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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th_작가2025. 6. 19. 00:00

그녀가 산책을 할 때 매일 들르는 동네 공원에는, 벤치가 여러 개 있었다. 낮에는 아이들이 뛰어놀다보니 그런 사람들이 잘 없지만, 아이들이 집에 들어가는 저녁 시간 즈음에는 벤치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도 간간이 보이곤 한다. 단지 하루동안 쌓인 피로를 털어내기 위해 맥주를 마시는 사람도 있고, 뭔가 털어내고 싶은 일이 있어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도 있다. 물론 맥주는 입에 안 맞는다면서 소주를 마시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 중에서도 유독 그녀가 신경쓰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어제도 봤던 것 같은데, 오늘도 있네. ’

갓 20대가 된 듯한 여자는, 매일같이 벤치에 축 처진 듯 앉아서 무알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이따끔 맥주 한 모금에 한숨 한 번을 쉬면서 마실 때도 있었는데, 오늘은 벤치에 앉아서 울기까지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어쩐지 그녀가 더 신경쓰였다. 남자친구에게 차이기라도 한 걸까? 무슨 사연이 있어서 서럽게 울고 있는건지 궁금해진 그녀는 여자에게 다가갔다.

“저기, 무슨 일 있어요? ”
“엄마야- 누, 누, 누구세요? ”
“이 동네 사는 사람이예요. 요 며칠새 산책할때마다 그쪽이 힘없이 앉아있는 게 보여서 걱정돼서 그래요. 매일 이 벤치에서 맥주 마시고 있었잖아요. ”
“그게요… ”

여자에게는 대학 들어와서 사귄 친구들이 꽤 있었다. 학기 초에는 친해서 삼삼오오 모여다니면서 같이 밥도 먹고, 커피도 마셨던 친구들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정에 작은 틈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오늘은 급기야 친구들과 싸우기까지 했다. 그래서 한 명 빼고 다른 사람들과는 지금 냉전중인 상태였다. 여자가 친구들을 뒷담화하고 다녔다는 게 싸움의 이유였다.

“친구들이랑 싸웠으면 화해하고 풀면 되지. ”
“제가 잘못한거였으면 깨끗하게 인정하고 사과했죠. 근데 제 잘못도 아닌데 억울하게 몰린거예요… 누가 이간질해서요. 전 걔네들 뒷담화 한 적도 없는데, 제가 뒷담화했다고 하더라니까요? 억울해서 아니라고 했는데도 애들은 안 믿어주고… ”
“그럼 누가 친구들이랑 네 사이를 이간질했다는거야? ”
“네. ”

잘못한 게 있다면 시원하게 사과하고 화해하면 그만이지만, 그녀는 잘못한 게 없었다. 정말 뒷담화 한 적 없다는데, 보낸 적도 없는 메시지 캡쳐를 들이대면서 친구들은 왜 뒷담화 해놓고 잡아떼느냐고 물었다. 여자는 본인 과실도 아닌데 억울하게 몰려서 반박하다가 친구들과 싸우게 됐고, 그것때문에 서러워서 공원 벤치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울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이없는 게 뭔지 아세요? 이간질한 애가 저랑 친한 한 명이었어요. ”
“그럼 친구가 뒤에서 칼을 꽂았다는거야? 왜? ”
“왜 그러는건지 모르겠어요. 하… 보나마나 저 나쁜 년 만들고 지들끼리 어울릴 생각이었겠죠. ”
“저런… ”

직장이건, 학교건, 다른 모임이건, 어딜 가나 항상 문제는 사람이다. 인간관계는 공식처럼 딱딱 맞아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사람마다 성향이 제각각이다보니 더더욱 그럴수밖에 없다. 아무리 그래도 친구들 사이를 뒤에서 이간질하는 친구라니, 이거 최악인데? 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그녀가 여자에게서 들었던 대답은 더 뜻밖이었다.

“더 웃긴건 뭔지 아세요? ”
“여기서 뭐가 더 있어? ”
“이간질 한 친구가 처음 사겼을때부터 저한테 엄청 집착했어요. 무슨 연인마냥. ”
“집착을 했다고? ”
“네… 문자같은거 답변 빨리빨리 안 하면 전화하고, 항상 저 어디 있는지 묻고, 밥 먹는것도 제가 먹는 거 따라서 먹고, 화장실 간다고 하면 걔도 같이 가고… 뭔가 좀 이상하게 따라다닌다고 해야 하나…? 그런게 좀 있었어요. 자취방도 놀러가겠다면서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자꾸 물어봤어요. 어디 볼일 있어서 가는 척 하면서 자취방 가는 길까지 따라온 적도 있었고… 아, 다른 애들이랑 얘기하면 좀 걔들을 째려보는? 그런 것도 있었어요. ”
“음? ”

