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늘까지 돈 가져오라고 했잖아. 너 내가 우습냐?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용돈을 다 써서…
-용돈을 다 썼으면 니 엄마 지갑을 털어서라도 가져와야 할 거 아냐!
저녁 어스름, 그녀는 뒷골목에서 한 무리의 고등학생들을 보았다. 남학생 무리 사이에 여학생도 몇 명 끼어있었고, 학생 무리는 한 명을 에워싸고 두들겨 패고 있었다. 증거를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고 슬금슬금 학생 무리를 향해 다가간 그녀는, 무리 바깥에 있던 학생의 교복을 확인한 다음 한 명을 두들겨패는 남학생의 뒷덜미를 잡아챘다.
“너 뭐야! ”
“너 조지러 온 사람. ”
“으악! ”
한 손으로 남학생을 들어올린 그녀는 놔달라면서 발버둥치는 남학생을 그대로 바닥에 메쳐버렸다. 콘크리트 바닥에 메쳐져서 아팠는지 남학생이 비명을 지르자, 이를 본 다른 학생들은 자기들도 메쳐질까봐 두려웠는지 바퀴벌레 떼가 흩어지듯 우르르 사라졌다.
“히익- ”
“내 나와바리에서 당장 꺼져. ”
겁에 질린 남학생이 도망가자, 그녀는 맞고만 있던 학생을 일으켰다. 교복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준 그녀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안경을 주워 건넸다. 그리고 학생이 안경을 쓸 동안, 주변에 널브러져 있던 학생의 소지품을 수습했다.
“괜찮아? ”
“네… 고마워요. ”
“쟤들은 뭐야? 너, 왜 맞고만 있었어? ”
“휴… ”
“괜찮으니까 전부 얘기해봐. ”
학생을 두들겨 패고 있었던 건 같은 반 학우였다. 반에서도 일진인데다가 무서운 형, 누나들도 많이 알고 있었던 탓에 반 아이들은 모두 그 학생과 엮이지 않으려고 했다. 담임 선생님을 제외하면 학생에게 뭐라고 할 수 있을법한 학생은 한 명도 없었고, 그는 반에서 왕으로 군림하면서 담배도 피우고, 술도 마셨다.
“너는 걔한테 찍힌거야? ”
“그런 셈이죠. ”
“왜? ”
“담배피는 걸 봤다는 이유로요. ”
남학생은 집에 가는 길에 그 학생이 담배를 태우던 것을 봤다. 그리고 다음날, 누가 찔렀는지 그 학생은 담배를 피운 것 때문에 혼났고 그 화살을 남학생에게 돌렸다. 정작 그 남학생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덤터기를 쓴 셈이었고, 그날부터 방과후에 불러서 돈을 뺏고 툭하면 때리곤 했다는 것이다.
“선생님한테 말은 해봤니? ”
“누나도 아시잖아요, 학교에 그런거 얘기해봐야 쉬쉬할 거 뻔한거… 그리고 선생님한테 말했다간 역풍만 맞고 괴롭힘만 더 심해질 게 뻔해요. 걔네집 금수저거든요... 걔 공부도 잘 하고... ”
“…… ”
학교라는 건 학생들을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교육하는 곳인데, 왜 문제를 덮기에 급급한건지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학생을 그냥 뒀다간 어떻게 될 지 장담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녀는, 이 무리를 싸그리 박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놈들의 정체가 뭔지, 왜 이 남학생을 두들겨 팼는지 이전에 자기 영역을 침범한 놈들이니까.
“너는 일단 집으로 가. 그리고 저 녀석들은 누나한테 맡겨. ”
“네? ”
“남의 집 앞에서 이런 짓거리를 저지른 놈은 절대 용서 못 하지. 조용히 살고 싶어서 이사온건데 이런 식으로 난동부리면 이쪽도 곤란하거든. ”
“어떻게 하시려고요? ”
“다시는 이런 짓거리 못 하게 만들어줄게. ”
아까 확인한 교복을 바탕으로 남학생이 다니는 학교를 알아낸 그녀는 이 놈들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했다. 남학생이 했던 말대로, 학교측에 알린다 한 들 확실한 대처는 해 주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쉬쉬하기 급급해서 대충 덮고 넘어갈 게 뻔한데다가, 그것때문에 괴롭힘이 더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 법적 조치를 밟을거면 경찰을 찾아가는 편이 확실하겠지만, 그렇다고 사진 한 장만 달랑 들고 가 봤자 당장 뭘 할 수 있을 리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위장의 공간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그 많은 학생들을 한꺼번에 다 잡아먹을 수도 없었다.
