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은 딸이 죽은 후, 부부의 의무를 저버렸습니다. 설령 아이를 잃은 슬픔을 감안하더라도, 죄인은 슬픔에 빠졌다는 이유로 부부의 의무를 저버린 지 반 년이 넘었습니다. ”
“…… ”
“죄인은 당신이 딸을 잃은 슬픔에 빠져 가정을 등한시할 동안 남편이 어떤 심정일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똑같이 딸을 잃은 부모임에도 당신 남편은 어떻게든 슬픔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지만, 당신은 슬픔의 수렁에 빠져 그런 남편의 발목까지 잡고 말았습니다. 남편은 죄인이 부부의 의무를 저버리고 슬픔에 빠져있을 동안 끼니도 제때 떄우지 못 했고, 집안 살림도 어머니나 장모님의 도움을 받아서 겨우 꾸렸습니다. 차라리 이혼하자는 말에도 죄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죠. 저는 이걸 건강한 부부관계라고 인정할 수 없습니다. ”
“하지만… 가람이는 정말 어렵게 가진… 어렵게 가진 딸아이였어요. 그래서… ”
“누가 그 사정을 모릅니까? 죄인, 당신의 남편은 죄인이 집에서 하루종일 축 쳐져서 아무것도 안 할 동안 어땠을 것 같습니까? 재판장님, 저는 죄인에게 이에 대한 책임을 묻고 싶습니다. 아니,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꽤 이른 시간에 재판이 이루어진 재판이었다. 죄인을 보자마자 몇 명의 법관들은 ‘아이를 납치한 납치범’이라면서 죄를 묻겠다고 했고, 몇 명의 법관들은 자기들이 관장하는 부분에서 죄를 지은 건 없으니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어렵게 가진 딸을 잃고 반 년이나 넘게 슬픔에 빠져 살면서, 내일로 나아가지 못 하고 수렁에 빠지면서 다른 사람의 발목을 잡은 죄를 물은 헤라는 ‘이런 건 건강한 부부관계라고 인정할 수 없다’면서 죄를 물어야 한다고 했고, 죄인이 어렵게 가진 딸이었다고 항변했지만 누가 그 사정을 모르냐고 반박했다.
“헤라님의 의견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죄인은 딸을 잃은 슬픔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혔습니다. 죄인에게 이혼하자고 얘기하는 남편도, 죄인이 딸의 방에서 하루종일 울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걸 보고 있는 주변 사람들도… 그리고 명계에 있는 딸의 영혼을 납치까지 해 가면서… 그렇게까지 하는 걸 보면서 다들 어떤 심정이었을지 생각은 해 보셨습니까? ”
“그건… 제 아이가 너무도 귀하게 찾아왔고, 그만큼 상실의 무게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컸기 때문일 뿐이에요… 자식을 잃은 고통을 단장의 고통에 비유한다고 하잖아요. ”
“물론 그 심정은 저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죄인이 한 행동은 그저 딸을 잃은 슬픔을 앞세운 뗴부리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예요. 죄인은 딸을 잃었다는 명목으로 지금까지 수많은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의 고통을 안겼습니다. 따라서 헤라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
하데스 역시 죄인이 그 동안 주변 사람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힌 것에 대해 죄를 물었다. 죄인은 딸을 잃은 슬픔때문에 그랬다고 했지만, 하데스는 차분한 말투로 ‘그 심정은 이해한다’면서, 죄인의 행동은 그저 슬픔을 앞세워 떼를 쓴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죄인은 삼신당에서 환생을 기다리던 딸의 혼을 강제로 납치해 명계의 순리를 어겼습니다. ”
“…… ”
“그 인형이 혼을 가두는 인형이라는 얘기를 듣고, 팔지 않겠다는 만물상 주인까지 속여서 그 인형을 사셨죠? 죽은 딸의 영혼을 이승으로 납치하기 위해서. ”
“사람의 혼을 잡아둘 수 있다는 말에 혹해서 그랬습니다. 그만큼 저는 딸을 그리워하고 있었어요. ”
“죄인,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순리를 어기면 안 됩니다. 죄인이 진정으로 죽은 딸을 사랑했다면 그래서는 안 되는거였습니다. 죄인은 딸을 사랑한다는 명목으로 이승으로 혼을 납치했고, 그로 인해 환생을 앞두고 있었던 죄인의 딸은 영원히 소멸했습니다. 당신이 아이를 잃어서 얻은 슬픔보다, 당신이 아이를 잃었다는 명목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준 상처가 더 큽니다. 그건 아시죠? ”
“…… ”
“재판장님, 삼신당에서 온 엄벌 탄원서를 낭독해도 괜찮겠습니까? ”
“죄인에 대한 엄벌탄원서인가요? ”
“네. 저승 삼신께서 보내셨습니다. ”
“낭독하셔도 괜찮습니다. ”
헤르메스의 판결에 말을 얹은 데메테르는 서류봉투 하나를 열어, 안에 있는 내용물을 꺼냈다.
