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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th_작가2025. 7. 31. 00:00

“남편의 뒷조사를 부탁드리고 싶어요. ”

고키부리 사무실을 찾은 사람은 평범한 주부였다. 겉보기에는 30대 후반쯤 되어보였고, 남편과 아들 하나와 함께 오손도손 잘 살고 있는 가정주부. 아들은 다섯살배기였고, 의뢰인은 아들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바로 고키부리 사무실을 찾아 온 것이었다. 

“남편분의 뒷조사를요? ”
“남편이 매번 주말마다 어디로 나가는데, 행선지도 얘기하지 않고 그냥 나중에 설명해주겠다는 얘기만 하고 나가요. 벌써 몇달째예요. ”

의뢰인의 남편은 매주 주말마다 아침을 먹고 어딘가로 갔다. 아이도 집에 두고, 거의 밥을 먹자마자 밖으로 나가는 남편에게 어디로 가는건지 물었지만 남편은 ‘나중에 설명해주겠다’는 말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토요일에 나갔다가 하루 자고 일요일에 남편이 돌아왔을 때 어디 갔다 온 건지 물었지만 역시나 남편은 나중에 얘기하겠다는 말로 일관했고, 여자가 생긴거냐고 물었을 때도 그런 거 아니라는 말만 했다. 

“주변 사람들도 아는 바가 없었어요. 시어머니, 그리고 남편 친구들, 시누이, 도련님…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아는 거 없는지 물어봤는데, 자기들도 들은 바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
“확실히 의심할 만 한 상황이네요. ”
“하루에도 몇 번이고 남편이 바람이라도 피우는거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아이는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도대체 어디를 가는 건지 물어도 대답도 없고… ”
“걱정 마세요. 별 일 아닐겁니다. ”

도희는 그런 의뢰인을 안심시킨 다음, 의뢰인을 통해 남편이 다니는 회사를 알아냈다. 그리고 현수를 남편과 같은 부서에 잠입시켜서, 일단 남편과 친해진 다음 주말에 뭘 하는지 알아내는 것을 일차적인 목표로 삼았다. 시원시원한 성격에 친화력도 좋았던 현수는 부서 사람들과 금방 친해졌고, 남편의 직장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남편이 매주 주말마다 어떤 병원에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주말마다 병원에 간다고요? ”
“네. 그런데 그 병원에 왜 가는지는 동료들도 잘 모른다고 합니다. ”
“병원의 위치만 알면, 이유는 우리가 조사하면 되잖아. ”
“그것도 그렇네... 병원은 B군에 있는 병원이었고, 거기가 남편분 고향이라고만 들었어요. 아마도 요양 병원에 봉사활동이라도 가는 모양이죠. ”
“봉사활동을 비밀로 하고 가? 의뢰인이 반대라도 했나? ”
“아이도 뒤로 하고 매주 갈 정도면, 충분히 반대할 수 있을 것 같긴 해요. 그렇게 애를 뒤로 하고 밖으로 다니기만 하면 애착도 없을 것 같고… ”

남편이 주말마다 어느 병원으로 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현수는 봉사활동이라도 가시는거면 다음에 자기도 같이 가자고 했지만, 봉사활동을 하러 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만 들었다. 거기서 더 캐묻기도 애매했던 현수는 조사를 중단했고, 대신 여울이 남편이 매주 주말마다 가는 병원에 직원으로 잠입해서 알아내기로 했다. 통근이 힘들었던 여울이 B군에 있는 병원 근처에서 숙식을 했던 탓에, 보고는 대부분 유선상으로 이루어졌다. 

“의뢰인의 남편이 어떻게 생겼어요? ”
“잠시만요. 현수씨, 의뢰인 남편분 사진 있으세요? ”
“사진은 없는데, 한번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긴 해요. ”
“그럼 다음 주 주말에 맞춰서 현수씨를 보낼게요. ”

그 다음 주, 현수는 B군 병원에서 의뢰인의 남편을 만났다. 여울에게 의뢰인의 남편이 누구인지 알려주기 위해 현수는 일부러 여울의 시야에 닿는 곳에서 알은 체를 하면서 인사를 건넸고, 여기까지 어쩐 일이냐는 남편의 질문에는 아는 사람이 입원했다고 들어서 병문안차 왔다고 했다. 현수가 알은체를 하는 것을 본 여울은 의뢰인의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확인했고, 계속해서 병원의 스텝으로 일하면서 남편이 병원에 올 때마다 한 병실에 들어간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 병실의 환자에 대해 다른 간호사에게 묻자 ‘간경화때문에 간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이고, 아들이 매주 병문안을 오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 그러니까, 남편이 의뢰인에게 비밀로 하고 매주 병문안을 오는 환자가 남편의 아버지였다. 

