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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없느니만 못 한 사람

@myth_작가2025. 7. 25. 00:00

“부모님이 왜 저를 만나고 싶어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

고키부리 사무실을 찾은 것은 갓 20대는 된 여자였다. 그녀는 부모님이 둘 다 양육을 거부한데다가 다른 가족들도 사정상 맡기 힘들었던 탓에 보육원에서 자랐고, 성인이 된 후로는 파리아에서 지원금을 받으면서 대학에 다니고 있었다. 사택에서 다른 사람들과 지내면서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처음 접해본 그녀에게, 어떻게 알아낸건지 친부모가 전화해서 한번 만나고 싶다, 이제라도 부모 노릇 해 주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다. 

“부모님께서 보육원에 있을 때 한 번이라도 찾아온 적 있었나요? ”
“아뇨. 단 한번도 저를 찾아온 적은 없었어요. 그랬다가 성인이 된 후에 연락한거고… ”
“주변 사람들은 뭐라고 하던가요? ”
“다들 만나지 말라고 하죠. 뭔가 꿍꿍이가 있을 거라고… ”
“약속은 아직 안 잡으신 상태죠? ”
“네. 다른 분들이 일단 여기에 가서 조사 맡겨보는 게 좋을 거라고 해서, 약속은 안 잡고 여기로 먼저 왔어요. ”

보육원에 있을 때는 한번도 찾아온 적 없었던 친부모가, 그녀가 독립하고 지원금을 받게 되자 만나고 싶다면서 연락했다. 이 사실을 같이 지내는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했을 때, 모두들 만나지 않는 편이 좋다고 했다. 만날거라면 누구 한 명 동행하고 가는 게 좋을거고, 약속 잡기 전에 무조건 고키부리 사무실에 조사를 맡겨보라고도 했다. 그 곳은 뒷조사의 프로페셔널이니, 아마 친부모가 연락한 이유를 조사해줄거라면서. 

도희는 직접 그녀가 있었던 보육원으로 가서 그녀의 부모님에 대해 물었다. 갑자기 찾아와서 친부모에 대한 정보를 묻는 도희를 미심쩍어하던 보육원 직원은, 도희가 그녀와 먼 친척이고 도희쪽 부모님이 그녀의 친부모님을 찾고 있다고 하자 친부모가 언제 왔었는지를 알려줬다. 이를 통해 역산해보면, 그녀는 초등학교 1학년일 때 보육원에 맡겨졌다. 그리고 보육원 직원의 얘기를 들어보니, 그녀의 친부모는 그녀가 20살이 될 때까지 12년동안 단 한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금방 데리러 오겠다면서 맡겨놓고 애를 만나러 한 번도 안 오는 걸 보면서, 직원은 ‘무슨 유기견 버리고 가듯이 애를 버리고 갔다’고 했다. 그리고 그 친부모가 그녀에게 다시 연락했다고 하자, 직원은 대체 그 사람들이 이제와서 무슨 낯짝으로 연락하는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흠… 이러면 뒷조사를 하기 힘들어지는데, 정공법으로 가야 하나… ”
“그 여자분때문에 그래요? ”
“네. 보육원에 가 봤는데, 언제 맡겼는지 정도만 알 수 있었어요. 가족이어도 이름이랑 연락처는 개인정보라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애초에 12년 전 연락처가 그대로일 리도 없겠지만요. ”
“연락처는 아까 받아둔 게 있으니, 그걸 활용하면 될겁니다. 의뢰인이 파리아 사택에서 지낸다고 했죠? 대학에 재학중이고요. ”
“네. ”
“흠… 학교까지 직접 찾아간 적은 없었나요? ”
“독립했다는 것 외에는 정보가 전무한 것 같아요. 연락처만 어찌어찌 알아내서 전화했다는 걸 보면… ”

조사를 해야 하는 쪽에서도 연락처 외에는 정보가 전무했지만, 의뢰인에게 접근하는 쪽에서도 연락처 외에는 정보가 전무했다. 어떻게 저의를 알아낼까, 도희는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일단 제가 재단 직원인 척 접근해볼게요. 아마 지원금때문에 조사한다고 하면 술술 불 거예요. 그리고 집까지 따라가서 이걸 붙이면 속내가 어떤지 알 수 있을지도 몰라요. ”
“그럼 부탁해요. ”

소형 도청기를 챙긴 여울은 재단의 조사원 역으로 가서, 의뢰인의 친부모를 직접 만났다. 처음에 두 사람은 미주알고주알 묻던 여울을 경계했지만, 지원금때문에 필요하다면서 이 질문에 따라 지원금이 안 나오거나 액수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하자 신나서 술술 불었다. 물론, 여울은 이 대화를 전부 녹취했다. 그리고 두 사람과 헤어지는 길에 슬쩍 바퀴벌레로 변해서 두 사람을 따라간 여울은, 두 사람이 사는 집을 둘러봤다. 