“본 탄원서는 삼신당에서 보낸 것으로, 저승 삼신이 작성하였습니다. ”
물을 한 모금 마신 데메테르는 탄원서를 읽기 시작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재판장님께서도 가람이가 재판정에서 어떤 아이였는지 기억하시겠지요? 자기가 먼저 부모님보다 죽었음에도, 부모님이 무사하다는 말에 안심하면서 삼신당에서 기다리다가 부모님을 만나러 가겠다고 하던 고운 아이였습니다. 그런 가람이를, 아이를 잃은 슬픔을 주체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가람이의 엄마가 이승으로 납치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이승으로 납치된 가람이의 혼은 그대로 불타버려, 더는 다음 생이 남지 않은 한 줌 재가 되었습니다. 비록 아이의 혼이 담긴 인형을 태운 것은 가람이의 아빠이지만, 가람이 엄마의 지난 행적을 되돌아보시면 이를 참작할 수 있으시리라 사료됩니다. 부디 가람이 엄마에게, 자기 딸의 앞날을 영원히 태워버린 죄를 엄하게 물어주시기 바랍니다. ”
“…… ”
“이례적인 일이군요… 저승 삼신이 엄벌탄원서를 작성하다니. ”
“아이의 혼이 엄마에 의해 납치까지 당하고, 결국 소멸했으니까요. 저승 삼신께서도 가람이를 정말 예쁜 아이라고 귀여워하셨고, 염라께서도 벌써 여기에 왔느냐면서 안타까워하셨잖습니까. ”
저승 삼신이 엄벌 탄원서까지 쓰는 일은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평소에도 가끔 낙태를 일삼거나 임산부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 제 자식을 폭행하는 사람만 보면 길길이 날뛰면서 네놈은 몇만겁을 환생해도 슬하에 자식은 없을거라고 하던 동궁 삼신과 달리, 저승 삼신은 아이들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 혼을 낼 때 빼고는 항상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판결하겠습니다. 죄인은 앞으로 6만년동안 엘리시온 요양원에 입소하셔서, 인형에 혼이 갇혀 소멸한 가람이의 심정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
‘내 딸이 정말 소멸했다고? 아니야, 그럴 리가… ’
“가람이… 가람이가 정말… 정말로 소멸한건가요? 아예 없어진건가요? ”
“저승 삼신이 진노한 걸로 대답이 되지 않으셨나요? 저승 삼신께서 화를 내는 일은 천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합니다. 그런 분이 아이의 혼이 이승으로 납치당한데다가 원치 않는 소멸까지 당한 것에 화가 굉장히 많이 나셨습니다. ”
남편이 가람이의 혼이 든 인형을 태운 날, 저승 삼신은 너때문에 가람이의 다음 생이 없어졌다면서 아내를 책망했다. 평소대로라면 저승 삼신이 동궁 삼신을 진정시켰겠지만, 그 날은 반대로 동궁 삼신이 저무는 달에서 저승 삼신이 좋아할만한 간식을 사 주면서 ‘일단 진정하고, 엄벌 탄원서라도 올려보자’면서 달랠 정도였다. 제우스의 표현을 빌자면 ‘천 년에 한 번은 있을까 말까’한 일이 죄인때문에 일어난 격이었다.
