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그녀가 사는 동네 시장에 있는 고깃집. 몇 명의 사람들이 긴 테이블에 둘러앉아 고기를 먹으면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남자들만 둘러앉은 테이블은 고기가 금방 떨어졌는지, 점원들이 새 고기가 담긴 접시를 가져다 주고 있었다. 연배가 좀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소주를, 나이가 어린 사람들은 대체로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새로 오신 분은 몇 살이세요? ”
“올해 스물 여덟이요. ”
“그럼 만석이랑 동갑이네! 이야, 만석아! 이 분이 너랑 동갑이랜다! ”
“스물 여덟? 딱 좋을 때네. 남자친구 있어? 나이차이 많이 나도 상관 없으면 이 오빠랑 만날래? ”
“이 사람 또 시작이네. 아, 저 쪽으로 가서 먹어요. ”
“저 사람, 어린 여자만 보면 껄떡대는 놈이니까 절대 말 거는거에 반응하지 마세요. ”
“아, 네. ”
그녀는 지금 F구 동네 친목회 모임 회식에 참여중이었다. 처음에 그녀가 친목회에 가입했을때만 해도 오프라인 모임이 아닌 단톡방에서 인사만 나눈 터라 그냥 아, 새 회원이 왔구나 정도였지만, 사람들은 오프라인 모임에 처음 나온 그녀의 모습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아니, 우리 동네에 이런 미인이 살고 있었다고? 몇몇 사람들은 그녀의 외모와 상관 없이 친해지고 싶어 했지만, 몇몇은 누가 봐도 그녀의 미모때문에 친해지고 싶어 하는 게 뻔히 보였다. 그 중에서도 초면인데도 불구하고 유난히 그녀에게 들이대는, 누가 봐도 나이 차이가 꽤 나 보이는 이 남자가 그녀의 타겟인 ‘친목회 오빠’였다.
몇주 전, 밤 10시인가 11시쯤이었다. 그녀는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 젊은 여자를 발견했다. 기껏해야 10대 후반이나 됐을까 싶게 앳된 얼굴을 한 여자의 뒤로 누가 봐도 나이차이가 훨씬 나 보이는, 그리고 누가 봐도 불순한 목적을 갖고 따라가는 것 같은 남자가 따라붙은 것을 본 그녀는 젊은 여자에게 ‘누군가 따라붙었으니 집까지 자기가 동행해주겠다’면서, 부모님이나 다른 가족들을 부를 수 있으면 전화해서 마중 나와달라고 하라고 했다. 젊은 여자는 뒤를 돌아보더니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남자의 정체를 눈치채고 바로 어딘가로 전화했고, 그녀의 뒤를 따라오던 남자는 그대로 딴청을 피우며 가 버렸다.
“저 남자, 아는 사람이야? ”
“친목회 오빠예요. 근데 말이 오빠지, 완전 아저씨뻘이라니까요. 말끝마다 오빠오빠 하면서 매일같이 자기랑 만나보자고 하는데, 진짜 완전 밥맛이예요. 얼굴은 누가봐도 40대인데 맨날 자기 동안이네 어쩌네 하고… 진짜 모임 나갈때마다 그 아저씨때문에 스트레스예요. ”
“그런 사람이 따라오기까지 해? 목적이 뭔가 좋지 않아보이네. ”
“따라온 목적이래봐야 뻔하죠, 뭐. 보나마나 어떻게 해보려고 따라온 걸 거예요. ”
“흐-음… 그렇구나. ”
젊은 여자를 따라온 남자의 정체는 친목회에서 만나서 알게 된 사람으로, 어두는 항상 오빠가~로 시작한다. 그녀에게 추근덕댈때도 오빠가~로 시작했고, 그녀나 여자 외에도 다른 20대 여자에게는 무슨 말을 하건 한결같이 오빠가~로 시작한다. 그리고 모임에서 가장 어렸던 여자에게 계속 들이대고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남자친구가 있는지 물었을 때 아직 없다고 했더니 자기 한 번 만나보라면서 유난히 들이대기 시작했는데, 여자가 아무리 거절해도 계속해서 들이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 이전에도 피해자가 몇 명 있었고, 이때문에 모임을 아예 탈퇴해버렸다는 얘기도 들었다.
무슨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아무리 봐도 액면가부터 40대고 관리도 전혀 안 된 아저씨가 20대랑 얼굴로 맞먹는 동안이라고 하질 않나, 한번만 만나보면 생각이 바뀔거라면서 술만 마시면 들이대고, 젊은 애들 사겨봐야 어차피 군대 가면 다 깨지고, 알바 해서 버는 돈으로 명품이나 사 주겠냐고도 했다. 한참 근거도 없이 40대를 만나면 좋은 이유라는 이유로 개소리를 나불대던 남자를 보다못한 다른 회원이 그녀와 자리를 바꿔 앉자, 남자는 술맛 떨어졌다면서 1차만 마치고 들어가 버렸다.