‘음? ’

두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은 반지하 월셋방이었다. 집 밖에는 쓰레기 봉지가 몇 개 놓여있었고, 벽지에는 곰팡이가 슬어 있었다. 가스레인지에 물을 끓인 흔적은 있었지만 뭘 해 먹은 흔적은 없었고, 싱크대 한켠에는 배달음식을 담는 용기가 탑처럼 쌓여있었다. 화장실 문턱은 부식된건지 나무 상태가 좋지 않아보였고, 화장실 문 한쪽 모서리는 닳아서 화장실 내부가 다 보일 정도였다. 베개며 이불이며, 살림살이 할 것 없이 그 집에 상태가 제대로 된 건 객식구로 사는 바퀴벌레들 뿐이었다. 

집에 잠입한 여울을 본 바퀴벌레 군집은 여울을 경계했지만, 여울이 뒷조사를 위해 잠깐 왔다고 하자 이내 지나가게 두었다. 집 안 이곳저곳을 활보하던 여울은 갖고 있던 소형 도청기를 적당한 곳에 설치하고 전원을 켠 다음, 바퀴벌레들에게 이 집에서 사는 사람들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는지 물었다. 그리고 이 집에 사는 사람들은 일정한 수입도 없이 대출이나 받아서 먹고 사는 사람들이고, 집안일도 귀찮아해서 손에 물 한방울 안 묻히는 사람들이라 매일 배달 음식만 시켜먹거나 포장해서 먹고, 탱자탱자 노는 것만 좋아하지 청소하는것도 귀찮아 할 정도라 집에 있는 청소기는 한달에 한번 돌릴까 말까고, 자기들이 이 집에 군집을 이루고 사는 것도 아마 모를거라는 얘기를 들었다. 

-진짜 이렇게만 하면 지원금이 더 들어오나? 
-그렇대잖아. 
-그나저나 보육원에 버려뒀더니 알아서 대학까지 보내줬네. 거기다가 돈까지 들어오니 얼마나 좋아?
-키우기 귀찮아서 대신 키워달라고 부탁했더니 이게 웬 떡이야? 
-파리아에서 주는 지원금이면 액수도 좀 크겠지? 적당히 감성팔이해서 돈 받고 나면, 대학 졸업하고 다시 연락 끊으면 되겠고… 
-그런것보다 계속 감성팔이 하면서 돈 받아먹는 쪽이 더 이익이잖아. 딸아이한테는 눈물로 호소하면 다 먹혀. 
‘저런것도 부모라니… 체리피커들도 저렇게는 안 살겠네. ’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다 들은 여울은 조용히 집 밖을 빠져나와 사무실로 돌아왔다. 

“도청기를 통해 전부 들었는데, 이 사람들 못 쓰겠네요. ”
“그러게요. 금수도 이렇게는 안 하죠. ”
“없느니만 못 한 부모네요. 자식을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건지… ”
“후… 일단 의뢰인에게 연락은 하겠습니다. ”

도희는 어딘가로 연락한 다음 두 명 데리러 갈 수 있다, 자세한 정보는 이따가 알려주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의뢰인에게 연락해 부모님이 의뢰인을 만나고자 하는 이유를 얘기했다. 그러자 의뢰인은 역시 그럴 줄 알았다면서, 약속 안 잡길 잘 했다고 했다. 

그 뒤로, 의뢰인에게 친부모로부터 연락이 왔었지만 그녀는 ‘이제라도 부모 노릇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내가 받는 지원금이 필요한 거 아냐?’라면서,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매몰차게 대답하고 부모님의 연락처를 차단했다. 의뢰인을 통해 친부모가 연락한 저의를 알게 된 다른 사람들도 하나같이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고, 약속 안 잡길 천만다행이었다고 했다. 개중에는 약속을 잡았더라면 같이 가서 한소리 해줬을 거라는 사람도 있었다. 

“야단났네… 대체 대화가 어디서 샌 거지? ”
“왜 그래? ”
“우리가 지원금때문에 연락하는 거라는 걸 알고 있는데? ”
“뭐? 그럼 들켰다 이거야? 하… 거금이 들어올 기회였는데, 그게 대체 어디서 새어나간거지…? ”
“자기가 다시 한 번 전화해봐. 내 번호만 차단했으니까 자기 번호는 받을 거 아냐. 받아서 다시 구슬려보자고. ”

차단되지 않은 쪽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이미 두 사람의 의도를 알고 있었던 의뢰인은 ‘보육원에 맡겨놓고 한번도 찾아오지도 않았으면서 이제와서 지원금때문에 연락하는 게 부모냐, 한번만 더 전화하면 법적 대응에 들어가겠다’면서 엄포를 놓고 끊었다. 그래서 지원금만 꿀꺽하려던 두 사람의 계획은 완벽하게 실패했다. 굴지의 대기업에서 주는 지원금이면 등록금 외에도 생활비조로 꽤 들어올거고, 거기서 10%만 떼 줘도 어떻게 먹고 살 수는 있을텐데. 쓸데없이 되지도 않는 걸로 행복회로를 돌리고 욕심을 부렸던 없느니만 못 한 부모는 사이좋게 차단을 당했다. 

