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가 아예 연애는 엄두조차 못 냈으면 좋겠어요. 여자들을 위해서라도... "
급하다면서 예약도 없이 바로 사무실로 찾아온 의뢰인은 20대 후반은 되어보이는 젊은 여성이었다. 그녀는 만약 사람이 있었다면 몇 시간이고 끝날때까지 기다렸을 거라면서, 하루라도 빨리 전 남자친구를 어떻게든 떼어놓았으면 하는 게 지금으로써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전 남자친구가 그녀를 스토킹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 남자친구분은 언제부터 스토킹을 시작했나요? "
"2~3주 됐어요. 제가 이별을 선언하고 나서부터 계속 그랬으니까요... "
"접근금지 신청은 해보셨나요? "
"했는데도 계속 연락하고, 찾아와요. 제 마음만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과태료따위는 얼마든지 내겠다 스탠스예요, 지금. "
"음... "
한쪽에서 이별을 선언하자 전 연인이 집착하고, 다시 만나달라고 하는 경우는 종종 들어봤다. 하지만 이번 의뢰는 뭔가 달랐다. 남자친구와 헤어지게 된 원인이 남자친구의 과실인 건 맞았지만, 흔한 이유가 아니었다. 보통 연인들이 헤어지는 이유로는 성격차이나 바람이 제일 흔했지만, 의뢰인이 남자친구와 헤어지게 된 계기는 스토커 때문이었다. 스토커가 남자친구를 공격한다거나 해서가 아니라, 남자친구가 스토커를 사주해서 자신을 괴롭히게 유도했기 때문이었다.
"스토커가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회사까지 찾아오면 남자친구가 쫓아주는 게 일상이었어요. 그런데, 알고보니 그 스토커랑 남자친구가 둘이 짠 거였고요. "
"왜 그런 짓까지 하셨는지 들은 바는 있으신가요? "
"스토커가 저를 괴롭힐때마다 구해주면서 점수도 좀 쌓고, 제가 남자친구한테 의존하게 만들 목적도 있었어요. "
"목적이 불순하군요. "
두어달 전쯤부터 의뢰인을 괴롭히는 스토커가 있었다. 계속해서 만나달라고 연락하고, 퇴근할 시간이 되면 회사 앞에 와서 자기랑 만나달라고 끈질기게 조르고, 집까지 따라붙을 기세였던 스토커때문에 한동안 남자친구가 마중을 나왔었다. 남자친구가 그녀에게 추근덕대는 스토커를 떼어놓고, 그러면 스토커가 물러나는 게 일상이었다. 그리고 알고 보니 그게 남자친구와 스토커가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는 얘기였다.
"생각해보면 좀 이상한 점이 있었어요. "
"어떤 부분이요? "
"스토커들은 보통 말하지 않아도 다 알잖아요. 근데 그 사람은 제 사생활에 대해서는 아예 몰랐어요. 제가 회식이 있어서 1시간 일찍 퇴근한 날이 있었는데, 그 날은 남자친구랑 싸워서 연락을 안 했거든요. 그 날도 6시에 왔다가 헛걸음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것 말고도 이상한 부분이 좀 있었어요. "
스토커는 의뢰인의 회사에 찾아와서 추근덕대는 것 외에는 보통의 스토커들과 달랐다. 의뢰인의 회사에 퇴근시간에 맞춰서 오긴 했지만 한번도 의뢰인의 집으로 찾아온 적은 없었고, 남자친구가 있을 시간대에만 찾아오고, 남자친구가 떼어놓으려고 할 때마다 발악 한 번 안 하고 너무 순순히 물러났다. 거기다가 스토커라면 보통 말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사생활을 다 꿰고 있게 마련인데, 그 스토커는 남자친구에게 의뢰인이 얘기하지 않은 사생활에 대해서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건... 그 스토커가 저한테 직접 불었어요. 남자친구랑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
"스토커가 직접 불었다고요?"
"네. "
의뢰인이 자꾸 이런 짓을 하면 경찰을 부르겠다고 하자, 스토커는 주변을 한번 확인한 다음 의뢰인에게 믿을 수 없는 얘기를 했다. 바로 이 모든 행동을 남자친구가 시켰다는 것이다. 남자친구와 어떤 사이이고, 남자친구가 왜 그런 짓을 시켰느냐는 질문에는 '저는 그쪽 남자친구랑 사촌관계입니다. 아직 미혼이고요. 그 녀석, 삼촌때문에 이상한 걸 보고 배워서 여성관이 좀 이상해요.'라고 하면서, 어차피 들켰으니까 다시는 의뢰인을 괴롭힐 일도 없을거고 연락도 안 할거라고 했다. 그리고 스토커는 마지막으로 남자친구랑 결혼까지는 안 갔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했다.
