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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th_작가2026. 5. 31. 00:00

이곳은 명계 법정. 여느때처럼 망자들은 생전의 행적에 대해 재판을 받고 있었고, 재판장들은 망자의 생전 행적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었다. 어떤 망자들은 판결을 받고 오열하기도 했고, 또 어떤 망자들은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였고, 아직 재판을 기다리는 망자들 중에는 자기가 어떤 판결을 받을 지 노심초사하는 사람도 있었다. 몇몇 직원들은 판결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난동부리는 망자들을 제압하고 있었고, 몇몇 직원들은 어딘가로 바쁘게 서류 뭉치를 가져가고 있었다. 

재판정 앞에서 수많은 망자들이 자기 순서를 기다리는 와중에, 재판정에서는 634번 망자의 재판이 진행중이었다. 그는 젊다면 젊고 아니라면 아닌 50대 후반의 나이에, 홀로 병사해서 명계로 오게 됐다. 그를 데리러갔던 저승사자의 말에 따르면 다른 망자들과 달리 그가 이승을 떠나기 전에 저승사자에게 부탁했던 것은 이혼한 전 부인에게 자신의 죽음을 알려달라는 것뿐이었고, 데리러 왔을 때의 반응 역시 모든 것을 겸허히 포기하고 받아들인 사람 같았다고 했다. 

“634번 망자, 아들을 독살하셨군요. ”
“…… 그렇습니다. ”
“아들에게 투구꽃 달인 물로 밥을 하고, 투구꽃 달인 물로 국을 끓여서 먹이셨죠? ”
“…… ”
“그 뒤에는 스스로 경찰에 자수까지 하셨고요. 교도소에서는 모범수로 조기출소했고, 그 뒤로는 아들에게 미안해서 쭉 혼자 살다가 꽤 이른 나이에 병사해서 명계에 오게 됐군요. ”
“…… ”
“평생 미안함을 안고 갈 걸 아셨으면서, 왜 그런 선택을 하신겁니까? ”

생전에 아이를 좋아했던 데메테르라면 자기 자식을 죽인 사람에게는 십중팔구, 화를 내기 마련이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아이를 독살한 망자에게 침착하게 죄목을 얘기하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묻고 있었다. 이건 망자가 아이를 독살한 것을 한 번에 인정해서가 아니라, 아들을 독살한 후로도 계속해서 죄책감과 미안함을 안고 살아왔던 망자의 행적때문이었다. 다른 아이를 살해한 부모들이 사만 팔천가지 이유를 대면서 어떻게든 형량을 줄여보려고 노력하는 게 보였던 반면, 634번 망자는 그런 기색조차 없이 자기의 죄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있었다. 

그는 아들이 죽은 것을 확인하고 전 부인에게 울면서 장례를 부탁한다고 전화했고, 경찰에 자수하면서도 울면서 모든 것을 진술하는 통에 얘기를 나누던 형사가 오히려 그를 달랜 적도 있었다. 거기다가 재판정에서도 그의 사연을 참작해서 형량을 줄였고, 그가 아들을 죽이게 된 사연을 들은 사람들도 아들을 죽인 것에 대한 갑론을박은 있었을지언정 그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은 안타까워했다. 아들을 제 손으로 죽일때도 수도 없이 울었던 그는 교도소에서도, 교도소를 나와서도 죽은 아들에 대해 미안함과 죄책감을 계속해서 갖고 있었다.

그런 망자의 행동들로 미루어볼 때, 데메테르의 입장에서도 아이를 제 손으로 죽이긴 했지만 그게 원하지 않는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인지, 다른 죄인들을 대할때와 달리 그를 대할때만큼은 유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고보니 634번 망자는 아내분과도 이혼하셨네요. 아내분과 이혼하신 일이 아들을 죽인 일과도 관련이 있나요? ”
“네, 관련 있습니다. ”
“어떻게 된 건지, 변론을 청합니다. ”

헤라 역시 634번 망자의 이혼과 관련해서 질문을 했고, 변론을 요청했다. 그는 한숨을 푹, 내쉬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죽은 아들은 발달장애아였습니다. 아내는 그것때문에 아이가 진단을 받은 날 많이 울었어요. ”

망자의 아들은 발달장애가 있었다. 처음에는 집에서 아이를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아 시설로 보낼까도 생각했지만, 시설에 보낼 금전적인 여유도 두 사람에게는 없었고, 시설에 보내면 아이를 학대한다는 얘기도 있어서 두 사람은 집에서 아이를 어떻게든 해 보려고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는 전문가가 아니었기에 아이를 어떻게 교육하고 행동교정을 해야 할 지 방법도, 적절한 시기도 몰랐다.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감당하면서 아이를 교육시키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속도가 느렸던 아이에게 뭔가를 이해시킨다는 것도 고역이었다. 