두 사람은 딸에게 버림받은 부모 연기를 하면서 딸을 나쁜 사람으로 몰고 가려고 했지만, 누군가 도청기로 녹취한 대화를 풀면서 사람들에게 사건의 진상을 퍼뜨리는 바람에 그조차 실패했고, 되려 역풍을 맞았다. 딸을 유기견 버리듯 보육원에 버려놓고 지원금 꿀꺽하려고 다시 연락했다가 차단당한거라는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두 사람을 손가락질하면서 ‘싸질렀다고 다 부모인 줄 아네’, ‘부모도 부모 다워야 부모지’, ‘저런것도 부모라고…’라고 했다. 딸에게서 돈만 쏙 빼다가 탕진하는, 체리피커들도 안 할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두 사람이 사는 집에는 ‘나가’, ‘죽어’ 등의 낙서가 있을 때도 있었다. 

“전화가 왜 안되지…? ”
“여보, 핸드폰 충전은 돼? ”
“아니, 안 돼. …전기도 안 들어오는데? ”
“한전에 전화해볼까? ”
“그러려고 했는데, 전화가 안 돼서 못해. ”

빠져나갈 돈은 사람의 사정을 봐 주지 않는다. 사정이 어렵건, 나아졌건 빠져나갈 돈은 통장에서 충분하지 않다면 못 나간다. 그리고 어느 순간, 어느 정도 연체되면 통신비고 전기고 수도고 가스고 다 끊기게 된다. 딸의 지원금만 쏙 빼 먹을 생각을 하면서 행복회로를 돌리느라 먹고 살 걱정은 하나도 하지 않았던 두 사람은, 물도 안 나오고 조리도 못 해먹는 집에서 밤이면 촛불을 켜고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서 물을 부어서 가져온 다음 먹어야 했다. 전기가 왜 끊겼는지 전화를 해 보려고 해도 전화가 안 되니 당최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던 두 사람은, 집주인이 보증금도 다 까먹고 월세도 다 까먹었다면서 나가달라고 했을 때가 되어서야 전기고 수도고 끊긴 이유를 알게 됐다. 놀고 먹을 생각에 신나있을 동안 공과금이 연체되었기 때문에 전부 끊겼던 것이다. 

수많은 고지서와 통지서들 중에는 빚 독촉장도 있었다. 애초에 딸을 양육하는 데 드는 비용이 아까워서 딸을 보육원에 버린 두 사람이었다. 태생적으로 일하기를 죽기보다도 싫어했던 두 사람은 집에서 탱자탱자 노는 것을 선택했고, 가족들에게 손을 벌리거나 일용직으로 일하면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회용품같은 삶을 살았다. 그리고 일회용품같은 삶때문에 가족들에게 손절당한 지금 두 사람이 손을 벌릴 곳은 금융기관 뿐이었지만, 일회용품같은 삶을 사는 두 사람이 갈 수 있는 곳은 끽해야 3금융권이었다. 상대적으로 문이 열려있지만 이자율이 만만찮았기 때문에, 두 사람이 딸의 돈을 꿀꺽할 생각에 희희낙락 놀고 먹느라 쓴 돈은 순식간에 거금이 되었다. 공과금도 안 내서 수도고 전기고 끊긴 탓에 일자리를 구하려면 동네 목욕탕부터 가야 했지만, 딸을 버려놓고 돈만 빼먹으려고 했던 파렴치한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서 그럴 수도 없었다. 

“다음달까지 집 비워주세요. ”
“네? 그게 무슨… ”
“미안하지만, 이제 더 이상 두 사람을 여기서 살게 둘 순 없어요. 집세를 몇 달째 밀리는겁니까? 보증금은 옛저녁에 다 까먹어놓고… ”

이제나 저제나 딸이 연락하길 빌었지만, 그것보단 차라리 해가 서쪽으로 뜨는 편이 더 현실적일지도 모른다. 공과금도 끊긴데다가 퇴거 요청까지 받은 두 사람이 지금이라도 정신차려서 일을 시작한다면 모르겠지만, 그 두 사람은 천성이 게을렀던 탓에 당장 거리에 나앉을 상황이 됐음에도 감나무 밑에서 입 벌리고 감이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이게 뭐지? ”

