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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금과 납의 평행선

@myth_작가2026. 7. 26. 00:00

“죄인은 남자친구에게 거짓말을 했군요. ”

평소에는 음, 이런 사람들이 들어왔군, 하고 넘기던 아레스가 재판정에 착석하면서 ‘오늘은 간만에 입 좀 풀겠는데?’라고 하고, 아프로디테가 ‘최악의 최악이군.’이라고 할 정도의 죄질을 가진 죄인이 명계 법정에 들어섰다. 헤르메스가 죄인에게 묻는 거짓말이라는 건 죄인이 남자친구에게 사기를 쳤다던가, 악의적인 거짓말로 기망하고 양다리를 걸쳤다던가 한 것과는 결이 달랐다. 

“죄인은 왜 남자친구에게 임신했다는 거짓말을 했습니까? ”
“남자친구를 붙잡으려고 그랬습니다. ”

죄인은 남자친구와 결혼하기 위해 남자친구의 아이를 가졌다고 거짓말을 했다. 결국 거짓말이 들통나서 부모님께도 크게 혼남은 물론, 남자친구는 사과는 커녕 ‘그만큼 사랑해서 그랬어’라고 하는 죄인이 소름끼친다면서 한번만 더 연락하면 스토커로 신고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녀의 거짓말을 잡아낸 것은 남자친구의 누나였고, 남자친구의 누나는 평소에 죄인이 어떤 사람인지도 알고 있었던데다가 정황상 주기가 맞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죄인의 거짓말을 밝혀냈다. 

“죄인은 임신과 출산이 얼마나 중요하고 숭고한 일인지 모릅니까? 여성의 임신과 출산은 죄인이 그런 알량한 이유로 이용해먹으라고 있는 게 아닙니다. ”
“…… ”
“죄인은 남자친구에게 집착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안겼군요. ”

헤르메스의 지적에 아무 말도 하지 못 하는 죄인에게, 하데스가 ‘남자친구에게 집착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안겨줬다’면서 지적했다. 

“사랑하는 사이였고, 사랑을 표현했을 뿐인데 그게 왜 마음의 고통이 되나요? ”
“죄인은 지금까지 사랑이라는 명목 하에 남자친구는 물론이고 주변 사람에게까지 물리적, 언어적으로 폭력을 행사했으니까요. 남자친구에게 말을 걸었다는 이유로 직장 후배는 물론이고 식당 종업원, 카페 아르바이트생, 남자친구의 누나, 사촌, 고모, 이모… 여자인 사람들에게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했잖습니까. ”
“…… ”
“또한 걸레년, 도둑년, 남의 남자한테 꼬리치는 미친년이라는 등의 언어폭력도 서슴치 않았죠. ”
“그건 여자친구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꼬리친 그 사람들이 잘못이죠. ”
“저는 이 법정에 있으면서 사회적 친절을 호감으로 오해하는 사람을 많이 봤습니다. 그리고 죄인 역시 그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호감의 방향이 자기 자신이 아닌 남자친구였을 뿐이죠. 그리고 그것떄문에 힘들어하는 남자친구의 이야기는 왜 들어주지 않았습니까? 그것떄문에 힘들어서 결별을 선언했다는 이유로 남자친구에게 바람 피우냐면서 뺨을 떄린 건 어떻게 해명하실겁니까? ”
“…… ”

아레스는 아무 말도 못 하는 죄인에게 ‘당신이 지금까지 해온 건 사랑이라는 가면을 쓴 집착이고, 폭력에 불과하다’고 일침했고, 하데스 역시 그런 아레스의 말에 동의했다. 

