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부터 고키부리 사무실을 찾은 사람은 20대 중반의 젊은 여성이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바로 회사에 취업한 그녀는 화사에 다닌 지는 이제 반 년 정도 되었고, 고키부리 사무실로 찾아오게 된 목적이자 의뢰 대상인 상사때문에 퇴사까지 고민하고 있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직장 상사때문에 미치겠어요. ”
“직장 상사때문에요? ”
“네. ”
“직장 상사랑 무슨 일이 있었길래 여기까지 찾아오기로 결심하신건가요? “
의뢰인이 퇴사를 고민하게 만든 것은, 같은 직장에 다니는 직장 상사였다. 그는 40대 중반을 달리고 있는 나이에도 아직 미혼이었으며, 자기는 어린 여자가 좋다면서 회사에 있는 20대 여사원들에게 하루가 멀다 하고 성희롱과 추파를 던지곤 했다. 30대 여자들은 상폐녀라고 비하하고, 그녀 또래의 20대인 사원들에게는 ‘어린 여자들은 또래 만나서 고생하는 것 보다 자기를 만나는 게 훨씬 낫다’고 말하는 게 그 상사의 입버릇이었다. 회사를 그만 둔 여사원들 중 그녀와 같은 부서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그 상사의 추파때문에 그만뒀고, 그만 둘 때 인사팀에 말했다고도 했지만 그 상사가 대표 친인척이라도 되는건지 그 상사는 여전히 활개치면서 추파를 던지고 있었다.
“제가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는데도 계속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자기한테 오라고 했어요. 어디까지 갔는지 물어본 적도 있었고… 맨날 말끝마다 오빠오빠 거리는 것도 짜증나는데, 가슴이 어떻네 몸매가 어떻네 하는 성희롱까지 들어야 하는 게 제일 짜증나요. 진짜 다 좋은데, 그 상사만 없었으면 좋겠다니까요. ”
“인사팀에 얘기해 볼 생각은 안 하셨나요? ”
“그게… 그 상사가 사장 친인척이라는 소문이 있어서요. 그 상사때문에 그만두면서 얘기했던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것때문에 유야무야 됐다는 얘기도 있고요. 그래서 다들 마음 같아서는 성희롱으로 고소하고 싶지만 참는거예요. ”
다 좋은데 그 상사만 없었으면 좋겠다면서, 의뢰인은 그 상사를 회사에서 아예 치워버리고 더 이상 어린 여자들에게도 껄떡대지 못 하게 만들어달라고 했다. 분명 그 상사가 평범하게 사직서를 내고 다른 회사로 이직하면 다른 회사에서 또 그럴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거야 가능하지만, 단시간에 안 되는 건 아시죠? ”
“괜찮아요. 어차피 그 인간때문에 부서 이동했거든요. 근데, 저 말고 다른 사원들은 그런 일 더 이상 안 당하게 해 줘야죠. ”
이후, 현수는 의뢰인이 일하는 회사에 잠입했다. 일도 시원시원하게 잘 하고, 외모도 시원시원한데다가 아직 솔로인 현수에게 눈도장을 찍고자 하는 여사원들은 꽤 있었고, 그런 현수를 상사는 아니꼽게 보고 있었다. 업무면 업무, 대인관계면 대인관계, 거기다가 사회생활까지 만렙인 현수를 섣불리 건드렸다간 회사에서 입지가 좁아질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참고 있는 게 뻔히 보였다. 다른 사원들은 그런 상사를 속으로 비웃으면서, 현수에게 덕분에 저 상사 꼬장부리는 거 안 들어도 돼서 고맙다는 말을 했다.