친구가 집착하는데다가 이간질까지 했다고? 이건 보통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그녀는, 동성 친구간에도 이런 게 가능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구미가 당겼는지 여자에게서 이간질한 친구와 여자가 다니는 학교, 학과와 이간질한 친구의 이름을 알아낸 그녀는, 인간관계라는 게 다 그렇다면서 여자를 달래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두 사람이 같은 과라고 했던가? ’

그녀는 여자가 다니는 학교의 복학생인 척 학교에 갔다. 몇몇은 그녀를 보고 우리 과에 이런 선배가 있었나? 했지만, 학년도 다르고 과 활동을 잘 안 해서 모르는 사람도 많을거라고 둘러대자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다. 복학생으로 위장한 그녀는 그녀의 친구들과 일부러 같은 수업을 들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고, 친분을 쌓아가는 한편 여자에게 집착하는 친구의 얼굴을 확인했다. 종종 우연을 가장하면서 여자와 친했던 친구들에게 밥을 사주면서 가까워진 그녀는, 슬쩍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자 친구들은 걔가 누구누구가 이렇다고 뒷담화를 했다더라, 이런 얘기를 하면서 열을 내기 시작했다.

“내가 그 뒷담화 관련해서 재미있는 얘기를 하나 알고 있어. ”
“뭔데요? ”
“너희들한테 걔가 뒷담화 했다고 말해준 친구말야. ”
“오하선? 걔가 왜요? ”
“실은… 걔가 없는 사실을 지어낸거래. 너희들이랑 걔랄 친하게 지내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아서 말이야. ”
“네? 하선이가요? ”
“이상하다, 걔가 그런 애가 아닌데…? ”

처음에는 그녀의 말에 반신반의했던 친구들도, 뭔가 미심쩍다면 삼자대면이라도 해 보는게 좋다면서 자기 아는 사람도 하선에게 당해서 친구들끼리 내분이 일어났었다는 얘기를 하자 술렁이기 시작했다. 피해자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은 친구들은 여자와 하선 둘 다 시간이 될 때 삼자대면을 했다. 그리고 친구들은 하선이 자기들에게 보낸 증거가 조작된 거였고, 자기들이 이간질에 넘어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친구들은 일제히 하선에게 화를 내면서 다시는 같이 다니지 말자고 했고, 여자 역시 이간질까지 하는 친구에게 질려서 너같은 것도 친구라고 잘 해줬던 내가 등신이라고 화를 냈다. 하선은 여자와 친구들에게 사이좋게 손절을 당했다.

“어… 이러면 안되는데…? ”

그녀는 친구들이 하선에게 화를 내는 것을 멀리서 지켜보면서 고소한 듯 살짝 웃고 있었다. 인간관계라는 건 말 한마디에 빠그러지기도 하고, 말 한마디에 다시 붙기도 하는구나. 하선의 이간질 하나에 쉽게 금 갔던 우정이, 그녀가 사실 이간질일지도 모른다, 피해자도 있더라는 얘기 한 마디 하니까 원래대로 돌아가다니. 인간들은 정말 재미있는 생물들이야.

“저, 선배. 저 과제때문에 그러는데, USB좀 빌려주세요. ”
“여기. ”
“감사합니다. 내일 돌려드릴게요. ”

하선이 그녀에게 빌려간 USB에는 바이러스가 심어져 있었다. 랜섬웨어인 척 하는 것도 아니고, 바이러스에 걸렸다고 컴퓨터가 이상해진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조용히 숨어서 정보를 빼내는 바이러스가. 그녀는 일진을 물먹였을때처럼, 이번에도 그 바이러스를 이용해서 하선의 정보를 캐 올 생각이었다.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하선의 동기들에게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워듣기도 했다. 하선에 대한 공통된 소문은, 여자가 다른 사람들이랑 웃으면서 얘기할 때 하선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는 것과 여자가 소개팅을 잡으려고 하면 하선이 뒤에서 불발내려고 용 썼다는 소문이었다. 도대체 왜 그렇게 친구에게 집착하면서 연애까지 방해하는건지, 그녀는 하선의 심리가 궁금했다.

하선이 과제를 저장한답시고 USB를 컴퓨터에 끼우자, 그녀의 컴퓨터로 정보가 흘러들어왔다. 그리고 거기서 그녀가 본 정보를 토대로 종합해 본 이유는 상상 이상이었다. 하선이 여자를 좋아하는 쪽이라는 것, 그리고 여자를 좋아해서 혼자 차지하기 위해 집착하고, 소개팅을 불발시키려고 방해하고, 친구들과의 사이도 이간질했다는 것. 어떻게 보면, 이건 우정이라기보단 여자에 대한 독점욕이라고 보는 게 맞았다.