두 사람의 집 문 앞에, 이상한 명함이 꽂혀있었다. 그 명함에는 ‘승리만 하면 어떤 소원이든 들어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고, 뒷면에는 ‘게임에 참가하시겠습니까?’라는 문구와 함께 이상한 전화번호가 쓰여있었다. 도희는 의뢰인에게 연락하기 전에 코스모에게 미리 연락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두 사람을 판데모니움 로열에 선수로 참가시켜도 되겠느냐는 도희의 질문에 코스모는 두 사람이야말로 대회에 딱 적격인 선수라고 했다. 공과금도 끊겼고, 돈줄도 끊긴데다가 집에서 퇴거까지하게 되어서 절체절명이고, 손 하나 안 대고 코 풀려는 사람들이니 돈이 가장 간절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승리만 하면 어떤 소원이든 들어준다는데…? 이거 진짜인가? ”
“사기 아냐? ”
“그래도 한번 전화해서 물어나 볼까? ”
“우리 전화도 안 되는데, 어떻게… 어? ”

두 사람의 전화는 분명 통신비를 연체해서 긴급전화밖에 안 되는 상황인데, 명함에 적힌 번호로 전화가 걸렸다. 신호가 가고 잠시 후, 수화기 너머로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두 사람은 정말 어떤 소원이든 들어주는 건지 물었고, 설령 그게 막대한 돈이더라도 다 들어주는거냐, 액수가 비현실적이어도 줄 수 있는거냐고 물었다. 수화기 너머로 1등만 하시면 어떠한 소원이라도 딱 하나만 들어주지만 그 소원이 무엇이든 다 들어줄 수 있다면서 아무리 많은 액수의 돈이라도 내어 줄 수 있고, 죽은 사람을 살릴 수는 없지만 집 나간 자식이 돌아오게는 할 수 있다고 했다. 집 나간 자식이 돌아오게 할 수도 있다는 말에 혹한 두 사람은 당장 게임에 참여하겠다고 했고, 젊은 여자는 곧 참가자를 데리러 가겠다고 했다. 

“실례합니다~ 게임에 참가하기로 하신 분들 맞으신가요? ”

두 사람을 찾아온 것은 너덜너덜한 날개가 한 쌍 있는, 기분 나쁜 옷을 입은 여자였다. 이런 사람이 있었나? 코스프레? 두 사람은 흠칫했지만, 게임 진행자들이 다 이런 컨셉이라면서 ‘넷플릭스에서 하는 오징어게임 아시죠? 그런 거예요.’라고 하자 납득하고 여자를 따라 나섰다. 

“두 분은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일단 좀 씻어야겠네요~ 목욕탕 비워두라고 해야겠다. ”

그렇게 여자를 따라 나선 두 사람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다시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이 졌던 빚은 코스모가 참가비조로 지불했고, 두 사람이 살았던 돼지우리같은 집은 세입자가 실종된 후로 방치되었다. 하지만 동네에서도 ‘돈때문에 딸을 버렸고, 돈때문에 딸을 찾는 사람들’로 알려진 두 사람을 걱정하거나 행방을 묻는 사람은 집주인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요즘은 부모님에게서 연락 없으시죠? ”
“처음 연락 왔을 때 차단해서 모르겠어요. 그 뒤로 딱히 시도같은 건 안 했던 것 같은데… 아마 시도했어도 법적 절차를 밟았을거예요. ”
“다행이네요. 그런 부모님은 없는 셈 치고, 앞으로 좋은 사람 많이 만나세요. ”
“감사합니다. 의뢰 비용은 대학 졸업하고 취업하는대로 지불할게요. ”

없느니만 못 한 부모가 없어지자, 그녀도 홀가분해졌다. 통신 요금이 연체되지만 않았어도 여러번 연락을 시도했을 작자들이고,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알고 있었다면 분명 찾아와서 돈 달라고 했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까딱하면 경찰을 불러야 했을지도 모르고, 경찰을 불러서 떼어냈음에도 계속해서 지원금을 노리고 왔을 게 뻔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있어서 딸은 그저 돈줄에 불과하니까. 도희는 그 점을 노리고 두 사람을 판데모니움 로열에 참가시킨 것이다. 이기기만 하면 어떤 소원이든 들어주지만, 참가하는 시점에서 죽은 사람이 되기에 딸을 만나는것도 불가능한데다가 그들이 소원을 들어준다는 건 말 그대로 Listening이기 때문에. 코스모가 딱 적격이라고 했던 이유 역시 그 때문이었다. 소원이 간절할수록, 그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의 절망감은 더 커지니까. 

“없느니만 못 한 인간들은, 아예 없애버리는 편이 낫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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