“다른 분들한테 상담은 해봤어? ”
“다른 분들도 그 사람 좀 내보내고 싶은데, 하필 그 아저씨가 상인회장 아들이라… ”
“찍히면 그 동네에서 아무것도 못 사게 될까봐? ”
“네. 저보고도 몇 번 확실하게 대처 못 해줘서 미안하다고 말했어요. 내보내는 게 제일 베스트긴 한데, 명분도 없이 내보냈다가 우리한테 불이익이 생길지도 모른다면서… ”
“상인회장이라면, 그런 걱정을 할 만도 하지. ”
하필이면 그 친목회 오빠라는 사람이 동네 상인회장의 아들이었던 탓에, 확실한 이유도 없이 내보냈다간 되려 친목회 사람들이 불이익을 당할 위험이 있었다. 그래서 친목회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없었고, 최대한 친목회 오빠가 여자에게 들이대지 못 하게 분리하는 게 고작이었다. 남자가 먼저 돌아간 후, 혹은 남자가 모임에 끼지 않는 날은 여자에게 미안하다고 몇 번 사과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 여자의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그 사람이 정말 답도 없는 인간이라면 오랜만에 한 끼 식사로 만들어야지, 라고 생각하고 친목회에 가입해 ‘친목회 오빠’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중이었다.
“남자친구 없으면 오빠랑 한번 만나보자니까? 이래뵈도 오빠 관리 잘 해서 꽤 동안이다~ ”
“얌마, 너랑 이 분이랑 나이 차이가 띠동갑인데 무슨 오빠오빠거려? ”
“아이, 형님도. 사랑에는 나이도 국경도 없다잖아요. ”
“그럼 너한테 52살인 여자 소개해줘도 되냐? ”
“그거랑 그거랑은 다르죠! ”
“뭐가 달라, 인마! 이 분한테 니가 딱 그 포지션이야! ”
여자와 달리 그녀는 20대 후반이라 나이는 좀 있었지만, 지나가다 헉 할 것같이 아름다운 얼굴에 거적때기나 종량제 봉투를 걸쳐도 색기가 넘칠 것 같은 몸을 본 친목회 오빠는 언제 그랬냐는 듯 한창 들이대면서 따라다니던 여자를 등한시하고 그녀에게 들이대기 시작했고, 그녀는 정색하면서도 속으로 ‘오랜만에 먹는 정찬이 되겠네.’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이 남자를 어떻게 구워삶을지 생각하는 줄도 모르고, 그는 신나서 들이대기 바빴다. 다른 친목회 사람들은 신입한테 왜 그러냐고 난색을 표할 뿐, 현장에서는 자리를 바꿔주거나 한 소리 하는 것 외에 아무 대처도 하지 못 했지만 모임을 파하고 집에 가는 길에 가는 방향이 같았던 몇몇 사람들이 사정을 설명하고 그녀에게 사과했다.
“우리도 내보내고 싶은데, 잘못하면 상인회장한테 찍힐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어요. 정 불편하시면, 저 사람 안 나오는 날만 나오셔도 돼요. 근데 저 사람, 20대 여자들한테 들이대러 나오는거고 시간 빌게이츠라 안 나오는 날이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
“저런 사람을 꽤 많이 봐서 괜찮아요. 예전에는 60대 어르신이 자기 아직 팔팔하다면서 들이댄 적도 있었는걸요. ”
“60대가요? 어우… ”
“주제도 모르고 어린 여자만 보면 눈 돌아가서 들이대는 사람들은 나이를 안 가리고 아디에나 있나봐요. ”
그 뒤로 친목회 사람들을 통해 들은 바에 의하면, 친목회 오빠는 상인회장의 아들이었고 무직에 미혼이었다. 본인은 모르는건지, 부정하는건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주변 사람들은 그 사람이 왜 여태까지 장가를 못 갔는지 알 수 있었다. 어린 여자만 밝히는데다가 쓸데없이 눈은 더럽게 높고, 소위 말하는 ‘대가리 꽃밭’인 사람이 이런 걸 두고 하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어린 여자한테 들이대는 건 물론이고, 젊은 남자랑 어린 여자랑 맺어질 기미가 보이면 초를 치기도 했다. 그런 그의 성격을 처음 겪어본 그녀조차 왜 그 나이를 먹도록 장가 한 번 못 갔는지 알 것 같았다. 또래 여자들은 알 거 다 알 나이니까 백수에 무직이기까지 한 자신을 받아주지 않을거라 생각해, 만만한 젊은 여자들을 노리고 친목회에 나와서 20대 여자들만 꼬시려고 하는 모양이지.
