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처럼 장을 보고 돌아가던 그녀는 어떤 남자를 발견했다. 그가 입고 있는 복장이나 가방 등을 보면 평범한 직장인인 듯 했지만, 월요병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인해 유난히 지쳐보였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건지 전화기를 보면서 한숨을 푹, 내쉰 그를 본 그녀는 남자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물었다.
“저, 저요? ”
“네. 오늘이 월요일이긴 하지만, 그쪽은 뭔가 월요병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 때문에 지쳐보이는 것 같아서요. ”
“…… ”
보통은 모르는 사람이 이렇게 얘기하면 이상한 사람일거라고 생각해 잔뜩 경계하거나 도망치게 마련이었지만, 한 번 보고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그녀의 얼굴 탓인지, 아니면 누구에게라도 털어놓고 싶은 심정이었는지 남자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곤 이내 입을 열었다.
“실은… 상사가 약점을 잡아서… ”
“약점이요? ”
“네. 그게… 저희 회사는 투잡이 금지되어 있는데, 제가 배달을 했다가 걸렸어요. 하필이면 상사 집으로 배달을 가는 바람에… ”
남자가 다니는 회사는 철저히 투잡을 금지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부모님도 일찍 돌아가셔서 아직 미성년자인 두 동생을 홀로 부양해야 했던 남자는 아직 인턴인데다가, 월급이 그렇게 많은 편도 아니었던 탓에 월급만으로 세 사람분의 살림을 꾸리기 빠듯해서 퇴근할 때 배달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하필이면 그가 배달을 갔던 곳이 상사의 집이었던 탓에, 그는 상사에게 배달을 하고 있다는 걸 들키게 됐다.
“배달을 하고 있다는 걸 비밀로 해 주겠다면서, 그걸 빌미로 여러가지로 부조리한 일들을 시켰습니다. ”
“그럼 아까는 왜… ”
“그게… ”
상사는 남자에게 갖가지 부조리한 일들을 시켰다. 생리대 심부름이나 야근 강요는 기본에, 남편이 출장가고 없는 날은 외로우니 단 둘이 술자리를 가지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리고 남자의 엉덩이를 툭툭 치거나 원치 않는 과도한 스킨십을 하기도 했고, 성적인 농담을 하기도 했다. 상사가 출장 가는 날은 그도 동행해야 했고, 상사가 요구하면 상사의 방으로 건너와 매일같이 상사와 하룻밤을 보내야 했다. 회사에 얘기했다간 상사가 자기가 배달을 하고 있다는 걸 찌를 것 같고, 그렇게 잘리게 되면 동종업계 취직도 힘들어지는데다가 당장 먹고 살 길도 없었던 그는 차마 회사에 알리지 못 했다.
“오늘은 남편이 출장 간 날이라면서, 하룻밤 자자고 했어요. ”
“하룻밤 잔다는 게, 그… 그건가요? ”
“네… ”
“…… ”
“이렇게 가다간 저, 상간남 될 지도 몰라요. 그런데 이걸 회사에 알렸다간 제가 잘릴 것 같고… 그것때문에 말할 수도 없어서 계속 참고 있는 거예요. ”
그녀가 남자를 발견한 날은, 상사가 남편도 출장갔고 아이도 할머니 댁에 보냈으니 자기 집에서 하룻밤 같이 자자는 제의를 했다. 까딱하면 상간남이 될 지도 모를 사안이었지만, 남자의 입장에서는 거절하기도 애매했고 상사는 ‘남편한테 안 들키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이걸 어떻게 하지, 고민하던 찰나에 그녀가 남자를 불렀던 것이다.