‘가람이가… 정말로 이 세상에 없어… ’
“이 쪽입니다. ”
벌을 받은 죄인이 법정을 나오자마자 제일 처음 본 것은, 엘리시온 요양원으로 가는 차와 마중나온 직원이었다. 직원은 휠체어를 끌고 있었고, 죄인이 보이자마자 이쪽으로 오라는 듯 손짓을 하고 죄인을 휠체어에 앉혔다.
‘어…? ’
휠체어에 앉은 순간부터, 죄인은 목 아래로는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말은 할 수 있었지만, 오른팔을 제외하면 손끝 하나 까딱할 수도 없고 발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인형에 혼이 갇혀 소멸된 가람이의 심정을 느껴보라는 게 이런 의미였구나, 그제서야 죄인은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오늘 입소하는 환자분이시죠? 수속은 마쳤으니까 방으로 바로 가시면 됩니다. ”
“네. ”
죄인이 앉아있는 휠체어를 차에 태우고 20분정도를 달리자, 엘리시온 요양원이라는 간판과 바깥과의 경게역으로 세워진 낮은 돌담이 보였다. 조용한 시골 한 켠에나 있을법한 커다랗고 흰 건물 주변으로는 각종 꽃과 나무를 심어 둔 마당이 보였고, 몇몇 환자들이 직원들과 함께 산책을 하거나 벤치에 앉아있는 모습도 보였다.
“지금 실컷 봐 두세요, 앞으로 퇴소할때까지는 못 볼 풍경이니까… ”
휠체어를 끌고 들어가는 직원은 곧 죄인이 어디로 갈 지 알고 있는 듯, 일부러 휠체어를 천천히 끌고 들어가면서 ‘앞으로 못 볼 풍경이니 실컷 봐 두라’는 당부 아닌 당부를 했다. 직원이 밀어주는 휠체어를 끌고 가다보면 고드넉한 돌길에 내려앉은 햇살이 느껴지고, 따뜻하게 부는 바람도 느껴졌다. 천천히 돌길을 지나 프론트에 도착하자, 프론트에서는 이미 수속이 끝났으니 바로 방으로 내려가면 된다고 했다.
‘이… 이런 곳에서 지내라고? ’
아까까지 눈으로 즐겼던 고즈넉한 분위기와 달리, 죄인이 입소할 방의 분위기는 완전 딴판이었다. TV 다큐멘터리에서나 봤을법한 곰팡내나는 벽과 퀴퀴한 곰팡내는 물론이고, 방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이 다 낡아서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병실에 비치된 TV는 저게 나오는건지를 넘어서, 저걸 대체 어떻게 구했는 지 모를 정도로 낡아있었다. 예전에 할머니 댁에 가면 저렇게 생긴 TV가 있었지, 채널 돌리는 다이얼이 빠져서 칫솔을 꽂고 돌리곤 했지만.
“엄마, 뜨거워- 살려줘! 으아앙- 싫어- ”
무심코 창 밖을 바라보자, 거대한 불길에 휩싸여 불타는 인형이 보였다. 남편이 우악스럽게 빼앗아 태운 인형, 그리고 그 속에 든 가람이의 혼은 연신 뜨겁다면서 울고 있었지만 죄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전부 다 남편 떄문이라고 원망해봤지만, 저승 삼신은 물론이고 괴담수사대에서 나온 사람도, 심지어는 친정에서도 다 죄인을 탓했었다.