‘그럼 지금까지 집착하고, 이간질했던 게 독점욕때문인가? 흠… ’

그녀가 하선의 컴퓨터에서 빼 온 정보중에는, 이간질에 대한 것도 있었다. 그러니까, 여자가 뒷담화했다고 했던 내용들. 얘는 너무 날티난다, 얘는 코 성형한 티가 난다, 얘는 꼴에 비싼것만 들고 다닌다, 얘는 가방이 너무 짝퉁같다. 이런 것들이 전부 여자가 뒤에서 말했던, 여자가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 아니라 하선의 생각이고 하선의 말이었다. 단지 친구와 여자의 사이가 멀어지게 만들어서 혼자 있는 여자를 자기가 독점하려고, 자기의 생각을 남의 생각인 양 말했던 것이다. 당연하게도, 이간질해서 친구 사이를 벌리려고 했다는 게 밝혀진 이후로도 하선은 계속해서 여자와 친구들 사이를 이간질 할 생각으로 메시지를 조작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었다. 그 조작하는 과정을 누가 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거기다가 하선의 컴퓨터에는, 여자와 하선이 서로 사랑을 나누는 내용의 소설도 있었다. 아닌 밤중에 공짜로 야설이라니, 세상에. 그것도 학교에서 봤던 하선의 이미지와 완전 달리 수위가 29금을 넘나드는 소설이었다. 배경이나 설정은 다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여자와 사랑을 나누게 되면서 여자가 하선의 애무에 넘어가고, 처음에는 싫다는 여자에게 하선이 억지로 했지만 점차 하선의 손길에 길들어가면서 여자쪽에서 더 사랑해달라고 애걸하게 되는 패턴인 건 똑같았다. 같은 성별이면 같이 목욕할 기회도 있었을거고, 그 때 알몸을 본 모양인지 여자의 몸에 대한 세부적인 묘사도 있었다. 어디를 만졌더니 움찔했다더라, 어디에 있는 점을 눌렀더니 숨소리가 살짝 떨렸다, 뭐 다 이런 식이었지만.

‘얘 위험한데? 걔 자취방 알아내서 강간이라도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

하선의 컴퓨터를 뒤져보던 그녀가 진지하게 큰일 내는 거 아닌가 걱정할 정도로, 수위가 심각했다.

-하선이가 또 너희들이랑 걔랑 이간질하려고 준비중이더라.
-예? 진짜요?
-진짜 얘 안되겠네.
-근데 하선이가 너희들 말고 다른 사람들한테도 이런 적 있었니? 소개팅 불발시켰다는 얘기도 있었던 것 같은데…
-예전에 과팅 주선할때 하선이가 걔 걸레라고 소문내서 소개팅에 못 낀 적은 있었어요. 아마 소개팅 한다고 하면 그런 식으로 얘기했을걸요?
-근데 하선이 걔 왜 그러지? 진짜 뭐 있나?

또 다시 여자와 친구들의 사이를 갈라놓으려던 하선은, 조작한 증거를 보냈다가 오히려 또 이간질 하려는거냐면서 몰매를 맞았다. 그리고 이간질하기 위해 작업하는걸 본 그녀에 의해, 하선이 여자와 친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간질해서 떨어트려놓으려고 하는 사람이라는 소문이 과에 파다하게 퍼졌다. 친구들은 그게 하선의 이간질이라는 걸 알게 되고 나서 더 이상 속지 않았고, 역효과로 친구들은 물론 여자에게까지 손절당한 하선은 대체 누가 소문을 낸 건지 전전긍긍하면서 학교를 다녀야 했다. 휴학할까도 생각해봤지만, 부모님이 휴학을 허락해 줄 리도 없었다.

‘대체 누가 그런 소문을 낸 거지…? 아니, 대체 어디서 새어나간거지? ’

친구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을 갖고 독점하려던 하선은, 학과에서 고립되고 말았다. 그래도 졸업은 해야 하니 최소한의 공지 정도는 해 줬지만, 아무도 하선과 친하게 지내려고 하지 않았다. 여자와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소문을 낸 덕분인지, 하선이 이간질을 하려고 해도 잘 먹히지도 않는데다가 헛소문도 소용 없게 되어버려서 여자는 소개팅 끝에 잘생긴 남자친구와 연애까지 하게 됐다. 그리고 여자가 연애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은 하선은, 친구들은 안중에도 없고 여자와 남자를 떨어트려 놓을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여자에게 ‘하선이 이번에는 너랑 남자친구 사이를 이간질할 것’이라면서 조심하라고 경고했고, 여자는 하선이 증거를 조작해 자기와 친구들 사이를 이간질했던 이야기를 하면서 절대 걔가 하는 말은 믿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남자친구는 처음에 신신당부까지 하는 여자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여자와 남자친구를 헤어지게 만들려고 치밀하게 조작된 증거를 들고 온 하선을 보고 나서는 납득했다. 그는 하선에게 ‘여자친구를 통해서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다 들었다’면서, 그 증거도 여자친구와 자신을 헤어지게 하려고 조작한 거 아니냐면서 여자의 알리바이를 댔다. 그리고 한번만 더 우리 사이에 끼어들면 그때는 과 뿐 아니라 학교 전체에 소문내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여자를 독점하려던 계획이 물거품이 되버린 그 때를 포착한 그녀는, 하선을 조용한 곳으로 불렀다. 학교생활이 힘들지 않냐면서 불러내자 하선은 미끼를 문 고기처럼 덥석 약속을 잡았고, 그녀는 학교에서도 제일 으슥한 곳으로 하선을 불러냈다.