남자친구와 공통적으로 알고 있는 친구도 같은 얘기를 했다. 처음에 남자친구에게서 들었을때는 아무리 그래도 설마 짜고 치는 고스톱을 하겠어? 라고 생각했는데, 진짜로 스토커 역할을 맡을 사람을 구한 다음 그걸 실행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스토커때문에 힘들다고 토로했을 때 친구는 '그거 다 남자친구가 짜고 치는거야. 그렇게 해서 너한테 점수도 따고, 니가 걔한테 의존하게끔 만드는 게 걔 목적이야.'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의뢰인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자기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으로 만든 다음 결혼하는 게 남자친구의 목표라고. 남자친구의 계획에 대해 얘기하면서 친구는 자기도 남자친구랑 손절할 각오로 얘기하는 거라고 했다.
"최악이네요. "
"최악이죠... 그래서 연애할 엄두도 못 내게 해 달라고 하는거예요. 다른 피해자가 나오면 안되니까... "
"알겠습니다. 일단 저희쪽 의뢰가 단시간에 안 되니까, 경호원을 한 명 붙여드릴게요. "
도희는 의뢰를 수락하면서 현동에게 의뢰인의 경호를 부탁했다. 아니다 다를까, 의뢰인이 고키부리 사무실이 있는 건물을 나오자마자 건물 입구에서부터 남자친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의뢰인에게 말을 붙이려던 남자친구는 현동의 풍채를 보고 깨갱하고 도망쳤고, 현동은 경호원이 없었으면 의뢰인이 무슨 큰 일을 당해도 단단히 당했겠구나, 싶었다. 한두번 이런 것도 아니고, 접근금지 신청까지 했는데도 이러는데 자칫 잘못하면 칼부림이 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고키부리 사무실에서 남자에 대해 조사하면서 알아낸 것이지만, 스토커가 의뢰인에게 했던 말 그대로 남자친구는 아빠가 하는 행동을 그대로 보고 배웠다. 남자친구의 부모님도 같은 방법으로 결혼했고, 지금도 남자친구의 아빠는 엄마에게 집착이 심해서 마트에 장도 혼자 못 보러 가게 할 정도였다. 지금이야 이혼이 흠도 아니라지만, 당시에는 이혼을 했다는 이유로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도 있었던 탓에 엄마는 남자친구가 성인이 될 때까지 참고 살아야만 했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독이 되어서, 남자친구 역시 그런 아빠의 모습을 보고 자라면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자기가 무조건 보호해주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게 일거수 일투족을 따라다니는'게 사랑이라고 배웠다. 적어도 빨리 이혼을 했더라면 남자친구의 애정관만큼은 정상적으로 잡혔을지도 모른다.
여울은 남자친구가 다니는 직장에 잠입했다. 그리고 사람들과 두루 친해지면서 제일 입이 싼 사람을 찾았고, 그 사람에게 의뢰인의 만행을 전부 얘기했다. 물론 피해자가 의뢰인이라는 얘기는 안 하고, 저 사람이 그랬다더라~ 정도였지만 그 정도만 퍼뜨려도 의뢰인의 만행을 알리는데는 충분했다.
"출근했습니다... 어? "
남자친구가 다니는 회사에 그의 만행이 쭉 퍼졌다. 어자친구를 잡기 위해 스토커와 짜고 치는 고스톱을 쳤을 뿐 아니라 결별 선언을 한 여자친구에게 집착하면서 만나달라고 한다는 것, 그리고 스토커와 짜고 치는 고스톱을 치게 된 이유가 퍼지자 회사 안에서 남자친구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여사원들은 대놓고 남자친구와의 접촉을 꺼렸고, 몇몇은 저런 사람이랑 같은 부서에서 일 못한다면서 부서 이동을 고려하기도 했다. 남자 사원들은 대놓고 접촉을 꺼린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어울려 다니다간 유유상종, 같은 부류로 보일 것 같아 남자친구와 업무 외 사적인 얘기를 하지 않게 됐다.
남자친구가 다니는 동호회에 알음알음 남자친구의 만행을 퍼트린 것은 현수였다. 동호회 사람들 중에서도 제일 마당발인 사람에게 남자친구의 만행을 얘기하자 동호회 사람들도 순식간에 남자친구의 만행을 알게 됐고, 남자친구의 만행을 알게 된 여성 회원들은 남자친구를 기피하기 시작했다. 의뢰인을 경호하면서 현동은 남자친구가 찾아올때마다 일부러 동네사람들이 다 들으라는 듯 남자친구의 만행을 얘기했고, 남자친구의 부탁때문에 의뢰인을 괴롭혔던 스토커는 자기 가족들에게 남자친구의 만행을 전부 얘기했다.