‘그래도 결속이 그렇게 강한 건 아니니, 내분만 좀 만들면 나머지 말들은 치울 수 있겠네. ’
그녀가 왕을 메치자마자 나머지 학생들이 우르르 도망쳤던 걸 보면, 어쩌면 왕 하나만 요리하면 간단하게 해결될 것 같았다. 그 남학생 말대로라면 주변에 있던 무리들도 왕의 뒤를 봐준다는 무서운 형, 무서운 누나들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르고 있는 것 같아보였고, 그렇다면 그 녀석을 어떻게 해서든 실각시키기만 하면 된다. 거기까지만 하면 체크메이트다. 그리고 그녀는 체크메이트를 위해 우선 다른 말들을 하나하나 흩어뜨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동네를 자주 돌아다니다 보니, 일진들이 모이는 스팟을 꿰고 있었다. 언제쯤 그곳에 사람이 많은지도 다 꿰고 있었던 그녀는, 그 장소를 다니면서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을때마다 교복을 확인했다. 그리고 처음에는 교복별로 이름이 많이 언급되는 사람들을 기억해뒀다가, 남학생과 다른 교복이 보이면 C고 주상현을 아느냐고 물으면서 ‘걔가 무서운 형, 누나들 많이 안다던데 진짜야? 너네 학교 누구도 안다고 했는데. ’라고 했다. 남학생과 같은 교복이 보이면 ‘주상현 걔, 조만간 아는 형, 누나들한테 손절당할 것 같다던데? 너무 나대는 것 같다고, 슬슬 손절해야겠다고 하는 걸 들었어. ’라는 소문을 퍼뜨렸다. 처음에는 소문의 효과가 미미해보였지만, 점차 소문이 퍼져나가면서 상현을 멀리하려는 사람이 보인 모양인지 상현을 주축으로 하는 무리의 인원이 하나둘씩 빠져있었다.
‘슬슬 폰들이 떠나가는 모양이네. ’
체스에서도 우선적으로 잡는 말은 폰이다. 그 다음은 나이트, 룩, 비숍, 퀸 다음이 킹이었지만 이 체스판에는 퀸 없이 왕만 있으니 나이트, 룩, 비숍까지만 치우면 된다. 다음으로 그녀는 주변에 있는 나이트, 룩, 비숍을 치우기 위해 남학생의 도움을 받아 상현을 주축으로 하는 무리들에 대한 것을 알아냈다. 주워들은 소문이나 직접 본 게 있다면 전부 얘기해달라고 한 그녀는, 주축으로 하는 무리에서 자주 보이는 학생들의 이름과 정보를 알아냈다.
“근데 어떻게 하시려고요? ”
“체크메이트를 하려면 주변에 있는 말들을 다 치워야 하거든. ”
“주변에 있는 말들이요? ”
“상현이 주변에 있는 애들 말이야. 걔들이 주축이랑 거리를 좀 둬야 처리하기 편할 것 같아서. ”
자주 보이는 학생들의 이름과 정보를 알아낸 그녀는, ‘너희들 얼마전에 뒷골목에서 누구 때리지 않았어? 누군가 뒷골목에서 피해자를 때리는 걸 영상으로 찍었대.’였다. 처음에는 그럴 리가 없다면서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혹시 여차하면 꼬리자르고 자기만 쏙 빠져나가려고 안 올리는거라면?’이라는 말에는 일제히 동요했다. 그 뒤로 뒷골목에서 봤던 몇몇 학생들이 모여있는 걸 보긴 했지만, 겉으로는 하하호호 웃으면서도 영상을 가진 내부자를 찾아내려는 모습이 마치 마피아 없는 마피아 게임을 보는 것 같았다.