“병원에 아버지가 입원해 계시다고요? ”
“네. 아버지가 간경화로 입원중이신데, 아들이 매주 병문안을 온다고 하셨어요. 그러니까… 의뢰인한테는 시아버지가 되겠죠. ”
“그럼 아내한테 비밀로 하고 아버지 병문안을 갔다는 얘기인가요? ”
“네. 근데 왜 그렇게까지 한 건지는 모르겠어요. ”
“그건 의뢰인의 몫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할 일을 끝냈어요. ”
“그럼 곧 올라가겠습니다. ”

도희는 의뢰인에게 남편이 매주 주말마다 어느 병원에 병문안을 목적으로 갔다는 것과, 그 병원에 남편의 아버지가 입원해 있다는 얘기를 전했다. 그런데 의뢰인의 반응이 예상과는 딴판이었다. 조사 결과를 들은 의뢰인은 남편에게 아버지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럴 리가 없다면서, 남편이나 시어머니나 다 아버지는 죽었다고 했다는 것이다. 상견례때도 남편쪽에서는 시어머니 혼자 나왔고, 결혼 전에도 후에도 다른 친척들 역시 남편의 아버지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꺼리는 분위기였다. 죽었다는데 더 이상 캐묻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의뢰인은 그냥 돌아가셨구나, 하고 넘겼다. 

“저한테는 한번도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꺼낸 적 없었는데… 대체 왜 아버지 병문안을 간다는거죠…? 아버지가 정말로 살아계신거예요? ”
“네, 친아버지가 살아계신걸로 확인됐어요. 아버님의 존재를 숨겨야 했던 어떤 사정이 있었을거예요. 오늘 댁에 돌아가셔서 한번 얘기해보세요. ”

집에 돌아온 의뢰인은 그 날 저녁, 회사에서 막 퇴근한 남편에게 시어머니나 남편이나 둘 다 아버지는 죽었다고 하지 않았냐면서 왜 자기한테 비밀로 하고 매주 주말마다 아버지의 병문안을 간 것인지 물었다. 어떻게 알았냐는 남편에게는 ‘당신이 자꾸 말도 안 하고 어디로 가는 게 수상해서 뒷조사를 맡겼다’고 실토했고, 남편은 미안하다면서 ‘사실 아버지는 살아계셨지만, 그 동안은 아버지가 죽었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다’고 했다. 

“아버지는 지금 간경화때문에 입원중이셔. ”
“간경화? ”
“그렇게 술독에 빠져 살았으니, 간이 멀쩡할 리가 없지… 아버지는 하루라도 술을 안 마시면 안 되는 사람이었거든. 그것때문에 옛저녁에 간경화가 진행된 것 같은데, 증상이 발현되고 나서 갔더니 간 이식 말고는 답이 없다고 했다더라. 그래서 뇌사자 간이라도 받으려고 입원하면서 대기중이신거고. ”
“…… ”
“당신한테는 처음부터 아버지의 존재를 비밀로 했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아프셔서 병문안을 가야 한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얘기를 못 했었어. ”

의뢰인의 시아버지는 살아있었고, 남편은 매주 주말마다 시아버지 병문안을 가고 있었다. 그 사실은 의뢰인을 비롯해 다른 가족들도, 시어머니도 모르고 있었다. 고키부리 사무실을 찾지 않았다면 적어도 시아버지가 돌아가실때까지 모르고 있었을것이다. 남편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도 무덤까지 가져가려고 했었다고 했으니까. 

“아버지는 어릴때부터 술을 달고 사셨어. 나는 그런 아버지를 보고 자라면서 술을 입에 한 방울도 안 대게 된 거고. ”
“…… ”
“나한테 아버지는 술에 절어서 돈이나 축내는, 그런 사람이었어. ”

남편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항상 술에 취해 있는 것, 그리고 술에 취해서 허구헌 날 엄마는 물론 자식들에게까지 손찌검을 한다는 것 뿐이었다. 안주도 없이 술을 물처럼 마셨고, 술에 취해서 비틀거리면서 골목길을 배회하거나 고성방가를 지르는 게 일상이었고, 사람들이 한 소리 하면 사과하는 것은 엄마의 몫이었다. 다른 집은 아빠가 주말에 놀이동산도 가고, 동물원도 가고, 그게 아니더라도 멀리 놀러가기도 하는데 남편이나 도련님, 시누이는 어릴 적에 한번도 놀이동산이나 동물원에 간 적이 없었다. 아버지는 술에 절어있었고, 엄마는 항상 바빴으니까.

