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자: 미스테리어스
제목: [투고괴담] 누나
구독자 ‘chamchimayo‘님께서 보내주신 이야기입니다.
저도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저에게는 누나가 한 명 있었습니다. 하지만 누나는 세상으로 나오기도 죽었다고 합니다.
누나가 저를 처음으로 지켜줬던 건 제가 다섯살일 무렵이었습니다. 어릴적, 모르는 아저씨가 유치원을 마치고 집에 가려던 저에게 접근해 다리를 다쳐서 그러는데 좀 도와줄 수 있냐면서 말을 붙였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초등학교 1학년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나타나서 안돼요, 라고 대답하고는 제 손을 잡아끌고 집까지 갔습니다. 그 때 제가 이상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그 여자아이는 제가 집이 어디인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도 집까지 저를 데리고 왔었습니다. 거기다가 제 이름을 알고 있었고, 이상하리만치 엄마와 얼굴이 꼭 닮아있었습니다.
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들은 엄마는 하마터면 큰일날 뻔 했다면서 저를 끌어안고 다행이라고 했습니다. 그 때는 몰랐는데, 그 여자아이가 없었다면 저는 아마도 유괴되었을 거라고 합니다. 모르는 여자아이가 저를 집으로 데려다줬다는 말에 엄마는 그 여자아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물었고, 저를 데려다줬던 여자아이의 생김새를 얘기하자 엄마는 좀 더 크면 얘기해주려고 했다면서 저에게 죽은 누나가 있다는 사실을 얘기해줬습니다. 누나는 엄마 뱃속에서 사산됐는데, 만약 무사히 태어났더라면 저랑 세 살 터울이었을거라고도 하셨습니다.
두번째로 저를 지켜줬던 건 제가 중학교 2학년일 무렵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저를 괴롭히는 무리들이 있어서 학교생활이 괴로웠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말씀드려봤자 나아질 게 없을 거라고 생각해 그저 속으로만 참고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여느때처럼 쉬는 시간이 되었을 때였습니다. 어디선가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교실로 성큼성큼 걸어들어와서, 저를 괴롭히던 무리의 리더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리더의 얼굴에 니킥을 한 대 박아주고, 니킥을 맞고 코피를 흘리면서 벙 찐 리더에게 한번만 더 ○○이(저)를 괴롭히면 코피로 안 끝난다고 경고하고 가버렸습니다. 외부 학생이 들어온 것이기에 학교는 발칵 뒤집어졌었지만, 신원 미상의 여성을 찾아낼 수 없었기 때문에 그 무리만 혼나고 끝났습니다.
세번째로 저를 지켜줬던 건 제가 대학생일 무렵이었습니다. 당시에 저는 여자친구와 CC였는데, 과제를 마치고 돌아가는 저에게 20대 중반은 되어보이는 여자가 다가와서 여자친구를 학교 근처 헌팅포차에서 봤다는 얘기를 해줬습니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여자의 얼굴이 엄마를 빼어닮은 것을 본 저는 '여자친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누나가 가르쳐 준 곳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본 것은 끈덕지게 여자친구를 따라오면서 번호를 따려고 하는 30대는 되어 보이는 남자였습니다. 여자친구가 남자친구가 있다면서 거절하는데도 그 남자는 끈질기게 따라붙었고, 제 여자친구에게 뭐 하는 짓이냐고 묻자 불에 데인 듯 후다닥 도망쳤습니다. 나중에 듣고 보니, 그 남자는 그 근방에서 어린 여자들만 보면 끈질기게 달라붙어서 번호를 따는 걸로 유명한 변태라고 하더군요.
마지막으로 저를 지켜줬던 건 제 아내가 출산할 무렵이었습니다. 산달이 된 아내가 출산을 앞두고 있었을 때, 저는 회사에서 야근각이 잡혀서 저녁을 먹고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우리 부서에서 호랑이로 소문난 부장님이 오시더니, 차장님께 '야 인마, 너 없으면 애 안나오는거 아니냐는게 말이야 당나귀야!'하고 호통을 치시는겁니다. 저를 보면서는 일은 우리가 마무리할테니 빨리 아내 병원으로 가라면서, 제 누나라는 사람이 전화해서 '○주임(저) 아내가 곧 출산인데 ○차장이 야근이라고 잡아뒀다, 동생이 아내가 곧 출산이라고 말했는데도 일보다 출산이 더 중요하냐, 너 없으면 애 안 나오는 거 아니지 않냐고 하면서 뭐라고 했다'고 하셨습니다. 누나 덕분에 저는 차장님의 꼬장을 피해 아내가 출산할 때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첫 아이를 안아보게 됐습니다.
첫 아이를 안고 조리원에 있을 때, 제 아내도 누나를 봤다고 했습니다. 어머니와 얼굴이 똑 닮은, 저보다 서너살정도 많아보이는 여자가 병문안을 와서 '아이 낳은 거 축하해, 앞으로는 나 대신 올케가 우리 동생 잘 부탁해.'라고 했습니다. 아내는 누나에게 알겠다고 했고, 누나는 이제 됐다는 듯 인사를 건네고 떠나갔습니다. 당시에 아내는 저에게 죽은 누나가 있다는 것은 몰랐기때문에, 이상하게 어머님이랑 닮았다 정도로만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그 뒤에, 누나가 왔다 갔다는 얘기를 들은 제가 사실 죽은 누나가 있었고, 지금까지 몇번 지켜준 적 있었다고 했을 때 놀랐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누나가 마지막으로 아내를 찾아온 날, 누나에게 선물하려고 샀던 오래된 아기 신발을 누나가 봉안된 납골당에 넣어두셨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동생을 지켜줘서 고맙다는 인사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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