‘다른것보다도 이게 제일 효과 있었네? ’
그들은 없는 마피아를 찾아내 증거를 없애거나, 최소한 입막음이라고 하려고 용을 쓰고 있었다. 영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수시 원서를 쓸 때 폭로한다면 입시가 무너질 게 뻔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대학생활이 처참해질 게 뻔했다. 만약 아이돌 데뷔를 앞둔 사람이 있다면 데뷔할 때, 혹은 가장 유명할 때 폭로해서 연예계 데뷔를 무산시킬 수도 있다. 자기가 마피아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면서도 빨리 마피아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 사이 나이트, 룩, 비숍 사이의 결속은 살얼음판이 되었다.
“야, 임마! 니들 여기서 뭐 하는 짓이야! ”
결국 동네 공원에서 싸움이 터지고야 말았다. 상현을 주축으로 모였던 일진들은 마피아 없는 마피아 게임을 하다가 결국 쌈박질까지 가고 말았고, 이 사건으로 인해 살얼음이 깨지면서 상현이 무서운 누나, 무서운 형으로 묶어뒀던 무리의 결속이 깨졌다. 동네 공원에서 싸움이 일어난 것을 본 그녀가 경찰에 신고했기 때문에, 학교측에서도 두 학생이 싸우게 된 것을 알게 됨은 물론이고 부모님들까지 불려오게 됐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저 애들이 뭣때문에 핀트가 나가서 싸웠나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경찰서로 연행된 둘에게 왜 싸웠는지 물어봤지만, 그 둘도 차마 자기들이 일진이고 학교폭력을 저지른 증거가 있다는 얘기까지는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크게 싸운 후로 학생들끼리는 친해졌지만, 화살은 상현에게로 돌아갔다. 사실 증거를 가지고 있는 건 상현이고 자기 혼자 꼬리자르기를 하기 위해서 그 증거를 가지고 있다, 수틀리면 그 증거들을 갖고 나서서 우리들을 찌를거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학생들은 상현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에 상현이 말했던 아는 형 중 한 명이 상현을 찾아와서 한번만 더 자기 이름 팔고 다니면 죽는다고 경고한 것이 계기가 되어서, 그 동안 뒤를 봐준다고 했던 무서운 형, 무서운 누나가 사실은 아는 사이가 아니라는 소문까지 퍼졌다. 그리고 상현과 어울렸던 무리들은 상현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상현을 멀리했다.
“아씨… 대체 누가 퍼뜨린거지…? ”
‘지금이다. ’
지금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남학생에게 내가 알아서 처리할테니 너는 오지 말고 상현만 뒷골목으로 불러내라고 했다. 아마 누군가 증거를 갖고 있다면서 협상 제의를 한다면 바로 올 거라면서. 그리고 며칠 후, 그녀의 말대로 증거가 있다는 말에 상현은 뒷골목으로 왔다.
“대체 누가 증거를 갖고 있는거지…? 하… 그거 퍼지면 안되는데… ”
“네가 주상현이니? ”
“!!”
상현의 눈 앞에 나타난 것은 얼마 전 그를 한번에 메다꽂았던 여자였다. 그녀는 자신이 증거를 가지고 있다면서 이대로 체크메이트가 될 지, 스테일메이트로 끝날지는 상현에게 달렸다고 했다. 이 여자를 힘으로 제압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상현이었지만, 틈을 봐서 증거를 뺏거나 제압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어쩔 수 없는 척 그녀의 제안에 응했다.
“근데 증거가 꽤 많고, 내가 본 게 또 있어서 그걸 다 묵살하려면 제시할 게 좀 많아야 할 거야. ”
“대체 얼마나 필요한데요? ”
“달라는대로 줄거야? 너네 집 돈 많니? ”
“네, 집에 돈 많아요. ”
“그럼 지금까지 돈 믿고 나댄거였구나? ”
그녀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말을 이었다.
“공부는 다 본인 실력이야? 무서운 형, 무서운 누나들 들먹이면서 과제 대신 해 달라고 한 거 아니지? ”
“...... ”
“내가 이걸 다 퍼트리면 니가 그렇게 자랑하는 돈이 싹 다 날아갈 수도 있겠네? ”
“그건 절대 안돼요! 학교폭력 저지른 거 알려지면 저 집에서 쫓겨나요! 엄마가 한번만 더 이런 짓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단 말이예요! ”
“그렇다면 더더욱 알려야겠는데? 너한테 맞은 애한테도 그 애의 일상이 있고, 인생이 있고, 꿈이 있는데 네가 부셔버렸잖아. 남의 인생을 걸레짝 만들어 둔 주제에 왜 네 인생은 무사하길 바라니? ”
“…… ”
상현은 애걸복걸하면서 제발 말하지 말아달라고 빌었지만, 그녀는 오히려 애걸복걸하는 상현에게 피해자의 인생은 짓밟아놓고 왜 너는 무사하길 바라냐면서 반박했다. 상현은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금이다! ‘
USB를 들고 있는 그녀를 기습한 상현은, 그녀의 한쪽 손에 들려있는 USB를 낚아챘다. 됐어, 이걸로 내가 이겼다, 증거들은 전부 없애버리고 나는 대학 잘 가서 손 씻으면 그만이야. 하지만 여기까지가 그녀가 의도한 함정이었다.