“하데스와 아레스의 말마따나, 죄인은 지금까지 사랑이라는 명목 하에 남자친구에게 심적, 육체적 고통을 줬습니다. ”

아프로디테는 지금까지 죄인이 남자친구에게 했던 행동들을 하나하나 열거했다. 남자친구의 핸드폰을 멋대로 보고, SNS에서 팔로우하는 여자들의 팔로우를 멋대로 끊고, 연락처에 여자가 있으면 연락처를 멋대로 삭제하거나 차단하고, 남자친구가 오랜 시간동안 친하게 지냈던 죽마고우가 여자에게 인기가 많다는 이유로 못 만나게 한 적도 있었다. 남자친구의 핸드폰에서 그 친구 연락처를 빼낸 다음 자기 남자친구랑 만나지 말라고 연락한 적도 있었고, 그 일로 남자친구와 싸운 적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죄인은 식당 종업원이 본연의 업무를 했을 뿐인데도 뺨을 때리거나 머리채를 잡고, 언어폭력을 일삼았습니다. 단지 그 사람이 여자라는 이유로요. ”
“여성 종업원이 말을 걸었다는 이유로 식당에서 난동부려서 경찰서에 끌려간 적도 꽤 있었죠. 죄인때문에 부모님이 그 동안 날린 합의금으로 외제차 한 대는 샀을겁니다. ”

식당 종업원이 카페 아르바이트는 그냥 자기 업무를 했을 뿐인데, 업무때문에 남자친구에게 말을 걸었다는 이유로 죄인에게 뺨을 맞거나 폭언을 들어야 했다. 어떨때는 머리채를 잡히기도 하고, 그 일로 인해 경찰서에 드나든 적도 꽤 있었다. 데메테르는 그 일로 인해 부모님에게 마음의 고통을 준 것도 감안하겠다고 했다. 그럴때마다 연신 허리를 숙여가면서 매번 합의하는 건 부모님의 몫이었고, 죄인은 그 옆에서 왜 사과를 해야 하냐고 궁시렁거릴 뿐이었다. 

“그 폭언은 남자친구 친누나에게도 날렸습니다. 남자친구가 누나라고 설명했음에도 믿지 않고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바람 피우는거냐고 날뛰었다가, 남자친구 누나가 신분증까지 보여주면서 인증하자 그제서야 사과했죠. 뿐만 아니라 남자친구에게 10분에 한번꼴로 연락을 강요하고, 남자친구가 연락이 안 된다는 이유로 집까지 찾아갔다가 친누나에게 한 소리 들은 적도 있었죠. ”
“…… ”
“남자친구가 일련의 행동들에 지쳐서 헤어지자고 하자, 바람피우는거냐고 폭언을 하면서 뺨까지 때렸죠. ”
“그건 다 남자친구를 사랑해서 그런거였어요. ”
“죄인의 남자친구는 전생에 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고통받기를 스스로 자처해가면서 당신이랑 만나야 하는 겁니까? 대체 사랑을 뭐라고 생각하시는거죠? ”

죄인의 행동들을 하나하나 열거하느라 목이 말랐던 아프로디테는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저, 저는… 그 사람이랑 항상 같이 있고 싶었어요. 하지만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한테 마음을 줄까봐 불안해서… 그래서 그랬는데… 그렇게 잘해줬는데 떠나려고 해서… ”
“남자친구가 당신을 떠나게 만든 건 당신 자신입니다. ”
“…… ”
“죄인의 남자친구는 죄인과 결혼까지 생각할 정도로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남자친구가 당신과 헤어지기로 결심한 계기는 당신의 의심과 집착이었어요. 임신했다고 거짓말 한 이유도 남자친구를 붙잡기 위해서였습니까? ”
“네. ”

아프로디테의 질문에 죄인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임신까지 했다고 하면 결혼해줄거고, 그렇게 되면 확실히 제 남자가 될 수 있으니까요. ”
“지금까지 한 행동들로 미루어보면, 죄인은 결혼했다고 안심할 사람은 아닙니다. 결혼한 후로도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이 많을테니,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을 것 같네요. 차라리 결혼 전에 들통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아프로디테의 말에 동의합니다. 이제 확실히 자기 사람이 됐으니 더 억압했겠죠. ”
“제우스님, 저는 이런 폭력적인 행위와 기망을 사랑으로 포장하는 행동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죄인에게 엄벌을 내릴 것을 청구합니다. ”
“받아들이겠습니다. ”

단상 위에서 죄인의 발언을 쭉 듣고 있던 제우스가 입을 열었다. 