“그 상사, 업무는 업무대로 못 하고, 꼴에 젊은 여자나 밝힌답시고 여사원들 희롱하고 다녀서 회사에서 완전 눈엣가시던데요? 거기다가 사장이랑 친인척도 뭣도 아니고… ”
“그럼 사장이랑 친인척이라는 소문은 누가 와전시킨건가요? ”
“누군가 와전시켰을 수도 있지만, 그 상사 본인이 떠벌리고 다녔을 확률도 있습니다. 그 상사,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평판은 어때요? ”
“완~전 최악이죠. 남자 사원들은 남자 사원들대로 헐뜯는다고 싫어하고, 여사원들은 의뢰인 말대로 ‘다 좋은데 이 사람만 없었으면 좋겠다’고 하고요. 얘기 들어보니까 그 상사때문에 그만 둔 사람들도 다 똑같이 말했대요. 다른 사람들도 사장 친인척만 아니었으면 진작 고소했을 거라고 했어요. 왜 아직까지 미혼인지 본인만 모르는 것 같다니까요. 애초에 연예인에 비빌 깜냥도 안 되는 것 같고. ”
“꼭 그런 남자들이 연예인을 예시로 들더라? 연예인들은 잘생겼고 관리도 잘 했고 돈도 많이 벌었으니까 연하 만나서 잘 사는거지, 지가 무슨 연예인도 아니면서. ”
상사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들마다 하나같이 ‘생긴건 무슨 먹다 만 소보루빵같이 생겨서는, 어디서 연예인을 들먹이냐’는 반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연예인들은 일단 잘 생기고 예쁜데다가 관리도 받고, 본인이 필요해서 운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상사는 연예인들과 달리 관리가 전혀 안 된데다가 패션 센스라곤 하나도 없는 주제에 지드래곤을 따라한다면서 지디 패션을 입고 왔다가 되려 욕만 먹은 경우도 있었다. 그 상사가 내세울 것이라곤 근거 없는 자신감 뿐이었다.
“그런 사람이라면 확실한 방법이 하나 있긴 하죠. 혹시 그 상사가 거래처 접대도 담당하고 있나요? ”
“담당하는 거래처도 꽤 있습니다. 조만간 접대 스케줄도 잡힐 것 같고… 식당 예약 담당이 저예요. ”
“그렇군요. 그러면, 거래처 접대를 할 때 여기로 하세요. 그것만으로도 확실하게 처리 될겁니다. ”
태영이 건넨 명함은 어느 바의 명함이었다.
“미리 저한테 연락하시면, 제가 그 쪽 관리자한테 연락해서 에이스를 접대하는 데 보내겠습니다. 그 바의 에이스는, 관리자의 말을 좀 빌리자면 ‘어떤 남자라도 마음을 훔칠 수 있는’ 호스티스라고 하니, 아마 만족하실겁니다. ”
“어… 그럼 여기는 여자들이 술을 따라주는, 그런 곳인가요? ”
“그렇긴 한데, 바에서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어서 스킨십은 금지입니다. 끽해봐야 술 마시면서 얘기 나누는 정도예요. ”
며칠 후, 상사가 거래처 접대를 위해 술집을 예약해달라고 하자 현수는 술집들에 전화를 돌리는 척 하면서 태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예약을 하는 척 태영에게 인원과 일정을 얘기한 현수는, 상사에게 지금 종강 시즌이라 자주 가는 술집은 예약이 불가능하고, 근처에 자기가 아는 곳이 한 군데 있는데 그 곳으로 예약할지 물었고, 상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수락했다.
“여기가 현수씨가 알아봤다는 술집이야? ”
“네. 들어가시죠, 저희 네 사람으로 예약했습니다. ”
“전에 예약하셨던 분 맞으시죠? 잠시만요. ”
술집에 들어선 네 사람을 맞이한 것은 아름다운 여성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군계일학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가장 독보적인 외모를 가진 여자가 바의 에이스라고 불리는 유가였다. 관리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어떤 남자라도 마음을 훔쳐갈 수 있고, 어떤 남자라도 지갑을 술술 열게 만드는, 가게에서 손님으로 있는 동안 꿈 같이 떠도는 시간을 보내게 해 줄 여자였다. 유가의 옆에도 인원 수에 맞춰서 아름다운 호스티스들이 세 명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유가는 독보적이었다. 우라시마 타로가 바닷 속 용궁에서 보았다는 무희 중 독보적인 한 명이 있다면 아마도 이 사람이었을 것이다.
