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자: 미스테리어스
제목: [투고괴담] 붉은 꽃
구독자 'kook0113‘님께서 보내주신 이야기입니다.
여행차 동남아시아에 갔다가 현지 사당에 들렀을 때, 제가 봤던 것은 마치 창살같기도 하고 숲 같기도 한 반얀트리와 그 주변을 둘러싼 꽃이었습니다. 반얀트리 주변에 핀 꽃은 꽃송이가 시원시원하고 예뻤지만 이상하리만치 핏빛으로 붉었고, 옆에는 신이 깃든 나무이니 손대지 말라는 표지판도 있어서 그냥 눈으로 보기만 하고 나왔습니다. 그 뒤 업무차 현지인을 만날 일이 있었을 때 붉은 꽃 얘기를 했더니 저에게 '꽃을 꺾었느냐'고 물었고, 저는 그냥 눈으로 보기만 했다고 했습니다. 제 말을 들은 현지인은 '그 꽃을 꺾게 되면 저주를 받아서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는다'고 했습니다.
현지인이 해 준 얘기에 따르면, 그 나무에 깃든 것은 사실 신이 아니라 악귀였습니다. 악귀가 깃든 나무라고 하면 찾아와서 쓸데없는 짓을 했다가 피 보는 사람들이 생길까봐 대외적으로는 신이 깃들어있는 나무라고 해 둔 것일 뿐, 그 마을 사람들은 나무에 깃든 사람은 물론이고 나무에 얽힌 사연까지 알고 있었습니다.
그 나무에 깃든 것은 어떤 여자였습니다. 그녀는 가족들도 잘 챙기고 살뜰한 성격인데다가, 미인은 아니었어도 수수한 매력이 있는 여자였습니다. 그 여자는 남편과 아이 둘을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남편이 바람을 피웠습니다. 여자가 아이를 낳고 집안 살림에 신경쓰느라 외모 관리에 소홀해진 점, 밥이 맛없어진 점을 핑계삼아 미인인 여자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지만, 여자는 속앓이를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여자의 집안에서는 남편 집안에서 해 주는 지원때문에 남편이 불륜을 저지름에도 이혼을 반대했다고 하더군요.
그 여자는 남편이 가장 아끼는 것을 전부 빼앗고 죽기로 결심했습니다. 남편이 가장 아끼는 집안의 재산을 모두 탕진해서 좋은 향신료와 좋은 재료를 남김없이 사들이고, 남편이 가장 아끼는 아이와 불륜녀를 죽여서 만찬을 만들었습니다. 비싼 향신료에 품질 좋은 재료, 그리고 부드러운 고기 맛에 반한 남편은 순식간에 만찬을 싹싹 비웠습니다. 그리고 자리를 비운 남편이 본 것은 '당신이 사랑했던 모든 것들은 이제 없습니다. 당신이 전부 먹어치웠으니까요.'라는 편지, 그리고 아이들과 불륜녀의 잘린 머리였습니다. 여자는 남편이 자기 아이인지도 모르고 만찬을 먹을 동안 편지를 남기고, 독초를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여자의 원한이 너무나도 커, 이를 정화하고자 여자를 사당 한쪽에 묻었습니다. 그리고 여자가 묻힌 곳에서는 반얀트리가 자라기 시작했죠.
남편은 어떻게 되었는가 하니, 자기가 먹은 만찬의 정체가 자기 아이라는 걸 알게 된 남편은 자기가 먹었던 만찬들을 다 토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남편이 토한 것은 붉은 꽃과 피였습니다. 그 뒤로도 남편은 사흘 밤낮동안 붉은 꽃을 토해냈고, 마지막에는 여자가 묻힌 곳 근처에서 온 몸에 붉은 꽃을 피운 채 쓰러져 죽어있었다고 합니다. 그때도 마을 사람들은 '조강지처 두고 바람나더니 꼴 좋다'면서 남자는 물론이고 남자의 집안, 그리고 남편이 불륜을 저지르는 걸 알면서도 돈때문에 참고 살도록 강요한 여자의 집안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했습니다. 그 뒤로 남자의 집안은 물론이고 여자의 집안에서도 아이가 생기는 족족 태어나기도 전에 죽기를 반복했고, 이는 양쪽 집안이 여자에게 사죄를 구하고 넋을 위로할때까지 계속됐습니다.
현지인의 마을 사람들은, 여자의 저주가 무서워서라도 절대 불륜만큼은 저지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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