“죄인은 남자친구를 확실히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 집착하고, 기망까지 하셨군요. 재판정에서 변론하는 걸 보니, 죄인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는 일말의 반성도 안 하시는 것 같습니다. ”
“…… ”
“그렇게까지 확실한 사랑을 원하신다면 드리겠습니다. 죄인이 했던 그대로 말이죠. 단, 그 사람과 당신의 마음이 같을거라는 보장은 못 합니다. ”

재판정을 나선 죄인은 대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신입생 OT 자리에서 만났던 한 학년 선배에게 첫눈에 반했다. 그 선배는 학과 내에서도 원빈과 견줄 정도인 미남으로 유명했고, 아직 여자친구는 없었지만 그 선배에게 고백하는 사람들은 꽤 많이 있다고 했다. 죄인은 선배와 잘 되고 싶어서 그 선배의 옆자리에 앉았지만 선배는 그런 죄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고, 그녀가 선배에게 잘 보이려 할수록 선배는 죄인에게서 멀어져갔다. 

“너 집에 가. ”
“야, 무슨 그런 소원을 비냐? ”
“에이, 분위기 다 곱창났네. ”
“얌마, 소원 다운 소원을 빌어라. 그게 뭐냐? ”
“난 진심인데? ”

술자리가 무르익어갈 무렵, 죄인은 선배에게 애교를 부리면서 흑기사 한번만 해 주면 안되겠냐고 했다. 그리고 선배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녀의 술을 대신 마셔줬다. 다른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몇몇 사람들이 소원! 소원! 하면서 박수를 치자, 술잔을 내려놓은 선배는 그녀에게 집에 가라고 했다. 그녀가 무슨 말이냐고 묻자 그 선배는 ‘니가 집에 가는 게 소원이야.’라고 했고, 다른 선배들이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라고 만류하자 다른 사람과 자리를 바꿔 줄 것을 요구했다. 

“선배, 이거… ”
“…… 뭐야? ”
“오늘 화이트데이라 준비했어요. ”
“나 단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너 먹어라. ”
“…나? ”
“…… ”

그 뒤로도 그녀는 선배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했지만, 선배는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인사를 해도 건성으로 받거나 받지 않았고, 어떨때는 멀리서 그녀가 보이면 대놓고 다른 곳으로 가기도 했다. 급기야는 화이트데이라 용돈을 털어서 선물한 사탕 바구니를 자기는 단 것을 싫어한다는 이유로 그녀의 면전에서 친구에게 줘버리기까지 했다. 

“나쁜 놈 만드니까 좋냐? 좋아? ”

눈 앞에서 사탕 바구니를 다른 사람에게 줘버렸던 게 서러웠던 죄인이 울면서 친구에게 하소연을 했고, 그 일이 과 사람들 사이에서 순식간에 소문나자 선배는 죄인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 다른 선배가 아무리 그래도 면전에서 선물을 다른 사람 주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하고, 또 다른 선배가 니 마음은 알겠는데 그래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예의가 있는 거라고 하자 선배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식식거릴 뿐이었다. 

“난 이성으로써 너랑 연애하는 건 싫으니까, 그냥 선후배로만 대해줬으면 좋겠다. ”

그 선배가 선후배로만 대해달라는 말을 남기고 강의실을 나가는 걸 본 다른 선배들은 전부 언젠간 터질 줄 알았다는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선배가 그녀의 흑기사를 자청하면서 집에 가라고 했던것도, 그녀가 마음을 담아 준비한 사탕 바구니를 면전에서 다른 사람에게 줘버린 것도 전부 진심이었으니까. OT때 그녀가 옆에 앉아서 애교를 부릴때부터 선배는 그녀를 불편해했다고 한다. 마치 납 화살을 맞고 아폴론을 피해 도망치기 시작한 다프네처럼 말이다.