“5번 룸으로 가시면 됩니다. ”
“저를 따라오세요. ”
현수는 자연스럽게 유가를 상사에게 안내했고, 거래처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얘기를 나눌 동안 유가는 상사의 마음을 공략하고 있었다. 아니, 이미 공략은 100% 성공했다. 어린 여자들만 밝히는 상사 성격상, 유가의 나이가 20대 중반이라고 했을 때부터 이미 홀딱 넘어갔을 확률이 99.9%다. 다른 사람들도 ‘아니, 이런 보물같은 곳이 있었다고?’라고 하면서 만족했지만 유가의 접대를 받은 상사는 특히 더 그러했다. 몽환적으로 빛나는 머리카락과 몽환적인 목소리, 그리고 부드러운 심해를 연상시키는 향수 냄새는 마치 그를 꿈 속 깊은 바다로 데려다주는 듯 했다.
“현수씨 덕분에 거래처에서 좋은 조건으로 거래해주겠다고 했어. ”
“정말요? ”
“그래. 저쪽에 불리할 수도 있는 조건인데도 승낙했다니까? ”
덕분에 거래처와의 협상을 원만히 마친 현수를 다른 상사들이 칭찬할때도, 상사는 거래는 내가 했는데 왜 저 놈이 칭찬을 받느냐면서 속으로 꿍얼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유가같이 아름다운 아가씨를 만나게 해 줬으니 이번 한 번만 넘어가자,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차장님, 이거 양식 틀렸습니다. ”
“어, 아? ”
“이것도 거래처명 잘못 썼는데 왜 결재 통과시켰어? ”
그 뒤로도 상사는 유가를 생각하느라 업무에서 잔실수가 잦아졌다. 오탈자는 기본이고 양식을 틀리는 경우도 있었고, 아래에서 오탈자나 양식 문제가 있어서 결재 반려를 해야 하는데도 반려가 안 돼서 부장이 반려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거래처 이름이나 주문 수량, 단가같은 것도 틀릴 때가 많아서 아랫사람이나 부장이 하나하나 잡아줘야 했다.
‘꼬우면 지들이 잘하든가 하지, 왜 나한테 난리야? ’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상사는 누가 오류를 지적할때마다 되려 꼬우면 지들이 잘하든가 하지 왜 자기한테 난리냐면서 역정을 냈다. 상사의 머릿속에는 온통 유가뿐이었고, 업무 실수때문에 지적받을때마다 그걸 명목으로 술집을 찾게 됐다. 그리고 그가 술집을 찾아가는 가장 큰 이유였던, 유가를 지명해서 함께 술을 마시곤 했다. 20대였을때라면 모를까 지금의 그는 평일에 술을 마시면 다음날 숙취로 고생을 해야 할 정도였고, 유가와 함께 술을 마신 다음날은 숙취로 골골대는 탓에 잔실수가 더 많아졌다. 그리고 그는 그 잔실수때문에 지적을 받으면 공연히 성을 내면서 또 다시 유가를 보러 술집에 가곤 했다.
“우리 오빠, 왜 이렇게 저기압이야? ”
“오늘도 업무 실수때문에 지적받았거든. 애초에 자기들이 거래처명을 틀려놓고 왜 나한테 그러는건지 당최 이해가 안 된다니까. ”
“그러게, 그 사람들이 잘 했으면 우리 오빠가 덤터기 쓸 일도 없었을텐데… ”
“그래도 유가 얼굴 보니까 싹 풀린다. 오늘은 조니워커 한 병 까자. ”
위로라기보다는 사실상 편드는 것에 가까웠지만, 상사는 그 위로에 홀라당 넘어가서 지갑을 술술 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니워커나 시바스 리갈, 밸런타인같이 비싼 양주를 시키는 것부터 시작해서, 점차 유가에게 어울릴 것 같다면는 이유로 에르메스나 샤넬, 모렐같은 하이엔드 브랜드의 악세사리나 명품 가방, 명품 악세사리를 갖다 바치기 시작했다.