늘 바빴던 엄마를 대신해서 남편의 알림장도 시누이가 도맡아서 봐줬다. 집안 살림은 물론 생계까지 엄마가 다 도맡아서 해야 했고, 아버지는 어쩌다가 엄마가 돈을 벌어오면 술값으로 돈을 탕진해버리는 존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아버지가 못 찾을만한 곳에 돈을 숨겨둬도 어떻게든 귀신같이 찾아내서 술값으로 날려먹어서 엄마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이웃들에게 돈을 빌려야만 했고, 그런 사정을 알고 있었던 구멍가게에서도 외상으로 해 줬다. 더러는 이웃집에서 음식이나 옷가지같은 것들을 나눠주기도 했고, 시누이가 사춘기가 됐을 무렵에는 옆집 아줌마가 면 생리대를 나눠주기도 했다. 

이를 보다못한 구멍가게 주인이 아내 고생시키면서 돈이나 축내는 사람한테는 술 안 판다고 했다가, 아버지가 난동을 부리면서 가게 물건을 다 부숴대는 바람에 경찰이 온 적도 있었다. 그것때문에 엄마는 아버지가 부숴버린 가게 물건들까지 다 배상해야 했고, 너무 큰 돈이었던 탓에 외갓집에서도 변상하는 것을 도와줬다.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나는 저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그 때는 이 집에서 탈출만 할 수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고 싶은 심정이었고… 하루하루 그 생각만 하면서 살았어. ”

당시 남편은 10살이었지만, 아버지가 집에서 어떤 사람인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어릴적부터 아버지처럼은 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성인이 되면 엄마와 함께 이 집을 떠나서, 아버지랑은 영영 헤어져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런 남편이 쓴 일기가 계기가 되어서, 더 이상 참기 힘들었던 시어머니는 시누이와 도련님까지 데리고 시어머니의 친정으로 갔고, B군에서 나고 자랐던 남편은 10살 무렵에 외가가 있는 D군으로 이사를 가서 거기서 지내게 됐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그 뒤로도 아버지는 술에 절어 살다가 술을 끊긴 끊었다고 한다. 하루아침에 가재도구가 모조리 빠져나가 텅 빈 집이 아버지를 반긴데다가, 어머니의 고생을 알고 있었던 주변 사람들이 ‘술독에 빠져서 집안 살림 거덜내고 손찌검까지 하더니, 결국 아내가 애들 데리고 도망갔다’고 손가락질했다. 술을 사러 갔던 구멍가게에서도 ‘지금이라도 정신차려라’라는 일침을 들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술을 끊게 된 이유는 그것때문만이 아니었다. 어느날 갑자기 누렇게 뜬 얼굴, 그리고 일어나자마자 피를 토한 것을 보고 부랴부랴 병원으로 달려갔고, 아버지는 간경화가 한참 진행됐다는 진단을 들었다. 침묵의 장기라 불리는 간이었으니, 얼굴이며 눈이며 누렇게 뜨고 피를 토할 무렵에는 병이 많이 진행됐다. 이제는 간 이식 수술 말고는 답이 없다는 말을 들은 아버지는 그제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잃었는지를 깨닫고 술은 쳐다도 보지 않게 됐다. 그만큼 충격이 심했던 모양이다. 

“그럼 아버님이랑은 어떻게 다시 만나게 된 거야? ”
“언제 죽을 지 모르니까, 죽기 전에 나한테 사과하고 싶다면서 나를 계속 찾아다녔어. ”

장기 이식이 금방금방 되는 것도 아니고, 대기자가 꽤 많아서 오랫동안 기다려야 했다. 아버지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기때문에 고생만 하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아내와 아이들을 찾아서 사과라도 하고 싶었다. 죽기 전에 가족들을 다시 만나고 싶었던 아버지는 흥신소를 이용할 여력도 안 돼서 직접 발품을 팔고 다녔고, 예전에 살던 집과 이웃들을 찾아가 아내와 아이들이 어디로 갔는지 물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이사를 갔거나 죽은 사람도 있었던지라 아내가 친정으로 갔다는 것 외에는 달리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없었고, 겨우겨우 아내의 친정으로 찾아갔지만 그렇게 고생시켜놓고 이제와서 처자식들을 뭐하러 만나려고 하냐면서 매몰차게 쫓겨났다. 

처가에서 쫓겨난 아버지는 별 소득도 없이 집으로 돌아가야 했고,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를 기다리다가 터미널에서 쓰러졌다. 그런 그를 발견하고 구급차를 불러준 것은 말숙한 정장을 입은 청년이었다. 창백색의 안경을 쓴 청년은 그에게 ‘죽기 전 마지막 소원이 있습니까?’라고 물었고, 아버지는 자신의 사연을 얘기하면서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처자식을 한 번만이라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시 만나서 사과하고 싶다.’고 했다. 며칠 후 그를 찾아온 청년은 아버지의 소원이 이루어졌다면서, 남편의 연락처를 아버지에게 건네고 사라졌다고 한다. 