"애비가 그 모양인데 자식이 뭘 보고 배우겠어? "
"콩 심은데 콩 난다는 게 딱 그 짝이지. "
남자친구가 여자친구를 잡기 위해 짜고 치는 고스톱을 쳤다는 얘기에 남자친구 아빠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그도 그럴것이, 남자친구의 아빠 역시 같은 방법으로 남자친구의 엄마와 결혼에 골인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게끔 일일이 따라다니면서 일일이 집착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가족들도 그런 아빠의 행동을 보면서 아버지는 안 그랬는데 왜 자식이 저러나 하고 있었는데, 그 집 아들까지 똑같은 행동을 하려고 자기 가족한테 부탁해서 짜고 치는 고스톱을 쳤다고? 거기다가 차이니까 집착을 했다고?
"동서, 요즘은 이혼이 흠도 아냐. 더 이상 참을 필요 없어. "
"맞아요, 형수님. 더 이상 참고 살지 마세요. 애들도 다 컸잖아요. "
가족들은 엄마를 설득했다.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고, 애들도 다 컸다. 더 이상 남편이 일일이 따라다니고, 감시하는 걸 참고 살 필요가 없다. 가족들의 설득에 엄마는 이혼을 하기로 했지만, 아빠가 곱게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어줄 리 만무했다. 아빠는 그렇게 하면 엄마가 이혼하자는 말을 물릴거라고 착각했지만, 다른 가족들의 도움으로 엄마는 변호사를 통해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아빠의 집착과 감시, 가스라이팅을 감내하며 살았던 엄마는 자유의 몸이 되었고, 아빠에게서 막대한 위자료까지 받게 됐다. 할머니는 위자료때문에 도와달라고 왔던 아빠에게 '너한테 줄 돈은 10원도 없고, 위자료도 알아서 내라'면서 네 몫의 유산은 없다고 못박았다.
"저것도 다 짜고 치는 고스톱 아냐? "
"여친 붙잡으려고 스토커랑도 짜고 치는 고스톱을 치는 사람이니... "
회사에서 사람들이 멀리하게 된 것과 별개로 남자친구는 신뢰를 잃었다. 실적을 내도 이전같지 않았다. 전에는 실적을 내면 상사도, 동기들도, 후배들도 다들 대단하다고 했지만 그의 만행이 퍼진 이후로는 어떤 실적을 내더라도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게 됐다. 짜고 치는 고스톱때문에 신뢰를 잃어버린 남자친구는 중요한 프로젝트에서도 배제됐고, 다른 직원들과 소통도 잘 안되다보니 업무에서 실수가 잦아졌다. 회사에서는 이 일을 꼬투리잡아서 남자친구를 해고했고,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당한 뒤 이직하려고 해봤지만 만행이 어느새 다 퍼져서 아무도 채용해주지 않았다.
회사에서 남자친구가 해고됐을 무렵, 동호회에서도 남자친구는 탈퇴했다. 그의 만행이 동호회에 퍼진 이후, 여성 회원들이 하나같이 그와 거리를 뒀기 때문이다. 동호회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있었고, 개중에는 유부녀도 있었다. 유부녀인 여성들은 '나중에 내 자식들이 저런 사람을 만날까봐 두렵다', '아이가 보고 배울까봐 두렵다'면서 거리를 뒀고, 미혼인 여성들은 '여자친구 다음은 나 아니야?'라면서 거리를 뒀다. 나이가 지긋한 남성 회원들은 '나중에 우리 딸이 저런 놈을 만날까 두렵다'면서 남자친구를 멀리했고, 남자친구는 아무도 어울려주지 않자 제 발로 동호회를 나갔다.
“그렇게 니 방식대로 하다가 나까지 망쳐놓으니 좋냐? 엄마는 이혼한다고 뛰쳐나갔고, 할머니는 유산 받을 생각일랑 꿈도 꾸지 말라더라. “
“아니, 집에서 보고 배운게 그건데 뭘 어쩌라고요? ”
이혼당하고 위자료도 물게 된 데다가 유산까지 못 받게 된 아빠와 다툰 날, 그는 집을 뛰쳐나왔다. 아니, 그게 왜 내 잘못이야? 애초에 그런 모습만 보였던 건 아빠였는데. 나는 그런 아빠의 모습을 보고 자란 것밖에 없는데. 물론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랐어도 '나는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니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그에게도 잘못이 없다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보고 배운 게 아빠뿐이니 억울한 면도 있었다.