“그 상사는 온갖가지 부조리한 제안을 하면서 자기 말을 잘 들으면 정사원으로 계속 다닐 수 있게 해 주겠다고 했지만, 솔직히 모르겠어요. 정사원이 되면 계속해서 그 상사랑 엮일 일이 생길텐데… ”
“먹고 사는 문제라는 게 다 그렇죠. 그래도 회사에는 알리는 게 좋아요. 물론 본인이 잘리게 되면 먹고 사는 문제가 걱정될 수는 있겠지만, 계속 그 상사가 하라는대로 했다가 상간남 되면 그 먹고 사는 문제조차 어떻게 안 될 수도 있어요. 그리고 그 상사가 분명 남편이 당신에게 소송을 걸면 당신이 먼저 꼬리쳤다는 명목으로 꼬리 자르기를 시도할 수도 있고요. ”
“…… ”
“그 상사만 어떻게 처리해주면, 그 회사에 계속 다닐 수 있겠어요? 물론 그쪽이 배달을 했다는 건 비밀로 하고. ”
“그게 가능할까요? 그 상사, 그래뵈도 회사에 연줄도 꽤 있고 능력도 꽤 있어서 어지간해서는 잘 안 잘릴텐데… ”
“나만 믿어요. ”
그녀는 며칠 후, 남자가 일하는 회사에 인턴 사원으로 들어왔다. 껍데기만 인간으로 뒤집어썼다 뿐이지, 머리가 좋았던 그녀는 업무를 금방금방 습득하면서 남자를 협박하고 괴롭히는 상사가 누구인지도 파악했다. 그녀는 소형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상사가 남자를 협박하는 장면이 보이면 업무를 하는 척 하면서 촬영하는 한편, 그 상사와 친한 사람들에게 접근하면서 친해졌다. 그리고 그 상사에 대한 회사 내 평판은 물론 스케쥴까지 꿰고 다닐 수 있었다.
남자의 말대로 상사는 회사에 연줄도 꽤 있었고, 일에 대해서는 프로페셔널이었다. 다만,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예뻐보이는 젊은 여사원들, 특히 미혼인 여사원들에 대해서는 하루에 한 번씩은 꼬투리를 잡고 넘어갈 정도로 질투가 심했다. 그녀에게도 몇 번 업무 관련해서 꼬투리를 잡으려고 했다가, 업무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그녀에게 꼬투리 잡을 건덕지도 없어서 옷이나 몸매를 지적하곤 했다. 그리고 그녀는 상사가 몸매나 얼굴, 옷차림에 대해 지적하는 것들도 전부 녹음해뒀다.
“혹시 USB 있어? 있으면 잠깐 빌려줘, 자료 좀 옮기게. ”
“USB요? 있긴 하죠. 근데 사규에 USB 사용 금지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
“뭐 어때, 사규보다 내가 위에 있는데. 바이러스라도 걸리지 않는 이상에야, IT팀에서도 나한테 뭐라고 못 해. ”
‘연줄이 있다더니, 그거 믿고 날뛰는 모양이네? ’
그녀는 바이러스를 심어둔 USB를 빌려줬고, 상사가 컴퓨터에 USB를 꽂자 그녀의 컴퓨터로 상사 컴퓨터에 있던 내용들이 전부 흘러들어왔다. 퇴근하고 컴퓨터를 확인해보니 상사의 컴퓨터에 있던 내부 파일들은 물론이고 메신저 내역까지 전부 들어와 있었고, 메신저 중에는 업무적인 대화를 주고받은 내용도 있었지만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예뻐보이는 미혼 여사원들에 대해 험담하는 내용도 있었다. 물론, 그녀에 대해 험담하는 내용들도 있었다. 누구는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었다, 노래방 투잡뛰는 모양인데 나한테 걸리면 바로 찌를거다, 누구는 성형한 티가 난다, 술집에서 술이나 따르게 생긴 년도 받아주는 걸 보니 이 회사도 슬슬 떠날 타이밍이다.
그리고 남자에게 메신저로 협박 아닌 협박을 하면서, 부당한 지시를 한 내역도 들어있었다. 말만 잘 들으면 정사원으로 추천해주겠다는 협박 아닌 협박과 함께, 그 동안 남자가 얘기했던 모든 부당한 지시들을 시킨 내역이 하나하나 들어있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메신저 캡처본을 폴더 두 개에 나눠 담았다. 하나는 남편에게 보낼 것, 하나는 회사 인트라넷에 익명으로 뿌릴 것. 그리고 뿌리는 것은 한달 뒤이고, 깔끔하게 퇴사할 명분도 나왔다. 그녀에 대한 험담도 있었고, 실제로 외모로 꼬투리 잡은 기록도 있었으니 그걸 빌미로 퇴사하면 된다.