“아들이 커가면서 많이 버거워졌습니다. 단순히 덩치가 커진 것 뿐 아니라, 자기 성욕을 주체 못 해서 이웃들에게 민폐를 많이 끼쳤거든요. 제가 없을 때 제 엄마나 누나를 강간하려고 한 적도 있었고요. ”

아들이 사춘기가 되면서부터 문제가 심각해졌다. 단순히 떼쓰고 난동부리는 정도를 넘어서 넘쳐나는 성욕을 제어하지 못 하고 한낮에 마당에서 자기위로를 하거나, 성기를 노출하거나, 망자가 없을 때 엄마와 누나를 강간하려고 하기도 했다. 대문을 닫아둬서 망정이지, 아마 대문이 열려있었다면 지나가던 다른 사람을 건드렸을지도 모른다. 아들을 지하실에 감금하기로 했던 것도 제 누나를 강간하려다가 누나가 찬 발길에 밀려나 머리를 다친 것 때문이었다. 그 날 머리가 찢어진 것 때문에 응급실에 갔던 아버지는,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지하실에 아들을 감금하기로 한 것이다.

아들을 지하실에 감금한 후로도 며칠동안은 꺼내달라고 우는 통에 이웃들로부터 민원이 들어왔다. 하지만 이내 아들은 포기한 모양인지 잠잠해졌고, 그 뒤로도 아들의 식사나 세안은 전부 망자의 몫이었다. 아내나 딸은 절대 지하실에 못 들어가게 했고, 아들이 밖으로 나오지도 못 하도록 밖에서 단단히 문을 잠갔다.

“아들을 죽이기로 했던 건, 이러다가 제가 죽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아내나 딸이 아들을 감당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럴 여력이 없었고요… 아내마저 죽거나 잘못되면, 제 딸이 아들을 혼자서 감당해야 했습니다. ”
“…… ”
“아내와 이혼한 것도 그것때문이었습니다. 아내나 딸은 살인자의 가족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았으면 했으니까요. 주변에서 왜냐고 물어보면 아들이 아내나 딸에게 해코지 하려고 해서 이혼하게 됐다고 둘러대면 그만이었고요. ”
“저런… ”
“맙소사… ”

망자는 아들을 독살하기 전, 아내와 이혼했다. 아내는 처음에 반대했지만 만약 내가 죽거나 몸이 아프게 되면 아들을 아내와 딸이 감당해야 할 거고, 그러다가 또 무슨 일이 생길수도 있다면서 아내를 설득했다. 딸은 아내를 따라가기로 했고, 호적상으로도 깔끔해지자 망자는 아들에게 투구꽃 달인 물로 지은 밥과 투구꽃 달인 물로 끓인 국을 먹여 아들을 죽였다. 그리고 아내에게 아들의 장례를 부탁하고 자수해서 실형을 살게 된 것이다. 

“그것때문에 아들을 독살하게 된 건가요? ”
“그렇습니다… 그 방법이 옳지 않다는 건 저도 압니다, 하지만 그 방법이 제가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적어도 저 한명만 죄를 짊어지면 되는… ”
“…… ”
“그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이 있었다면 그 방법을 쓸 수도 있었겠군요. ”
“저도 이런 선택을 원하지는 않았으니까요. 어떻게든 할 수 있는… 그리고 더 나은 방법이 있었다면 아마 그 방법대로 했을겁니다. ”
“…… ”

망자는 담담하게 대답하고 있었지만,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목소리가 떨렸다.

“그렇다고 해도 자기 아들을 죽인 죄는 꽤 큽니다. 본인이 뉘우치고 있고, 잘못된 방법임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했다는 건 감안하겠지만… 그럼에도 벌은 받으셔야 할 겁니다. ”
“전부 각오하고 선택한겁니다. ”
“634번 망자 재판 아직 안 끝났죠? ”
“음? ”

제우스가 판결을 막 내리려던 찰나, 직원 한 명이 법정 안으로 들어왔다. 직원의 손에는 서류봉투 하나가 들려있었고,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해보니 삼신당이라고 쓰여있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삼신당에서 갑작스럽게 연락을 받아서요. 여기, 삼신당에서 법정으로 보내줬으면 한다는 서류가 있습니다. ”
“삼신당에서 서류가 온 건가요? ”
“네. 634번 망자에 대한 탄원서입니다. ”
“탄원서? ”
“634번 망자의 아드님께서 직접 쓰셨어요. ”