"아가씨, 그러지 말고 같이 가자니까. "
"이거 놔! "
"하, 이 아가씨 정말 말이 안 통하네... 아, 가자고! 좋은 거 보여줄테니까! "
"꺄악- "
그는 아버지와 다투고 홧김에 집을 뛰쳐나왔다. 친구들도 다들 손절했는지 연락도 안 받고, 일단 급한대로 고시원이라도 알아봐야 하나, 한숨을 푹 내쉬던 그는 어떤 여자를 불량배가 괴롭히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불량배들로부터 그녀를 구해줬고, 그 날 그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구해주는 모습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면서 여자쪽에서 적극적으로 대시를 했고, 그는 그녀의 대시를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연인을 만나게 됐다.
-기어다니는 혼돈이 움직일 것이다.
현동과 도희에게 알 수 없는 텔레파시가 들렸다. 목소리의 주인은 이제 의뢰인에게 남자친구가 접근할 일은 없을 것이니, 의뢰를 여기서 종료해도 좋다고 했다. 그 말 그대로, 남자는 실종됐다. 불량배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여자를 구해줬고, 여자의 적극적인 구애에 새로운 연인을 만나게 된 날이었다.
"요즘은 남자친구분 안 찾아오시죠? "
"네. 덕분에요. "
이 세상에서 사라지기라도 한 것인지, 남자친구는 더 이상 의뢰인에게 찾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의뢰인은 오랜만에 삶의 여유를 만끽하면서 지낼 수 있었다.
"우리 헤어지자. "
남자친구는 새로운 연인을 만났다. 그리고 알콩달콩 사귀고 있다가 어떤 진실을 알게 됐다. 그가 의뢰인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여자가 그와 사귀기 위해 불량배들에게 괴롭힘당하는 현장을 연출했다는 것이다. 짜고 치는 고스톱의 설계자였던 사람이, 짜고 치는 고스톱에 말려든 사람이 됐다. 그는 여자친구에게 배신감을 느꼈고, 이별을 고했다. 그리고 여자친구는 남자친구가 의뢰인에게 그랬듯이 남자친구에게 집착하기 시작했다. 집까지 찾아와서 만나달라고 애걸복걸하고, 급기야는 칼을 들고 찾아와서 만나주지 않으면 남자친구를 죽이고 자기도 죽겠다고 했다.
-푹
그리고 남자친구는 여자친구의 칼에 찔려서 죽었다. 여자친구의 미소를 보면서, 의식이 흐려지는 것을 느끼면서 눈을 감았는데 어째서인지 눈이 다시 떠졌다. 이상하다, 분명 여자친구가 칼로 찔렀고, 난 죽었는데 어째서 눈을 뜬 거지? 주변을 보니 이 곳은 카페였다. 여자친구가 짜고 치는 고스톱을 기획했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껴서 이별을 고했던 카페 말이다.
"우리 헤어지자. "
그는 다시 한 번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했고, 여자친구는 헤어지자고 하는 그에게 집착했다. 그리고 결국 두 번째로 여자친구에게 칼을 맞은 그는, 다시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할 때로 돌아왔다. 두 번이나 칼에 찔려 죽은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던 그에게 있어서는 단순히 이별을 한다는 것 뿐 아니라 '안전하게 이별하는 것'이 과제가 됐다. 여자친구와 일단 헤어지고 집에 와서 이별을 선언했다가 집까지 찾아온 여자친구의 칼에 찔려서 죽기도 하고, 이별 선언에 분노한 여자친구에 의해 목을 졸려서 죽기도 했다. 대로변에서 이별 선언을 했다가 여자친구가 차로 치여서 죽기도 했고, 전화로 이별 선언을 하고 집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가 죽기도 했다. 그리고 여자친구를 피해 본가로 갔을때는 본가에 불이 나서 죽었고, 그는 죽을때마다 다시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하는 그 상황으로 돌아왔다.
"도대체 왜 이러는건데? 나한테 왜 이러는거냐고! "
스토커와 짜고 치는 고스톱을 치면서 여자친구를 내 것으로 만들려 하고, 작전이 실패하자 어떻게든 마음을 돌리려고 집착까지 했던 남자친구는 역으로 짜고 치는 고스톱에 말려들었을 뿐 아니라, 어떠한 형태로든 죽음을 맞게 됐다. 여자친구에게 이별 선언을 하지 않고 잠수이별을 선택했을때도 분노한 여자친구에 의해 죽었고, 여자친구에게 이별 선언을 하고 머리 좀 식힐 겸 바다에 갔을 때는 이안류에 휩쓸려서 죽기도 했다. 뭘 하든 죽는다, 그리고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하던 시점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다시 죽고, 되돌아가는 것이 반복된다.
비뚤어진 애정관때문에 기어오는 혼돈의 장난감이 된 그는 이 상황을 견디지 못 하고 절규했지만, 아무도 그의 절규에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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