그 뒤로 그 선배는 편입한다면서 소리소문없이 사라졌고, 그녀는 어느덧 3학년이 되어서 취업 스터디에 들어가게 됐다. 스터디에 들어간 그녀는 한 학년 위의 남자와 엮이게 됐고, 잘생긴 건 아니지만 듬직하고 든든해보이는 그에게서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어, 오빠도 이 교수님 수업 들어요? 저돈데… ”
“아, 응. ”
“옆에 자리 없으면 저 앉아도 돼요? ”
“미안, 자리 있어. ”

과는 달랐지만 마침 같은 교양 수업도 듣고 있었고, 과실이 있는 건물도 같았다. 그래서 잘 되고 싶은 마음에 교양 수업에서 마주칠때마다 인사했지만, 그럴때마다 그는 단답형이었다. 옆에 자리가 있냐고 물어보면 항상 자리가 있다고 했지만, 막상 강의가 시작하고 나서 보면 그 자리에는 항상 남자의 가방만이 올려져 있었다. 수업 마치고 같이 점심 먹을까요? 하면 일이 있다면서 거절하고, 내일 주말이니까 같이 한잔 할까요? 해도 바쁘다면서 거절했다. 

그는 스터디건 교양 수업이건 그녀가 자기 옆에 앉으려고 하면 자리가 있다면서 거절했을 뿐 아니라,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이 아예 없었다. 머리를 못 감아서 머리가 떡진 날도, 새 옷을 입고 온 날도, 가방이 바뀐 날도, 핸드폰을 바꾼 날도 그는 그녀에게 관심이 없었다. 관계에 진전이 있었으면 해서 연락을 해봐도 한참 후에나 단답으로 대답하고, 발렌타인데이라 초콜렛을 챙겨줬을때도 다이어트중이라 못 먹는다면서 도로 건네줬다. 그래도 그 선배처럼 면전에서 다른 사람에게 주지 않는 게 어디냐마는. 

남자가 취업에 성공해서 스터디를 나간 후, 그녀 역시 스터디 활동을 하면서 면접을 보고 회사에 입사하게 됐다. 첫 출근부터 입사동기와 함께 신입사원 교육을 받게 된 그녀는 한 글자라도 더 빨리 익히려고 열심히 노력했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반한건지 입사동기는 그녀에게 ‘확실한 사랑을 주는’ 사람이 되었다. 

“오늘 시간 되시면 같이 저녁 드실래요? ”
“친구랑 약속이 있어서요. ”

그 뒤로 동기는 매번 식사할때마다 그녀의 옆에 앉아서 수저를 챙겨주거나 물을 따라주곤 했다. 일과가 끝나면 같이 저녁 먹자는 연락을 했지만, 죄인은 매번 약속이 있다는 이유로 그 연락을 거절했다. 지치지도 않는지 매일같이 같이 저녁 먹자고 연락하는 동료를 그녀는 그냥 직장동료 1로 대할 뿐이었고, 그래서 동기가 죄인에게 고백했을때도 거절했다. 

“재윤씨, 경서씨가 싫다는데 왜 자꾸 그래? 안되겠다, 나랑 자리 바꾸자. ”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 날은 부서 전체 성과도 올랐으니 회식이나 하자고 해서 회사 근처 고깃집에서 삼삼오오 고기에 술을 곁들여서 먹고 있었다. 그날따라 동기는 이상하리만치 죄인에게 술을 권했고, 죄인은 한두잔 정도는 같이 마셨지만 더 마셨다간 취할 것 같아서 거절했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번이거늘, 마음도 없는 사람이 한두번도 아니고 연거푸 술을 권할때마다 그녀는 화를 낼 수도 없고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런 그녀의 상황을 캐치한건지, 다른 자리에 앉아있던 사수가 동기에게 한 소리 해주면서 자리를 바꿔줬다. 