“체크메이트. ”
USB를 낚아챈 상현은 집으로 가자마자 PC에 USB를 꽂았다. 하지만 USB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혼란스러워졌다. 분명 증거가 많이 있다고 했었는데, 이상하다. 어쩌면 이게 거짓말이거나, 증거는 다른 곳에 있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리고 잠시 후, 컴퓨터가 암전됐다.
“뭐야, 이거 왜 안 돼? ”
멀쩡하던 컴퓨터가 갑자기 암전됐다. 전원이 꺼졌으면 본체에 들어왔던 불도 같이 나갔을텐데, 본체에 불이 들어와있는 걸 보면 전원이 나간 건 아닌 것 같았다. 이상하다, 키보드랑 마우스도 안 먹히고 작업관리자도 안 열리는데 이게 뭐지? 거기다가 잠시 후 부팅된 컴퓨터는 배경화면이 이상해져있었다. 검은 바탕에 빨간 글씨로 ‘복호화를 위해서는 500만원을 보내야 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해커의 것으로 보이는 메일주소가 있었다. 그리고 일부 파일들이 못 쓰게 되어버려서 게임이고 뭐고 아무것도 실행되지 않았다. 기분도 잡쳤으니 게임이나 하자, 라고 생각했지만 게임을 하려면 설치부터 다시 해야 했던 상현은 기분 잡쳤네, 라고 생각하고 PC에 있던 USB를 뺐다.
“에이씨, 쓸데없이 낚여서 컴퓨터만 날렸네. 내일 학교가서 그놈이나 간만에 패줘야겠다. ”
그렇게 잠들었던 상현을 깨운 것은 아버지였다. 상현의 아버지는 컴퓨터가 왜 이런건지 물었고, 상현은 자기도 모른다고 했다. 시스템 복원도 안 먹히고, 뭐에 감염돼서 컴퓨터에 있던 사업계획서가 암호화된 탓에 발표회에는 가지도 못 하게 됐다면서, 상현의 아버지는 패닉상태에 빠져있었다. 상현의 아버지가 패닉에 빠진 소리를 들은 상현의 형이 방으로 들어와서 컴퓨터를 한번 쓱 보고는, 이거 랜섬웨어인데 저기로 돈 보낸다고 복구해주는 것도 아니니 복호화 업체를 알아보거나 포맷하는 게 답이라고 했다. 넌 무슨 짓을 쳐 하고 다니길래 컴퓨터가 랜섬웨어에 걸렸냐는 질문은 덤이었다. 뉴스에서나 봤을법한 랜섬웨어에 걸렸다고? 내 컴퓨터가? 상현의 아버지는 회사에 백업본이 있으니 그걸 제출하면 된다면서 출근했고, 상현의 형은 이따가 복호화 업체 알아봐야겠다면서 가 버렸다.
하지만 그것은 랜섬웨어인 척 하면서 컴퓨터를 열람하고, 파일을 빼 갈 수 있는 바이러스였다. 그녀는 일부러 바이러스가 심어진 USB를 상현에게 뺏겼고, 증거를 없애기 위해 상현이 USB를 꽂았을 때 컴퓨터에 감염된 바이러스를 통해 해커는 상현의 컴퓨터에서 여러가지 파일들을 빼갈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랜섬웨어인 척 한다고 랜덤으로 몇 개의 파일을 암호화했고 그 중 하나가 사업계획서 파일이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열려버린 PC의 뒷문으로 친구들과의 대화 내용은 물론 피해자와의 대화 내용, 첨부파일까지 각종 증거들을 싹싹 빼먹은 그녀는 증거들을 하나로 정리해서 C고와 교육청, 언론사 기자들, 그리고 그의 아버지가 일하는 회사에 보냈다.