“처음에는 아버지가 다시 만나고 싶다고 했을 때 이제와서 왜? 싶었어. 어렸을때부터 좋은 기억은 아니었으니까. ”

남편을 찾아온 청년은 자신의 이름이 ‘사민’이라고 밝혔다. 사씨가 있나? 라는 생각도 잠시, 청년은 아버지가 당신을 만나고 싶어한다면서 어느 병원의 주소가 적힌 쪽지를 건넸다. 남편이 쪽지를 받아들고 망설이자, 청년은 아버지에게 죽음이 임박했다면서 죽기 전 마지막 소원으로 가족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고 했다는 것과 지금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것을 알려줬고, 남편은 주말에 청년이 건네 준 쪽지에 있는 주소로 찾아갔다. 

“아버지…? ”
“상현이니…? ”

오랜만에 만났던 아버지는 집안의 폭군일 때의 위용은 어디로 갔는지 파리하게 말라있었다. 깡마른 몸에 복수가 차서 배만 땡땡해져 있었고, 얼굴이며 눈이며 누렇게 떠서 흡사 좀비같은 몰골이었다. 그 동안 아버지를 원망했던 만큼, 남편은 아버지를 부여잡고 울었다.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보면서 그 동안 미안하다고 울었다. 

“회진을 왔던 의사선생님한테서 간경화라는 것과, 지금 간 이식 수술때문에 대기중이라는 얘기를 들었어. 그렇게 미웠던 아버지인데, 오랜만에 만났을 때는 파리하게 말라서… 그때는 왜 그랬는지 원망도 못 하게, 몰골이 말이 아니었어. ”

이야기를 마친 남편과 의뢰인은 조용히 울고 있었다. 

“다음에는 우리 아이도 같이 가자. 그래도 할아버지인데, 인사는 시켜줘야지. ”

의뢰인은 남편과 함께 아이를 데리고 시아버지가 입원한 B군의 어느 병원으로 갔다. 그리고 그 곳에서 시아버지를 처음으로 만났다. 남편이 결혼해서 아내가 있고, 아들이 있는 번듯한 가장이라는 얘기를 들은 시아버지는 ‘결혼해서 가정을 이뤘다니 다행이다. 너는 절대 나처럼 살지 말거라.’라는 말을 하셨다. 

“아버지, 제 간이라도 받아서 오래 사셔야죠. 누나랑 동생도 만나려면… ”
“아니다. 너희들에게 한 평생 짐짝이었는데, 그런 부담까지 줄 수는 없다. ”

남편은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해주겠다고 했지만, 아버지는 평생 가족들에게 짐짝이었는데 그런 부담까지 주고 싶지 않다면서 한사코 거절했다. 그리고 간 이식을 위해 기다리다가 병상에서 생을 마감했다. 

“엄마. ”
“왜? ”
“나 사실, 아버지랑 만났어. ”
“…… ”

남편은 아버지를 보내드리고 나서야 가족들에게 지금까지 아버지를 만나고 있었다는 걸 실토했다. 돌아가시기 전에 연락이 닿아서 만났다는 것과 간경화 진단을 받았던 것, 그리고 간 이식을 기다리다가 돌아가셨다는 것, 그렇게 달고 살던 술은 간경화 진단을 받은 것, 그리고 처자식이 도망간 것 때문에 아예 입에도 안 대게 됐다는 것까지. 

“엄마랑 누나, 동생한테도 미안하다고 전해달라고 하셨어. ”
“…… ”

수화기 너머로, 시어머니는 말이 없었다. 하지만 알 수 있었다. 그렇게까지 우리를 고생시켜놓고, 왜 그렇게 갔을까. 한평생 원망만 줬으면서, 이제와서 우리를 왜 만나려고 했을까. 그렇게 한평생을 폭군으로 살면서 자기 몸이 망가지는 줄도 모르고, 왜 그놈의 술은 달고 살아서 그렇게 허망하게 갔을까.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시원할 줄 알았는데, 막상 닥치고 보니 그렇지만도 않았다. 

“아버지 마지막 가는 길만큼은 다 같이 배웅했으면 좋겠어… 나한테는 최악의 아버지였고, 엄마한테는 최악의 배우자였겠지만… ”
“알겠다. 누나랑 동생한테도 연락해두마. 주소 보내거라. ”

아버지의 장례식을 마치고, 가족들은 아버지를 납골당에 봉안했다. 아버지를 평생 원망했던 누나도, 동생도 전부 엄마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원망하던 아버지가 죽었지만, 그렇게 폭군처럼 군림하던 아버지가 결국 병상에서 생을 마감했고, 죽기 전에 비로소 자신들을 찾았다. 잘 가시오, 다시는 아버지와 자식으로 만나지 맙시다. 그렇게 인사를 마치는 자식들을 아버지는 먼 발치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희들에게 가장이 되었어야 하는 아버지가, 도리어 너희들에게 짐짝이 되었구나. ”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명계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터벅터벅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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