직원은 제우스에게 봉투를 건넸고, 제우스는 봉투를 뜯어 안에 있는 종이를 꺼냈다. 종이 윗부분에는 탄원서라는 세 글자가 쓰여있었고, 내용란에는 크고 삐뚤빼뚤한 글씨로 ‘아빠 벌주지 마세요, 아빠 용서해주세요, 제가 나쁜 아이였어요, 아빠 벌받는거 싫어요’라고 쓰여있었다. 제우스에게서 건네받은 서류를 본 데메테르는 자신을 죽였음에도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는 아들을 보며 눈물을 훔쳤다.

“명계 재판정에는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피해자 본인이 용서할 경우 더 이상 그 죄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 것이죠. 그리고 634번은 아들에게 용서를 받았기 때문에, 저희로써는 더 이상 이 죄를 물을 수 없겠군요. ”
“아들이… 저를 용서했다고요? ”
“네. 그렇기때문에 저희쪽에서는 더 이상 아들을 독살한 건으로는 죄를 물을 수 없습니다. ”

아들이 자기를 용서하고, 탄원서를 냈다는 말을 들은 아버지의 표정이 뭔가 복잡해보였다.

“판결하겠습니다. 634번은 자신의 아들을 독살한 죄가 있었으나 이는 피해자인 아들이 용서했기 때문에 죄를 물을 수 없고, 그것을 제외한다면 건실한 가장이었기때문에 무죄입니다. ”

그는 아들이 자신을 용서했다는 말을 듣고 슬피 울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아이가, 사실은 자기가 죽게 된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아빠를 용서했다. 그는 아들을 죽인 일로 평생을 미안함과 죄책감을 안고 살아왔는데, 정작 아들은 자신을 원망하지 않고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지는 정하셨습니까? 피고는 무죄이기때문에 바로 환생을 하실 수도 있고, 명계에서 좀 더 계시다가 환생해도 됩니다. ”
“제 아들은 어떻게 되는건가요? ”
“아드님은 사망했을 때의 나이가 만 19세 미만이었기때문에 바로 환생하게 될 겁니다. ”
“그렇군요… 그렇다면 저는 환생한 아들이 어떻게 사는지 지켜보겠습니다. 건강하게 태어나서 남들처럼 뛰어놀고, 남들처럼 웃고, 울고, 사랑하고… 가족을 꾸리는 걸… ”
“알겠습니다. ”

명계의 규칙에 따라 아들은 환생하게 됐고, 아버지는 그런 아들의 삶을 지켜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부디 건강하게 태어나서 오래 살다 오기를, 그리고 남들 다 누리고 사는 것들도 실컷 누리기를 바라면서.

“미안하다, 아들아. 다음에는 건강하게 태어나서, 오래 살다가 오거라. ”

삼신당에서 아들이 환생을 앞두고 있다면서 만나지 않겠냐고 했을 때, 그는 거절했다. 차마 아들에게 미안해서 만날 수 없었던 그는 마지막 인사로 다음에는 건강하게 태어나서 오래 살다가 오라는 말을 남겼고, 아들은 그런 아버지에게 또 만나자는 말을 남기고 환생을 했다.

환생한 아들이 이승에서 삶을 살 동안, 아버지는 환생한 아들을 지켜보면서 저승차사로 일했다. 좋은 부모님 밑에서 건강한 아이로 태어나서 사랑받고, 걸음마를 떼고, 처음으로 말을 했다. 쭉 환생한 아들이 자라오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던 그가 아들과 처음으로 마주쳤을 때, 아들은 아직 열 살도 채 되지 않은 나이에 할아버지와 이별을 해야 했다. 아버지는 환생한 아들을 알아봤지만, 아들은 그가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했고 그저 정장을 입은 이상한 아저씨로 인식하고 있었다. 아들은 할아버지를 데려가는 그를 발견하고, 할아버지를 어디로 데려가는건지 물었다.