그래도 모임에 내보낸다고 해서 무조건 불이익이 떨어질 사안은 아닌 게, 상인회장도 자기 아들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어서 어떻게든 집에서 내보내려고 하고 있었다. 일자리를 구하라고 해도 안 구하고, 집에서 아버지 돈으로 놀고 먹으면서 어린 여자 하나 물겠다고 이곳저곳에 민폐 끼치는 아들은 집안의 수치니까. 어린 여자 하나 물어보겠다고 인근 교회에 다녔다가 여기는 신앙심 깊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지 당신같은 사람이 오는 곳이 아니라면서 쫓겨난 적도 있었고, 그 사실이 교회 권사를 통해 상인회장의 귀에 들어간 적도 있었다.
“아니, 교회에서도 그러고 다녔다고요? ”
“네. 그 교회 권사님이 우리 엄마랑 친해서 들은 얘기인데, 청년부에 들어가서도 이 분한테 했던 것처럼 어린 여자들한테 들이댔대요. ”
“교회를 무슨 만남의 장으로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니예요? ”
“다른 교회 가서도 그랬는지 이 동네 교회에 소문이 쫙 퍼져서, 교회에서 그 사람은 전도 기피대상이예요. 아마 사이비에 가서도 여자 밝히다가 쫓겨날걸요? ”
그녀와도 면식이 있었던 상인회장은 그녀를 볼 때마다 ‘우리 아들이 아가씨 반만이라도 닮았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면서 한숨을 푹, 쉬곤 했다. 가끔 ‘아들만 아니었어도 진작 내쫓았을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아버지와 사이도 좋지 않은데다가 동네에서도 어린 여자라면 이 여자 저 여자 닥치고 찔러보는 사람으로 찍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친목회에서 내쫓을 명분을 만들고, 그걸로 집에서도 쫓겨나게 한 다음 먹어치우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본격적으로 친목회 오빠를 집에서 쫓아내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그녀를 보자마자 불나방처럼 덤벼들어서 어떻게 해 볼 요량이었으니, 아마 그쪽으로 살살 꼬드기면 넘어갈지도 모른다. 아니, 확실히 넘어온다. 그렇게 생각한 그녀는 작업을 위해 비키니나 노출이 심한 옷을 일부러 입고 사진을 찍었다.
“광안리 갈 때 입을 수영복 샀는데, 어때? 너무 드러나나? ”
“응? 뭐야? ㅎㅎ 광안리 가? ”
“어머, 죄송. 친구한테 보낸다는 게 잘못 보냈어요. ”
친구에게 잘못 보낸 첫 비키니를 입은 사진을 보내자, 벌써부터 입질이 왔다. 그도 그럴 것이, 친목회 오빠 같은 사람을 꼬드길 요량으로 일부러 노출이 많은 옷을 고른 거니까. 그 뒤로도 그녀는 실수인 척 우리 집 비는데 같이 술 한잔 하자~ 라고 보낸다던가,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클럽 갈건데 이거 괜찮아?’라고 보내기도 했다. 실수인 척 던진 미끼를 친목회 오빠는 덥썩 물어버렸다.
“혼자 살기도 하고, 집이 골목 안쪽이라 가끔 좀 불안할 때가 있죠. ”
“어쩌다가 그런 곳에서 살게 된 거예요? 좀 더 안전한 곳으로 가시지… ”
“좋은 집을 구할만큼 돈이 안돼서요… 여기로 이사온 것도 부모님께서 좀 보태주셔서 가능했던거예요. ”
그리고 친목회 오빠 들으라는 듯, 은근슬쩍 혼자 산다는 어필을 했다. 혼자 살아서 불편하다, 혼자 살아서 외롭다는 얘기를 들은 친목회 오빠는 겉으로 내색은 안 했지만 속으로 입맛을 다시다못해 침이 흘러흘러 한강이 될 지경까지 갔다. 얼굴, 몸매 할 것 없이 둘 다 가진데다가 혼자 사는, 20대 후반의 어린 여자라니! 어떻게 해서든 그녀와 하룻밤을 보내고 싶었던 친목회 오빠는 그 날, 술에 취해서 ‘야, 그게 보이는 게 다가 아냐. 20대는 경험이 없어서 모르는데, 이 오빠는 경험도 많아서 어떻게 하면 한번에 보낼 수 있는지까지 다~ 안다 이거야.’라고 떠들었다.
