신 사과하면서 합의금을 지불했다. 그 과정에서 그가 그렇게 아꼈던 게이밍 장비들은 다 중고로 팔렸고, 모자라는 돈은 부모님의 노후 자금에서 떼다 보탰다.
-요즘 솔라리스 안보이나요?
-사기+여미새짓하다가 경찰서 정모하고 개쪽당해서 접은듯?
-?? 무슨 일이 있었던거임?
-여미새짓한다고 골드에 템까지 바친다고 사기쳤다가 경찰서 정모했지, 정모에서 여자 길드원 바래다준다는 핑계로 집까지 따라갔다가 2차로 공론화됐지… 그것때문에 길드에서는 강퇴되고, 랭커 타이틀도 옛저녁에 뺏기고, 게임도 접었어요.
-ㄹㅇ 집까지 따라간건 레전드였다 진짜.
-집까지 따라가긴 했지만 그럴 의도는 아니었어요 =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습니다 아님? ㅋㅋ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ㅋㅋ
-집까지 따라가긴 했지만 그럴 의도는 아니었어요? 차라리 개가 풀을 뜯어먹는다고 해라 ㅋㅋ
게임을 접게 된 남자는 부모님이 내준 돈만큼 갚게 하겠다면서 친척이 일하는 공장 생산직에 꽂아넣었다. 물론 공장에서는 수당을 꽤 주니까 금방 다시 게임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사기꾼에 여미새로 낙인찍혀서 욕이란 욕은 다 먹은 남자가 그 게임에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고, 아마 다시 돌아온다 해도 여러 번 전적이 있었던 그를 길드장이 안 받아줄 것이다.
남자가 접게 되면서, 남자때문에 게임을 접었던 많은 사람들이 다시 길드로 돌아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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