“아저씨, 할아버지랑 어디 가요? ”
“할아버지는 여기서 아주 멀리 떨어진 새 집으로 이사 가실거야. ”
“새 집이요? ”
“그럼. 커다란 TV도 있고, 마당에 텃밭도 있지. ”
“우와! 저도 놀러갈 수 있어요? ”
“네가 좀 더 크면 놀러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거기가 너무 멀어서 지금은 혼자서 놀러갈 수 없어. ”

그 다음으로 환생한 아들과 만난 건 아들이 30대가 되었을 무렵이었다. 건강하게 태어나서 건강한 몸으로 자란 아들은,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갔다. 대학에 입학한 후로는 무사히 군 복무를 마치고 번듯한 직장에 취업하는데도 성공했다. 아들은 취업할때부터 사귀고 있던 여자친구와 가정을 꾸리고, 두 사람 사이에 아이도 생겼다. 아이가 태어났다는 사실에 기뻐했던 두 사람이었지만 그 아이는 세상의 빛을 보기도 전에 유산해버렸고, 얄궂게도 그 아이를 데리러 온 게 아버지였다.

“…… 당신은…? ”
“아이가 잠깐 두고 온 것이 있다고 하네요. ”
“……네? 그게 무슨… ”
“엄마, 아빠랑 만나려면 꼭 그게 있어야 하는데, 깜빡하고 안 가져왔다고 합니다. 누군가 가져다줄 수 있는 게 아니라, 본인이 직접 가야 하는 거라면서… ”
“…… ”
“아내분을 잘 달래주세요. ”

아버지는 아들에게 아이가 두고 온 것이 있다고 성화라면서, 꼭 가지러 가야 한다고 보챘다고 했다. 슬픔을 잘 추스를 동안 아이는 두고 왔던 것을 다시 챙긴 다음, 곧 다시 갈 거라고도 했다. 그 뒤로 아들은 물론 아내 역시 아이를 유산한 사실에 슬퍼했지만, 두고 온 것을 다시 챙겨서 돌아온건지 곧 아이가 다시 생겼고, 무사히 출산을 마쳤다. 유산한 아이가 ‘중요한 것을 두고 왔다’고 했던 것은, 아마도 아이에게 결손 장애가 생긴 것을 말한 것 같았다. 아내가 유산했을 때 담당 의사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아이의 뇌가 없었다고 했으니까.

"부모님을 좋은 곳으로 모시러 왔습니다. ”
“알고 있습니다. 그 곳에 할아버지, 할머니도… 얼마 전에 죽은 두리도 다 있겠죠… 부모님을 잘 부탁드립니다. 언젠가는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
“…… ”

그 뒤로 세월이 흘러 다시 아들과 재회했을 때, 아들은 초로의 노인이 되어 있었다. 부모님을 데리러 온 아버지에게 아들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그저 묵묵히 부모님을 보내줄 뿐이었다. 아버지가 말한 좋은 곳의 의미를 알게 된 아들은, 그 곳에 지금까지 살면서 이별해 온 모든 것들이 있을거라면서 그저 잘 부탁한다, 언젠가 따라간다는 말을 남겼다. 그도 어느덧 초로의 노인이 된 만큼 그 동안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접해 왔고, 그럴때마다 저승사자들을 만나게 되면서 아버지가 누구인지, 그리고 왜 오게 된 건지 알게 됐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그런 아들에게 부디 천천히 오라는 당부를 했다.

“데리러 왔습니다. ”

아들을 마지막으로 데리러 갔던 건 아들이 80대 후반이 되었을 때였다. 어느덧 80대의 노인이 된 아들의 얼굴은 주름져있었고, 머리는 백발이 성성했다. 젊었을 적에는 건장했던 몸이, 근육이 빠져서 말라있었다. 머리맡에는 아내와 자식들, 손주들까지 함께 찍은 가족 사진이 있었고, 아들은 침대에 누워 말없이 임종을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 할아버지를 어디로 데려가는 건지 물어봤던 아이는, 오랜 세월동안 아버지가 바라왔던 인생을 살면서 백발의 노인이 되어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부인에게 인사를 한 아들은, 자신을 데리러 온 아버지와 함께 명계로 먼 여행을 떠났다.

“이만 사직하고자 합니다. ”
“호오, 그래. 환생한 아들의 인생은 어땠는가? 딱 당신이 바라던 그대로였으면 좋겠네만. ”
“제가 바라던 그대로… 아니, 그 이상이었죠. 건강하게 태어나서, 건강하게 인생을 살고, 다른 사람들과 많이 만나고, 이별하고, 부딪히고, 깨지면서… 끝에는 두고 올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는. 그런 인생이었습니다… 제가 해 주지 못했던 것들이었죠. ”
“그거면 만족하겠는가? ”
“네. 저는 만족합니다. 제가 해줄 수 없었던 것을 누군가는 해줬으니까요. ”
“좋다, 사직을 허하도록 하지. ”

아버지의 사직서를 수리한 염라는, 아들과 함께 환생문에 들어가는 아버지를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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