“주상현, 술담배도 모자라서 이제는 같은 반 학우를 때리기까지 해? 너, 이거 뉴스에도 나와서 빼도박도 못 하는 거 알아, 몰라? ”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언제 그랬다고... ”
“증거가 이렇게 많이 있는데 잡아뗄거야? ”
학교에만 들어갔으면 모를까, 교육청은 물론이고 각종 언론사에도 제보가 들어가는 바람에 학교측에서도 더 이상 쉬쉬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도 학교측에서는 학폭위를 연 다음 얼레벌레 마무리 하려고 했지만, 그녀에게서 경찰서로 가서 얘기하게 되면 학교에서도 쉬쉬할 수 없을거라는 조언을 들은 남학생은 학폭위를 여는 대신 경찰서로 가서 학교폭력을 당했던 사실을 전부 얘기했다. 그 때문에 학폭위를 열고 거기서 얼레벌레 덮는것조차 불가능하게 된 학교측은, 폭력의 정도가 심하다는 이유를 들어 아직 고 2였던 상현을 강제전학 보내기로 했다. 그러자 상현은 자기만 당할 수 없다면서 그 동안 일진놀이에 어울렸던 친구들의 이름을 전부 얘기했고, 그 학생들 역시 선생님과 면담한 끝에 처분이 결정됐다. 몇몇 학생들은 죄질이 가벼워서 교내 봉사로 끝났지만, 몇몇 학생들은 상현과 어울리면서 술담배까지 했던 혐의가 있었기 때문에 정학 처분까지 받아야만 했다. 당연하게도, 그 학생들은 상현을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기게 되었다.
“부모님 둘다 되게 화났던데 너 무슨 사고 쳤냐? ”
“둘 다? 많이 화나셨어? ”
“너 들어오자마자 염라대왕한테 직배송 할 것 같음. ”
상현의 부모는 상현이 술담배에 손댔다는 것과 학교폭력을 저질렀다는 것, 그리고 그것때문에 무마해보겠다고 하다가 컴퓨터를 랜섬웨어에 감염시켜서 사업계획서 발표까지 날려먹을 뻔한 것 때문에 분노했다. 학교를 통해 피해 학생에게 심리치료를 지원하고 금전적 보상도 약속한 상현의 부모는,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상현을 호되게 혼냈다.
“신수가 훤해졌네? ”
“네. 저 때렸던 걔, 전학갔거든요. 강제전학 처분 나왔어요. ”
“그래? 다른 애들은? ”
“다른 애들도 다 쌤한테 혼났어요. 그때 그 일이 본보기가 된 건지, 학교에서도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했고요. 덕분에 남은 고등학교 생활은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상현이네 부모님이 심리치료 비용도 지원해주셨고... ”
“다행이네. 공부 열심히 해서 원하는 대학 가. ”
상현의 부모님은 아직 미성년자인 상현을 내쫓을 수는 없으니, 일단 고등학교를 졸업할때까지는 양육하기로 했다. 전학가게 된 학교에 재학중인 한 학년 선배 중에 상현에게 자기 이름 팔고 다니면 죽는다고 경고하고 갔던 학생이 있었던 탓에, 상현은 고등학교를 졸업할때까지는 쥐 죽은 듯이 지내야 했다. 그런 상현을 쓸데없이 건드리는 친구는 없었지만, 그런 상현에게 다가오는 사람도 없이 외로운 고등학교 생활을 마쳐야 했다.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식 당일.
“엄마, 이 짐은 뭐예요? ”
“나가. ”
“네? ”
“나가라고. 니가 학교폭력을 저질렀다는 걸 알면서도 고등학교를 졸업할때까지 내쫓지 않았던 건, 아무리 그래도 미성년자를 내쫓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야. ”
상현의 부모님은 상현의 짐을 싼 다음, 그대로 내쫓았다. 상현이 울면서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빌어도 눈썹 하나 까딱 않고 우리 집안에 학교폭력이나 저지르는 자식은 필요 없다는 말로 일관할 뿐이었다. 대학 등록금도 알아서 내고, 생활도 알아서 하고, 살 곳도 알아서 구하라면서 상현의 부모님은 상현을 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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