‘일단 이 사람 남편이 누구인지도 알아볼까? ’
남자를 통해 상사의 집 위치를 알아낸 그녀는, 그 집이 자기 집에서 꽤 가까운 곳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동네 공원을 사이에 두고 그녀가 사는 뒷골목 맞은 편이 상사의 집이었다. 그 집 식구들과 만날 일은 없었지만, 투고하기는 꽤 쉽겠구나. 다만, 투고를 하기 위해서는 그 집 남편이 집에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이 역시 사내 메신저를 통해 상사가 정보를 흘리는 덕에 금방 알 수 있었고, 그녀는 디 데이로 정한 한달 근처로 해서, 상사가 출장을 가고 남편이 집에 있는 날을 골랐다. 그리고 약속한 날이 되자, 그녀는 상사가 남자에게 성적인 제안을 했던 모든 증거를 들고 상사의 집 앞으로 가, 문 앞에 증거가 든 봉투를 내려놓고 초인종을 눌렀다. 그리고 안에서 나온 남편이 발치에 놓여있는 봉투를 들고 간 것을 확인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날, 출장에서 복귀한 상사는 컴퓨터를 켰다가 비명을 질렀다. 평소처럼 컴퓨터를 켜자마자 반긴 것은, 평소와 같은 바탕화면이 아니라 검정색 바탕에 흰 글자로 ‘Your system has been infected. Data transmission in progress.’라고 쓰인 바탕화면이었다. 그리고 회사 백신에 바이러스가 감지됐다는 팝업이 뜨자, 상사는 IT팀에 연락했고 곧 IT팀에서 사람이 왔다.
“바이러스에 걸리셨는데요. ”
“그런 얘기나 듣자고 부른 게 아냐. 빨리 이것 좀 어떻게 해 봐! ”
“바이러스는 진 과장님 전문이라, 진 과장님이 출근하셔야 해요. ”
“진 과장 언제 오는데? ”
“오늘 오전반차라 1시에 오세요. ”
“뭐? 그럼 나보고 오전 내내 손 놓고 있으라는거야? ”
진 과장은 오늘 오전 반차여서 1시에 출근 예정이었고, 결국 상사는 아무것도 하지 못 하고 오전 시간을 보내야 했다. 오전 내내 손 놓고 있으라는 거냐면서 애먼 사원을 잡도리질했지만, 사원은 자신도 어쩔 도리가 없다면서 진 과장에게 보고하겠다고 하곤 가 버렸다. 그리고 오후에 출근한 진 과장은 가방도 내려놓지 못 하고 부랴부랴 상사의 자리로 와서 컴퓨터를 확인했고, 이내 IT팀 사무실로 돌아가는가 싶더니 상사를 호출했다.
“로그 보니까 한달 전쯤 외부 USB 쓰셨네요? 거기서 바이러스가 감염됐어요. ”
“뭐라고? 이거 치료는 가능해? ”
“가능은 한데, 치료하기가 꽤 힘들고 안 될 확률이 99%라 컴퓨터 포맷하는 것 말고는 답 없어요. 그보다, 우리 회사에서는 외부 저장 장치는 사용 금지일텐데 왜 USB를 쓰신겁니까? ”
“파일 좀 옮기려고 새로 온 인턴한테 잠깐 빌렸지. ”
진 과장의 질문에 상사는 잠깐 파일을 옮길 요량으로 새로 들어온 인턴에게서 USB를 빌렸다고 했고, 진 과장은 그녀에게 상사의 컴퓨터에 바이러스가 걸린 일을 얘기하면서 상사에게 USB를 빌려준 게 맞느냐고 했다. 그녀는 바이러스때문에 안절부절 못 하는 상사를 보면서 속으로 고소해했지만, 겉으로는 얼굴색 하나 안 바꾸고 ‘나는 상사가 빌려달라고 해서 빌려준거고, 신입사원 교육을 할 때 진 과장님이 외부 저장장치 사용 금지라고 하셨던 게 기억나서 괜찮은거냐고 물었는데 상사가 괜찮다고 했다’고 했다. 진 과장은 알겠다고 한 뒤 상사에게는 윗선에 보고가 들어갈거고, 이건 심각한 사안이라 곧 징계위원회가 소집될거라고 했다. 그녀에게는 그녀가 사내에서는 외부 저장장치가 사용 금지라는 것도 숙지하고 있었지만 상사의 요구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빌려줬다는 것을 감안하겠다고 했다.