“아, 환자복을 두고 왔네. 저 잠깐 올라가서 환자복 좀 가져올게요. ”
“네? ”
하필 직원이 환자복을 두고 왔다면서 그대로 가버리는 바람에, 죄인은 직원이 다시 돌아올때까지 가람이의 혼이 인형 속에서 뜨겁다고 울다가 재가 되는 과정을 봐야만 했다. 니가 죽였어, 니가 죽였어. 지금도 누군가 귓가에 외치는 것 같았지만 간신히 오른손만 까딱할 수 있는 죄인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누가 저 좀 침대에 올려주세요! 아무리 불러봐도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오래 기다리셨죠? 죄송합니다. ”
환자복을 가져온 직원은 그제서야 여기서는 백날 쳐다봐도 바깥은 안 보이니까 창문은 보지 말라면서 커튼을 치고, 죄인을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속옷까지 싸그리 벗긴 다음 모든 옷을 다 환자복으로 갈아입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직원이 적어도 이성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오른쪽에 너스 콜 버튼이 있으니까, 무슨 일 있으면 누르세요. 전담 간호사가 도와줄거예요. ”
“아, 네… ”
간신히 팔을 뻗으면 누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너스 콜 버튼을 알려주고, 직원은 죄인의 옷가지들을 들고 나가버렸다. 직원이 나가버리자, 거동도 못 하는 죄인은 멍하니 침대에 누워있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움직일 수도 없이, 그저 멍하니 천장을 보면서, 인형에 갇혔던 가람이가 그랬듯이 말이다. 이따금 타들어가면서 울부짖는 가람이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귀를 막을 수도 없었다.
“환자분, 식사 하세요. ”
점심 식사라면서 들고 온 식사는 영양이 있기는 한 건지, 이게 대체 어딜 봐서 환자식인건지 묻고 싶을 정도로 형편없었다. 고든 램지가 이 식사를 먹었다간 바로 식판째 엎고 직원에게 쌍욕을 퍼부었을지도 모른다. 나물은 고무를 씹는 것처럼 질긴데다가 간도 싱거웠고, 국은 이걸 바닷물로 끓인건가 싶게 짜고 매웠다. 나물과 같이 나온 불고기는 양념만 묻은 생고기 수준으로 덜 익어서 진지하게 식중독에 걸리는 건 아닌지 고민할 정도였다.
밥은 또 어떤가. 이건 질다 수준이 아니라 거의 죽이다 싶을 수준인데다가 한 숟갈 먹을때마다 입을 타고 코로 묵은쌀내가 풀풀 올라왔다. 후식으로 나온 팬케이크는 버터 한 조각 올라가 있지도 않고 시럽 하나 곁들이지 않았는데, 겉은 진한 갈색이 될 정도로 탔고 속은 안 익어서 한 입 먹을때마다 반죽이 질척거렸다. 이 정도면 일부러 맛없게 하려고 해도 힘들 것 같은데, 대체 요리를 누가 하는거지?
“제가 환자분 한 분만 전담하는 줄 아세요? 저 되게 바쁜 사람입니다. 알아서 빨리빨리 드세요. ”
식사의 맛보다 더 고역이었던 건 밥을 먹여주는 직원의 태도였다. 죄인이 다 먹었는지, 씹어 삼켰는지는 관심도 없고 그냥 기계처럼 나물 한 젓가락, 밥 한 술, 불고기 한 젓가락, 밥 한 술씩 퍼넣을 뿐이었다. 안그래도 맛없는 밥이라 금방 삼키기도 힘든데, 그 와중에 밥을 먹다가 흘리자 직원은 안그래도 바쁜데 일거리가 더 생겼다면서 짜증을 냈다. 그 직원은 나가면서도 식판은 치우는 둥 마는 둥 하고 나가서 다른 직원이 식판을 치워줘야 했다.