“이거, 네가 필요하다고 했던 거지? 백화점 상품권. 한 백만원어치 준비했어. ”
“어… 이걸? ”
“전에 오랜만에 백화점 가고 싶은데 돈이 모자란다고 하는 걸 들었거든. ”
“아… 고마워. 이건 잘 받을게. ”
어떨 때는 유가가 지나가는 말로 필요하다고 했던 선물을 사 주기도 했다. 백화점 상품권이 필요하다는 말에는 상품권 50만원어치를, 관리가 필요하다는 말에는 강남에 있는 마사지 샵에서도 제일 비싼 이용권을, 드라이기가 고장나서 잘 안된다는 말에는 당테스 사에서 나온 가장 비싼 드라이기를, 화장품을 새로 사야 한다는 말에는 세트 하나에 가격 일곱자리는 나오는 화장품을 사다가 바쳤다. 뿐만 아니라 태블릿PC나 스마트폰도 최신 기종으로, 제일 비싼 걸로 사다가 바쳤다.
“오빠, 고맙긴 한데… 매번 무리하는 거 아냐? ”
“괜찮아, 오빠 이래뵈도 차장이라 돈 많이 벌어. ”
유가는 비싼 것들만 턱턱 바치는 상사의 지갑 사정이 걱정됐는지 괜찮은지 물었지만, 상사는 다른 여사원들에게 그랬듯이 부를 과시하면서 돈 많이 버니까 걱정 말라고 했다.
“한도 초과입니다. ”
“예? 그럴 리가 없는데… 이 카드로 긁어보세요. ”
“이 카드도 한도 초과예요. ”
“……! ”
그 날도 유가에게 선물을 바치고 가게에서 제일 비싼 양주를 마셨다. 그리고 호기롭게 계산을 하고 나가려고 했지만, 그의 허세와 자신감을 감당하지 못 한 통장 잔고와 카드는 ‘한도 초과’에 다다르고 말았다. 관리자는 그래도 자주 왔던 분이고, 우리 아가씨들도 많이 아껴준 고객이니 이번만 특별히 외상으로 해주겠다면서 다음에 한꺼번에 지불하라고 했지만, 한도 초과라는 걸 유가가 옆에서 들은 걸 본 그는 이대로는 면이 안 선다면서, 다음에는 외상값도 지불하고 바에서 제일 비싸다는 돔 페리뇽 로제를 까보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월급날까지는 한참 남았고, 월급날까지 술집에 발길을 끊을 자신이 없었던 그는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하고 말았다. 거래처를 자신이 담당한다는 점을 이용해 단가를 슬금슬금 올리고 횡령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너한테 지금까지 쓴 돈이 얼마인지 알아? 몸도 안 대줄거면 그것들은 왜 다 야금야금 받아간건데? ”
“싫다는데도 자기가 억지로 들려줘놓고 이제와서 무슨 말이야? ”
그가 일차적으로 노리고 있었던 것은 유가의 몸이었다. 유가를 처음 봤을때부터 반짝이는 머리카락과 조명을 받아서 반짝이는 눈, 그리고 하얀 얼굴, 그리고 20대 중반임에도 원숙미와 색기를 다 가진 몸. 처음 만났을 때 유가는 홀복을 입고 있었고, 유가가 입은 옷은 노출이 그렇게 심한 디자인도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렇기때문에 유가의 색기가 더 부가됐다.