바이러스 트리거가 발동될 때에 맞춰서 그녀는, 회사 익명 게시판에도 상사가 남자를 협박한 증거들을 올렸다. 남자가 배달을 하다가 걸렸다는 사실은 ‘여자친구랑 같이 음식을 먹을 요량으로 여자친구 집에 가다가 층을 잘못 찾았는데 거기가 상사 집이었고, 배낭도 하필 배달 하는 사람들이 메고 다니는 가방과 비슷하게 생겼던데다가 남자가 어버버하는 걸 본 상사가 배달 하는 걸로 오해해서 꼬투리를 잡았다’는 걸로 포장됐고, 연이어서 다른 여직원들을 험담한 증거까지 올라가자 상사와 친하게 지냈던 다른 여직원들도 상사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 소식 들었어? ”
“무슨? ”
“얼마전에 징계위 소집됐다는 박 차장 말야. 남편한테도 고소당했대. ”
“남편한테? ”
“익명게시판 못 봤어? 박 차장이 같은 팀 인턴 협박해서 그렇고 그런 짓 하려고 했던 거. 인턴이 여친 만나러 가다가 층 잘못 찾아갔는데 거기가 박 차장 집이었거든. 그때 여친이랑 같이 뭘 먹으려고 사들고 올라가고 있었는데, 그걸 배달하는거라고 생각하고 꼬투리 잡아서 자기 말 안 들으면 회사에 폭로한다고 협박했대잖아. 그 인턴은 박 차장이 성적 행위 강요하는 것 때문에 여자친구랑도 헤어졌대. ”
“진짜? ”
“그렇다니까? 남편 없는 날은 단 둘이 술자리도 갖자고 하고, 출장가서도 그렇고 그런 짓 강요했대. 글쎄, 남편이 출장 간 날 자기 집에서 하자고도 했다더라? ”
“뭐? 그럼 지금 남편 놔두고 다른 남자랑 하려고 했단 거야? 이거 불륜 아냐? ”
“그래. 애먼 인턴 하나 졸지에 상간남 될 뻔 했다니까? ”
“세상에… 회식때 그렇게 남편 얘기, 자식 얘기 하더니 뒤에서 불륜 저지르고 있었어? 완전 소름인데? ”
“누가 아니래? ”
상사가 남자를 협박하고, 성적인 요구까지 했다는 사실이 남편의 귀에 들어갔고, 남편은 이혼소송을 진행했다. 이 사실도 회사 익명게시판을 통해 퍼져나가 상사는 젊은 인턴이랑 붙어먹으려고 인턴을 협박한 불륜녀가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여자친구랑 먹을 음식을 포장해서 올라가다가 층을 착각해서 갔을 뿐인데 배달로 착각하고 협박한데다가, 사적인 심부름은 물론 야근 강요에 술자리 강요, 거기다가 성적인 행위까지 강요했다니, 그것도 남편도 자식도 있는 유부녀가 말이다. 상사가 남자를 유혹하면서 했던 말인 ‘남편은 이제 늙어서 잘 서지도 않는다’, ‘역시 젊은 애들 물건이 좋다’, ‘남편한테 장어 백마리를 먹여도 너보단 못하다’는 말도 퍼졌다. 그게 아니라고 해명하려고 했지만, 사람들은 그녀를 믿지 않았다.