‘뭐 저런 게 다 있어? ’
직원은 식사를 할 때만 태도가 그랬던 게 아니었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너스 콜을 눌러도 옷에 다 지린 다음에나 도착하고, 도착해서는 욕만 안 했지 이거 하나 못 참고 뭐 하는거냐면서 툴툴거리면서 죄인을 대충 씻기는 둥 마는 둥 했다. 씻긴 후에는 또 환자복을 두고 왔다면서 그대로 방치해두고 나간 걸 다른 직원이 도와주곤 했다.
온열기가 너무 뜨거워서 꺼달라고 했을때도 직원이 뒤늦게 와서 저온화상을 입은 적도 있었고, 어쩌다 밖에 나가더라도 항상 우중충한 날씨에 우산 하나 없이 돌아다니다보니 감기에 걸리기 일쑤였고, 자세를 제때 안 바꿔줘서 욕창이 생길 때도 있었다. 그럴때마다 민원을 넣어봐도 요양원 측에서는 교육 시키겠다는 말만 하고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하루종일 요양원에 처박혀 지내다보니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몰랐던 죄인은, 면회 요청이 왔다는 말에 오랜만에 로비로 나왔다.
“여보…? ”
로비로 나온 죄인을 기다리고 있었던 건 남편이었다. 이혼한 뒤로 한번도 보지 못 했던 남편은 팔순은 넘은 노인이 되어 있었고, 노환으로 사망해서 최근에 명계에서 재판을 받았다. 인형에 묶여있던 가람이의 혼을 태운 것은 남편이었지만, 명계 재판정에서는 죄인의 행적을 알고 있었기때문에 남편의 행동에 대해서는 정상참작이 되었다. 데메테르는 그 뒤로도 죽은 아이를 그리워하면서 홀로 산 남편을 불쌍히 여겼고, 헤라 역시 남편의 심정이 어땠을 지 안다면서 이혼한 이유에 대해서 묻지 않고 넘어갔다.
“여기 있다는 얘기 듣고, 환생하기 전에 만나러 온 거야. ”
“…… ”
남편이 죄인보다 더 오래 살았지만, 몰골은 죄인이 더 늙어보였다. 혼자 살았을지언정 딸을 가슴에 묻고 앞으로 나아갔던 남편은 노화로 인해 몸이 늙었음에도 정정해보였지만, 젊은 나이에 죽은 죄인은 타르타로스에 갇혀 맛없는 밥을 억지로 먹느라 바짝 마르고, 대충대충 응대하는 직원때문에 다치거나 생채기가 난 흔적도 있었다.
“병사했다면서. ”
“그렇게 됐어… ”
“…… ”
남편은 그런 죄인을 그럴 줄 알았다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남편 역시 처남을 통해 죄인이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으니까. 아마 거기서도 계속 가람이를 잃은 슬픔에 수렁에 빠져있다가 이른 나이에 죽은거겠지.
“여보… ”
“…… ”
“난…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 ”
“멈춰있지 말았어야지… 가람이를 가슴에 묻고 나아갔어야지. 가람이가 우리한테 다시 올 수 있도록… ”
“…… ”
죄인은 멈춰있지 말았어야 했다. 자식을 가슴에 묻고 앞으로 나아갔더라면 환생한 가람이와 다시 만날 수도 있었을것이고, 순리를 어기고 딸의 영혼을 납치해서 태우는 우를 범하지도 않았을테니까. 물론 아이를 잃은 슬픔을 단장의 고통에 비유한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죄인은 언젠가 가람이를 가슴에 묻고 앞으로 나아갔어야 했다. 슬픔에는 유통기한도, 끝도 없다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갔어야 했다.
면회를 끝낸 남편이 돌아가고, 죄인 역시 다시 병실로 내려갔다. 돌아가기 전에 남편이 했던 ‘멈춰있지 말았어야지.’라는 말을 되뇌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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