“요즘 교우관계가 잘 안 풀리지? ”
“뭐, 그렇죠… ”
“친구들이랑 한울이랑 사이 벌려놓으려고 했는데 그것도 안 됐고. ”
“……? ”
“한울이랑 남자친구랑 헤어지게 하고 싶었는데 그것도 안 됐고. ”
“서, 선배,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하선이 당황하는 것을 본 그녀는, 재미있다는 듯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지금까지 네가 한울이를 독점하려고 이간질했지? 한울이가 너한테는 단순히 친구가 아니었나봐? ”
“……! ”

하선은 그녀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성적 지향이 다르다는 건 아직까지 당당하게 밝히기 어려운 시대기도 했고, 괜히 밝혔다간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녀는 조용히 학교를 졸업하고 싶어했다. 거기다가 고등학생때도 비슷한 일을 저질렀던 바람에 친구 하나 없는 학교생활을 보내야 했던 하선은, 또 다시 그런 학교생활을 겪고 싶지는 않았다.

“고등학생때도 이런 비슷한 짓을 했었지? ”
“그, 그걸 선배가 어떻게... ”
“내가 좀 마당발이라. ”
“…… ”
“너, 여자 좋아하니? ”
“…… ”

하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이미 사전에 받았던 정보가 있기 때문에 다 알고 있었다.

“고등학생때도 그런 비슷한 짓을 했다면, 본인의 성적 지향에 대해서는 꽤 오래 전에 깨달았다는 얘기가 되겠네. ”
“… 맞아요… 저, 여자를 좋아해요… ”
“그럼 한울이를 친구 그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는거야? ”
“…… ”
“부정하지 않아도 돼. 나는 딱히 그런거 혐오하고 그런 사람은 아니거든. ”
“네. 한울이를 친구 그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
“그래서 뒤에서 이간질하고, 소개팅도 방해했구나... 그렇다고 한울이를 독점하기 위해 뒤에서 권모술수를 쓰면 안 되지. 네가 여자를 좋아하는 것도 존중받아야 하지만, 한울이의 성적 지향도 존중해주는 게 맞잖아. ”
“…… ”

하선은 아무 말도 없었지만, 제발 다른 사람들에게는 알리지 말아달라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딱히 그런걸 소문낼 생각은 없어. 대신, 한울이랑 잘 되게 도와줄 수는 있지. ”
“네? 정말요? ”
“이거 받아. ”

그녀는 하선에게 명함 하나를 건넸다. 명함에는 ‘우승하면 어떤 소원이든 들어드립니다.’라고 쓰여있었고, 뒷면에는 ‘게임에 참가하시겠습니까?’라는 문구와 함께 연락처가 쓰여있었다. 명함의 배색은 넷플릭스에서 방영하는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명함과 같았지만, 동그라미 세모 네모 대신에 실크햇을 쓴 토끼 아이콘이 있었다.

“이게… 뭐예요? ”
“오징어게임 알아? 이기면 456억 주는 게임. ”
“넷플릭스는 안 봐서 잘은 모르지만, 드라마가 꽤 흥행해서 들어봤어요. ”
“이것도 그거랑 비슷해. 네가 거기서 이기면 어떤 소원이든 들어주니까, 아마 1등만 하면 한울이랑 잘 되게 해 줄 지도 모르지? ”

뒷공작까지 해 가면서 차지하려고 했다가 실패했던 한울이랑 잘 되게 해 준다고? 하선은 미심쩍었지만 명함을 건네받았다. 그리고 명함에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정말 1등만 하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얘기에 바로 참가 신청을 했다. 곧이어 하선을 데리러 온 사람은 어딘가 너덜너덜한 날개를 한 쌍 가진 여자였고, 꽤나 흥미로운 눈으로 하선을 바라보곤 하선을 데리고 어딘가로 사라졌다.

“요즘 하선이가 안 보이네. ”
“냅둬, 또 이간질이나 하는 것보단 차라리 없는 게 낫지. ”
“그렇긴 한데, 수업에도 안 나오니까 뭔가 이상해서 그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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