모든 것을 폭로한 그녀는, 상사가 그녀에게 그 동안 꼬투리 잡으면서 했던 얘기들도 증거로 제시하고 회사를 그만뒀다. 물론 이 사실도 익명게시판에 퍼졌다. 그녀의 외모가 남달랐던 탓에 모든 부서에서 어느 팀에 완전 여신급 인턴이 들어왔다고 난리였는데, 그 화제의 인턴보고 옷이 어떻니, 몸매가 어떻니, 퇴근하고 노래방 투잡 뛰냐느니, 가슴에 뽕은 얼마나 넣었냐느니, 몸매가 너무 부각되는 거 아니니 하면서 괴롭혔으니 말 다 했다. 안그래도 사규를 어기고 외부 저장 장치를 썼다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건으로 징계위원회가 소집될 예정이었는데, 그 동안 죄목이 늘어서 직장 내 괴롭힘은 물론 직장 내 성희롱에 성폭력까지도 갈 수 있는 사안이었다. 심지어 나이 차이도 20살은 족히 되는 조카뻘 인턴을 협박해서 그런 짓을 했으니 말이다.
“그 상사, 잘렸어요. 저도 그거랑 별개로 그만두긴 했지만... ”
“결국 잘렸어요? ”
“저한테 했던 짓도 있었고, 그거랑 별개로 여사원들 뒷담화 하면서 했던 얘기 중에도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는 것도 있었고... 근데 컴퓨터 바이러스 걸린 게 컸죠. ”
“그랬구나… ”
상사는 결국 회사에서 징계해고를 당했고, 남편과는 이혼하게 됐다. 아이의 양육권은 남편쪽에서 가져가게 됐고, 상사는 위자료에 양육비까지 물어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남자에게 협박했던 말대로 업계가 좁았기 때문에, 동종업계에 상사가 왜 해고됐는지가 파다하게 퍼졌다. 거래처에도 이력서를 넣어봤지만, 번번이 미역국을 먹은 그녀는 결국 커리어를 포기하고 알바 자리를 전전해야 했다. 집도 아파트에서 작은 반지하 월셋방으로 이사를 가야 했고, 회사에 출근할 때 하나씩 바꿔서 들고 다녔던 명품 가방도 중고로 팔아 양육비를 지불하는 데 보태야 했다.
상사가 이혼당한 이유를 알게 된 가족들은 물론, 지인들도 그녀와 손절했다. 상사에게 남편을 소개해줬던 친구는 ‘내가 너 젊은 놈이랑 바람이나 피우고 딴짓거리 하라고 그런 사람 소개해 준 줄 아냐’고 한소리 했다. 상사의 부모님은 상사가 회사에서 했던 짓을 전해듣고 상사랑 연을 끊고 남편을 아들인 셈 치겠다고 했고, 아이는 엄마에게 별로 애정이 없었는지 엄마를 찾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업무 특성상 출장이 잦았던데다가 남편도 출장이 꽤 있어서 아이는 대부분 시댁이나 친정에 맡겨야 했다. 남편은 상대적으로 출장이 덜했지만 기간은 길었고, 그래도 짬짬이 아들과 영상통화라도 했었지만 그녀는 출장을 갈 때마다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느라 아이와 영상통화를 할 시간도 내지 않았다. 일이 없을 때도 그녀는 아이와 놀기보단 나가서 다른 친구들을 만나고 놀았으니, 어떻게 보면 아이가 엄마에게 애착이 없었던 것도 당연했다.
“그거야말로, 그 입 아래에 낭떠러지가 있었던 꼴이지. ”
그 일이 계속 생각날 것 같아서, 남자는 인턴십을 마치고 동종업계로 이직을 했다. 인턴으로 일했던 경력은 짧았지만, 그 경력을 밑거름삼아 정사원으로 바로 들어가게 된 남자는 전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게 됐고, 투잡을 뛰지 않아도 동생들을 부양할 수 있게 됐다. 남자의 동생들 중 한 명은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졸업하고 취업을 하면서 야간대학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잘 풀려서 다행이네. ”
“다 당신 덕분이죠. ”
'Other Episode > Episode. Unknown' 카테고리의 다른 글
| 8. 불나방의 최후 (0) | 2025.07.01 |
|---|---|
| 7. 무자격자의 최후 (0) | 2025.06.26 |
| 5. 친구...인가? (0) | 2025.06.19 |
| 4. 체크메이트 (0) | 2025.06.16 |
| 3. 위험한 그림자 (0) | 2025.06.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