거기다가 술집에서 일하는 여자라면 돈 몇 푼 써주고, 비싼 선물 몇 개만 줘도 쉽게 공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는 오직 유가와 육체관계를 갖기 위해 유가에게 각종 선물을 갖다 바치고, 비싼 술을 마시면서 유가를 지명했다. 몇 번 그녀에게 육체관계를 가지자고 제의도 했었고, 그럴때마다 유가는 여기는 그런 가게도 아니고, 우리는 고객이랑 그런 것까지 하지 않는다면서 한사코 거절했다. 그럴때마다 쉬울거라고 생각했는데 에이스라 그런가 쉽지 않네, 선물이 부족했나? 라고 생각하면서 상사는 계속해서 돈과 선물을 갖다 바쳤다.
“요즘 무슨 일 있어? ”
“그게… 요즘 매일같이 드나드는 손님 말이야. ”
“그 손님이 왜? ”
“나한테 자꾸 성관계를 요구했거든. 그때마다 거절했더니, 이제는 자기가 그 동안 쓴 돈이 얼마인지 아냐, 몸도 안 대줄거면 그것들은 왜 다 받아간거냐고 강요하는 거 있지? ”
“뭐? 그런 곳 아니라고 얘기는 해 봤어? ”
“우리 그런 가게 아니고, 우리도 그런 것까진 안 한다고 했는데도 계속 그래. 지금까지 나한테 줬던 선물들도 다 그게 목적이었나봐. 자꾸 이런 일이 생기면 곤란한데… ”
요즘 손님이 돌아가고 나면 유가의 낯빛이 어둡다 했더니, 다 그 손님때문이었군. 상사가 유가에게 돈을 꽤 쓰기도 했고, 가게에 올 때마다 비싼 술만 찾아서 우스갯소리로 큰 손이라고 하긴 했지만, 아무리 큰 손이라고 해도 가게의 에이스를 부적절한 목적으로 대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런 손님을 제때 처리하지 않아서 에이스인 유가가 그만두기라도 한다면, 가게에 있어서는 그것만한 손실도 없을테니까. 관리자는 지체 없이 상사를 블랙리스트로 지정해 입장을 못 하게 막았다.
“왜 입장이 안 된다는건데? 내가 이 가게에서 얼마나 쓴 지 몰라? ”
“당신, 이 가게 블랙리스트라고 몇 번을 말 해? ”
평소처럼 유가와 술을 마시기 위해 가게로 왔던 상사를 입구에 서 있던 가드들이 막아세웠다. 왜 자신을 막아서냐면서, 이 가게에서 자기가 얼마나 쓴 지 모르냐며 윽박지르는 상사에게 가드들은 블랙리스트에 등록돼서 입장이 안 된다고 했고, 상사는 여기에 승복하지 않고 난동을 부렸다. 보다못한 가드들은 관리자를 불렀고, 관리자는 커다란 꾸러미 하나를 들고 가게 밖으로 나왔다.
“아니, 내가 이 가게에서 얼마나 썼는지 알면서 나를 블랙먹여? ”
“우리 가게 그런 곳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도 니가 우리 에이스한테 성관계 맺자고 몇 번이나 요구하고, 요구 안 들어주니까 강요했다며? 애초에 그 선물들 준 것도, 비싼 술 시킨 것도 다 우리 에이스 몸 보고 그런거였냐? 엉? ”
관리자는 유가가 돌려주라고 했다면서 커다란 꾸러미를 상사 앞에 던지듯이 내려놓았다. 꾸러미 안에는 지금까지 상사가 유가에게 선물했던 명품이나 상품권, 전자기기 등이 들어있었다. 심지어 화장품도 포장 개봉조차 하지 않았다. 꾸러미 안에는 ‘자꾸 저렴한 요구 할 바엔 다 가져가, 더러운 의도가 묻어있는 선물은 나도 사양할게.’라는 유가의 쪽지도 들어있었다.
“그… 그럴수가… ”
털썩 주저앉은 상사를 뒤로 하고 관리자가 들어갔다.