회식을 마치고 파하면서도 사수는 그녀에게 집까지 바래다주겠다고 했다. 혼자서 가도 되는데요, 라고 그녀가 말하자 사수는 거절을 몇 번이나 했음에도 동기가 자꾸 술을 권하는게 뭔가 이상하다면서 오늘은 그냥 같이 가자고 했다. 아마도 그 날 동기가 그녀에게 술을 권했던 이유는, 술에 취하게 만든 다음 바래다준다는 핑계로 모텔같은 곳에 던져두고 어떻게든 하려던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경서씨, 오늘은 같이 고기 먹으러 가자. ”
“네? 갑자기요? ”
“뒤에 재윤씨가 따라붙어서 그래. 경서씨 자취 시작했다는 거 알고 계속 자취방 알아내려는 것 같아. ”
“……! ”

그 뒤로도 동기가 그녀의 집을 알아내려고 따라붙은 적도 몇 번 있었다. 실제로 집 위치를 알아냈고, 그것때문에 이사하느라 연차를 쓴 적도 있었다. 보다못한 회사에서 동기를 다른 부서로 이동시켰지만, 거기서도 그녀에게 집착하느라 자기 업무조차 제대로 안 하고 메신저로 그녀에게 껄떡대기나 하던 동기는 중요한 계약을 그르친 것 때문에 결국 징계해고를 당했다. IT팀이 메신저를 까 보고 대체 이런걸 어떻게 감당한거예요? 라고 물어볼 정도로 수위가 높은 음담패설이 한가득이었다고 한다. 

징계해고를 당하면서 시간이 널럴해진 동기는 더 본격적으로 죄인에게 집착하기 시작했다. 죄인의 SNS를 들여다보면서 기분나쁜 댓글을 달 때마다 차단해도 계속해서 새로운 계정을 만들어서 댓글을 달고, 어떨때는 죄인이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서 건물 앞을 얼쩡거리다가 경비한테 잡히기도 했다. 연거푸 신고가 들어간 것 때문에 경찰이 순찰을 강화한 후로 건물 앞을 얼쩡거리는 일은 없었지만, 대신 회사 근처에 차를 대놓고 차 안에 숨어있었다. 그것도 죄인을 납치하기 위한 요량이었지만, 수상한 차량을 본 다른 사람이 경찰에 신고해서 무마됐다고 한다. 

“여보세요? ”
“…… ”
“여보세요? ”
“왜그래? ”
“장난전화인가봐요. 아무 말도 없어요. ”
“또 그 놈인가보네. 하… ”

뿐만 아니라 동기는 죄인의 개인 연락처로, 그리고 회사 유선전화로 끊임없이 연락을 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무언전화가 와서 번호도 몇 번이나 바꿨지만, 그럼에도 어떻게든 번호를 알아내서 연락했다. 요즘은 핸드폰 없이는 안 돌아가는 세상이다보니 핸드폰을 해지할 수는 없을 노릇이었지만, 죄인은 번호를 바꾸고 나면 바뀐 번호를 알려주는 서비스도 제한해야 했다. 

“여기 있었구나…! 보고싶었어… ”
“꺄악! ”

그 날도 죄인을 보기 위해 건물 앞을 얼쩡거리던 동기는, 로비에 죄인이 보이자 양 손에 로프를 든 채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런 동기를 쫓아준 건 이번에 옆 부서에 입사했다는 후배였다. 퇴근하고 바로 헬스장에 갈 정도로 운동을 좋아했던 후배는 셔츠가 터질 정도로 빵빵한 팔뚝과 커다란 덩치를 갖고 있었고, 그 덕인지 동기도 순순히 물러났다. 

“감사합니다. ”
“뭘요. 별 거 아닙니다. ”
“휴… 정말이지, 저 사람때문에 하루하루 말라가는 기분이예요… ”
“얘기는 많이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내 얘기가 옆 부서까지 퍼졌구나… ’

후배의 한 마디에 내 얘기가 옆 부서까지 퍼졌구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숨 돌리던 죄인의 등을 타고 한 줄기 식은땀이 흘렀다. 

“걱정 마세요. 이제 제가 다 알아서 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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