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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69. 금기

@myth_작가2025. 5. 5. 00:00

게시자: 미스테리어스
제목: [투고괴담] 금기

구독자 ‘개구리뒷다리‘님께서 보내주신 이야기입니다.

저희 집안에서는 두 가지를 금기시 하고 있습니다.

첫번째로, 저희 집에서는 차례상에 조기를 올리는 것이 금기라서 조기 대신 장어를 올립니다. 뿐만 아니라 집안 어른들은 조기나 굴비를 일절 입에 대지 않으십니다. 어쩌다가 조기나 굴비가 선물로 들어오게 되면 다른 집에 선물로 나눠줘서 최대한 빨리 처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두번째로, 집 안에 불을 낼 수 있는 모든 물건을 들이는 것이 금기입니다. 가스레인지도 전기 인덕션으로 전부 바꿨을 뿐 아니라, 집에 양초나 향초는 물론이고 생일케이크에 꽂는 초까지도 반입 금지입니다. 집에서 차례를 지낼 때도 LED가 들어있어 스위치를 켜면 불이 들어오는 초를 사용하고, 생일케이크에는 초를 생략합니다. 또한 초나 담배에 불을 켜는 라이터도 반입 금지이기때문에 저희 집안 사람들은 본의아니게 강제로 금연을 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물론, 폭죽 역시 반입 금지입니다. 이런 이유로 향을 피울 수도 없기때문에 제사상에 향도 피우지 않고, 지방은 코팅해서 재사용하고 있습니다.

오래 전, 조상님은 해안가쪽에 살고 계셨습니다. 정확한 지명은 모르고, 저도 해안가에 위치했다는 것과 그 당시 꽤 부유한 집안이었다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요즘 말로는 다이아 수저라고 할 만큼이요. 당시 집안에서는 제사상에 조기가 한두마리도 아니고 무더기로 올라갈 정도였고, 마을 사람들은 조기 굽는 냄새만 맡고도 ‘저 집에서 제사를 지내는구나’하고 알 정도였습니다. 제삿날만큼은 오는 손님도 내치지 않았던 덕에, 그 마을 거지들에게는 ‘조기 굽는 냄새를 따라 가면 밥을 얻어먹을 수 있다’는 얘기도 돌았다고 합니다. 그런 집안에 이런 풍습이 생긴 발단은, 이 집안에서 들인 며느리였습니다.

지체 높은 집안이기도 하고, 장남이기도 하니 부모님은 아들의 신붓감이 될 여자를 찾기 위해 입고 있는 옷의 보풀 하나, 움직일 때 나는 잔바람까지도 확인해 볼 정도로 꼼꼼하게 찾고 있었습니다. 장남이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했을 때도 걸음마다 부는 바람, 옷의 보풀 하나하나, 실밥 하나하나까지 일일이 다 확인할 기세였고, 장남이 마음에 두고 있던 여자는 그런 집안 어른들의 마음에 꼭 들어 혼담이 오고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결혼을 하여 슬하에 아들 둘을 두게 되었습니다. 달덩이같이 고운 부인을 닮은 아들 둘이었지요. 이제 예쁜 부인과 자식도 얻었겠다, 이 집안에는 행복만 가득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는 말이 있듯이 그 동안 누렸던 행운만큼의 불행이 닥쳐오게 됩니다.

며느리는 제사상에 올릴 조기를 굽고 있었습니다. 제사상에 올릴 조기를 정성스럽게 굽는 와중에, 아궁이에서 장작을 고를 때 튄 불씨가 며느리의 치맛자락에 붙었습니다. 조기를 굽느라 불씨가 치맛자락을 타고 타오르는 것도 신경쓰지 못했던 며느리는, 불씨가 불길이 되고 몸에서 연기와 함께 옷이 타는 냄새가 날 무렵에야 몸에 불이 붙은 것을 알았습니다. 불을 꺼보려고 했지만 주변에 물도 없었고, 하필이면 명절이라 집안 사람들은 며느리만 빼고 다 외부에 나가있었던 탓에 도움을 청하지도 못했습니다. 집안 사람들이 며느리를 발견했을 때, 부엌은 대부분 타 버린 상태였고 며느리는 목숨은 건졌지만 전신에 심한 화상을 입어 오래 살지는 못 했다고 합니다. 며느리가 화재로 사망한 후, 집안 어른들은 조기 냄새만 맡아도 그때의 일이 떠오른다면서 조기를 입에 대지 않게 되었습니다. 또한 화재 사건 이후로, 언제 또 불이 자신들을 집어삼킬 지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궁이 곁에는 혹시 모를 비상사태에 대비해 물을 항상 받아두었고, 지금에 와서는 집에 항상 소화기를 구비해두고, 넘어지거나 해서 불을 낼 가능성이 있는 양초나 라이터를 일절 두지 않게 된 거라고 합니다.

다만, 집에 초를 들이지 않는 것에는 다른 이야기도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며느리가 죽은 후 남편은 두 아들을 키우며 홀로 지냈는데, 두 아들 중 한 명이 아궁이 앞에 있더라는 겁니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라 매일같이 아궁이 앞에 있었습니다. 놀란 남편이 지금 뭐 하는거냐고 묻자, 아들은 여기 있으면 엄마가 보인다면서 아궁이 불꽃을 들여다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엄마가 죽은 것 때문에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들은 무언가에 홀린 듯 계속해서 아궁이 앞에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일렁이는 불꽃에 불쏘시개를 넣을때마다 엄마가 보인다면서 책이나 옷을 태우려고 한 적도 있었습니다. 이런 일이 계속되자, 집안 사람들은 아들을 외딴 방에 가둬두고 혹시 몰라 태울만한 것을 전부 치웠습니다.

아들은 제발 내보내달라, 엄마를 만나야 한다고 했지만 집안 사람들은 죽은 며느리가 산 아들을 홀렸다면서, 아들이 아궁이 근처로 가지 못 하게 방에 가뒀습니다. 뿐만 아니라 무슨 일이 생길 지 모른다면서 방에 있는 양초들도 전부 치워버렸습니다. 창문 하나 없이 문만 덩그러니 있는 방에 갇혀 나올 수 없었던 아들은, 제발 엄마를 만나게 해 달라고 애원할 뿐이었습니다. 곡기에 입조차 대지 않고 오직 내보내달라는 말만 하던 아들이 이상하게 잠잠해 방문을 열었을 때, 아들은 아사한 상태였습니다. 그 일 이후로, 집안에서는 식사 준비를 하는 인원 외에 다른 사람들이 부엌에 출입하는 것을 엄하게 금했을 뿐 아니라 아궁이의 불꽃을 오래 쳐다보는 것 또한 금지했습니다.

그 때 아들을 홀렸던 게 정말로 죽은 어머니였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초를 켜면 죽은 사람에게 홀린다면서 집 안에서는 불꽃을 피우지 못 하게 합니다.

myth_작가
@myth_작가 :: 괴담수사대

괴담수사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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