“그 상사, 징계해고됐던데요? ”
“고소 건으로요? ”
“아뇨, 횡령한 거 걸렸어요. ”
“횡령이요? ”
“네. 그때 태영씨가 알려주셨던 술집 에이스한테 홀딱 반해서, 비싼 술도 마시고 각종 명품이랑 비싼 것들은 다 선물로 바친 모양이더라고요. 자기 월급만으로는 그게 충당이 안 되니까 횡령을 저질렀던건데, 너무 허술해서 꼬리가 밟혔어요. ”
상사는 유가에 눈이 멀어 비싼 술을 시킨답시고 횡령을 했지만, 유가에 눈이 멀어 허술하게 일을 진행하는 바람에 다른 사람들도 횡령을 눈치챘다. 꼬리가 길어도 너무 길었던데다가 허술해서 밟히고 만 것이다. 결국 징계위원해가 소집되었고, 그 동안 여직원들에게 성희롱 했던 것에 횡령, 그리고 잔실수까지 겹쳐서 상사는 결국 징계해고는 물론 은팔찌까지 차게 됐다. 횡령을 한두푼 한 것도 아니고, 비싼 술에 비싼 선물을 사려고 수천만원은 했으니, 당연한 처사다.
여직원들은 현수를 통해 상사가 사실은 사장의 친인척도 뭣도 아닌데다가, 평소 행실때문에 임원들에게도 눈엣가시였고 꼬투리 하나 잡으면 바로 내쫓으려고 벼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현수를 통해 궁변호사를 소개받은 여직원들은, 상사의 성희롱때문에 퇴사한 여직원들에게 연락을 돌려서 그 상사를 고소할 예정인데 같이 하자면서, 증거가 있으면 있는대로 달라고 했다. 그 상사가 추파를 던지고 성희롱을 한 게 한두명이 아니었던지라 집단 소송으로 번졌고, 상사는 3~40명은 되는 피해자들로부터 성희롱으로 고소를 당했다. 거기다가 하필이면 사건을 맡은 변호사가 궁변호사였던 탓에, 그가 물어야 하는 위자료가 거의 횡령한 돈과 비슷한 액수였다.
상사의 고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가 실형을 살 동안 누군가 돌티비에 제보한 탓에, 그의 얼굴과 이름, 그리고 전 직장과 무슨 짓을 했는지가 전국에 다 퍼졌다. 돌티비는 렉카티비치고 구독자도 꽤 많았던 탓에 그의 신상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되었으며, 그 상황에서 그는 이직조차 불가능해 일용직을 전전하면서 사람들의 욕을 들어먹어야 했다. 유가에게 선물했던 물건들을 중고로 팔아 어찌어찌 돈은 마련했지만, 몇개는 중고거래가 불가능한 것들도 있어서 빚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었다. 가족들과 친구들은 그의 만행을 듣고 옛저녁에 손절해서, 손 벌릴 곳도 없었던 그는 결국 사채에 손을 대게 됐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그 상사가 나가서 정말 편해요. 그 상사때문에 그만뒀던 직원들도 다 복직했고요. 대금은 최대한 빨리 지불할게요. ”
“무사히 해결됐다니 다행이네요. ”
상사가 징계해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들 중에는, 정말 그 상사의 추파와 성희롱때문에 그만 뒀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 사람들 중 복직 의사를 밝혔던 사람들 몇 명은 복직해서 회사에 다시 다니기 시작했다.
사채빚을 끝내 갚지 못 하고 사라졌던 상사는, 어딘가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구체적인 사인은 불명이지만, 죽기 직전까지 유가를 보고싶어 했던 걸 보면 아마도 사인은 상사병일지도 모른다. 유가가 데려다줬던 꿈 속 깊은 바다를 그리워했지만, 그는 그 꿈 속 바다로 절대 다시는 갈 수 없었다.
“이런 시대에도 상사병으로 죽는 사람이 있다니, 참 웃기단 말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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