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자: 미스테리어스
제목: [투고괴담] 하리센본(針千本)신사
구독자 ‘solarbeam’님께서 보내주신 이야기입니다.
일본에서 유학할 때 알게 된 친구가 해 준 이야기입니다.
친구의 고향에는 하리센본(針千本) 신사라는 곳이 있는데,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입니다. 그리고 그 신사에서 절대로 하면 안 되는 게 맹세나 약속입니다. 그 신사에서 어떤 맹세나 약속을 하게 될 경우, 어기게 되면 죽을때까지 신사에 모셔진 존재에 의해 저주를 받게 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신사에 모셔진 존재에 의해 저주를 받은 사람들은 말을 하거나 뭘 먹을 때 입에서 바늘이 나오게 되는데, 자칫 잘못해서 이 바늘을 삼켜 병원에 가게 되는 경우도 있고 바늘이 입 안을 찔러서 피를 보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것때문에 신사를 찾아왔다가 신주님께 혼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하네요.
최근에 그 신사를 찾았던 방문객 중에 커플이 있었습니다. 마을에서 어릴적부터 함께 자라 커플이 된 두 사람은 누가 보더라도 꽁냥거리면서도 사랑스러워보였고, 몇몇 부부들은 그 커플을 보면서 우리도 저럴 때가 있었다면서 지난 날을 회상했습니다. 남자쪽은 26살, 여자쪽도 26살인 커플은 곧 결혼을 앞두고 소원을 빌기 위해 하리센본 신사를 찾았고, 거기서 남자쪽은 평생 여자친구를 사랑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만난 지 4년이 조금 넘었던 두 사람 사이에도 슬금슬금 권태기가 찾아왔고, 두 사람의 사랑도 식어버렸습니다. 그 와중에 자기보다 두 살 어린 여자 후배에게 마음을 홀랑 뺏겨버린 남자는 여자에게 ‘잠깐 시간을 좀 갖자’고 하고 그 후배와 만났습니다. 그리고 재앙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여자는 마을 사람들의 목격담을 통해 남자가 바람을 피우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분노한 여자는 남자에게 헤어지자고 하면서, 차라리 마음이 식었다고 사실대로 말하지 왜 시간을 갖자고 거짓말을 했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남자의 바람녀는 그런 여자에게 사과하면서도 남자쪽에서 여자친구와 헤어졌다고 하지 않았냐고 물었습니다. 심지어 하리센본 신사에서 여자친구를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맹세까지 해 놓고 바람을 피운데다가, 상대쪽 여자에게도 거짓말을 한 셈이 되었으니 이중으로 거짓말을 한 게 되는겁니다.
그 때, 남자가 갑자기 목을 감싸고 고통스러운 듯 쓰러졌습니다. 그 길로 병원에 실려간 남자의 목 안에서는 무수히 많은 바늘이 발견됐는데, 열을 맞춰서 빼곡하게 찔러넣은 바늘이 총 1000개가 나왔다고 합니다. 병원에서도 대체 어떻게 바느질 할 때 쓰는 바늘이 그렇게 꽂힌건지 미스테리였다고 합니다. 손을 사람 목 안으로 넣어서 1000개의 바늘을 하나하나 찔러넣을 수 있을 리도 없고, 수예용 바늘이 밖에서부터 목을 관통해서 들어갈 수 있을 리도 없었으니까요. 바늘들은 수술도 불가능해서 내시경으로 빼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그 뒤로도 기현상이 생겼다고 합니다. 남자가 연애나 여자친구와 관련된 얘기를 하면 입에서 바늘이 두세개씩 혀를 찌르고, 여자친구가 아닌 다른 여자와 이야기를 나눌때마다 입 안에서 바늘 대여섯개가 혀나 잇몸을 찔렀습니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남자는 하리센본 신사로 찾아가 신주에게 자기가 겪은 일을 이야기했고, 신주는 남자에게 ‘지키지도 못 할 약속은 뭐하러 하셨습니까?’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신주는 여자친구를 평생 사랑하겠다고 한지 얼마 안 돼서 시간을 갖자는 거짓말로 바람을 피운 것, 상대 여자에게도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는 거짓말을 한 것때문에 어느쪽이든 여자친구를 불행하게 만들지 않았냐면서 남자를 꾸짖었습니다. 신사에 모셔진 존재가 두 여자를 전부 불행하게 만든 남자에게 분노해서 목 안에 바늘 1000개를 꽂아넣고, 여자와 관련된 얘기를 할 때마다 입 안에서 바늘이 나오게 만든 것이라면서 두 사람에게 용서를 받을때까지 계속해서 입에서 바늘이 나오게 될 거라고 했습니다.
친구의 말에 따르면, 남자는 여전히 두 여자에게서 용서받지 못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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