“야야, 여기 여성분도 계신데 수위 좀 조절해라. ”
“저러다가 이불킥 한 번 하겠구만. ”
“이거, 이러다 잘못하면 경찰서에서 보겠는데? ”
“흐음…? 그 스킬, 궁금하긴 하네요. ”
다른 친목회 사람들이 친목회 오빠를 만류하는 와중에, 그녀도 취한 척 눈웃음을 살살 치면서 응수했다. 그녀의 눈웃음까지 본 그는 여기가 식당이 아니라 외진 곳이었으면 당장에라도 바지부터 내리고 덤벼들 기세였고, 집에 바래다주겠다는 명목으로 돌아가는 그녀를 따라 뒷골목까지 갔다. 친목회 오빠는 일부러 자기를 따라오도록 유도한 그녀에게 제대로 낚여서, 뒷골목에 들어가자마자 바지춤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뒷골목에서 그녀와 뜨거운 밤을 보낸 다음날, 그는 친목회장으로부터 친목회에서 강퇴되었으니 더 이상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새끼야, 모임에 와서 20대인 여자들만 보면 눈 돌아가서 껄떡대고, 그것때문에 다 탈퇴하게 만든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신입을 건드려? 말로 할 때 알아 들었어야지, 뭐 하는거야? ”
“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새끼야, 신입이 울면서 나한테 전화했어. 너, 어제 신입 데려다 준다고 뒷골목까지 따라가서 강제로 했다며? 오늘부로 강퇴니까 나오지 마. 그리고 이거 빌미로 니 아빠한테 꼰질러서 우리한테 불이익 가면 나도 가만 안 있는다. 알았어? ”
“잠깐만요! 아니 걔도 좋다고 했는데- ”
그녀는 다음날 친목회 임원에게 연락해, 친목회 오빠가 집에 가는데 몰래 따라와서 자신을 덮쳤다고 울면서 얘기했다. 그 동안 20대 여자들에게 껄떡대서 탈퇴하게 만든 전적까지 있었던 사람이 술에 취해서 성희롱으로 찔러도 할 말 없는 발언을 한 데다가 집에 가는 길까지 따라가서 억지로 덮쳤다고? 아무리 상대가 상인회장의 아들이어도 이건 봐줄 수 없었다. 그리고 이런 걸로 자기들에게 불이익을 준다면 되려 상인회장이 역풍을 맞을 지도 모른다. 친목회 임원을 통해 소식을 접한 친목회 회장은, 그 남자에게 ‘이 일 아버지에게 꼰질러서 우리한테 불이익 생기면 자기도 가만 안 있는다’고 경고한 뒤 친목회에서 강퇴시켰다. 이 사실은 남자의 아버지인 상인회장의 귀에도 들어갔고, 상인회장 역시 하다하다 범죄까지 저지르는 너를 더 이상 먹여살릴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아들을 집에서 내쫓았다.
자기도 좋다고 해놓고 이제와서 뭐라고? 덮쳤다고? 이런 미친? 집에서 쫓겨난 아들이 분해서 식식거릴 때, 그녀는 그에게 연락했다.
“오빠, 뭐 해? ”
“니년때문에 집에서 쫓겨났잖아! 하씨, 너도 좋다고 했으면서, 사람들한테는 왜 즙 짜면서 내가 강제로 했다고 말했냐고! ”
“엥? 난 오빠가 강제로 했다고 말한 적 없는데? 그거 누가 와전시킨 거 아냐? 거기 나랑 친해지려는 사람들 꽤 있었는데, 그 사람들이 오빠 질투해서 모함했나보네. ”
“…… ”
“오빠 어제 진짜 장난 아니었던 거 알아? 나 그 뒤로 다른 사람이랑 아무리 해도 만족을 못할 것 같아. 진짜 살면서 처음으로 겪어본 느낌이었거든… 그래서 말인데, 우리 만나서 한번 더 할래? 회장님한테는 누가 모함한거라고 내가 말씀드릴게, 걱정 말고. ”
그녀에게 버럭 화내는 남자에게, 그녀는 ‘자기는 그렇게 말한 적 없는데 와전된 것’이라고 하면서 누군가 모함한 것 같다고 그를 살살 구슬리면서, 오늘 한번 더 만나고 싶다고 했다. 물론 이는 남자를 꾀여서 포식하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오늘 입을 속옷도 보여주겠다면서 야한 속옷 사진을 같이 보내자 그는 그럼 그렇지, 다른 사람들이 모함한거였구만? 하고 그녀와 다시 사랑을 나누기 위해 볼나방처럼 뒷골목으로 달려갔다.
“불나방은 단순해서 꼬시기가 편하다니까. 집에서 놀고 먹느라 살쪄서 기름진 건 좀 그렇지만. ”
그리고, 모임에서도 쫓겨나고 집에서도 쫓겨난, 아무도 찾을 이 없는 여자에 미친 불나방은 결국 그녀의 한 끼 식사가 되는 것으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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